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페미니즘
유진 지음 / 책구경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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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내가 원하지 않는 너무 많은 정보를 주지. 나이,성별,  종교까지도. 당시에 유행하던 이름들이 있고, 전형적인 여자아이 이름과 남자 아이 이름이 있고, 성경에 등장하는 이름도 있으니까. 나는 너의 이름이 중성적이라서 좋아.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름에서 드러나는 것이 옶어서 좋아. 사람들이 함부러 너라는 사람을 판단하지 못할 테니까. 실제로 만나서 '젊은' '여자' 임을 들키는(?) 순간부턴 더 이상 이름이 너를 지켜 주지 못하겠지만." (p44)


이 책의 주인공은 저자 유진이다. 또한 J 라고 표기된 저자의 아빠도 등장하고 있다. J의 남다른 교육관은 딸 유진이 태어나면서 시작되었다. 가부장적 가정에서 벗어나 내 딸만큼은 여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하길 바라고 있다. 여자이까 이래야 한다, 여자니까 이래선 안된다는 그런 우리가 만들어놓은 기준에서 벗어나길 원하였고, 딸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줬다. 남들이 하면 내 딸도 해야 한다는 그런 꼰대(?)스러운 가치관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J의 모습이 잘 드러나고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도 한글을 떼지 못했던 딸은 아빠의 바램대로 성장하게 된다. 예쁜 딸, 착한 딸이 아닌 멋진 딸로 성장하길 바라는 아빠의 마음에 책 곳곳에 묻어나고 있으며, 아빠의 권위를 내려놓고 딸의 기준에 맞춰 나가는 모습이 책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대한민국 사회의 뿌리깊은 편견과 선입견을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의 편견과 선입견에 대해서 문제 삼지 않고 살아가며,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말하지 않는다. 그것이 페미니즘의 시작이다. 이름부터 여성스러워야 한다, 남성스러워야 한다. 이름은 고귀하기 때문에 함부러 지어선 안된다는 논리가 J 에겐 먹혀들지 않는다. 그래서 딸이 태어나자 마자 한 것이 이름짓기였고, 출생신고였다. 빼도 박도 못하게 하는 것이 저자의 삶의 방식이었고 가치관의 실체였다. 그리고 집안의 모든 걸 가장으로서 J의 기준이 아닌 딸의 기준으로 바꿔 나가기 시작하였다. 집에서 제일 큰 방은 딸에게 줬으며, 두번째 큰 방은 아내몫이었다. 세번째 제일 작은 방이 J의 방이었고, 그공간은 남자로서 동굴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공부하지 않아도 되고,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살지 않아도 된다. 누군가 어떤 걸 요구할 때 니킥을 날릴 수 있는 방법을 J는 딸에게 가르쳤다. 서로 다른 건 인정하고, 서로 같은 건 배워나갔다. 여저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법은 무엇인지, 깨우쳐 나가도록 이끌어 가면서 딸과 함께 하게 된다.


J는 철물점에 갈 때마다 나를 데리고 다녔다.
j가 말했다."드릴을 쓸 줄 알고, 철물점에서 피스 종류를 찾을 줄도 알아야 해.어디를 뜯어 고쳤다는 카센터의 설명도 알아들어야 해. 네가 정리한 너만의 공구박스를 가져야 해. 너는, 여자니까"(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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