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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독 -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코끼리
랠프 헬퍼 지음, 김석희 옮김 / 동아시아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처음에는 책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한장 한장 넘기면서. 생각보다 흡입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눈시울이 약간, 젖어있는 것을 느꼈다.
같은 날 태어난 아이와, 코끼리.
코끼리 조련사의 아들, 브람과, 같은 날 태어난 아기 코끼리, 모독.
이것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모독과 브람은 하나다. 떨어져 있을 수 없다.
브람은 어릴때부터 모독과 함께 자랐고, 모독도 브람과 함께 자랐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잤고, 브람의 첫사랑과 만난 것도 모독과 함께였다.
처음에 표지만 보고는, 아니, 서커스단이 문을 닫는 부분을 읽을 때만 해도,
'이렇게 헤어져서 나중에 만나는건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모독을 위해, 브람은 모독과 함께 배에 탄다. 어떻게든 함께 있고 싶어서.
모독을 위해, 배에 몰래 올라타고, 코끼리들과 함께 몰래, 몰래 숨어있다가... 결국은 들키고...
그렇게 많은 일을 하면서도, 코끼리를 보러 가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지니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배가 난파되었을 때도, 브람이 찾은건 모독. 모독이 찾은 것은 브람.
브람은 모독 덕분에 살 수 있었고, 모독 또한 브람 덕분에 살 수 있었다.
천신만고 끝에 구출되어 인도에 있는 엘레판타리움에서 머무르게 된 모독과 브람.
죽어가던 모독이 살아난 것은, 분명 브람 덕분이었다.
모독과 함께 엘레판타리움에서 보내고, 그리고 흰 코끼리, 아톨을 만나고..
그리고.. 노스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추적을 피해 달아나게 된다.
..
그렇게 소중히 여기는데, 어째서 떼어놓으려고 하는건지, 돈이면 다인지, ...노스라는 사람이 미웠다. 브람과 모독은 또 다시 떠나게 된다.
그리고, 산적을 만나고..
알 수가 없다. '나는 가난하니까, 내가 배가 고프니까' 라는 이유로 '나는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도 되, 다른 사람의 물건을 빼앗아도 되'라고 생각하는걸까.
남자들에게서 벗어나고, 그리고, 또 다른 사랑을 하게 되는 브람. ...그리고... 또 닥쳐오는 시련..
이게 정말로 있었던 일일까. 이런 이야기를 보다 보면 슬퍼진다. 결국에는 서커스단에서 같이 일하게 됬는데, 인기도 최고였는데. 몇번의 고비를 넘었었는데, 사람들도 구했었는데, 최고의 묘기를 보여줬었는데, 모독의 잘못이 아니었는데, 모독은 눈까지 다쳤는데
사람이 죽었다고
사람을 죽였다고
애꾸눈 코끼리로 불리게 되었다
미친 살인 코끼리로 불리게 되었다.
단장은, 모독을 팔아버렸다.
브람에게 팔기로 해 놓고, 더 높은 가격에 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자
브람에게 말도 하지 않고
팔아버렸다.
모독은
팔려갔다.
브람과 모독은
헤어졌다.
모독은 브람 곁이 아니면 행복할 수 없다. 브람도 모독이 곁에 있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었다.
동물과 사람이 이렇게 서로를 생각할 수 있을까. 좋아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동물은 인간이 아니니까, 인간처럼 대접해줄 필요 없다. 다정하게 해 줄 필요 없다. 동물에게는 인격도 없으니, 막 대해도 된다...
...TV에서 유기견들 이야기를 종종 본다, 동물 학대 장면도 자주 본다. 동물들도 아프면 쉬어야 하고, 배가 고프면 밥을 먹어야 하고, 정기적으로 몸을 씻어야 하고, 베이거나, 맞으면 아프다. 원래의 주인과 헤어지면 섭섭해한다. 자신의 새끼와 함께 있고 싶어한다.
그런데, 그런 당연한 것을. 잊어버리고 사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인간과 동물이 같은 시선으로 서로를 볼 수는 없을까...
모독과 브람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기억에 남는 한마디>
p383-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알겠지? 거기서 너를 만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