워더링 하이츠 을유세계문학전집 38
에밀리 브론테 지음, 유명숙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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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워더링 하이츠‘인데 리뷰 제목으로 ‘폭풍의 언덕‘이라고 하니 뭔가 오역아닌 오역같아 웃음이 나왔다.

여하튼, 이 유명한 ‘폭풍의 언덕‘은 사실 민음사판으로 읽은 적 있는 작품이다.
고전은 여러번 읽어보라는 누군가의 조언에 따라 다시 읽었는데, 조언을 따르기 잘 했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처음에 읽었을 땐 단순히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미친 사랑(?)에 관한 이야기구나~하고 고개만 끄덕였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에야와서 다시 읽어보니 처음에 미처 보지 못했던 복선이라던지 대사 안에 들어있는 심리와 감정들이 보였다.

그 중에서 역시나 인상 깊었던 것은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사랑이었다.
다른 몇몇 사람들의 경우에는 이들의 사랑이 거의 ‘정신 나간‘ ‘너무 오버하는‘ ‘폭력적‘이라며 꺼려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나는 이것도 하나의 ‘매력‘으로 본다.

물론 히스클리프 같은 사랑을 현실에서 하면 범죄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소설이고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이기에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고 싶진 않았다. (마치 ‘게임을 많이 하면 폭력적인 사람이 된다‘는 논리 같았기 때문이기도 했기에)

그럼 그들은 어떤 면에서 그런 생각을 했는가, 아마 두 사람이 서로를 생각하는 방식이 아닐까한다. 캐서린은 히스클리프를 자기와 동일시한다. ‘자기 안에 히스클리프가 있다‘며 넬리에게 호소하니 말이다. 히스클리프 또한 캐서린을 ‘자기가 살아가는 이유‘라고 생각하니, 과연 둘은 미친 사랑을하고 있는게 확실하다.

다시 읽음으로서 깨달은 점은 또 있다.
처음엔 캐서린 2세와 헤어튼의 이야기가 나와있는 2부보다는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이 나오는 1부가 재미있었는데, 지금 읽어보니 1부보다는 2부가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더욱이 소설 속 복선도 포인트였는데,
캐서린이 죽었을 때가 린턴에게 시집간 날과 비슷한 날씨였으며, 히스클리프가 죽었을 때는 어릴 적에 캐서린네 집에서 뛰쳐나온 날과 같은 비가 엄청 내리던 날이었다는 점.
캐서린의 유령이 출몰하면서 히스클리프가 아무 음식도 안 먹고 황야를 돌아다니가 죽었다는 것과그가 죽은 다음 마을 사람들이 황야에서 종종 목격한다는 히스클리프 유령과 그 옆의 ‘어떤 여자‘ 유령.

결국 모두가 무덤에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끝이 나지만 마지막 록우드 씨가 내뱉은 말은 긴 여운을 남긴다.

참고로 내 경험상으로는 ‘폭풍의 언덕‘은 처음 읽을 땐 민음사 것을, 두번 읽는 것이라면 을유문화사 판을 읽는 것을 추천드린다.
전자가 알기 쉽게 번역했다면 후자는 이야기의 흐름을 유연하게 번역했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사람들도 자기를 넘어선 자기의 존재가 있고 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잖아. 내가 이 몸뚱이에 한정되어 있다면 내가 만들어진 보람이 어디 있겠어. 내가 맛본 크나큰 고통들은 모두 히스클리프가 당한 고통이었어.

넬리,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 그는 언제까지나 내 마음속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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