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공부의 철학 : 깊은 공부, 진짜 공부를 위한 첫걸음
지바 마사야 지음, 박제이 옮김 / 책세상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공부를 하면 동조에 서툴러지고, 재수 없어지고, 약아빠진 사람이 된다. 공부하는 이상 그것은 피할 수 없다. 그것 없이는 깊은 공부가 불가능하다. 근육 단련으로 근육량을 늘랠 때 지방이 느는 것과 마찬가지다. 공부를 통해 얻은 성과를 노련하게 제어하디 못하고, 적당히 흘러가게 놔두기만 하면 되는데 꼭 아이러니컬한, 또 이상하게도 유머러스한 발언을 '저지르고' 만다 이것은 피하기 어렵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공부에 대해 강하게 저항하는 것이다. 그 저항을 돌파하기 위해서 적어도 어느 시기는 아이러니하고 유머러스한 발언의 '저지름'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그것이 공부를 조종하니까.(p186)


이 책은 공부에 관한 책이다. 철학적이면서 현실적이면서 실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동안 읽었던 공부에 관한 관점들이 획인적이고, 천편일률적인데 반해 이 책은 저자의 관점이 또렷하고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들뢰즈와 라캉에 관한 철학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탄 저자는 자신의 공부 방식을 이 책에 녹여내고 있으며, 깊이 있는 공부를 하거나 생소한 분야의 공부를 도전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 이 책은 교과서적인 공부를 하는 아이들이 아닌 점수를 따기 위한 공부에서 벗어난 이들을 위한 책이며, 언어나 철학 공부를 하려는 이들에게 적합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동조, 아이러니(촛코미), 유머(보케). 이 세가지 단어아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으며, 세가지 단어가 공부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공부를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비아냥 거리는 말이 있는데, 그 단어가 바로 헛똑똑이다. 배운 건 많은데, 쓰잘데기 없는 것들을 공부하고 있으며, 그 지식이 현실에 적용되지 않을 때 우리는 그 단어를 흔하게 쓰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헛똑똑이'를 허용하고 있다. 아니 헛똑똑이가 되지 않는다면 그건 제대로 공부를 안 하는 것이다. 운동을 통해 근육량만 늘리고 지방을 늘리지 않으려는 인간의 욕심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건 공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헛똑똑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깊이 있는 공부를 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 한 것이다.


책에는 동조에 대해 말하고 있다. 우리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면서 환경의 제약을 받고 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지역의 테두리 안에서, 더나아 국가라는 커다란 공동체 안에서 우리는 환경적 제약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어쩌면 우리가 그 환경 속에서 수많은 것들에 대해 동조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저자는 그런 우리의 마음 속에 감춰진 동조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공부를 하게 되면 우선 내 앞에 놓여진 동조적 현상에 대해서 자유로워진다. 또한 공부를 할 때 깊이 파는 것도 중요하자만 한눈 파는 것도 중요하다. 철학에 대해 공부한다고 철학 공부만 하는 건 비효율적이며 어리석은 공부법이다. 철학에 대한 공부를 하다가 그 책 속에서 가지치기를 할 수 있다. 그 가지가 철학 분야가 될 수 있고, 정치나 사회 분야로 뻣어나갈 수 있다. 동조 1에서 동조 2로 옮겨가면서 공부를 지속할 수 있다.  잠시 한눈 파는 것은 비효율적인 방버이 아니며, 하나의 공부 방법이 될 수 있다. 깊이 공부하는 것과 한눈 팔기를 반복하는 것, 땅 속을 깊이 파기 위해서 짱을 크게 파는 것과 같은 원리를 공부에 적용하는 거다. 


이 책을 읽으면 내가 공부하고 있는 방식이 저자의 공부 철학과 비슷한 것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어떤 분야에 대해서 공부를 하면서 그 분야에 대해서 깊이 팔 수는 없다. 또한 완벽하게 공부하는 것도 불가능 하다. 아니 완벽하게 공부하다간 제풀에 지치고, 중간에 멈출 가능성이 크다. 처음 뭔가 하려는 의도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제풀에 꺽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부는 처음엔 쉽게 공부하면서 깊이 파는 공부와 한눈 파는 공부를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많이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하게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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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철학 - 깊은 공부, 진짜 공부를 위한 첫걸음
지바 마사야 지음, 박제이 옮김 / 책세상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공부를 하면 동조에 서툴러지고, 재수 없어지고, 약아빠진 사람이 된다. 공부하는 이상 그것은 피할 수 없다. 그것 없이는 깊은 공부가 불가능하다. 근육 단련으로 근육량을 늘랠 때 지방이 느는 것과 마찬가지다. 공부를 통해 얻은 성과를 노련하게 제어하디 못하고, 적당히 흘러가게 놔두기만 하면 되는데 꼭 아이러니컬한, 또 이상하게도 유머러스한 발언을 '저지르고' 만다 이것은 피하기 어렵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공부에 대해 강하게 저항하는 것이다. 그 저항을 돌파하기 위해서 적어도 어느 시기는 아이러니하고 유머러스한 발언의 '저지름'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그것이 공부를 조종하니까.(p186)


이 책은 공부에 관한 책이다. 철학적이면서 현실적이면서 실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동안 읽었던 공부에 관한 관점들이 획인적이고, 천편일률적인데 반해 이 책은 저자의 관점이 또렷하고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들뢰즈와 라캉에 관한 철학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탄 저자는 자신의 공부 방식을 이 책에 녹여내고 있으며, 깊이 있는 공부를 하거나 생소한 분야의 공부를 도전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 이 책은 교과서적인 공부를 하는 아이들이 아닌 점수를 따기 위한 공부에서 벗어난 이들을 위한 책이며, 언어나 철학 공부를 하려는 이들에게 적합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동조, 아이러니(촛코미), 유머(보케). 이 세가지 단어아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으며, 세가지 단어가 공부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공부를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비아냥 거리는 말이 있는데, 그 단어가 바로 헛똑똑이다. 배운 건 많은데, 쓰잘데기 없는 것들을 공부하고 있으며, 그 지식이 현실에 적용되지 않을 때 우리는 그 단어를 흔하게 쓰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헛똑똑이'를 허용하고 있다. 아니 헛똑똑이가 되지 않는다면 그건 제대로 공부를 안 하는 것이다. 운동을 통해 근육량만 늘리고 지방을 늘리지 않으려는 인간의 욕심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건 공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헛똑똑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깊이 있는 공부를 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 한 것이다.


책에는 동조에 대해 말하고 있다. 우리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면서 환경의 제약을 받고 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지역의 테두리 안에서, 더나아 국가라는 커다란 공동체 안에서 우리는 환경적 제약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어쩌면 우리가 그 환경 속에서 수많은 것들에 대해 동조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저자는 그런 우리의 마음 속에 감춰진 동조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공부를 하게 되면 우선 내 앞에 놓여진 동조적 현상에 대해서 자유로워진다. 또한 공부를 할 때 깊이 파는 것도 중요하자만 한눈 파는 것도 중요하다. 철학에 대해 공부한다고 철학 공부만 하는 건 비효율적이며 어리석은 공부법이다. 철학에 대한 공부를 하다가 그 책 속에서 가지치기를 할 수 있다. 그 가지가 철학 분야가 될 수 있고, 정치나 사회 분야로 뻣어나갈 수 있다. 동조 1에서 동조 2로 옮겨가면서 공부를 지속할 수 있다.  잠시 한눈 파는 것은 비효율적인 방버이 아니며, 하나의 공부 방법이 될 수 있다. 깊이 공부하는 것과 한눈 팔기를 반복하는 것, 땅 속을 깊이 파기 위해서 짱을 크게 파는 것과 같은 원리를 공부에 적용하는 거다. 


이 책을 읽으면 내가 공부하고 있는 방식이 저자의 공부 철학과 비슷한 것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어떤 분야에 대해서 공부를 하면서 그 분야에 대해서 깊이 팔 수는 없다. 또한 완벽하게 공부하는 것도 불가능 하다. 아니 완벽하게 공부하다간 제풀에 지치고, 중간에 멈출 가능성이 크다. 처음 뭔가 하려는 의도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제풀에 꺽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부는 처음엔 쉽게 공부하면서 깊이 파는 공부와 한눈 파는 공부를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많이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하게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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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페미니즘
유진 지음 / 책구경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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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내가 원하지 않는 너무 많은 정보를 주지. 나이,성별,  종교까지도. 당시에 유행하던 이름들이 있고, 전형적인 여자아이 이름과 남자 아이 이름이 있고, 성경에 등장하는 이름도 있으니까. 나는 너의 이름이 중성적이라서 좋아.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름에서 드러나는 것이 옶어서 좋아. 사람들이 함부러 너라는 사람을 판단하지 못할 테니까. 실제로 만나서 '젊은' '여자' 임을 들키는(?) 순간부턴 더 이상 이름이 너를 지켜 주지 못하겠지만." (p44)


이 책의 주인공은 저자 유진이다. 또한 J 라고 표기된 저자의 아빠도 등장하고 있다. J의 남다른 교육관은 딸 유진이 태어나면서 시작되었다. 가부장적 가정에서 벗어나 내 딸만큼은 여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하길 바라고 있다. 여자이까 이래야 한다, 여자니까 이래선 안된다는 그런 우리가 만들어놓은 기준에서 벗어나길 원하였고, 딸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줬다. 남들이 하면 내 딸도 해야 한다는 그런 꼰대(?)스러운 가치관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J의 모습이 잘 드러나고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도 한글을 떼지 못했던 딸은 아빠의 바램대로 성장하게 된다. 예쁜 딸, 착한 딸이 아닌 멋진 딸로 성장하길 바라는 아빠의 마음에 책 곳곳에 묻어나고 있으며, 아빠의 권위를 내려놓고 딸의 기준에 맞춰 나가는 모습이 책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대한민국 사회의 뿌리깊은 편견과 선입견을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의 편견과 선입견에 대해서 문제 삼지 않고 살아가며,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말하지 않는다. 그것이 페미니즘의 시작이다. 이름부터 여성스러워야 한다, 남성스러워야 한다. 이름은 고귀하기 때문에 함부러 지어선 안된다는 논리가 J 에겐 먹혀들지 않는다. 그래서 딸이 태어나자 마자 한 것이 이름짓기였고, 출생신고였다. 빼도 박도 못하게 하는 것이 저자의 삶의 방식이었고 가치관의 실체였다. 그리고 집안의 모든 걸 가장으로서 J의 기준이 아닌 딸의 기준으로 바꿔 나가기 시작하였다. 집에서 제일 큰 방은 딸에게 줬으며, 두번째 큰 방은 아내몫이었다. 세번째 제일 작은 방이 J의 방이었고, 그공간은 남자로서 동굴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공부하지 않아도 되고,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살지 않아도 된다. 누군가 어떤 걸 요구할 때 니킥을 날릴 수 있는 방법을 J는 딸에게 가르쳤다. 서로 다른 건 인정하고, 서로 같은 건 배워나갔다. 여저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법은 무엇인지, 깨우쳐 나가도록 이끌어 가면서 딸과 함께 하게 된다.


J는 철물점에 갈 때마다 나를 데리고 다녔다.
j가 말했다."드릴을 쓸 줄 알고, 철물점에서 피스 종류를 찾을 줄도 알아야 해.어디를 뜯어 고쳤다는 카센터의 설명도 알아들어야 해. 네가 정리한 너만의 공구박스를 가져야 해. 너는, 여자니까"(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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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모에가라 지음, 김해용 옮김 / 밝은세상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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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상처도 여러 종류이자. 상처는 시간이 흐르면 대부분 저절로 치유되지만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흘러도 끝내 그대로 남아 있다가 부지불식간에 통증을 불러일으키는 상처도 있다. 페이스북이 무신경하게 들이민 가오리의 페이지를 보는 순간 내 마음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던 상처가 다시 심상치 않은 통증을 불러일으켰다. 가오리는 내게 추억의 방 속에 가둬둘 수만은 없는 존재였다. (p78) 


가오리에게 보낸 친구 신청이 승인되었다는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쥔 손에 땀이 배어났다. 카페 주인이 턴테이블에 바늘을 내려놓는 모습이 보였다. 이내 지포의 금속음이 들렸고, 카운터 구석에 앉아 있던 슈트 차림의 호리호리한 남자가 담배에 불을 붙여 물었다. (p222)


아날로그적 정서가 묻어나는 한편의 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남자만이 느낄 수 있는 이야기와 그 느낌이 소설 곳곳에 배여나고 있으며, 20대 청춘이 40대 중년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인연과 사랑이 교차되는 , 그 안에 한 여자를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남자의 외롭고 슬픈 자화상이 그려지고 있다. 


가오리. 예쁘진 않지만 한 남자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여자이다. 소설 속 주인공 '나'는 부자들이 다니는 사립고등학교를 나왔지만,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고 전문직업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광고를 배워서 에클레이 공장에 들어가게 되는데, 가오리와의 만남이 주인공의 삶은 바뀌게 된다. 20세기 끝자락에서 사랑을 한다는 건, 두 사람에겐 사랑이 전부였다. 싸구려 러브 호텔에서 서로의 그리움을 탐닉하면서 욕망을 채워나가는 그런 사이, 서로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는 가운데, 남자는 가오리의 모든 걸 알고 싶었고,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었다. 소설 곳곳에 남자의 허세는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의 처음이었고, 끝이었다. 가오리는 연인으로서 자신에게 상처이자 때로는 중독으로 빠져들게 하는 그런 존재였다.


1999년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 실현되느냐 안 되느냐 사람들의 관심이 증폭되던 그 가운데, 남자는 가오리와의 사랑이 더 중요하였으며, 세상의 종말이 점점 더 가까워 오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여전히 현실은 바뀌지 않는 가운데, 세상은 여전히 돈이 먼저였고, 돈은 꿈을 실현하는 도구였다. 그건 주인공도 마찬가지였고, 그의 20년 절친 세키구치도, 스트립쇼에서 일하는 나오미 누나도, 수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한 순간 그 꿈을 포기하였고,잠시 자신이 가지고 있언 것을 내려 놓게 된다. 때로는 비참한 운명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주인공 주변에 있었지만, 그들의 자화상은 쓸쓸하지만 않았다. 사랑이라는 실체가 여전히 숨쉬고 있었고, 가진 것 없지만 서로 의지하면서 보듬어 줄 수 있었기에 그들은 주어진 삶에 대해서 견딜 수 있었던 거다. 하지만 그건 그 순간 뿐이었고, 가오리와 헤어지는 순감 많은 것들이 흩어지게 된다. 그리고 20년이 지나 아날로그 정서에서 디지털 정서로 넘어오면서 준비되지 않은 그 순간에 서로의 운명은 다시 교차되고 있다. 남자는 여전히 가오리를 그리워 하고 있으며, 가오리는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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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모에가라 지음, 김해용 옮김 / 밝은세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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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음의 상처도 여러 종류이자. 상처는 시간이 흐르면 대부분 저절로 치유되지만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흘러도 끝내 그대로 남아 있다가 부지불식간에 통증을 불러일으키는 상처도 있다. 페이스북이 무신경하게 들이민 가오리의 페이지를 보는 순간 내 마음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던 상처가 다시 심상치 않은 통증을 불러일으켰다. 가오리는 내게 추억의 방 속에 가둬둘 수만은 없는 존재였다. (p78) 


가오리에게 보낸 친구 신청이 승인되었다는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쥔 손에 땀이 배어났다. 카페 주인이 턴테이블에 바늘을 내려놓는 모습이 보였다. 이내 지포의 금속음이 들렸고, 카운터 구석에 앉아 있던 슈트 차림의 호리호리한 남자가 담배에 불을 붙여 물었다. (p222)


아날로그적 정서가 묻어나는 한편의 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남자만이 느낄 수 있는 이야기와 그 느낌이 소설 곳곳에 배여나고 있으며, 20대 청춘이 40대 중년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인연과 사랑이 교차되는 , 그 안에 한 여자를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남자의 외롭고 슬픈 자화상이 그려지고 있다. 


가오리. 예쁘진 않지만 한 남자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여자이다. 소설 속 주인공 '나'는 부자들이 다니는 사립고등학교를 나왔지만,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고 전문직업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광고를 배워서 에클레이 공장에 들어가게 되는데, 가오리와의 만남이 주인공의 삶은 바뀌게 된다. 20세기 끝자락에서 사랑을 한다는 건, 두 사람에겐 사랑이 전부였다. 싸구려 러브 호텔에서 서로의 그리움을 탐닉하면서 욕망을 채워나가는 그런 사이, 서로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는 가운데, 남자는 가오리의 모든 걸 알고 싶었고,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었다. 소설 곳곳에 남자의 허세는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의 처음이었고, 끝이었다. 가오리는 연인으로서 자신에게 상처이자 때로는 중독으로 빠져들게 하는 그런 존재였다.


1999년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 실현되느냐 안 되느냐 사람들의 관심이 증폭되던 그 가운데, 남자는 가오리와의 사랑이 더 중요하였으며, 세상의 종말이 점점 더 가까워 오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여전히 현실은 바뀌지 않는 가운데, 세상은 여전히 돈이 먼저였고, 돈은 꿈을 실현하는 도구였다. 그건 주인공도 마찬가지였고, 그의 20년 절친 세키구치도, 스트립쇼에서 일하는 나오미 누나도, 수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한 순간 그 꿈을 포기하였고,잠시 자신이 가지고 있언 것을 내려 놓게 된다. 때로는 비참한 운명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주인공 주변에 있었지만, 그들의 자화상은 쓸쓸하지만 않았다. 사랑이라는 실체가 여전히 숨쉬고 있었고, 가진 것 없지만 서로 의지하면서 보듬어 줄 수 있었기에 그들은 주어진 삶에 대해서 견딜 수 있었던 거다. 하지만 그건 그 순간 뿐이었고, 가오리와 헤어지는 순감 많은 것들이 흩어지게 된다. 그리고 20년이 지나 아날로그 정서에서 디지털 정서로 넘어오면서 준비되지 않은 그 순간에 서로의 운명은 다시 교차되고 있다. 남자는 여전히 가오리를 그리워 하고 있으며, 가오리는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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