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목소리 - 어느 나무의 회상록
카롤 잘베르그 지음, 하정희 옮김 / 파란시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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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나무들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했을까.

 

오랫동안, 참 많이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나무들.

아주 오래전에는 인간들이 어떤 생활을 했는지,

그리고 그 인간들의 생활이 어떻게 변해갔는지

그로 인해 주변의 환경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인간들이 했던 가장 치명적인 실수가 무엇인지.

자연이 인간들에게 어떤 것을 주었는지

인간은 자연에게서 어떤 것을 빼앗아 갔는지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나무들.

 

만약 나무들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지구의 초록빛이 조금은 덜 줄었을까.

인간들에게 경고할 수 있었을까.

인간들이 조금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줬을까.

 

'사람'이 아닌 다른것의 입장에서 인간들의 사회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비바람이 몰아치고, 땅이 바싹 바싹 말라가고, 태풍을 이겨내고, 가지가 부러져도, 허리가 부러져도 필사적으로 살아난 나무들...

그렇게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나무들을 베어버리고, 자신들의 기분에 맞춰 자연을 바꾸려고 하는 인간들.

인간에게 아무것도 받지 않고, 인간들에게 참 많은 것을 주는 나무들...

그런 나무들에게 인간들은 얼마나 미안해해야할까...

...언제쯤 인간들은 그것을 깨닫게 될까?

 

이야기를 들려주는 나무는 천년이 넘는 세월동안 인간들의 세상을 바라보았다.

가진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던 사람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그 평온하고 따뜻한 가정이 어느 순간 그렇게 차갑고 불행해졌는지...

한 사람이 나무의 가지에 목메달려 죽는 것을 보았고

인간들의 이기심을 보았고, 비밀스런 사랑을 하는 사람들을 보았고

전쟁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을 보았다.

자신들을 위해 나무들을 베고 공원을 만드는 사람들을 보았고

과거에 얽메인 사람을 보았다.

 

마지막, 나무는 이야기를 이렇게 끝맺는다.

내가 내 안에 빈 공간과 기력의 쇠함을 느끼고 있다면, 가지들이 부러져 시들어가고 있다면, 공기와 빛이 없어 갈증과 허기를 느낀다면, 난 분명 살아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이 마지막 구절이 어쩐지 계속 마음에 와 닿는다. 힘들다는 것, 무언가를 바란다는 것, 미래도, 꿈도 없이 살아가는 것이 아닌, 살아있는 것.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된다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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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들의 책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존 코널리 지음, 이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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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들의 책, 그 뒷부분을 보면
잃어버린 것들의 책에 인용된 동화를 따로 모아두고 그 기원을 설명해주고 원작을 보여준다.
처음에 잃어버린 것들의 책을 보았을때는 단순한 성장소설이었다.
그리고 후에 뒷쪽에 있는 이야기와, 그에 대한 설명을 읽은 다음에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다.
몇가지 성장소설을 보았지만 동화에 대한 또다른 해석과, 그를 인용한 성장소설을 쓴 점은 제법 특이했다.

동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한 책은 제법 많이 보았다. '알고보면 무서운 그림동화'라던가 흑설공주이야기, 그 외에도 다양한 동화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다른 시점에서 본 이야기로 쓰여진 글도 많이 읽었다.
하지만 다양한 동화를 해석하고, 그를 통해 새로운 소설을 작성해냈다는 점이 참 놀랍다.

잃어버린 것들의 책, 죽어버린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새어머니인 로즈를 인정하지 않는 데이빗.
시작은 단순한 성장소설의 스토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단순한 성장소설과 크게 달라지는 점은 어머니의 부름을 듣고(개인적으로는 꼬부라진 남자의 유혹이 아니었을까 싶지만)정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이다.

정원에 들어서고부터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데이빗의 여정은 어찌보면 또 하나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다.
요즘 많이 출시되는 아이들을 위한 학습 만화라던가, 어린이들을 위한 판타지동화라던가,
평범한 일상에서 갑자기 새로운 세상을 접하게 되고, 그 세상에서 원래 세상으로 돌아오기 위한 여행을 한다.
데이빗 또한 그렇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혹은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왕을 찾아가는 길은 험난하다.
늑대인간들을 피해, 백설공주에게 착취당하는 난쟁이들을 만나고, 신비한 연고를 이용해 아이들과 동물의 몸을 이어붙이는 사냥꾼들을 속여 그들에게서 도망치고, 그들에게 당한 아이들이 그들에게 복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꼬부라진 남자의 유혹, 혹은 협박을 받고, 같이 여행하던 롤랜드를 찾기 위해 마녀가 살고 있는 탑에 올라가고 마녀를 죽여서 성의 저주를 푼다.
왕의 성에 도착해 왕을 만나고, 왕이 누구인지 알게 되고, 왕이 어떻게 그곳에 갔는지를 알게 된다.

'잃어버린 것들의 책'을 보게 되고... 꼬부라진 남자에게... 이복 동생의 이름을... 말하지 않는다.

데이빗의 성장을 확실히 볼 수 있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분노에 휩싸여 함부로 동생의 이름을 말해주지 않고, 그 아이가 자신의 '동생'임을 스스로 자각하는 부분.

어머니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고 세상과 담을 쌓고, 새 가족을 인정하지 않았던 소년은 이제 없다.

새어머니의 고충을 이해하게 되었으며 다른 약한존재-예를 들자면 이복 동생-를 배려하게 되었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중간 중간 나오는 또다른 이야기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과 조금 다른 내용일지도 모르지만.

처음, 고전동화의 새로운 해석이라는 말을 들었을때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쓴 성장소설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직접 읽어보니 최소한 고등학생정도는 되어야 이 책에 담긴 의미를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중한 사람을 잃어 상실감에 휩싸인 소년의 성장을 그려낸 이 책은 제법 좋은 성장소설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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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가족 돌개바람 6
강정연 지음, 한지아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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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에는 바쁜 사람들이 많다.
바빠서 길 잃은 할아버지를 그냥 지나치고
바빠서 무단 횡단을 하고
바빠서 끼니를 자꾸 거르고, 먹어도 패스트푸드같은 빨리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때운다.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고
바빠서 새치기를 하고
바빠서 대중교통 대신 자동차를 끌고 다니고
바빠서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바빠서 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관심 밖이고
바빠서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신경 안 쓰고
바빠서 도움을 청하는 사람도 무시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그런 바쁜 가족들의 이야기.
상사에게 아부하느라 바쁜 아빠.
집을 청소하느라 바쁜 엄마.
다른 아이들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 바쁜 누나.
교실 일을 자기가 다 맡아 하느라 바쁜 남동생.

그런데 어느 날 이 가족에게 이상한 일이 생겼다.

처음으로 눈치챈 사람은 남동생인 다잘난군.
자신의 그림자가 이상해졌다!
다잘난군은 다른 사람들이 이런 그림자를 보게 될까봐 덜컥 겁이 나고.
갑자기 얌전해진다. 하지만 다잘난군이 움직이지 않아도 교실은 여전히 깨끗하다.
애초부터 주번이 할 일을 다잘난군이 알아서 해버린 것이니.
주번이 자기 일을 하니 다잘난군이 교실을 안 치워도 깨끗할수 밖에.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그림자를 볼까봐 걱정하며 집으로 돌아간 다잘난군이 발견한 것은
다른 가족들의 그림자.
그리고 다른 가족들의 그림자 속에, 다잘난군의 그림자로 보이는 것이 있었다!
가족들의 그림자가 서로 뒤바뀐 것!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 했지만, 너무 바쁜 가족들은 다잘난군의 말에 귀를 기울일 시간이 없었다.
겨우 찾아간 회사에서도, 상사에게 아부하느라 바쁜 아버지의 눈에 다잘난군의 모습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저녁. 우연히 그림자들의 회의를 목격한 다잘난군.
너무나 바쁜 이 가족들을 따라가다가 너무 피곤해진 나머지 잠시 서로의 역할을 바꿔봤다는 그림자들의 말을 듣게 되는데...



너무 바쁘게 사는 세상 사람들에게 던지는 경고장.
가끔은 느긋하게, 가끔은 천천히 살아가는것도 좋지 않겠는가하며 너무 바쁘게 살아가는 것을 말린다.
어쩌면 우리 그림자들도 바쁜 우리들을 쫒아다니느라 피곤해하고 있지 않을까?
그림자들이 지쳐 우리를 떠나기 전에, 늦기 전에 바쁜 생활을 조금 느긋하게 바꿔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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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은행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19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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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시리즈가 또 등장했다. 망상은행. 제목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가장 마지막 쇼트 스토리로 등장하는 망상 은행은 꽤나 독특한 곳이다.
사람의 망상을 없애주는 곳. 그리고 없어진 망상들은 따로 보관되어 필요로 하는 곳에 팔려간다.

자신을 역사에 나오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망상을 떼어다가 그 인물을 연극하는 사람에게 넣어준다거나
자신을 동물이라 생각하는 사람의 망상을 가져다 실제 동물에 넣어준다거나(다른 사람에게 넣으면 골치아프니까)
혹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죄인에게 죄책감을 심어준다거나(너무 뻔뻔한 놈은 형 내려봐야 효과 없으니).
그런 다양한 일을 한다. 광적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에게서 그 망상을 빼내서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에게 넣어주...려거나 하기도 한다.

호시 신이치의 작품은 짧지만 독특하다.
미래의 일을 그려내는 듯한 짧막한 글. 그의 글에서는 로봇이 나오고 신기한 약이 나오며, 특이한 회사가 나온다. 세상 뒤편에서 세상을 통제하는 단체가 나오며 현실에서는 생각조차 못할법한 특이한 사건들이 많이 나온다.
호시 신이치의 세계는 독특하다. 그 세계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걸까.

플라시보 시리즈를 볼 때마다 다양한 이야기를 보게 된다. 호시 신이치는 우리에게 뭘 말하고 싶은걸까.

우연히 접하게 되었던 플라시보 시리즈는 가볍게 볼 수 있으면서도 중간에 끊기도 편하다. 짧막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이제 플라시보 시리즈도 20권이 넘게 나오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나올테고..

외계인이 등장하고, 과학자가 등장하며, 조직도 등장하고, 정치인도 등장한다. 이야기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작가 호시 신이치. 반전에 반전을 주기도 하고, 가끔은 살-짝 충격적인 이야기로 결론을 내기도 한다.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는 쇼트 스토리들.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기대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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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카드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13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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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호시 신이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다!

안전카드-라는 말만 들어보면 '안전한 카드?' '안전 보장 카드?' '안전카드가 뭐지?' 같은 생각이 들련만.
이 안전카드는 이중 '절대 안전 보장 카드'이다.

강도에게 돈 잃을 걱정 없고, 사고 당할 위험 없고, 아주 제대로 안전을 보장해준다.

 

하지만 이것도 언제나 그렇듯, 아주 만능은 아니다.

두 카드끼리 맞붙으면.. 둘중 하나가 깨진다... 둘다 깨질지도?

 

그렇게 되면 이제는 회사가 신난다.

한번 안전카드를 쓴 사람들은 갑자기 자신을 지켜주던 것이 없어졌다는 것에 큰 불안감을 느낀다.

그리고 회사에 요청한다.

'안전 카드를 하나 더 발급해줄수는 없겠냐'고

그렇게 되면 회사는 말한다.

'안전카드는 절대 깨질 수 없는것인데...'

뜸을 들이는게 중요하다

'부탁입니다! 제발 다시 발급해주세요!'

이제 회사쪽에서는 급할게 없다.

'...음... 어쩔 수 없지요. 그럼 대신..'

'뭡니까? 돈이라면 얼마든지...'

'돈은 필요 없습니다. 대신, 당신은 앞으로 우리가 내리는 지령에 복종해야합니다.'

회사를 정해주고, 결혼상대를 정해주고, 선거때 찍을 후보자를 정해주고...

그래도 그는 좋다. 안전카드가 있으니까. 자신의 안전을 지켜주는 카드가 있으니까.

 

호시신이치의 작품은 보면 볼수록 굉장하다. 계속해서 작품을 쓰고 있다면 또 어떤 작품들이 나왔을까.

만약 그가 장편소설을 중심으로 썼었어도 이렇게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을까?

 

쇼트 스토리라 더 좋은 느낌을 주는듯한 작가 호시 신이치, 그리고 끊임 없이 나와주는 쇼트스토리 시리즈가 마음에 든다.

 

매번 등장하는 발명품들, 그리고 허를 찌르는 마무리. 이 작가는 하나 하나의 작품들이 거의 다 지루한 면이 없다. '여기서 조금만 끌면' 지루해질법 한 작품들도 적정선에서 끊어놓고 뒷 이야기가 궁금하게 해 준다.

그런데 호시 신이치가 이 작품들을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의 작품을 보면 갑자기 어려워진다.

세상의 부조리? 인간의 가식? 이중성? 그냥 가볍게 읽는 소설인걸까?

그의 작품은 언제나 재미있으면서도 뒷맛은 약간 씁쓸하다. 그 짧은 스토리를 읽으면서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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