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 기술 빅뱅이 뒤바꿀 일의 표준과 기회
대니얼 서스킨드 지음, 김정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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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오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돌아보면 우리 인류는 항상 기술의 발전으로 일자리가 없어질 것을 걱정해왔다.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 제조업자들이 앞다투어 기계를 도입해 대량생산을 시작하자, 자동화로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길까 두려운 사람들이 기계를 부수는 러다이어트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실제 미국 뉴욕의 거리를 메우고 다니던 마차와 말들은 대량생산된 포드 차량으로 대체되었다. 신기술로 인해 또 다른 새로운 산업이 나타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사람들은 이번엔 다르다면서 곧 큰 재앙이 도래할 것처럼 우려한다. 최근 IT 기술의 발달로 등장한 인공 지능이라는 신기술은 인류의 새로운 걱정거리로 등장했다. 과연 우리 인간의 일자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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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앞으로 우리의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 체계적으로 분석하면서, 먼저 그간 인간의 노동이 기계의 자동화에 잠식됐음에도 불구하고 인간 노동에 대한 수요는 계속 존재하였고 왜 일자리 부족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는지를 설명한다. 자동화의 초창기에는 인간이 밀려나지만 다른 영역에서 보완 작용이 일어나 걱정과는 다르게 노동의 수요가 증가하였는데 그 이유는 첫째 생산성의 향상, 둘째 기술 진보로 인한 파이 자체의 확장, 셋째 탈바꿈 효과 때문이었다. 기술의 진보가 인류에게 위협적이긴 했지만, 동반자이자 친구이기도 했다. 걱정과 달리 인간의 노동을 찾는 수요는 늘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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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세기 후반 무렵 그리고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지금까지의 공식은 들어맞지 않게 된다. 기술이 진보함에 따라 이러한 기술을 다룰 줄 아는 고숙련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였고, 어렵고 힘든 일은 기계가 하는 한편 단순 노동자의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 예컨대 저임금을 받는 간병인, 청소부, 정원사, 웨이터 등의 직업군과 고임금을 받는 전문직과 관리직 수요는 늘어났지만, 중간 임금을 받는 생산직 노동자와 판매원 등은 줄어들게 되었다. 고임금 고숙련 일자리는 대체로 독창성과 판단력을 요구하는 틀에 박히지 않은 업무라 쉽게 기계로 대체되지 않으며, 저임금 일자리는 대개 손기술이 필요해 자동화가 어렵거나 자동화로 대체하는 비용이 더 크기 때문에 수요가 계속 존재하는 것이다. 문제는 중간층이라 볼 수 있는 생산직과 사무직 노동자의 일자리로 상당 부분 기계로 교체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은 대체로 여기까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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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인공 지능 시대에는 무엇이 달라질까? 최초의 인공 지능은 인간의 뇌를 본떠 기계를 구축하고자 하였고 두뇌의 실제 구조를 그대로 복제해 인공신경망을 만들고자 했지만 실패하고 만다. 최근 주목받는 인공 지능은 과거와는 개념이 좀 다르다. 인간이 지능적으로 수행하는 과제들을 전혀 다른 접근 방법으로 완수한다. 인간 두뇌의 작동원리와는 무관한 컴퓨터 연산 기능을 통해 인간처럼 생각하진 않지만, 인간이 생각한 것과 다름없는 결과물을 창출해낸다. 인공 지능이 출시되면 사라질 직업의 순위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직업들이 아예 사라지거나 한 번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인공 지능은 개별적인 좁은 영역의 업무를 아주 강력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변호사의 경우 고객 상담과 법정 변론, 사례 찾기, 계약서 검토 등이 주요 업무라면 계약서 검토는 인공 지능에 맡기고 다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흔한 오해와는 달리 인공 지능은 직업 자체가 아닌 업무를 대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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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틀에 박히지 않는 업무는 기계의 습격에도 괜찮았다. 이는 암묵적 지식, 즉 인간이 쉽게 설명하지 못하는 지식을 기초로 한 일인데 명확한 설명이 어렵다 보니 자동화 분야에서 비켜나 있었다. 피부과 전문의가 피부 반점과 암을 구별해 내듯 경험과 지식이 충분해야 가능한 전문적 영역이 그러하다. 전문성도 경험도 심지어 감도 없는 인공 지능은 그러나 수십만 개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사성을 찾아내어 인간과 같은 결과를 보여준다. 흔히 인공 지능은 창의적 판단을 수행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인간과는 전혀 다른 수행 방식으로, 갑작스러운 혁명이 아니라 진화처럼 서서히 꾸준하게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그 속도는 나라마다 다르고 인건비 수준과 도입 비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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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요인은 인공 지능의 적용 대상이다. 미국인 대다수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가석방을 결정하거나 입사지원서를 선별하고, 소비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재무 점수를 매기는 데 반대한다. 영국에서 구글의 딥마인드가 병원과 손잡고 환자 160만 명의 기록에 접근하는 계약을 맺자 국민은 불안해한다. 한편 중국은 2030년까지 AI 선도주자가 되겠다며 나서고 있으며 러시아도 같은 취지로 말한다. 중국의 인건비가 많이 오르자 시진핑은 로봇 혁명을 주문하고 있는데 중국 시민들은 저항할 꿈도 못 꿀 것이고 만일 그렇더라도 수용될 것 같지는 않다. 저자는 인공 지능 시대가 도래하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일자리가 신기술로 대체되기는 해도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어려울 것으로 예측한다. 즉, 대체하는 힘이 보완하는 힘을 압도하여 영원히 이런 흐름으로 진행될 것이라 말한다.

몇십 년 동안 거의 세계 모든 지역에서 소득 불평등이 커졌지만, 속도는 달랐다. 발전 수준이 비슷한 국가들 사이에서도 불평등 수준이 무척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은 불평등을 형성하는 데 국가 정책과 제도가 무척 중요하다는 점을 뚜렷이 드러낸다. 그러므로 소득 불평등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다. (205쪽)

기술의 인간 업무 잠식에도 불구하고 인간 노동의 수요가 증가했던 현상은 이렇게 변모된다. 첫 번째, 기계가 사람을 밀어내자 사람은 자동화되지 않는 분야에 집중함으로써 생산성이 더 높아졌던 생산성 효과는 인간 노동자가 기계보다 더 나은 조건일 때만 가능한 이야기다. 오로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인공 지능에 의해 계속 잠식되고 있다. 두 번째, 경제 파이가 더 커지고 소득이 높아져 노동 수요가 커진다는 파이 확대 효과는 소득 증가가 상품 수요로 이어지더라도 상품을 꼭 노동으로만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니므로 반드시 노동 수요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세 번째 파이 탈바꿈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는 농업에서 제조업으로, 다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바뀌어왔지만, 앞으로는 우리가 아직 예상하지 못하는 새로운 산업 시대가 열릴 것이다. 100년 전 농부들이 의료, 금융, IT, 여가 분야 산업에서 이렇게 많은 노동자를 고용하리라 상상이나 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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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 한창 주목받는 신기술은 사람이 거의 필요 없다. 2006년 유튜브가 2조 원에 팔릴 당시 임직원은 고작 16명이었고 2012년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1조 원에 매입했을 당시 임직원은 겨우 13명이었다. 신산업의 고용 창출 효과는 기껏해야 0.5%뿐이다. 저자는 이처럼 일이 서서히 줄어들지만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가 기술의 단기 영향은 과대평가하면서 장기 영향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음을 경고하면서, 인간의 노동을 찾는 수요가 한순간에 무너지리라는 두려움이 팽배해 있음을 지적한다. 한 가지 분명한 기정사실은 당분간 인간이 맡을 일은 충분한 편이지만, 앞으로 수십 년간 장기적으로는 노동 수요가 충분치 않으리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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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어떤 사람들에게 일이 삶의 의미를 얻는 원천인 까닭은, 일 자체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인생 대부분을 일에 쏟아붓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실제로 하는 일에서만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만약 인생을 마음껏 다르게 보낼 수 있다면, 우리는 다른 곳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것이다. (326쪽)

여기서 우리는 일의 본질과 삶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은 삶을 지탱할 수입을 벌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우리에게 원대한 목적을 제공하고 삶의 체계와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현존 수렵 채집인과 문명사회 남성의 하루 평균 노동 시간을 비교해 본 결과 이들의 노동량이 놀랍도록 적었다고 한다. 이는 곧 인간은 삶에서 노동으로 정의되지 않는 성취감을 충분히 느낄 줄 안다는 의미이다. 일은 오히려 사람들에게 비참함을 안겨주었다. 산업혁명 시대에 미친 듯이 일하던 공장 노동자들은 깊은 성취감을 느꼈을까? 야근과 휴일 근무를 하면서 진정한 성취감을 느낄 직장인이 얼마나 될까? 이제는 일이 삶의 의미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실제 인류의 지적 수준을 한층 도약시킨 것은 일하지 않고 마음껏 예술 과학 문화 철학을 틈틈이 익힌 사람들이었다. 일을 통해 목적의식을 찾는 것보다 여가를 이용해 성공한 삶을 사는 법을 배워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저자는 그래서 이러한 조건에 부합하는 교육이 가능해야 하고, 조건적 기본소득을 제공하고 자본을 분배하며 노동을 지원하는 큰 정부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내가 주장하는 큰 정부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 계획경제주의자들이 시도했다가 실패한 대로 정부를 이용해 파이의 크기를 키우자는 것이 아니라, 정부를 이용해 모든 사람이 파이를 나눠 갖도록 보장하자는 것이다. 달리 말해 큰 정부가 맡을 역할은 생산이 아니라 분배다. (238쪽)

결론적으로 산업혁명 이후 노동의 시대를 지나온 덕분에 향후 100년 동안 어느 때보다 더 부유해지는 대신 우리는 세 가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첫째, 경제적 번영을 사회의 모든 구성원과 나누어 불평등을 해소해야 하고 둘째, 이런 번영을 불러온 기술을 통제할 수 있는 정치적 힘을 결정해야 하며 셋째, 이런 번영 덕분에 노동 없이도 그럭저럭 살아가는 데 그치지 않고 잘 살아갈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들은 물론 쉽지도 않거니와 해결되기도 어려운 문제이지만, 지금 세대와 앞으로 살아갈 모두에게 주어진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로봇과 AI가 우리 일을 떠맡을까 불안하고, 소득 불평등 심화가 우려되고, 아이들의 장래 진로가 걱정스럽고, 교육 시스템의 현재와 미래가 미덥지 않은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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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 - 인간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
김경훈 지음 / 시공아트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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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어 즉석에서 현상하는 폴라로이드가 최첨단 사진기 1순위에 올라 있던 대학 새내기 시절, 필자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라이카 필름 카메라를 들고 학교로 향했습니다. 주위에서 쏟아지는 부러움의 시선 세례를 즐기며 서로 모델이 되겠다고 나서는 여학우들 가운데 마음에 드는 한 친구를 간택한 뒤, 어깨너머 배운 구도법에 따라 열심히 셔터를 눌러대며 따사로운 5월 어느 봄날 오후를 보냈습니다. 무사히 촬영은 마쳤지만, 안타깝게도 그 여학우에게 나의 마음과 더불어 사진을 전해주지는 못했습니다. 이 얼치기 사진사가 필름을 회수하던 중 실수로 빛에 노출하는 바람에 반나절의 수고를 허사로 만들고 말았던 겁니다. 이 일로 여자 사람의 시선이 작렬하는 자외선보다 더 따가울 수 있음을 배웠으니 그래도 아주 허탕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사실 사진이 전하는 메시지에 필름에 반사된 햇빛보다 더 강렬한 관심이 생긴 것은 이보다 더 어릴 적이었습니다. 모아 둔 용돈 백 원을 저축하려고 동네 마을금고를 찾았던 코흘리개 필자는 영업장에 비치된 LIFE 사진집을 우연히 꺼내 들었는데, 그 책이 하필이면 종군 기자들이 찍은 ‘전쟁’ 특별판이었습니다. 고통에 찬 기이한 모양으로 시커멓게 불에 타다 만 시체와 떨어져 나간 자신의 피투성이 왼팔을 오른손에 쥔 채 넋 나간 얼굴로 봉합수술을 기다리는 야전병원 대기실의 군인처럼 전쟁의 참상을 담은 사진들을 처음 접하느라 영업시간이 끝나도록 구경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이 책의 32쪽과 88쪽에 등장하는 두 장의 월남전 사진 역시 그때 처음 보았던 기억이 너무나도 선명합니다.



 

사진만이 가지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고유한 속성은 ‘찰나의 순간을 영원히 남긴다’는 것입니다. 사진에 찍힌 뒤 현실 속의 피사체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하거나 소멸되어 가지만, 사진 속에 정지된 채로 담긴 피사체들의 이야기는 변함없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25쪽)

 

이 책은 23개의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한 사진과 함께 풀어놓는 이야기보따리로, 저자가 찍었던 사진을 비롯하여 인화지 너머에 가려진 진실을 밝히며 세간에 알려진 오해를 풀어보는 1부, 월남 전쟁과 흑백 갈등, 미국의 대공황과 우리나라의 80년대 민주화 시위 등 사회 변혁을 초래했던 사건들을 다룬 2부, 달 착륙 우주인과 아인슈타인 박사, 냉전 시대의 정치인 등 역사 속 인물들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야사를 공개하는 3부, 그리고 작고한 어느 유명 사진작가가 사진으로 남긴 개인사를 통해 사진이 눈으로 읽을 수 있는 일종의 언어임을 역설하는 4부로 구성되었습니다.

 


우리의 카메라는 최소한 우리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기록하고 이것을 세상에 고발하는 인류의 눈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위해 당신이 꼭 사진기자일 필요도 없습니다. 사회를 옳은 방향으로 이끌고 싶다는 보통 사람으로서의 강한 의지를 가진 당신의 손에 카메라가 쥐어진다면, 그것이 바로 권력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무기일 수 있습니다. (129쪽)

 

열 마디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장면이 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에 더 믿음의 우선순위를 두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그것이 바로 진실이라고 확신하기까지 하지요. 그래서 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을 오해하고 심지어는 악의적으로 왜곡된 형태로 전파되는 파급효과는 매우 파괴적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중남미 난민들의 미국 국경 밀입국 현장에서 그들과 함께하던 순간에 찍은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자 역시 그러한 진실 왜곡의 희생자였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도입부에 그 사건을 먼저 배치한 것만 보아도 그가 목숨 걸고 밝혔던 진실을 부정당했을 때의 심정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비록 사진이 많은 것을 보여주긴 하지만 진실은 언제나 인간의 시선 너머에 숨어있음을 통찰한 듯, 저자는 사진이 찍힌 정황과 배경을 담담한 목소리로 설명하며 등장인물들의 사후 근황을 들려주기도 합니다.



 

사진 한 장이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한 정답을 제시해줄 수도 없고 사회를 바꾸어 놓을 수 있는 힘도 없지만, 사진을 보는 이들에게 우리 사회의 문제를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 제임스 나처웨이 (295쪽)

 

사진이 전달하는 이야기의 힘을 주제로 삼고 있지만, 어찌 보면 이 책은 사진에 설명을 곁들인 근사한 근현대사 교과서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전쟁의 비극적인 면모와는 딴판으로 이러한 상황을 세계에 알리려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던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의 중요성을 입증할 뿐 아니라, 해결되지 않는 아프리카의 기근 문제가 사실은 가뭄 이외에도 인간의 탐욕과 정책의 미비에 있음을 고발하는 보도의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짧지만 강렬한 언어, 비유, 은유, 상징으로 이루어진 시처럼 사진은 사진만의 독특한 느낌과 여운으로 우리를 매료시킵니다. (280쪽)

 

마지막으로 저자는 좋은 사진을 위한 첫 단계 중 하나는 좋은 소재 찾기가 사실이지만 피사체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단순히 자극적이고 눈에 띄는 소재를 찾아 카메라의 렌즈를 들이대는 행위는 삼가야 함을 역설합니다. 그의 당부처럼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며, 진실은 언제나 우리의 시선 너머에서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사진 #사진이말하고싶은것들 #시공아트 #서평단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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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 - 인간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
김경훈 지음 / 시공아트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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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언제나 우리의 시선 너머에서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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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행동경제학을 만나다 -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브랜드의 비밀, 개정판
곽준식 지음 / 갈매나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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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맹률이 매우 높았던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상점 주인들은 상점 이름 대신 취급하는 물건을 나타내는 그림이나 표시를 간판으로 걸어 놓았고, 미국 서부시대의 목장 주인들은 자기 소유임을 표시하기 위해 소나 말의 등을 인두로 지져 시각적으로 표식을 남겼다고 한다. 약지가 잘린 안중근 의사의 손도장이나 기독교의 십자가, 불교의 만(卍) 표시 역시 어떤 의미에서는 브랜드라고 볼 수 있다. 화인(火印), 즉 불에 달구어 지진다는 뜻의 노르웨이 고어 brandr에서 유래된 브랜드는 제조업자가 제품의 품질을 증명하고 고유권을 나타내는 것으로 발전하였으며, 오늘날 마케팅 분야에서는 브랜드가 곧 기업의 정체성인 동시에 기업 자체도 매우 중요한 브랜딩의 대상이 되고 있다.




브랜드를 해석할 수 있어 즐겁다는 말로 시작하는 이 책의 저자는 소비와 경제의 주체인 인간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때로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태도 브랜드를 선택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살펴보고 있다. 기존의 이론경제학자들이 인간을 지극히 합리적이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성적이며 이기적인 존재라고 보았던 것에 반해, 저자는 인간은 이성과 감정의 지배를 받는 존재라는 시각에서 실제적인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여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를 규명하고자 한다.


행동경제학의 핵심에는 흔히 ’어림짐작‘, ’통밥 굴리기‘, ’눈대중‘, ’주먹구구’로 알려진 발견법, 즉 휴리스틱(Heuristic)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유튜브 채널처럼 사용자의 디지털 흔적이 남긴 빅 데이터를 취합 분석하여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알고리즘 방식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이는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는 상황에서 불충분한 시간이나 정보로 인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거나, 체계적이면서 합리적인 판단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들이 빠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보다 편리하게 구성된 간편 추론의 한 방법이다. 라틴어의 ‘heuristicus’ 와 그리스어 ‘heuriskein’ 에서 유래되었으며, 찾아내고(find out) 발견한다(discover)는 뜻이다. 정보가 제한된 조건에서의 발견법은 나름의 일장일단이 있는데, 일단 답을 내어 문제 풀이를 시도할 수는 있지만 답의 정확성은 보장할 수 없다는 식이다.




전체 5부로 구성된 이 책은 먼저 행동경제학이 정형화된 기존의 이론 경제와 달리 불확실한 조건에서 판단하고 선택해야 하는 인간 경제 행동의 인과관계를 들여다보기 때문에 오히려 심리학에 가깝다는 점을 주지시키며(1부). 브랜드가 지닌 비밀을 이용 가능성, 대표성, 기준점 및 감정의 4대 휴리스틱을 통해 탐구하며(2부),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가 가진 힘의 속성을 4가지 이론 및 효과로 분석하고(3부), 시장의 대세를 좌우하는 브랜드의 위력을 세 가지 시선으로 바라보며(4부), 끝으로 시장의 주도권을 오래도록 고수하고 있는 승자들의 성공 요인을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조망하고 있다(5부).


이 책을 읽는 재미는 자칫 지루하고 따분해지기 쉬운 각종 마케팅 이론 및 효과를 실제 우리 사회에서 발생했던 사례를 알기 쉬운 말로 풀어 설명하는 데 있으며, 또한 대개 전문성을 지닌 저자라면 빠져들 법한 자기 자랑의 욕구 대신 실패한 경험담을 곧잘 접할 수 있어 인간의 경제행위를 연구하는 행동경제학자 답게(?) 매우 인간적인 조언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친구보다 적을 가까이 두어 의사결정 시 확증 편향성의 덫에서 벗어나라는 충고, 뜻과 행동은 나보나 나은 사람과 비교하고 분수와 복은 나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하라는 선현 말씀의 인용, 해본 것에 대한 후회는 시간이 지나면 진정되지만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는 시간이 지나면 더 커지기 때문에 현상유지편향을 극복하는 유일한 대안은 시도뿐이라는 조언 등이 그러하다.




비교적 최신의 마케팅 개념과 낯선 이론들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에 필자처럼 워낙 경제 관념이 희박한 사람이 한 번에 다 읽어 이해하기에는 좀 버겁지만, 이 책의 대미는 시대를 주도하는 두 거대 기업인 구글과 애플을 이용 가능성 및 대표성 휴리스틱, 평가모드, 차이식별 오류, 공정성 및 시기추론이론 측면에서 비교함으로써 마무리된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행동경제학 이론과 브랜드 실무를 접목한 실용서이자 마케팅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위한 입문서인 동시에 필자처럼 슬기로운 소비 생활에 도움을 얻고픈 독자에게도 매우 유용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갈매나무출판사 #브랜드행동경제학을만나다 #곽준식 #서평단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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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온 힐 부자 수업 - 전 세계 1억 명의 인생을 바꾼 성공학 강의
나폴레온 힐 지음, 고영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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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학, 또는 성공철학이라는 명칭과 분야를 처음으로 대중화시킨 사람이 바로 이 책의 저자인 나폴레온 힐이다. 미국 버지니아주 와이즈 카운티에서 태어난 그는 글쓰기를 좋아하여 13살 때 작은 마을 신문의 기자 겸 작가 생활을 시작하였다. 그의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을 가져다준 두 사람이 있다면 첫째는 새어머니이고 둘째는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라 할 수 있다. 그의 친아버지마저 그를 장난꾸러기 혹은 천덕꾸러기로 취급했지만, 긍정적인 마음을 가진 새어머니는 항상 그를 격려하고 칭찬했다고 한다. 철강왕으로 유명한 카네기의 예사롭지 않은 사람 보는 안목도 역시 한몫한다. 잠시지만 사람을 잘 만나야 인생도 잘 풀린다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무엇이 사람을 위대하게 만들까? 그것은 바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힘을 인식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그럴 때 위대함이 탄생한다. 자신이 가진 마음의 힘을 깨닫고, 수용해서 사용하는 단순한 과정을 통해 모든 인간은 위대해질 수 있다. (35쪽)

 


변호사를 꿈꾸던 나폴레온 힐은 조지타운 법대에 입학했으나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학비 마련은 그의 몫이었다. 이미 어려서부터 기자 생활을 해왔던 그는 <봅 테일러스 매거진>이라는 잡지사에서 성공한 인사들을 다루는 기사를 연재하며 학비를 충당했는데, 부업 삼아 시작한 그 일이 자신의 운명을 바꾸어놓을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당대 최고 유명인사와의 첫 인터뷰에서 그의 운명은 큰 갈림길에 선다. 25세의 나폴레옹 힐이 운 좋게도 73세 재계 거물과의 인터뷰를 성사시킨 것이다. 첫 만남에서 무려 세 시간에 걸친 인터뷰가 진행되었고, 카네기의 제안으로 그의 집에서 사흘간 머물며 자신이 부를 만들어내고 축적한 인생 철학 강의를 듣게 된다. 이어 단 한 푼의 보수도 없지만 20년간 500여 유명인사들과의 인터뷰를 주선해 주겠다는 제안을 흔쾌히 수락한다. 당시 카네기는 이미 거쳐 간 260명에게 이러한 제안을 내놓고 만일 응답이 1분을 넘기면 제안을 철회하는 원칙을 지키곤 했으나, 유일하게 29초 만에 응답한 나폴레온은 이 일로 인해 일생일대의 운명이 바뀌게 된다. 결단의 중요성을 알고 있던 카네기는 나폴레온의 비범함을 시험한 것이다. 마침내 그는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기부여 작가가 되었고 그의 작품은 개인의 업적에 대한 기념비인 동시에 현대 동기부여 분야의 초석이 되었다. 리더십, 자기 동기부여, 그리고 개인의 성취에 대한 철학을 영속시키는 것을 임무로 하는 비영리 교육 재단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관용이란 모든 사람에 대해, 어떤 문제에 대해서건 열려있는 마음을 의미한다. 기꺼이 언제나 생소한 말이라도 마음으로 듣는 것이다. (중략) 당신은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당신이 사람들과 그들의 종교, 정치적 신념, 사회 경제적 위치 등에 편견을 보이는 순간, 그들은 당신을 멀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144쪽)

 


저자와 카네기의 인터뷰 일화처럼 우리는 인생에서 셀 수 없이 많은 결단의 순간에 서게 되고 그 순간의 선택으로 평생을 울고 웃는다. 결단의 순간에 꼭 필요한 현명한 판단은 다양한 경험에서 비롯된 신념이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세상의 변화를 잘 관찰하고 배울 줄 알아야 한다. 시험 성적보다는 실제 인생을 잘 살아가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며 필자 같은 이가 아직도 부족함을 채우려 애쓰는 부분이기도 하다. 세상의 변화는 워낙 미묘해서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이를 알아채려 애쓰지 않는다면 늘 끌려다니는 형편에 놓이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세상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며 그 성실한 결과가 바로 ’부자‘를 포함한 성공적인 인생이다. 인생의 목표를 단지 돈 많은 사람이 되는 것으로 한정한다면 그것만큼 불행한 일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저자가 말하는 부자의 길은 그의 여러 전작의 제목처럼 성공적인 인생으로 가는 지침으로 읽어야 할 것이다.

 

세상에서 뛰어난 성공을 거둔 위대한 리더들은 부정적인 생각에 자신의 시간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이들은 긍정적인 생각에 모든 시간을 사용한다. (중략) 해결할 수 없는 문제 혹은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문제는 없다. 긍정적인 측면이 단 하나도 없는 문제란 상상할 수 없다.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풀면 되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굳이 애써 고민하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 (214쪽)




성공적인 인생이란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에 얼마나 집중할 수 있는가와 그 실행력의 차이라고 볼 수 있겠다. 나 자신이 아직 부자가 아닌 이유는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다만 희망에 그쳤을 뿐, 실제로는 일상생활을 그럭저럭 영위할 수 있는 경계에서 결단을 내리지 못해 늘 망설이며 서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많은 자기계발 서적을 읽어보았지만 특이하게도 이 책을 읽으면서, 잘못을 저지르며 산 인생은 아니더라도 뭔가 많은 중요한 것들을 못 보고 지나쳤거나 혹은 보았더라도 애써 무시해 왔다는 자신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을 느껴본다. 성공적인 삶을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지만, 과연 성공적인 삶은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에 옮기지 못했음을 반성해본다.


이 책은 1954년 5월 시카고에서 진행된 ’나폴레온 힐의 마스터 코스 강의‘를 기반으로 집필된 미공개 신작이다. 이보다 더 앞서 1930년대에 집필된 그의 저서들은 세계적 명성의 대작으로 1억 명의 인생을 바꾼 성공학 강의의 저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늘 자신의 철학에는 새로운 것이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진리는 평범하고 단순함에 있으며 누구라도 실천 가능해야 함을 잘 보여준다. 과연 세상에 태어나 처음 듣는 내용이 있는지 목차를 살펴보자. ‘공부를 통해 인생의 진정한 목적을 밝혀내고, 설정한 목표는 어떻게든 모두 달성하고, 유쾌한 성격을 가지도록 애쓰고, 리더십을 강화하고, 긍정적인 정신 자세를 가지고, 기회를 포착하며, 열정을 키우고, 역경을 통해 배우려 들고, 창의적인 비전과 상상력을 배양하며, 신체의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며,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예산을 짜는 것‘ 등이다.

 

긍정적인 습관들은 당신의 의지로 통제 가능한 습관이다. 반복해서 긍정적인 습관들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여기에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 실행이 따르지 않는 말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그러니 실행하라. (452쪽)

 

결론적으로, 만약 지금까지 성공에 대한 방법론을 몰랐다면 저자가 제시하는 생활 철학이 적잖은 도움이 되겠지만, 그 핵심은 우리의 귀에 익숙함이 아닌 실행의 문제임을 단박에 파악할 수 있다. 그가 말하는 철학이 실천 가능한 것이고 실제 이를 실천하여 성공적인 삶을 사는 이들이 입증하고 있는 한, 이들 지침을 내 삶 속에서 실천하는 것은 오롯이 나의 몫이 된다. 허비하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삶을 표류하고 있거나, 시작하는 방법을 잘 모르거나, 다음 단계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우리에게 부자가 되고 안 되고를 떠나 이 책은 더 완성도 높은 인생을 위한 훌륭한 길라잡이가 되어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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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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