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의 밤 (한국어판) - 1934년 초판본 오리지널 디자인 소와다리 초판본 오리지널 디자인
미야자와 겐지 지음, 김동근 옮김 / 소와다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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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하는 생각을 해본 적 있을 것이다.
기독교라면 천국을 꿈꿀 것이고, 불교라면 극락을 꿈꿀 것이다. 무교는 모르겠다.
이 책은 약간 그런 양상을 띄는 책이다.

마치 「남염부주지」(김시습의 소설로 주인공이 꿈에서 겪은 일을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되는 몽유 구조의 소설이다.)같달까? 그렇다고 해서 이 소설이 너무 판타지계 소설이라던지 터무니없는 소설이라는 건 아니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폭넓은 연령층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이른바 ‘어른 동화‘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당시 20세기 극우주의가 팽배했던 당시 소설들과 달리 서정적이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당시엔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현대에 이르러서 그 작품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 대부분이 서정적이다)

알만한 사람들만 안다는 인기 만화 「은하 철도 999」의 모티브가 된 이 소설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읽는 이에게 몽환과 일종의 환상을 심어준다.
가난과 피치 못한 사정으로 어머니와 함께 사는 조반니는 학교에서 자주 놀림을 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조반니는 은하 축제에 끼지 못하고 그날 배달되지 않는 우유를 찾으러 갔다가 그만 들판에서 깜빡 잠이 들고, 우연히 은하를 누비는 기관차에 얼떨결에 탑승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작품 내에 등장하는 수수께끼의 인물들과 별에 대한 설명 및 풍경 묘사는 훌륭할 만큼 생생하고 구체적이었다. 남의 꿈 한 켠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수많은 떡밥들도 흥미를 자극했다. 예를 들면 조반니의 친구였던 캄파넬리가 어째서인지 물에 흠뻑 젖은 채 기관차에 탑승해 있다는 점, 그리고 수상하리 만큼 이상한 행동들을 보이는 새 잡이. 이런 것들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지만 나중에 갈수록 그 떡밥들이 풀리면서 충격과 공포를 준다.

이 책에서 가장 감명 깊고, 제일 인상 깊었던 점은 바로 조반니의 행동이었다.
나중에 조반니는 이 열차가 천국 엇비슷한 곳으로 간다는 것을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놀라는 기색 없이 오히려 열차에 타고 있는 죽은 영혼들을 보며 ‘모든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그것도 ‘개인의 행복‘이 아닌 ‘모두의 행복‘을 말이다. 가난한 조반니가 어째서 모두의 행복을 바라는 것일까?
보통 사람들은 대부분 ‘모두의 행복‘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더 선호한다. 특히 더 가난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처지가 더 급할 텐데 말이다. 여기서 나는 가난한 사람들 특유의 ‘선함‘이 떠올랐다.
(개인적인 경험으로서) 즉, 가난한 사람일수록 남에게 더 잘 베푼다는 것이다. 그들도 무언가가 없거나 부족하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 예로 시골 사람들의 인심이다. 시골 사람들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과 다르게 먹을 것을 서로 나누어 먹고 힘든 집이 있으면 도와주기도 하는 공동체 의식이 강하다.
작가인 미야자와 겐지는 농촌 출신이며 농촌 계몽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아마 작가가 의도한 ‘모두의 행복‘이 이러한 이유 때문에 나타난 게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꿈에서 깬 조반니가 캄파넬리가 축제 도중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고 더불어 물에 빠져 실종된 사실을 듣고 우유를 되찾으면서 이야기가 끝난다.
나는 믿고 있는 종교가 없지만, 나 자신도 만약에 죽게 되면 저런 은하를 누비는 열차를 한 번 타고 싶다. 열차에 탑승해서 별을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다 (도시에서는 별이 전혀 안 보인다. 요즘은 시골에 가도 별이 잘 보이지 않는 게 현실.)
우주로 치면 먼지에 불과한 내가, 그럼에도 이 우주에 속해있는 내가 죽어서 우주로 갈 수 있다면 정말이지 영광일 것 같다.

모두의 행복을 찾는 조반니, 그런 조반니에게 진정한 행복의 길이란 무엇인지 알려준 어느 승객의 말이 이 작품 최고의 명언 같다.

˝행복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떤 괴로운 일이라 해도 그것이 옳은 길로 나아가는 중에 생긴 일이라면 오르막도 내리막도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이겠지요.˝

결론적으로, 소름의 소름의 소름의 연속인 책이다. 끝에는 거의 눈물 날 것 같았던 책이다.
나는 초판본으로 읽었지만, 처음 읽는 사람들에겐 초판본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일반판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초판본은 일반인들에게는 읽기 어려운 형식으로 되어있고, 보는 내내 눈이 아플 수도 있기 때문이다. 초판본은 소장용으로 가지는 게 좋다.
아무튼 서정적인 작품을 좋아한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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