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함의 기술 - 뇌과학이 말하는 즐거워할 줄 아는 지능의 비밀
앤서니 T. 디베네뎃 지음, 김유미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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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어른이 되면 잘 노는 법을 잊어버리는 걸까요? 일단 일과 가정을 책임지게 되면, 우리의 시간은 삶의 압박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는 데 소비되고 놀이는 도중에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놀이는 단순히 과음과 흡연 등으로 자기 몸을 해치며 흐지부지 없어지는 ‘유흥’의 시간과는 구별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지한 세상에서 가볍게 사는 힘’으로 유쾌 지능을 정의하는 저자는 "아이들은 항상 노는 상태로 사는 반면 어른들은 따라잡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상태로 살고 있다"며 어른으로서 놀이를 재발견할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유쾌 지능은 삶을 마냥 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우리의 책임을 부정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자신을 조금 덜 진지하게 생각하고, 심지어 어려운 시기에도 우리의 삶을 즐길 방법을 찾으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유쾌함의 다섯 가지 주요 특징, 즉 상상력, 사교성, 유머, 즉흥성, 그리고 경이감을 파악하도록 독자들을 안내합니다. 이들 자질의 사용법을 잠시 잊어버렸을 뿐, 우리는 모두 처음부터 이러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음을 상기시켜줍니다.



1. 상상력. 상황을 재구성하고 공감하는 능력

상상력은 환상의 나라로 떠나는 도피행각이 아니라 우리의 경험이 자칫 부정적이지 않도록 재구성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우리는 마음을 이용해 사물을 다른 시각으로 보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데다 곳곳에 함정투성이인 인생의 도전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으니 그것들을 다르게 보는 방법을 배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새로운 관점이 종종 새로운 기회를 안겨 준다는 점을 인식하라는 겁니다. 일은 틀에 박힌 방식으로 처리하려 들면서 뭔가 색다른 결과를 얻기 바라는 모순된 행태에서 벗어나도록 상상력은 우리를 도와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인생에서 겪는 일들을 지금보다 더 가볍게 받아들이고 유쾌하게

살아가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국 스스로에게 고통을 준다.(34쪽)


2. 사교성. 첫인상에 집착하지 않고 겸손하게 다가가라

두 번째 개념인 사교성은 페이스북 같은 SNS상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라는 개념이 아닙니다. 오히려, 섣부른 짐작에 근거하여 타인을 성급하게 판단하고 대응하기보다는 겸손함과 개방성을 지닌 사람들과 어떻게 좋은 관계를 맺는가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더 좋은 관계를 맺는 방법으로 ‘새로운 판 짜기(reframing)’ 전략을 소개하면서, 저자는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에서 제안(잘못된 개방성)과 의견(올바른 필요성)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는 우리 사이의 차이점을 수용하고 우리가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입니다.

유쾌 지능이 높은 사람은 상상력을 활용해서 자신을 타인의 입장에

투영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가능성을 높인다. 이런 공감 능력은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을 증가시킨다.(110쪽)


3. 유머. 웃음으로 친밀도를 높여 인생의 사막을 건너라

반드시 코미디언이 되어야만 세 번째 자질인 유머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항상 농담을 일삼거나 웃음을 사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깔보는 것은 저자가 말하는 유머가 아닙니다. 삶에 대해 경쾌하게 접근하는 동시에 유머가 유쾌한 삶의 한 부분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맺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음을 깨달으라는 겁니다. 대개 사람들은 자신을 즐겁게 해 주는 가벼운 이야기를 타인과 공유하는데 별 저항감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유머가 제대로 먹혀들었을 경우 이는 다른 사람들과 쉽게 연결될 방법이 되기도 하면서, 한번 잘 익혀 놓으면 몸과 마음이 힘든 시기라도 특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유머에는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다. 타인을 기분 나쁘게 하지 않는

것이다. 진정한 유머는 즐겁고, 행복하고, 타인과 연결된 느낌을

갖게 한다. (157쪽)




4. 즉흥성. 심리적 유연성으로 완벽주의의 경직성을 회복하라

자발성은 특히 성인으로서 찾기 힘든 자질인 것 같습니다. 시간계획과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열심히 일할 때라면 더욱 그런 듯합니다. 그러나 모든 순간을 통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변화에 더 개방적인 자세를 가진다면, 삶은 좀 더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고 자연스럽게 더 유쾌해질 거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즉흥성의 유희적인 특성이 인생의 가파르고 울퉁불퉁한 언덕을

조금은 더 편평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즉흥성은 심리적 유연성을

길러 주고, 자기 자신에게 집착하지 않는 관대한 삶을 살 수 있는

능력을 준다.(249쪽)


5. 경이감. 내 삶의 놀이공원을 발견하라

마지막 요소는 사소한 것들에게 다시 주목하기 시작하는 경이감입니다. 경이감은 인생이 바뀌는 순간 또는 끊임없이 다가오는 인생의 다음 일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현재에 충실하게 머무르며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들을 알아차리는 겁니다. 항상 활동할 거리를 찾기보다는 그냥 현재에 머무르며 순간을 즐기자는 겁니다. 끊임없이 움직이다 보면 많은 순간을 놓치기 마련이니까요.

누군가 또는 무엇인가가 의미 있게 다가와 우리를 멈추게 할 때, 우리는 시간이 정지한 것 같은 따뜻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한다.

그것이 바로 경이감이다.

경이감의 가장 큰 힘은 우리를 현재에 머물게 한다.(281쪽)



이 책은 저자 자신의 많은 일화와 뇌과학연구 결과를 포함하고 있어 다분히 학술 서적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줍니다. 각 장의 끝에 우리 삶에서 유쾌함의 자질들을 어떻게 향상할 것인가를 제안하고 있기는 하지만 궁극적인 초점이 이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단순히 기술적인 측면에서 유쾌함을 찾는 ‘방법’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이 세상을 진지하게 살아가기에는 너무나도 즐거울 수 있음을 일러주면서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방편으로 놀이의 가치를 설명한다는 목표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습니다. 자, 이만하면 웃으며 살 이유는 충분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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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 - 공감과 연대의 글쓰기 수업
메리 파이퍼 지음, 김정희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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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카를 마르크스는 "나에게 26명의 지휘관(로마자 알파벳의 은유적 표현)을 준다면 세계를 정복하겠다"라고 했습니다. 그의 사상은 세계의 절반가량을 정복했고 설득력 있는 사상으로 구성된 그의 저서들은 실로 엄청난 위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침묵의 봄'으로 환경운동을 시작한 어느 해양생물학자부터 아랍의 봄을 시작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에 의존했던 수천 명의 시민에 이르기까지, 자기 생각과 열정, 관심을 글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우리 세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아니, 세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렇게 앞으로 세상을 움직이려면 더 많은 사람의 글쓰기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우리 각자는 세상이 필요로 하는 독특한 목소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이런 힘을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최상급 지침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글쓰기 지침서라고 하여 단순히 문장을 어떻게 조합하는가를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글을 통해 어떻게 힘을 얻는지 알려주는 동시에 우리는 사실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세상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또한 우리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 방법, 영혼을 키우는 방법, 정직해지는 방법을 독자와 함께 탐구하고자 합니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1"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에서 저자는 삶이 우리에게 부여한 근원을 찾으면서 독자들이 그들의 이야기와 목소리를 찾도록 도와주고픈 마음을 서술합니다. 또한, 전문 작가가 되기 훨씬 전에 그녀를 변화의 대리인으로 이끌었던 초창기 시절을 말합니다.

 

2부는 첫 문장 쓰기부터 퇴고에 이르는 '글쓰기 과정'을 다이빙하고, 헤엄치고, 더위를 식히는 수영에 비유하면서, 사실은 많은 사람이 작가로서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기본적으로 관찰력과 언어 능력이 요구되기는 하지만 불확실성을 용인하고, 강약을 적절히 조절하며, 자기 의심과 씨름하고, 위험을 감수하고, 비판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가난, 외로움, 고뇌 이외에도 "세상의 총체적인 무관심 앞에서 계속 나아갈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세상에 이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있을까요? 아마 확률적으로 학업을 포기했던 학생이 공부의 의미를 깨닫고 국립대학에 수석 입학하는 것보다 어렵지 싶습니다.

 

독자로부터 행동을 이끌어내는 무척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애초에 우리가 왜 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이야기하는 것이다. (139)

 

3부는 글쓰기에서 행동으로 옮기기단계로, 편지 쓰기, 좋은 연설하기, 감동적인 개인 수필 쓰기, 효과적인 블로그 콘텐츠 게시 방법에 대해 조언합니다. 이 모든 것을 우리 인간의 상태를 향상하게 시킨다는 명목으로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연설에 관한 부분이 눈에 들어오는데, 연설에 앞서 읽어볼 때마다 훌륭한 참고사항이 될 것 같습니다. 곁다리로, 작은 단원의 처음과 마무리마다 주황색 격언과 사회 정의에 관한 멋진 인용구를 읽는 재미도 여간 쏠쏠하지 않습니다.

 

독자를 설득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아마도 작가 자신의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는 것일 테다. (154)

 

저자는 독자들에게 자기만의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피력합니다. 우리를 웃기고 울리고 마음을 열게 하는 수단인 동시에, 사랑하는 사이라면서 반복적으로 상대를 지적하는 무기 역시 자기 목소리입니다. 지금껏 사실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더는 아니라고 알려주는 것도 자기 목소리이고, 진정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존재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를 묻는다거나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묻는 것 역시 자기 목소리입니다.

 

우리가 논리적이고 합리적일지는 몰라도, 누구나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본다. 사실, 그것이 우리에게 할 말이 있는 이유다. (184)

 

공감과 연대의 글쓰기 수업임을 표방하는 동시에 저자는 글쓰기에서 관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확실히 좌파(?) 쪽으로 치우친 관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세계가 악화일로에 놓여 있다면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연결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지친 영혼들로 넘쳐나는 지구 구조대의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합니다.

 

저자의 상담 치료사로서의 전문성이 돋보이는 부분은 단연 고유한 스타일로 글쓰기의 사례로 제시된 미스터 USA에 대한 평가보고서입니다. 미국이라는 국가를 전 세계를 대상으로 결투를 벌인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다중 중독으로 고생하는 환자로 의인화한 후, 날카로운 진단과 흥미로운 해석으로 어떻게 하면 구조대의 역할을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또한, 이 책은 저자의 자서전이자 글쓰기 지침서인 동시에 독자에게 영감과 용기를 북돋우는 원천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작가들에게는 우리 독자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강력한지, 그리고 그들에게 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줍니다. 우리가 쓴 이야기, , 편집자에게 보내는 편지, 블로그 게시물, 저서 및 연설문 등을 통해 단 1밀리미터의 작은 꿈도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작고 가벼운 나비의 날갯짓에도 공기의 이동이 발생하는 것처럼, 아무리 작은 움직임도 심오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 좋은 예가 바로 안네 프랑크의 일기, 12살 소녀의 일기에 불과했던 글이 어떻게 시대를 통해 울려 퍼질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즐겨 인용됩니다. 한편 저자는 "모든 글쓰기는 적어도 세계의 작은 부분, 또는 어떤 사소한 방법으로든 독자의 기분이나 특정 종류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데 변화를 주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작가가 글을 쓰는 원고지 건너편에 청중이 있다는 책임 의식을 상기시켜주는 좋은 표현입니다.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단순한 어휘만 갖고도 글을 잘 썼다. 당신도 할 수 있다. 명확한 사고와 간결함이 합쳐지면 글의 힘이 극대화된다. (231)

 

인간의 언어가 강력한 의사소통 도구이자 실제 개인의 삶, 공동체, 그리고 문화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단어를 효과적으로 잘 사용하는, 글 쓰는 타고난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도 고쳐 써야 할 여지는 늘 있기 마련입니다.

 

작가이자 심리치료사이며 열정적인 활동가인 저자는 정보와 아이디어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고, 시사적 사안의 진실성과 중요성을 이해시킬 수 있으며, 적절한 형태의 글과 어조가 잘 파악될 수 있는 명확하고 실용적인 조언을 제공합니다. 문제를 겪고 있는 사춘기 소녀들의 상담부터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대초원을 계속 자연 상태로 보전하기, 이민자들이 미국 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돕기, 실패한 접근법뿐만 아니라 목표를 성취한 사례를 제시하기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개인적 경험으로부터 통찰력을 공유합니다. 저자는 또한 효과적인 연설, 시와 음악의 특별한 힘, 그리고 자기 공개에 대한 긍정적-부정적인 영향 모두에 대한 적응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저자의 조언 가운데 일부는 특히 직업적인 글쓰기에 맞춰져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누구라도 글쓰기에 적용할 수 있으며, 초보자뿐 아니라 노련한 전문가들도 이 책의 조언을 귀담아들을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눈곱만큼이라도 세상의 변화를 원한다면, 글을 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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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위한 수업 - 행복한 나라 덴마크의 교사들은 어떻게 가르치는가 행복사회 시리즈
마르쿠스 베른센 지음, 오연호 편역 / 오마이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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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저널리스트와 한국의 출판인이 3년에 걸친 협업을 통해 교육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책을 기획하여 마침내 펴냈습니다. 학교에서 을 가르칠 수 있는지를 묻고 싶었다면서, 실제 덴마크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 현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는 동시에 훌륭한 교사상을 받은 10명의 덴마크 교사들이 이 땅의 교사들에게 건네는 조언을 실었습니다.

 

얄팍하고 쉽게 읽히지만 단순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질문을 접하면서 참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착잡하고 복잡한 심경으로 책을 덮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늘 해답이 있음을 확신하면서 늘 던져왔던 질문인데, 그들에게는 현재 진형형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지만 우리에게는 아직도 해결책을 논의할 뿐 실행시키지 못하는 공허한 질문인 것만 같았습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열 가지 질문들은 공교육의 모든 교육적 노력과 의미가 궁극적으로는 대학 입시 하나로 귀결되는 비현실적인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헌신하는 교사들에게 어쩌면 가혹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질문을 받을 수 있기는 하되, 해답의 열쇠는 교사들이 쥐고 있는 게 아니란 생각에 무기력감만 더해옵니다. 수학도 즐거울 수 있다지만 수학 포기자와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은 점차 늘고 있으며, 시험과 점수가 더 중요한 나머지 결과가 좋으면 인성마저도 포장될 수 있으며, 학교 또는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면 패자 부활전은 기대하기 어렵고, 겨우 한 해 차이인 나이와 학년으로 차단된 세대 간의 구별의식은 타자화에 힘을 실어주며, 평생 배우고 즐기며 주체적인 삶을 살기보다는 자격이나 시험 등 일정 목적을 달성하면 휘발유처럼 증발해버릴 학과목 시험에 목을 매게 되며, 성적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라면서 대부분이 되는 기현상이 나타납니다. 너무 비관적이 아니라면, 이런 여건 속에서 교사들이 학생들 삶의 조력자 역할을 과연 충실히 해 낼 수는 있는지 매일 자문하게 됩니다.

 

종종 민원의 소지가 있는 중요한 사건이 생길 때마다 교육부에서 학교장 앞으로 떨어지는 책임감의 총량은 성과급보다 더 빠르게 일선 교사들에게 고루 분배되는 것 같습니다. 학교 현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대응책으로 일선 교사들의 피로감과 무력감은 커집니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 질병의 발발을 계기로 학교는 가르치고 배우는 장소가 아니라 방역의 최전선으로 탈바꿈해야 했습니다. 교육과 보육의 경계가 분명치 않은 채 교사는 아직도 제대로 된 전문직 대우를 받지 못하며, 인공지능과 정보혁명 시대를 맞아 사라질 위기에 놓인 직업군으로 언급될 때마다 가슴 철렁합니다.

 

교육청에서 보내오는 공문의 머리말에는 민주 시민 양성의 글귀가 항상 들어있습니다. 교육청과 교육부 사이의 관계부터도 그리 민주적이지 않은 것 같고, 학교와 교육청 사이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가장 교육적이고 민주적이어야 할 학교부터 가장 비교육적이고 가장 비민주적인 행태들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지 못합니다. 이러한 여건에서 학생들을 교양과 양식을 갖춘 세계시민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지 늘 의문입니다. 당장 학생회부터 자치권은커녕 법적으로 그 구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시민 의식을 기르는 것, 즉 학생들이 사회로 나가 책임 있는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이 덴마크 교육의 핵심이다. 민주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법을 배우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돕는 법을 배운다. (124)

 

수능 시험 학과목의 하나로 명목상의 언어 교육이 되어버린 우리네 영어 교육과는 달리, 실제 생활에 사용 가능한 수준을 목표로 사용 능력 배양을 위주로 한 덴마크의 영어 교육도 눈길을 끕니다. 이를 위해 상위 10%의 승자만이 수업을 이해하고 따라올 수 있는 구조를 타파하고, 시험의 부담을 최소화하며, 시간을 두고 오래 배워도 사용할 수 있는 외국어 습득이 가능한 여건과 기회를 주어야겠습니다. 아울러 영어 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타인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밝히는 연설 발표 수준이 되었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지금처럼 영어에 대한 지식을 묻는 방식에서, 말과 글로 꺼내어 놓을 줄 아는 사용 능력의 향상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행평가, 수준별 수업, 원어민 교사 도입 등 지금까지의 교육 정책에 주요 모델이 되어 온 미국식 교육이 그 취지에서 벗어나 우리의 교육 현실 개선에 끼치는 긍정적 영향이 미미하다면, 굳이 지속하기를 고집하기보다 이제는 과감히 벗어나 실제 삶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교육 체제로의 전환과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아야 합니다. 30여 년 전의 교육 현실보다 크게 나아지는 게 없는 것 같은데, 또다시 다음 세대가 구태를 반복하게 만드는 죄를 지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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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처음 시작했습니다 - 초보 라이터를 위한 안내서
고홍렬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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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도 글쓰기를 제대로 배워본 적 없지만유명 작가인 저자가 초보 글쟁이 당신에게 글쓰기를 배우지 말라고 조언한다면답변하기 전에 이와 관련하여 유명한 모차르트의 교육 방식이 떠올랐습니다피아노를 배우러 온 어린 학생이 누군가로부터 피아노를 배운 적이 있다면 바로 돌려보냈다는 일화 말입니다피아노 교습의 넘치는 자신감의 표시인 동시에어설프게 배워 안 좋은 습관이 든다면 고치기가 매우 어려움을 간파한 지혜일 겁니다그렇다고 읽던 책을 던져버리라는 소리는 아닙니다만.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에게 어떻게 하면 잘 걷는지 강의를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것처럼글쓰기 역시 이론보다는 일단 시작하고 보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자 그럼글은 쓰고 싶지만 날초보인데 어떻게 시작하느냐이 책은 그야말로 글쓰기 세계의 입문자들을 위한 안내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뜻밖의 여정에 나선 호빗들에게 길을 안내하며 위험에서 구해주는 마법사 간달프 같다고 할까요?

 


이 책은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알면 열심히 오래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는 1무엇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마음가짐으로 글을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2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글쓰기 연습법을 구체적으로 다룬 3글쓰기를 습관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조언을 담은 4부로 구성되었습니다.

 

최근 글쓰기가 하나의 유행처럼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으면서 출판사를 비롯한 책 쓰기 아카데미 등이 기획출간을 맡아 진행해준다는 광고문구가 부쩍 늘고 있습니다꼭 전문적인 작가가 아니더라도글쓰기 솜씨와 관계없이 누구나 자신만의 인생 책 한 권을 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 적 있을 터이고 필자 역시 솔직함을 숨기고 싶지는 않습니다그러나 동시에 글쓰기에 투여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유명 작가들을 보면 남보다 글을 잘 써서 작가가 되었다기보다는 꾸준히 쓰다 보니 작가가 되었더라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글쓰기의 장점은 생각 외로 많습니다관찰력과 생각하는 힘 같은 지적능력이 높아지고책 읽기의 완성도가 높아지며마음을 치유하는 효과가 있으며삶의 밀도를 높여주고퍼스널 브랜딩을 가능하게 하며심지어 글을 잘 쓰면 있어’ 보이기까지 합니다그러나 단연 마음을 끄는 장점은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다는 겁니다별도의 밑천이나 기술 없이도 꾸준함만 있으면 된다고 합니다지금도 독서 후 서평 쓰기가 삶의 일부이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바인더로 묶어 개인 전집이 될 것으로 기대되기는 하지만, 10년 후 다가올 정년 이후의 삶을 미리 계획하는 차원에서 꾸준히 지속한다면 이것만 한 즐거움도 없을 것 같습니다.


글쓰기의 가장 큰 장점은 정년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노년의 가장 큰 고통은 아무 할 일이 없다는 것책을 쓰거나 원고 기고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글쓰기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 (69)

 

자신에게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서라면 어제든 시간을 낼 수 있다. (98)


글쓰기 실력은 단번에 좋아지지 않는다글쓰기는 먼 길을 가는 여정이다. ‘얼마나 더 가야 하나?’라는 생각 따위는 잊어버리고 다만 오늘 걸을 수 있는 만큼만 걸으면 된다. (111)

 

저자가 추천하는샌프란시스코 작가 집단 그로토의 예술가 35명이 함께 만든 글쓰기 좋은 질문 642를 잘 활용하면 무엇을 쓸까 하는 고민과 부담 없이 습작의 길을 들일 수 있겠습니다.

 


소제목 단원마다 각 도입부에 글쓰기 관련 참고문헌의 발췌문 또는 유명인사의 어록이 실려있어 강렬한 인상과 함께 어서 빨리 글쓰기를 시작하라는 재촉의 여운을 남깁니다또한책 끝에 실린 참고문헌만 찾아 읽어도 글쓰기를 대하는 자세나 눈높이가 달라지리라는 확신이 듭니다표지에 적힌 부제처럼 초보 글쟁이들을 위한 안내서로 이만큼 참한 책도 없어 보입니다글쓰기 본능에 충실해지고 싶은 독자 여러분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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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해빙 -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
이서윤.홍주연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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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자가 되는 방법에 관한 책은 대부분 돈을 절약하거나다수의 사람이 이미 실행하여 일정 효과를 거두었거나 아니면 실상은 따라 하기 어려운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그러나 이 책은 모든 계층의 독자를 위해 쓰였으며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즉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마음가짐을 제시합니다인터뷰 자리의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 형식으로 구성되어 읽기에도 편하며영적 스승인 구루와 나누는 대화를 견습생 혹은 초심자의 시선에서 서술하였으므로 차근차근 읽어나가면 됩니다독자들이 성찰할 수 있도록 은유적 표현을 많이 사용하였으며자극제로서의 감정의 힘을 잘 일깨워 줍니다.

 


이 책의 해외 리뷰에서는 한국 국적의 어느 구루(guru)가 감정을 이용해 부를 쌓는 획기적인 해법을 공유하고 희망과 번영이 넘치는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고 극찬하고 있습니다와튼 MBA 출신인 저자가 경제적 불평등이 심해지는 시기에 부를 늘리는 열쇠를 발견했을 당시그녀는 자신이 한국의 극소수 계층에게 부와 미래를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명하고 매혹적인 전문가 밑에서 공부하게 되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그러나 이제 그녀는 인생의 전환을 가져다준 이 이야기를 통해 영적 스승으로부터 배운 것을 공유하고 있습니다그 출발은 Having이라고 부르는 마음가짐입니다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이 믿기지 않는 놀라운 교훈을 배움으로써 자신의 삶을 이끄는 힘을 인식하면 결과적으로 경제적인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타인의 마음을 끄는 매력을 지닌 30대 여성 이서윤은 이미 6세 때 구루의 자질을 갖추었고고전 문헌부터 경제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문을 섭렵하여 세상이 작동하는 이치를 깨우쳤으며, 10만 건에 이르는 사례 연구과정을 거쳐 부자가 되는 진정한 비결을 밝혀냈다고 합니다국내 최고의 부자들이 추구하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통찰력 있는 사상가인 이서윤은 부유층에 대한 그녀의 조언이 사회 보편적 소득 격차에 미칠 영향을 고민하며 은둔 생활을 해왔습니다저자가 구루에게 편지를 보내 인터뷰를 요청하자 서윤은 주연을 이탈리아 코모 호수로 초대하였고그곳에서 그들은 어떻게 하면 일반인들이 그들의 진정한 감정과 함께 생활함으로써 더 쉽고 빠르게 경제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화를 시작합니다.

 


파리에서 쿄토에 이르는 여행지에서이 철학적인 여행은 돈의 힘과 균형 관계를 이루기 위한 틀을 제시합니다저자는 거의 모든 사람이 3백만 달러에서 7백만 달러를 벌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어떤 사람들은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을 지녔음을 발견합니다돈을 쓰면서 수반되는 감정에 대한 기록을 포함하여 구루의 실용적이면서도 혁명적인 통찰력을 일상생활에 적용함으로써 자신의 기분과 성취감궁극적으로는 운명의 변화를 경험하게 되며돈에 대한 감정을 변화시킴으로써 진정한 자신을 알아가는 첫걸음을 딛게 됩니다.

 

이 책은 돈 때문에 고군분투한 적이 있는 절대다수의 독자를 위한 훌륭한 지침서입니다온갖 종류의 '보증방법을 동원하여 더 많은 돈을 끌어들이지만빚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필자 같은 사람들을 위한 책입니다그 원리는 간단하며 주연이라는 주인공의 생활상을 통해 돈이 늘어나는 데 필요한 감정과 생각이 변화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이 책에서 배운 내용을 세 가지로 압축하자면,

1. 지금 가진 것에 집중하면 깊은 기쁨과 풍요를 느낄 수 있다.

2. 본능에 주의를 기울이면 계속해서 올바른 방향으로 안내해 줄 것이다.

3. 긍정적인 에너지로 물질()을 즐긴다면 틀림없이 더 많은 돈을 끌어모을 것이다.

 

소비와 지출이 불가피한 우리의 일상을 조금이라도 더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베풀 듯 살면 결국은 그것이 자신을 돕는 것이라는 교훈을 되새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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