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은 끝! - 일을 통해 자아실현 한다는 거짓말
폴커 키츠 지음, 신동화 옮김 / 판미동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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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독일의 베스트 셀러 작가이자 법률가이다. 오늘 일은 끝! 이라는 제목이 매우 신박하게 다가오는 한편, 적용 대상에 따라 탄력적인(?) 우리네 법과는 달리 독일의 법 세계는 융통성이 별로 없고 그런 국가의 법률가가 쓴 책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저자의 생각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마치 같은 재료로 만든 요리라도 요리사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격이랄까.

 

저자는 행복한 삶을 위해 일은 필요하지만, 일하기는 행복하지 않다고 역설한다. 이런 생각, 우리는 언제부터 해 보기는 하고 살아왔는지 궁금해졌다. 이미 나이 든 계층이야 관성적인 직장생활로 어쩔 수 없다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젊은 층의 직업관은 예전과는 달리 좀 더 논리적 이성적으로 가는 추세다. 일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보기 시작한 것이다.

 

500년 전 마르틴 루터가 일을 직업으로 불러 하나의 개념이 되었고 여기에 이데올로기가 씌워진 이후,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며 게으름을 죄악시하는 기독교 직업관이 지배적이 되었다. 따라서 사람들에게 일자리는 꼭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되었다. 이 세상이 하나의 종합운동장이라면 일자리는 입장권으로 비유할 수 있겠다. 어떤 종목에 참가하여 어떤 성과를 낼지 여기서부터 딴지에 걸린다. 저자는 직장생활에 대한 거짓된 환상 일곱 가지를 나름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1. 열정을 불태우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 냉철한 머리는 열정에 취한 머리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다준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냉철하게 거리를 둘 수 없게 된다. 열정적이어야 정상이거나 이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오히려 사람 사이의 관계와 일을 바라보는 시야를 좁힌다.

 

2. 새로운 도전을 통해 성장한다? 도전을 눈앞에 둔 사람들이 곳곳에 가득하면 사회는 무너진다. 직원들이 도전에 맞서고 있다면 어떤 회사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신뢰하는 것은 습관화 반복화 된 업무 숙련도이다.

 

3. 자유롭게 무언가 만들어 낸다? 일의 자유와 사회적 중요성은 서로 반비례 관계이다. 중요한 일일수록 자유롭지 못하다. 권한과 책임이 분명하지 못할수록 더더욱 그러하다. 일의 자유, 당신은 얼마나 누리시는지?

 

4. 일에서 내 삶의 의미를 찾는다?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대상은 일 말고도 얼마든지 있지만, 어떤 대상이든 의미를 찾으려면 일을 통해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기본 재원을 갖추어야 하는 딜레마. 대상에 부여하는 의미는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저마다 의미를 두는 대상과 크기는 다를 수밖에 없다.

 

5.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한다? 자아는 오직 스스로만 찾을 수 있고 실현하는 주체 역시 자신뿐, 일이 우리에게 자아를 찾아주지는 않는다. 일은 자아실현의 징검다리 혹은 매개체일 뿐 최종목표는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

 

6. 나는 회사에서 중요한 사람이다? 중요한 건 내가 아니라 내가 회사에 내어놓을 수 있는 양질의 노동력과 시간이며, 회사의 이익에 보탬이 된다는 전제하에 중요한 사람으로 본다.

 

7. 좋은 사람들과 어울린다? 서로의 이익에 도움이 될 때는 좋은 사람이 된다. 가장 큰 이직 요인이 바로 사람 때문이다. 싫어도 피해갈 수 없는 경우 종종 마지막 선택을 결심하게 된다. 사람에 의한 상처는 평생 간다. 20년 전 들었던 듣기 싫었던 말이 지금도 생각난다.

 

최근 직장 내 갑질이 많은 관심거리였다. 이 현상의 뿌리는 사람을 사람으로 대우할 줄 모르면서 내 돈 주고 사람 부리는데 뭔들 못 시키겠냐는 고용주들의 천박한 생각에 있다. 임금을 주는 이유는 피고용인의 노동력과 시간에 대한 보상일 뿐이지 그의 인생과 인격까지도 돈으로 산 것이 아니다. 물론 피고용인은 보수를 받고 일하는 만큼 개인적인 일은 최대한 자제하고 응분의 노동력과 시간을 제공해야 맞다. 저자가 독일인이고 독일의 현실에 바탕을 둔 저서이므로 오늘날 우리나라의 현실에 정확히 들어맞는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일과 직장에 대한 개념이 점차 논리적 이성적으로 움직여가는 추세를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작고 얄팍하지만 다루는 이야기는 절대 가볍지 않다. 책 뒷부분의 일과 회사에 대한 솔직한 조언이야말로 이 책의 고갱이다. 취업 준비생들은 물론, 직업의 세계를 잘 모르는 중고등학생부터 일에 대한 개념과 노사관계 등을 제대로 알고 준비할 필요가 있겠다. 세상을 너무 모른 채 처음부터 일일이 겪어가며 배우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청년층 80%가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데, 행복한 삶을 언제 가져볼까 행여 더디 오지는 않을까 염려스럽기 때문이라면 지나친 오지랖일까?

 

#자기계발 #오늘일은끝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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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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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어머니의 장례식 일주일 후 자신의 생일 잔치를 열기로 한, 골수암에 걸린 어느 70세 가장이 거느린 식구들을 소개한다. 의부 큰아들놈은 커밍아웃 후 가출하고 둘째 놈은 동네 총격전으로 사망. 여동생은 이혼만 세 번. 재혼으로 얻은 아들놈은 미국놈 군인 말에 속아 입대했다가 제대 후 불법 체류자 신세. 딸은 사위가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아들만 셋. 손자놈은 데스메탈에 빠져 고함지르며 다니고 제수씨는 입만 열면 욕쟁이에 술을 입에 대기만 해도 대형사고. 자 이만한 콩가루 집안도 없으렷다 싶은데 이게 어느 평범한 멕시코 계 미국인 가족 이야기란다.



조금 길지만 우선 4부로 이루어진 줄거리부터 소개한 후, 작품에 등장하는 사물들의 상징성과 주제 및 소감을 밝혀보겠다.



줄거리

1부 정신이 혼미해진 장례식

내일이면 70세가 되는 골수암 환자 미구엘 ‘빅 엔젤’ 드 라 크루즈는 자신의 어머니 장례식에 뒤늦게 도착한다. 장례식 바로 다음 날 자신의 생일잔치를 열기로 준비해둔 그와 그의 아내 페를라는 사실 티후아나에서 샌디에고로 몰래 국경을 넘어온 사람들. 한편 빅 엔젤보다 훨씬 젊은 이복동생 가브리엘 ‘리틀 엔젤’ 드 라 크루즈 역시 샌디에고에 도착한다. 빅 엔젤의 딸 미니와 아내 페를라가 그를 휠체어에 앉혀 문밖출입을 거든다. 역시 장례식에 참석한 빅 엔젤의 아들 랄로는 10년쯤 전 동네 총격전으로 사망한 형 브라울리오를 떠올리며 군에 입대했었다. 리틀 엔젤과 미니는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하고 장례식에 불참한 페를라의 아들 인디오에 관해 이야기한다. 잔치 전날 밤 빅 엔젤은 페를라를 두 번째 만났던 이야기를 되뇐다.



2부 그때

그때는 곧 빅 엔젤과 페를라가 처음 만났던 당시를 의미한다. 페를라는 고향 라파스에서의 자동차 사고에 엮여 경찰서로 잡혀 온다. 아버지 돈 안토니오가 일하던 경찰서에 동행했던 빅 엔젤은 거기서 그녀를 처음 만난다. 매일 밤을 같이 보내던 그들은, 빅 엔젤이 부모에 의해 고기잡이 배 일꾼으로 버려졌다가 인간 이하의 학대를 피해 돌아온 이후 티후아나에서 재회한다. 이 무렵 페를라는 이미 전 남편과의 사이에 인디오와 브라울리오 두 아들의 엄마였다. 마침내 빅 엔젤은 샌디에고에 가족을 위한 집을 마련하고 국경을 넘어 미국인이 된다.



3부 기념일

드디어 빅 엔젤의 생일잔치 날. 리틀 엔젤은 케잌을 주문하고 구입하기 위해 Target에 두 차례 방문한다. 처음에는 라 글로리오사와, 두 번째는 세자르와 함께. 이웃 소년 우키는 리틀 엔젤에게 빅 엔젤의 도움을 받아 만들고 있던 레고로 만든 샌디에고 도시 모형을 보여준다. 랄로는 그의 아들 히오바니와 함께 마약의 힘을 빌려 마약 판매상을 해치우기로 작정하나 막상 겁에 질려 거사를 치르지 못하고 도주해버린다. 엔젤 형제는 서로의 아픈 과거사를 나눈다. 형은 동생에게 힘들었던 결혼생활을 털어놓고, 동생은 형에게 지키기로 한 약속에도 불구하고 형이 성탄절에 그와 어머니를 태우러 오지 않았던 때의 심정을 털어놓는다. 지랄 맞은 성격이지만 감정을 억제한 형은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고 너저분한 나이트클럽에서 화려하고 도전적인 셰어로 분장했던 아들 인디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아버지 돈 안토니오가 이로 인한 충격으로 사망했다고 믿는다. 그들은 또 어머니 마마 아메리카가 브래지어 속에 앵무새를 숨겨 국경을 넘던 이야기를 회상하며 포복절도한다. 한편 랄로가 제거에 실패한 깡패가 보복을 위해 드 라 크루즈 저택에 침입하여 랄로를 권총으로 죽이려 한다. 집 밖 차 안에서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총잡이의 침입을 목격한 인디오는 그를 쫓아가 무력화시킨다. 온몸으로 아들 랄로의 위험을 받아낸 빅 엔젤의 부정에 그를 아버지로 받아들인 인디오는 가족의 침대에 함께 자리 잡는다.



4부 종결부

가족에 둘러싸인 채 빅 엔젤은 병원에서 생을 마감한다. 이야기는 리틀 엔젤과 라 글로리오사가 사랑을 나누는 생일잔치 날 밤으로 옮겨간다. 페를라와 빅 엔젤은 함께 했던 그들의 삶을 회상한다. 리틀 엔젤은 다음 날 아침 형을 해변으로 데려가 탁 트인 구릿빛 바다 위를 영원히 떠도는 거대한 파도를 보여주리라 다짐한다.



- 상징성

빅 엔젤의 손목시계 : 자주 들여다보며 시간을 확인하던 그의 손목시계는 시간에 대한 주의력과 지각에 대한 혐오를 나타낸다. 보통의 멕시칸답지 않게 의외로 시간관념에 정확한(?) 이 강박은 또한 삶의 마지막에 가까워지는 그 자신의 시간을 의미한다.



‘나의 멍청한 기도문’ 공책 : 신부이자 친구인 데이브가 준 빅 엔젤의 공책은 그의 삶에 대한 애착의 상징으로, 그는 이 공책에 그가 감사하는 모든 사물과 사람들을 적어놓는다. 이를 통해 그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스스로 상기함으로써 죽음이라는 사실과 화해를 시도한다.



라 글로리오사의 흉터 : 아들 기예르모의 출산 당시 생긴 제왕절개 수술의 흉터는 모성애와 희생의 상징으로, 먼저 세상을 하직한 아들을 떠올리며 슬픔과 회한의 눈물을 쏟게 하는 아들의 분신 같은 존재이다.



장례식 직후의 생일잔치 : 죽음과 삶은 결코 별개의 것이 아니며 동일 선상에 놓인 일체임을 암시한다. 골수암으로 시한부 인생의 마감을 앞둔 빅 엔젤은 자신의 죽음에 대하여 보기보다 담대한 모습을 보인다. 어쩌면 이미 죽을 고비를 세 차례 넘겼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삶과 마찬가지로 죽음 역시 축복받을 대상으로 승화시킨 것으로 이해된다.



- 주제

저자는 이 작품을 ‘불완전하지만 영광스럽고, 엉망이지만 유쾌하며 가끔은 영웅적인, 어쩌다 스페인어를 사용하며 성모 마리아를 모시는 미국인 가족 이야기’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결국 그가 말하고픈 주제는 가족의 ‘정체성’이다. 각각 멕시코와 미국에서 출생한 형과 동생의 병렬구조를 통해 이 작품은 많은 이민자 가정이 겪을 수밖에 없는 경제적으로 고달픈 생활고와 국적과 민족성 사이에서 드러나는 정체성의 혼란을 다루고 있다. 때로는 저속하지만 직설적으로, 또 때로는 거칠지만 유쾌한 어조로 말이다.



멕시코 영토에서 멕시코 부모에게서 태어난 빅 엔젤은 티후아나에서 페를라를 만난 이후 미국으로의 이주를 결심한다. 이후 비록 그는 미국에 살면서 영어를 익히고 멕시칸들이 좀처럼 얻을 수 없는 직업을 가지지만 자신은 여전히 멕시칸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국적관을 보인다. 비록 미국 시민증을 액자에 넣어 걸어두고 미국 국적을 자랑스레 내세우지만, 자신의 정체성은 의심의 여지 없는 멕시칸일뿐이며 여타 전형적인 멕시코 이주민과 자신을 대비시킴으로써 다름을 강조한다. 멕시칸과 미국놈의 대비처럼 분노와 슬픔은 이 작품에서 계속 드러나는 하나의 감정 쌍이다. 사랑과 고통, 기쁨과 원한, 증오와 화해, 험담과 다정함 역시 그러하다.



소감

품위라고는 하나도 없는(?) 어느 멕시코 이민자 집안의 장례식에 잇따른 생일잔치, 단 이틀 동안의 이야기일 뿐이지만 주인공에게는 미국과 멕시코 접경지역의 약 100년의 세월이 녹아있다.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감을 되새기며 일가를 이룬 사나이, 빅 엔젤은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집안의 가장이라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한다. 저속한 언어표현, 노골적인 애정표현과 억압적인 성장 따위는 그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쨌든 그는 사랑과 속죄라는 대명제로 일가를 이룸으로써 마침내 자신의 존재를 입증해낸다. 우리네 정서와는 사뭇 다른 배경의 멕시칸 이민자 집안 이야기지만 그 여운은 매우 강렬하고 유쾌하다.



#빅엔젤의마지막토요일 #루이스알베르토우레아 #다산책방 #멕시코 #멕시코소설 #가족소설 #소설추천 #열독응원 #미공개 #리뷰 #도서 #소설 #추천 #사전리뷰단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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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병법 - 고전의 병법에서 배우는 소통의 지혜
김해원 지음 / 바른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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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을 수십 년째 이어오는 동안, 누가 정한 것도 아닌데 패를 이루어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는 다수의 구성원이 있는가 하면 어느 패에도 끼지 않는 소수를 발견한다. 패거리끼리는 얼마나 죽이 잘 맞는지 같이 밥 먹고 술 마시며 잘도 대화를 나눈다. 심지어 직장을 벗어난 야유회나 연수를 가서도 같은 일이 반복된다. 그러면서 남들과는 소통이 안 된다며 늘 불만이다. 아주 볼썽사나운데 조직의 원활한 소통과 효율성에 끼치는 악영향을 그들만 모르고 있다. , 이를 어찌한담?

 

저자는 중국의 고전 손자병법에서 이름을 따 책 제목을 소통병법이라 하였다. 소통의 큰 그림은 고전에서 가져온 사례들로, 영문으로 된 부제는 전략적 의사소통의 기술로 읽힌다. 겉으로 드러나는 의사소통의 매개체는 이지만 이는 사람의 마음을 읽어 낸 치밀한 전략의 결과이다. 소통(疏通)은 곧 사람들이 생각하는 바가 서로 막히지 않고 잘 통하는 심통(心通)이며 말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듣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이 책은 소통의 사례집이라 하여도 좋을 정도로 삼국지와 수호지 등 중국 고전뿐만 아니라 동서고금의 철학자, 종교인, 역사적 사실, 국내외 석학들의 발언 등을 아우르며 소통 위주의 새로운 해석과 풍부한 예시를 제공한다.

 

저자는 또한 소통의 본질을 다각도에서 비추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는 실제 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지침이라 할 수 있으며 다음과 같이 인상적인 일부를 발췌해본다.

- 가장 좋은 소통은 상대방이 경조사를 당했을 때 도움을 주는 것(25p.)

- 소통의 목적은 소통을 통해 최종 얻고자 하는 바를 얻는 것(71p.)

- 자기와 전혀 무관한 내용이라도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고 소통에 도움 되는 내용이라면 폭넓고 깊이 있게 배워 두는 것이 좋다(88p.)

- 소통의 본질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과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데 있다(97p.)

- 말을 배우는 데는 3년이 소요되지만 침묵을 배우는 데는 60년이 걸린다. 일관성 있는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말수를 줄이는 것이 좋다.(132p.)

- 소통의 학문을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가장 좋은 공부는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마음을 알아내는 공부, 인간 본연의 속성에 대해서 공부를 하는 것이 우선이다.(144p.)

- 소통을 함에 있어서 자기의 자랑 이외에 특별히 자기를 드러내지 말아야 하는 것은 자기의 감정 상태이다. 그 어떠한 경우에도 상대방과의 협상이나 논쟁에서는 평정심을 유지하고 지극히 이성적으로 대하자.(201p.)

 

언어 형식 면에서 ’~함에 있어서’, ‘~하는 것과 같은 표현은 다소 오래된 문어체 느낌이 들어 구어체로 바꾸어도 좋을 것 같다. 한편 중국 고전의 고사성어를 인용하는 특성상 사용빈도가 낮은 한자어 표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한자에 친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 독자들을 위한 상세한 설명에서 저자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일독 후 소통의 달인으로부터 간결하고 기억에 남는 소통 특강을 받은 느낌이다. 아무리 작은 규모의 조직이라도 소통에 목마른 사람이라면 누구 할 것 없이 모두 읽어두실 것을 권한다. 개인과 조직 모두에 유용한 자산이 되어 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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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마음사전
복효근 지음, 김해선 그림 / 지식프레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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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철밥통으로 불리는 안정된 직장에 해마다 두 차례씩 방학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다른 직장인 친구들의 부러움 반 질시 반의 시선이 느껴지기를 십수 년. 직장인이라면 다 그렇듯 드러내놓고 말 못 할 저간의 사정은 다 있는 법이고 교사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슬프든 기쁘든 국어과 교사인 저자가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 동료 교원들의 공감을 얻는다면?

 

제목이 사전이라고 해서 말 그대로 사전적 의미(lexical meaning)를 부여하는건 아니다. 오랜 세월 학생, 학부모, 관리자들과 부대끼며 사는 동안 선생님의 마음속에 아로새겨진 세월의 흔적에 이름을 붙이고 더는 잘 설명될 수 없는 해설을 곁들였다. 여기에 제시된 모든 정의는 교사라면 누구나 다 피해갈 수 없는 혹은 겪었음 직한 경우라는 공통점이 있다.

 

읽는데 한 시간도 안 걸릴 얄팍한 두께지만, 저자가 겪었던 기쁨과 슬픔이 곧 나의 경우라는 감정이입이 더해지고 때로 엷은 미소와 깊은 한숨이 겹쳐지면서 쉽사리 읽히지 않는다. 책장을 다 덮는 순간 이런 생각을 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이건 우리 선생님들 모두의 고백이로구나’. 하여 마음에 와닿는 위로와 공감의 인용구 일부를 소개해 드린다.

 

사랑은 삶의 목적이며 그것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사랑하면 불행하지 않다.(33쪽 사랑)

 

아이들의 눈높이에 나를 맞추는 일이야말로 아이들과의 소통의 가장 기본이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간다.(39쪽 소통)

 

턱없는 기다림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 교사의 운명인지도 모른다. 한순간에 아이들의 행동이 변하기를 바라면 실망도 크고 부작용도 크다.(72쪽 기다림)

 

올챙잇적 생각하면서 먼저 다가와 얘기 나누고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노력을 관리자가 먼저 하면 안 되나? 부장교사 몇과 의논하고 평교사들은 내막도 모르게 일을 만들어가는 관리자도 있다. 학교 업무 전반에 걸쳐 전횡을 일삼는 관리자가 아직도 없지 않다.(113쪽 불통)

 

누구나 그럴 수 있겠지만, 우아한 백조가 호수 위를 미끄러지듯 떠다니는 모습만 보고 감탄하는 오해는 하지 않아야겠다. 사실은 물에 가라앉지 않으려 잠시도 쉬지 않고 물갈퀴로 발버둥 치고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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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플라톤의 대화편 현대지성 클래식 28
플라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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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아온 날 보다 살아갈 날이 더 적어져서일까? 나이를 먹을수록 과연 나는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사는지 되묻는 나날 또한 많아졌지만, 여전히 답을 찾고 있다. 나만 그런 걸까? 사고능력과 철학지식이 고등학생 수준에서 멈춘 이후 나이만 먹어가다가, 처음으로 너 자신을 알라고 외쳤다던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최근에야 마주하였음을 고백한다

 

각설하고, 유럽 철학의 효시이자 근간인 소크라테스의 제자 플라톤이 쓴 이 책은 다음과 같이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었고, 특히 기존의 이해하기 어렵고 따분한 철학용어가 아닌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으로 나와 세간의 시선을 받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 기원전 399, 나라와 아테네 사람들이 모르는 새로운 잡신을 섬긴다는 불경죄 및 청년들을 부패시켰다는 죄목으로 고발된 재판에서 그가 행한 자기 변론의 기록으로, 1차 변론 이후 배심원들이 유죄를 평결하자 당시 아테네 재판 절차에 따라 원고가 사형을 제안하였고, 2차와 3차에 걸쳐 사형에 대해 자신을 최후 변론함.

 

크리톤 아테네의 중요 종교행사로 미루어졌던 사형집행일을 코앞에 둔 소크라테스가 친구인 크리톤으로부터 탈옥을 권유받았으나, 자신은 이성에 따라 정의로운 삶을 살았고 아테네에 살면서 아테네의 법을 따르기로 합의하였으며 범법자로 남고 싶지 않으니 탈옥은 아니아니 아니되오 불가함을 밝힘.

 

파이돈 아테네 감옥에서 소크라테스의 최후를 지켜본 친구로서 아침 일찍부터 감옥으로 몰려와 해가 진 후 독약을 마실 때까지 영혼불멸의 주제를 놓고 대화한 내용. 참된 지혜를 추구하는 그의 철학은 육체의 모든 감각의 방해를 단절하고 오직 순수한 사유와 변증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이데아들에 대한 지식에 도달하는 것임을 밝힘. 이는 당시 상대주의적 가치관 속에서 현실 경험 세계에서의 실용적 지식을 추구하던 소피스트들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

 

향연 기원전 416년 비극작가 아가톤이 아테네 비극 경연에서 우승을 기념한 연회에서 소크라테스와 그의 추종자들이 연애의 신 에로스를 예찬한 이야기. 여기서 에로스는 경애, 친애보다 더 강렬한 성애를 가리키며, 열렬한 감정과 욕망을 포함하여 대상을 향유하고자 하는 죽음보다 더 강한 욕망을 의미함.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이라는 점이 본서의 큰 장점으로, 대화제 자체는 마치 독자가 치열한 대화속에 노출되는 현장감은 높이 살 만하다. 그러나 원문이 고전인 관계로 아테네인들이여’, ‘~하네, ~하지 않겠나?’처럼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상투어구는 독자에 따라 독서의 피로도 증가요인 일수도 있겠다. , 나는 이런 옛날 대화체를 낯설어 하는구나를 속으로 되뇌이면서.

 

전반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서술적 내용과 소크라테스의 철학적 사고방식도 좋지만, 철학자에게 주류에서 벗어난 언행을 빌미로 어떻게 사형을 요구할 수 있었는지 도대체 어떤 구조의 사회였을까. 당시의 사회상은 이렇게 묘사된다.

 

- 기원전 427년 당시 아테네는 종교적으로는 대단히 보수적이었고, 거기에 정치적인 의도까지 더해져서, 아낙사고라스와 프로타고라스를 불경죄로 추방하였고, 소크라테스까지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소피스트로 몰아 불경죄로 사형에 처한다. (322)

 

- 인간들아, 소크라테스처럼 자기가 지혜에 관해서는 실제로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아는 자가 너희 중에서 가장 지혜로운 자이다. (23)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배움의 시작이라는 동양 고전의 말씀처럼, 소크라테스는 지금 우리가 상위인지라 부르는 학습태도를 철학의 기본으로 강조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겨우 30표에 의해 목숨을 잃어야만 했던 극적인 결과도 있다. 소수의 횡포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소크라테스의 죽음이 사형이 아닌 자연사였다면 철학의 역사가 조금은 바뀌지 않았을까?

 

- 30표만 무죄를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면 나는 무죄로 석방되었을 것입니다. (배심원이 500명이었다고 한다면, 찬성표는 280표였고, 반대표는 220표였다는 것이 된다. 찬성과 반대가 동수인 경우에는 무죄로 간주되어 석방되었기 때문이다.) (48)

 

- 여러분을 비판하는 자들을 사형에 처해서, 자기 삶이 올바르지 않다고 누군가가 비판하는 것을 막으려고 한다면 크게 잘못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비판을 모면하려는 시도는 가능하지도 않고 고상하지도 않습니다. 가장 고상하고 쉬운 길은 여러분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입을 막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가장 선량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직접 관심을 갖고 스스로 그렇게 되려고 하는 것입니다. (55)

 

간접 민주주의의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우리가 선출한 권력에 의해 도리어 비민주적인 횡포의 연장 선상에서 억압을 받고 있지는 않은가 묻게 된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 태연히 독배를 들고 기꺼이 죽음을 맞이한 그의 최후는 비장하지도, 애절하지도 않아 보인다. 삶과 죽음은 서로 연결된 하나이며 철학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가는 다음 인용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무려 2천 년도 더 전에 그가 간파한 글을 보면 삶과 죽음에 연연하는 마음이 조금은 초연해지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철학의 힘이겠지?

 

- 어떤 사람이 자기가 죽게 된 일에 화를 낸다면, 그것은 그가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몸을 사랑하는 사람임을 입증하는 충분한 증거가 되지 않겠는가? 그런 사람은 재물을 사랑하는 자이거나, 명예를 사랑하는 자이거나, 그 둘을 모두 사랑하는 거겠지. (110)

 

- 그러니까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몸으로부터 분리되어, 몸에 속한 그 어떤 것도 동반하지 않은 채로 홀로 순수한 상태로 있게 된다는 것이네. 영혼은 이승에서 살아갈 때에 몸과 어울리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몸을 피해서 자기 자신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서, 늘 죽음을 연구하고 죽는 연습을 하지 않았던가? 사실 철학을 제대로 한다는 것은 기꺼이 편안하게 죽는 것을 연구하는 일 외에 다른 게 아니기 때문이지. 철학을 한다는 일이 죽는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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