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20세기 후반 무렵 그리고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지금까지의 공식은 들어맞지 않게 된다. 기술이 진보함에 따라 이러한 기술을 다룰 줄 아는 고숙련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였고, 어렵고 힘든 일은 기계가 하는 한편 단순 노동자의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 예컨대 저임금을 받는 간병인, 청소부, 정원사, 웨이터 등의 직업군과 고임금을 받는 전문직과 관리직 수요는 늘어났지만, 중간 임금을 받는 생산직 노동자와 판매원 등은 줄어들게 되었다. 고임금 고숙련 일자리는 대체로 독창성과 판단력을 요구하는 틀에 박히지 않은 업무라 쉽게 기계로 대체되지 않으며, 저임금 일자리는 대개 손기술이 필요해 자동화가 어렵거나 자동화로 대체하는 비용이 더 크기 때문에 수요가 계속 존재하는 것이다. 문제는 중간층이라 볼 수 있는 생산직과 사무직 노동자의 일자리로 상당 부분 기계로 교체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은 대체로 여기까지이다.
그렇다면 인공 지능 시대에는 무엇이 달라질까? 최초의 인공 지능은 인간의 뇌를 본떠 기계를 구축하고자 하였고 두뇌의 실제 구조를 그대로 복제해 인공신경망을 만들고자 했지만 실패하고 만다. 최근 주목받는 인공 지능은 과거와는 개념이 좀 다르다. 인간이 지능적으로 수행하는 과제들을 전혀 다른 접근 방법으로 완수한다. 인간 두뇌의 작동원리와는 무관한 컴퓨터 연산 기능을 통해 인간처럼 생각하진 않지만, 인간이 생각한 것과 다름없는 결과물을 창출해낸다. 인공 지능이 출시되면 사라질 직업의 순위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직업들이 아예 사라지거나 한 번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인공 지능은 개별적인 좁은 영역의 업무를 아주 강력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변호사의 경우 고객 상담과 법정 변론, 사례 찾기, 계약서 검토 등이 주요 업무라면 계약서 검토는 인공 지능에 맡기고 다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흔한 오해와는 달리 인공 지능은 직업 자체가 아닌 업무를 대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