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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위의 칸트
김현수 지음 / 북산 / 2023년 10월
평점 :
평소 즐겨 먹는 채소가 아닌데 이상하게 샐러리만 보면 그냥 내려오기가 어려웠다. 다른 채소들 역시 손대는 이가 아무도 없는 듯 보였지만 ,상추나 고추까지 따 먹기는 왠지 모양새가 그럴 것 같아서 샐러리 잎사귀만 조금씩 따 먹었다. (-31-)
의과대학부터 국시,전문의까지 좋은 점수를 받았던 나는 설익은 벼 이삭처럼 꼿꼿하기만 했다. 자만심이 지나쳐 동료들로부터 건방지다는 얘기도 들었다. 무슨 일이든 가장 힘든 과정을 극복하고 나면, 당장은 의기충전해서 무서운 것 없는 법이다. (-47-)
그중에서도 다르파가 개발해 상용화된 인공혈액은 시간이 지나 폐기되는 혈액을 분리해낸 이다. 헤모글로빈이라는 산소를 교환하는 주혈액의 기능만 분리한 것으로 PEG 라는 고분자 화합물로 둘러싸여 있으며, 상온에서 서너달 정도만 쓸 수 있다. (-55-)
나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혈액 종양내과 전공을 하였다. 의사라면 누구나 전공의 시절에는 그랬을 테지만, 나 역시 그 시절엔 한마디로 미친 듯이 공부하고 환자를 진료하였다. (-76-)
대학시절부터 '악마'라는 별명이 지금까지 따라붙어 다닌다. 나는 그 별명에 별 불만이 없다. 그것이 나를 일깨우고 회사와 내 환자들을 위한 일이라면 나는 앞으로도 계속 독한 악마로 살아갈 것이다. (-133-)
의사가 목격하는 죽음은 개인이 바라보는 죽음과는 약간의 괴리감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환자와 의사라는 관계는 이성적 판단이 우선시 되어야 하고, 환자의 죽음 또한 의사의 이성적 판단으로 결정해야 하기에 다른 감정이 먼저 끼어들 여지가 없가. 그러나 나는 개인이면서 의사라서 환자가 아닌 관계의 죽음들에는 무척이나 당황스럽고 그 무게감과 피로감이 엄청나게 크다. 특히 가족의 죽음을 의사라는 위치에서 판단을 내려야 할 때는 그렇다. (-151-)
기분 잔던환하기에 옥상만큼 좋은 곳도 없다. 옥상 텃밭은 나만의 갤러리다. 누군가 심었는지 모를 샐러리 같은 채소도 있다.어느날인가 샐러리 잎을 따서 씹어보았더니 향긋한 풋내가 입안 가득 고였다. (-198-)
언제 여행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딱히 가고 싶은 여행지도 없고 익숙한 것들과 멀어질 자신도 없어 못 떠나겠다. 시간 여행자인 양 추억만을 오갈수도 없고.
여행을 떠나고 부추기는 이가 있다면 못 이기는 척 열정이라는 여행지로 떠나보고는 싶다. (-252-)
11월의 마지막 날, 김현수 클리닉 대표 원장이자,.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겸임교수인 김현수 작가의 에세이로 마무리한다. 이 책은 의사로서 자신이 걸어온 인생을 돌아보게 하며,독자들과 호홉하면서, 공감과 이해를 도모할 수 있다.
책 『옥상 위의 칸트』에서 옥상이라는 단어와 칸트라는 단어에 주목하게 된다. 옥상에는 쉼,휴식,위로,도피처가 떠오르고, 칸트는 이성, 판단력, 실천, 철학이 떠오른다. 인문 에세이면서,위로와 치유의 에세이다. 의사로서 평범함 사람이 겪을 수 없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내몰리고 있는 저자의 인생 속에는 황무지에 홀로 서 있는 외로움과 고독함이 숨어 있었다. 의사로서 초심을 잃어버리거나 의사로서 마주하게 되는 현실적 장벽과 한계에 부딪칠 때면, 옥상에 올라가서,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다. 저자에게 옥상은 위로이면서, 비밀의 공간이다. 남들이 이해하지 못해도, 스스로 독사처럼 살아온다 하여도, 결단코 의술로 살인자가 되지 않겠다는 사명감이 존재하고 있었다. 제네바 선언의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항상 마음에 품고 살아오면서, 의사이면서, 경영자로서 살아오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저자도 평범한 인간이라는 걸 알 수 있다.가족이 있고, 집안의 가장일 뿐이다. 때로는 자신의 직업으로 인해 ,가족에게 돌아갈 여러가지 상황에 대해서 미안함과 조심스러움이 보여지고 있다. 직업적으로 수많은 죽음을 마주하게 될 뿐이다. 그 죽음 앞에서,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는 스스로 독한 마음을 먹어야 , 화자르 살리고, 자신의 초심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수많은 착각과 오해 속에 살아가고 있다. 스포츠 선수는 몸이 무쇠처럼 단단할 거라고 생각하고, 의사는 죽음 앞에서 항상 이성적으로 대응하고, 담담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들도 사람이며, 감정이 있다. 느낌도 있으며, 어두운 밤 노을을 보면서 감성에 젖어들기도 한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이 무언인지 이 책에 답이 있다. 서로 부족하고,미흡하고, 미숙하더라도, 잃어버리면 않되는 단하나,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 존중 ,그것이 사람을 살리고 꺼져가는 생명에게 기적의 숨을 불어넣을 수 있는 유일한 삶의 도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