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절판된 책이었지만 어렵사리 중고로 구매해 읽은 책이다. 1권은 니콜라이 2세의 어린 시절과 혁명으로 인해 폐위되어 유형생활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에서 끝난다.

우리나라엔 아직 러시아에 관련된 책이 별로 없다. 게다가 러시아 역사는 더더욱 찾기 어려우며, 대부분 역사를 통틀어서 말하고 있을 뿐, 이렇게 특정 인물을 골라서 나온 책은 찾아보기 매우 어렵다.
저자인 라드진스키는 문서고에 보관되어 있는 니콜라이 2세의 일기(총 51권 ㄷㄷ)와 그의 가족들의 편지, 몇몇 목격담을 토대로 베일에 싸여있는 니콜라이 2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니콜라이 2세라고 하면 러시아 마지막 황제이며 요승 라스푸틴에게 홀려 나라를 망친, 우리나라로 치면 거의 박모 전 대통령 급인 사람이라고 흔히들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니콜라이 2세에 대한 새로운 점을 많이 알게되었는데, 심지어는 그에게 동정심이 들기도 했다. 물론 그가 ‘피의 일요일‘에 민중들에게 총을 발포하게 한 사실은 지울 수 없지만 순전히 ‘사적‘으로 보면 니콜라이는 굉장히 유순한 성격에 훌륭한 인품을 가진 사람이다. 한 마디로 그는 황제가 될 인물은 아니었지만 평범한 민간인으로서 니콜라이 2세는 훌륭한 사람이었다. (그를 본 볼셰비키들 중 일부도 그를 좋게 본 사람도 있었다!) 그는 운동을 좋아하고 때때로 낚시를 하거나 나무를 베어 톱질을 해 장작으로 태우고 저녁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아내에게 언제나 헌신적이었다.

그러나 그 유순한 성격이 오히려 니콜라이에게 독이 됬다. 항상 결정을 쉽게 번복했고 주위 상황에 자주 휘말렸다. 무엇보다 그는 언제나 마음만이 앞섰고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다.
또한 가장 큰 적은 바로 옆, 그의 아내 알릭스였다. 라스푸틴을 불러들인 것도 바로 그녀였다.
그녀는 각종 미신과 광신도적인 사상에 젖어 라스푸틴을 열렬히 응원했다.
나중에 혁명이 발발하기 전에 1차 세계대전에 출전한 니콜라이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온통 ‘이래라 저래라‘하는 간섭과 불평이었다. 그녀는 라스푸틴과 그녀를 건들이는 자들을 모조리 내치라는 편지를 수도없이 니콜라이에게 보낸다. 라스푸틴은 그걸로 살판나기 시작한다.
니콜라이는 이에 매우 피곤해했고 여러번 돌려서 거절해보았지만 그녀는 곧 죽을 듯이 고집을 부렸고, 아내를 사랑한 니콜라이는 어쩔 수 없이 이에 따른다.

어찌보면 그의 아내가 나라를 망친 셈이지만 자신의 주장을 확실히 관철하지 못한 니콜라이의 책임도 분명 있다.(그는 항상 신에게 기도하면서 문제을 회피하려고 했으며, 차라리 군주직을 내려가고 신부로 지내고 싶다고 했을 정도로 힘들어했다) 그럼 적어도 총살형은 받지 않았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라스푸틴에게 홀려서 나라를 망친 것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이지만 정확히는 주위의 음모, 시대상이 그와 러시아 제국을 망하게 한 것이라는게 내 생각이며 그는 훌륭한 신사였지만 황제로선 아주 무능했다고 할 수 있다.

다음권은 로마노프 일가의 최후와 처형을 집행했던 볼셰비키 당원들의 회고록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기대하면서 읽으려 한다.




실제로 그는 고집스러웠다.
그는 고집스러웠지만 상대방의 면전에서 분명한 반대의 의사를 표명하지 못했는데에 그의 비극이 있었다.
그는 너무 엄격하고 부유한 환경에서 온실 속의 꽃처럼 자라났으므로 자신의 주장을 뚜렷히 내세우며 능동적으로 단호한 태도를 취하지 못했다. 언제나 소심하게 주저하고 망설이며 다른 사람의 의견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오히려 침묵으로 일관했는데 이런 경우에 상대는 침묵을 동의로 오해했다.

누군가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주장하면 니콜라이는 단번에 그의 의견을 따랐다. 그래서 침묵을 동의로 오판한 먼저 번의 청원자는 황제를 배신자로, 줏대없는 사람으로 비난했다.

니콜라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누군가가 표명해주기만을 소심하게 기다리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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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자누스 2021-12-07 0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원전은 어느 나라 언어인가요?

오네긴 2021-12-07 16:57   좋아요 0 | URL
책에 자세히 나오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영어 원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검색해 보니 동일한 제목의 영어 원서가 나오더라구요. 러시아 판본인지는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