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행동경제학을 만나다 -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브랜드의 비밀, 개정판
곽준식 지음 / 갈매나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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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맹률이 매우 높았던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상점 주인들은 상점 이름 대신 취급하는 물건을 나타내는 그림이나 표시를 간판으로 걸어 놓았고, 미국 서부시대의 목장 주인들은 자기 소유임을 표시하기 위해 소나 말의 등을 인두로 지져 시각적으로 표식을 남겼다고 한다. 약지가 잘린 안중근 의사의 손도장이나 기독교의 십자가, 불교의 만() 표시 역시 어떤 의미에서는 브랜드라고 볼 수 있다. 화인(火印), 즉 불에 달구어 지진다는 뜻의 노르웨이 고어 brandr에서 유래된 브랜드는 제조업자가 제품의 품질을 증명하고 고유권을 나타내는 것으로 발전하였으며, 오늘날 마케팅 분야에서는 브랜드가 곧 기업의 정체성인 동시에 기업 자체도 매우 중요한 브랜딩의 대상이 되고 있다.




브랜드를 해석할 수 있어 즐겁다는 말로 시작하는 이 책의 저자는 소비와 경제의 주체인 인간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때로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태도 브랜드를 선택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살펴보고 있다. 기존의 이론경제학자들이 인간을 지극히 합리적이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성적이며 이기적인 존재라고 보았던 것에 반해, 저자는 인간은 이성과 감정의 지배를 받는 존재라는 시각에서 실제적인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여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를 규명하고자 한다.


행동경제학의 핵심에는 흔히 어림짐작‘, ’통밥 굴리기‘, ’눈대중‘, ’주먹구구로 알려진 발견법, 즉 휴리스틱(Heuristic)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유튜브 채널처럼 사용자의 디지털 흔적이 남긴 빅 데이터를 취합 분석하여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알고리즘 방식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이는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는 상황에서 불충분한 시간이나 정보로 인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거나, 체계적이면서 합리적인 판단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들이 빠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보다 편리하게 구성된 간편 추론의 한 방법이다. 라틴어의 ‘heuristicus’ 와 그리스어 ‘heuriskein’ 에서 유래되었으며, 찾아내고(find out) 발견한다(discover)는 뜻이다. 정보가 제한된 조건에서의 발견법은 나름의 일장일단이 있는데, 일단 답을 내어 문제 풀이를 시도할 수는 있지만 답의 정확성은 보장할 수 없다는 식이다.




전체 5부로 구성된 이 책은 먼저 행동경제학이 정형화된 기존의 이론 경제와 달리 불확실한 조건에서 판단하고 선택해야 하는 인간 경제 행동의 인과관계를 들여다보기 때문에 오히려 심리학에 가깝다는 점을 주지시키며(1). 브랜드가 지닌 비밀을 이용 가능성, 대표성, 기준점 및 감정의 4대 휴리스틱을 통해 탐구하며(2),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가 가진 힘의 속성을 4가지 이론 및 효과로 분석하고(3), 시장의 대세를 좌우하는 브랜드의 위력을 세 가지 시선으로 바라보며(4), 끝으로 시장의 주도권을 오래도록 고수하고 있는 승자들의 성공 요인을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조망하고 있다(5).


이 책을 읽는 재미는 자칫 지루하고 따분해지기 쉬운 각종 마케팅 이론 및 효과를 실제 우리 사회에서 발생했던 사례를 알기 쉬운 말로 풀어 설명하는 데 있으며, 또한 대개 전문성을 지닌 저자라면 빠져들 법한 자기 자랑의 욕구 대신 실패한 경험담을 곧잘 접할 수 있어 인간의 경제행위를 연구하는 행동경제학자 답게(?) 매우 인간적인 조언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친구보다 적을 가까이 두어 의사결정 시 확증 편향성의 덫에서 벗어나라는 충고, 뜻과 행동은 나보나 나은 사람과 비교하고 분수와 복은 나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하라는 선현 말씀의 인용, 해본 것에 대한 후회는 시간이 지나면 진정되지만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는 시간이 지나면 더 커지기 때문에 현상유지편향을 극복하는 유일한 대안은 시도뿐이라는 조언 등이 그러하다.




비교적 최신의 마케팅 개념과 낯선 이론들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에 필자처럼 워낙 경제 관념이 희박한 사람이 한 번에 다 읽어 이해하기에는 좀 버겁지만, 이 책의 대미는 시대를 주도하는 두 거대 기업인 구글과 애플을 이용 가능성 및 대표성 휴리스틱, 평가모드, 차이식별 오류, 공정성 및 시기추론이론 측면에서 비교함으로써 마무리된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행동경제학 이론과 브랜드 실무를 접목한 실용서이자 마케팅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위한 입문서인 동시에 필자처럼 슬기로운 소비 생활에 도움을 얻고픈 독자에게도 매우 유용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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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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