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의 상속
허진희 지음 / 오리지널스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넌 이 집을 가질 수 있어. 네가 원한다면 말이야.자신의 말을 듣고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오영을 바라보는 제갈화랑의 얼굴에 미소가 어린다. 화랑은 오후의 빛이 길게 드리운 서재 책상을 등지고 꼿꼿이 서 있다. (-11-)
오영과 홍진이 화랑의 말을 뒷받침할 요량으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다. 현관 외벽 양쪽으로 달린 벽 조명은 섬세한 문양의 장식으로 꾸며져 있는데 이 장식에 자그마한 비밀 서랍이 있다.손가락으로 툭 누르면 튀어나오는 서랍으로, 서랍의 틈새와 무늬가 어찌나 정교하게 맞닿아 있는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서랍의 존재를 알아채기 힘들 정도다. (-61-)
이모는 저택을 떠나지 않을거야.
'절대로'
곽가의 말에 반박하디 위해 꺼내 들 근거는 없다. 그러나 오영은 화랑이 절대로 저택을 떠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다. 서로 설명할 도리가 없는 ,이상한 확신이다. (-154-)
인간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우리는 때로는 물불을 안 가 릴 때가 있다. 사랑을 얻거나,돈을 취하거나, 거래,제안을 받아들이거나, 비싼 희귀품을 얻기 위한 도전과 무모한 용기를 불러 들이기도 한다. 때로는 높은 곳에서 뛰어 내리는 것도 서슴치 않고, 공기가 희박한 달로 우주여행을 가는 것도 불사한다. 화성 탐사 도 마찬가지다.인간은 때로는 이상하고, 이성적이면서,때로는 무모하기까지 하다.특히 어떤 거래에 대해서, 거절하지 못할 때가 있다.
소설 『 영의 상속』의 주인공은 스무아홉 오영이다.오영에게, 이모 제갈화랑은 특별한 제안 ,즉 거부할 수 없는 거래를 요구한다 집을 줄 테니 다섯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이 제안을 수락하고, 목적을 취한다면,집을 가질 수 있다.세련되고,우아한 집,아늑하고 꿈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집이다. 오영이 누군가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대상은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매혹적인 유혹과 마음을 얻으려는 거래를 시작하게 되는데,그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일들이 연이어 나타나고 말았다.
이 소설은 집을 얻는 거래지만, 때로는 인간의 어떤 신체 부위를 가지는 것을 거래하는 경우도 있다.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할 수 있는지,인간의 심리 게임은 어디까지이며, 무모함의 한계 뿐만 아니라, 때로는 이성의 범주를 넘어서는 경우가 있다.이런 요소들을 이 소설은 놓치지 않고 있다. 오영과 제갈화랑의 위험한 거래,그것이 바로 우리의 실제 모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