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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의 인생 꽃밭 - 소설가 최인호 10주기 추모 에디션
최인호 지음 / 열림원 / 2023년 9월
평점 :

조선조의 무역왕 임상옥은 말했다.
"재물은 물과 같이 평등하며 인간은 저울처럼 바르다."
이 말은 진리다. 재물은 물과 같다. 따라서 재물은 물처럼 순환되어야 한다. 수증기가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나 비가 되고, 눈이 되어 지표면에 내린 다음, 다시 모여 강이 되고, 바다로 흘러가듯 끊임없이 순환하여야 한다. 물을 소유하려면 부작용인 따르듯 재물을 지나치게 소유하려고 하면 둑이 무너져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32-)
"물은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처신한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그러나 단 하나의 예외가 있다. 분수다. 분수는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솟아오른다. 그러나 그것은 인위적이다. 사람들은 그 누구나 낮은 자리를 싫어한다. 그러나 물은 낮은 곳을 향해 흐른다. 물의 일생은 낮은 곳으로 여행하행하고 있다. 그러므로 물은 겸손하다. 그러나 낮은 곳으로의 여행이야마로 물의 평화를 이룬다. (-34-)
따라서 법정 스님의 말은 내게 '살아 있을 때 물건을 나누어주라' 고 느껴지지 않고,남에게 '살아 있는 물건'을 나누어주라는 느낌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과연 나는 남에게 죽어 있는 물건이 아니라 살아 있는 물건을 나눠주고 선물한 적이 있는가. 나는 대부분 내게 있어도 좋고 없어도 그만인 죽은 물건 만을 나눠주고 있지 않은가.쓸모없는 물건을 남에게 주는 것보다 차라리 현금을 선물하는 편이 났다고 생각하며 마치 결혼식장에 축의금을 내듯 흰 봉투를 내밀지 않았던가. (-49-)
나는 그러한 아내의 모습을 마음 깊이 존경하고 있다.아내는 이미 두 권의 책을 확보하였으므로 자신의 숙제를 충분히 끝냈다. 그것도 공짜로, 그러나 친구가 원하는 책을 기어이 찾기 위해서, 신경질을 내는 나를 안심시키려고 한 시간만 시간을 내달라고 하고는 살며시 숨어들어온 책방에서 나를 만나자 화들짝 놀라서 도망쳐버린 것이다.
달라이 라마에게 어떤 사람이 물었다.
"종교는 한마디로 무엇입니까?"
그러나 달라이 라마는 대답하였다.
"종교는 한마디로 친절입니다."
달라이 라마의 말이 진리라면 아내는 친절한 사람이고 따라서 독실한 신앙인이라고 할 수 있다. (-201-)
그날 오후 3백권 이상 책을 골라낸 후 나는 어두운 서재에 앉아서 불도 켜지 않은 채 야간의 자괴감 속에 잠겨 있었다. 그때 떠오른 에피소드는 철학자 볼테르의 얘기였다. 볼테르에게어떤 사람이 "당신의 책이 불태워지게 되었소"하고 빈정대자 볼테르는 태연히 대답하였다.
"그것 참 고마운 일입니다. 내 책은 군밤과 같아서 태우면 태울수록 잘 구워져 손님이 많이 따릅니다." (-265-)
누군가 남긴 말과 글이 내 삶을 파고들 때가 있다. 내 인생이 바뀌고, 내 삶이 바뀔 때,그 순간을 숙명,운명이라고 말한다. 삶에서, 누구나 내 영혼을 울릴 때,그 울림이 아픔이 아닌기쁨으로 남아 있다면, 인생을 살아갈 이유, 행복해질 이유, 겸손해질 이유가 되며,친절해질 이유,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의미와 가치를 만들어 나간다.
소설가 최인훈은 1945. 10. 17. 서울특별시에서 태어나 2013. 9. 25.사망하였다. 어느 덧 10주기가 되었으며,그가 남겨 , 상도,해신, 유림이 대표작이며, 소설 뿐만 아니라, 드라마로도 쓰여졌다. 이 책을 보면 , 최인호의 인생 향기는 어떤 내음새를 풍기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고, 물처럼 살아가기 위해 , 물의 지헤를 빌려오고 있었다.
겸손과 균형,조화,비움, 친절 이 다섯 가지 요소들이 책 속에서, 최인호 자가의 말과 글에 있었다. 동양의 철학이 추구하는 삶,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내 삶의 욕망에서 자유로워질 수 잇고, 세상의 변화에 역류하지 않는다. 즉 인간의 삶에서, 필연적으로 만들어지는 변화와 죽음 앞에서, 후회르 남기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면,인간의 욕망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변화에 끌려가지 않으며, 내가 변화를 주도할 때, 삶의 평화가 찾아온다. 친절한 삶을 살아가면,내 삶의 변화를 내가 주도한다. 작가 최인훈은 일흔이 채 되지 않은 삶을 살아왔지만,그가 남겨놓은 문학적가치와 인생 철학은 그의 삶의 꽃밭이자 향기다. 내 삶이 누군가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갈 수 있도록, 작가 최인훈의 말과 글을, 내 삶의 피와 살이 될 수 있다. 불친절한 세성에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지혜는 극단적인 친절이다. 인생의 지혜와 삶의 멋과 맛은 내가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