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중심의 행성에서 살기 위하여 - 인류세 리뷰
존 그린 지음, 이진경 옮김 / 뒤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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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되면 태양은 지금보다 10% 더 밝게 빛날 것이며, 그로 말미암아 지구의 바닷물은 모두 증발해벌리 것입니다. 40억 년 뒤에는 지구의 표면이 지독히 뜨거워져 모든 것이 녹아 버릴 것입니다. 그리고 70억 년 혹은 80억 년이 지나면 태양은 적색 거성이 될 것이며, 팽창해서 결국 우리의 행성은 그 속으로 뻘려 들어가고 ,지구상에서 우리가 생각하거나 말하거나 행동했던 모든 흔적은 타오르는 플라즈마의 구체 속으로 흡수되어버릴 것입니다.

올랜도 과학관을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출구는 왼쪽에 있습니다." (-27-)

만약 그대가 아주 특별히 운이 좋은 삶을 살지 않았다면 독단적인 견해를 좋아하는 사람을 더러 겪어봤을 것이다. 독단적인 사람이란 그대에게 "링고스타 가 비틀즈 멤버 중 가장 뛰어나다는 거 알지?" 처럼 말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136-)

고생대, 중생대, 현생대가 있다, 공룡이 지배하였던 그 시기를 지나 , 포유류에서 약한 종으로 널리 알려진 인간이 지배하는 세상, 이제 이 책에서 언급하는 인류세가 나타나고 있다. 인간에 의해서 지구가 지배되는 이 공간 안에서, 70억 인구를 다 합친다면, 3억 톤 이상에 달하며, 어떤 동물을 다 합쳐도 그 정도의 무게가 되지 않았다. 인간이 실질적인 지배자가 되는 순간이 찾아왔다.

인간은 착각한다.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 스스로 물어 보게 된다. 존 그린이 쓴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에 이어서, 그가 인류세를 통해 말하고자 한튼 근본적인 질문, 삶에 대해서 말하였고, 인간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살아가고, 견디면서,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삶의 근원적인 성찰이 웃건되어야 할 시점이다. 25만 년 전에 태어난 인간이 앞으로 25년 이후에도 지구의 지배자가 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만이 있는 지구가 아닌, 동물과 인간이 함께하는 그러한 지구, 실질적으로 야생동무로 남아있는 동물들은 인간이 지배했던 시간의 10 배 이상 지구에서 살아온 현존하는 동물들이 실질적으로 지구를 지배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인간이 가진 오만함과 자만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었으며, 살아가고, 견디면서, 겸손해야 할 이유에 대해서 , 분명하게 제시하고,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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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괜찮은 사람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 어느 지방 방송작가가 바라본 노동과 연대에 관한 작은 이야기
권지현 지음 / 책과이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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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프로그램 작가라 밝힌 그녀는 나의 정성이 갸륵해 보였는지, 괜찮다면 내가 쓴 습작 원고를 봐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방송사는 얼굴을 비치고 안면을 트는 것이 중요한 곳이므로, 시간이 나면 놀러도 자주 오라고 반려했다. (-19-)

지방방송 라디오를 누가 들을까 싶지만, 지금도 방송을 시작하면 실시간으로 문자가 들어온다. 잘 듣고 있다며 출석 체크 문자도 오고, 어디 어디 사고가 났으니 조심하라는 연락도 오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해달라는 생일 축하 메시지도 온다. 그러면 진행자가 방송에서 대신 소개를 해주거나 답을 해준다. 아직도 수많은 사람이 라디오를 매개로 라디오 너머의 누군가와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것이다. (-53-)

무인도에 혼자 사는 어떤 남자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물도 전기도 없는 곳에서 혼자 움막을 짓고 산에서 더덕 캐서 먹고 살았는데, 그중 내가 가장 놀란 장면이 있다.움막 안을 기어 다니는 벌레와 쥐를 내쫓는 모습도, 산비탈에서 위험천만하게 나물을 채취하는 모습도 아닌, 안경을 잃어버리던 모습이었다. (-109-)

경험과 깨달음을 이야기하면서 상대방에게 결정권을 주는 사람과 더 좋은 방법을 강요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당연히 다르게 들린다. 공감과 이해 위에서 스스로 깨닫고 행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은 발전을 끌어낼 수 있지만, 자신의 방식을 강요하고 명령하는 것은 저항감을 키울 뿐 아니라 때로 폭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소위 '꼰대질' 이라는 것 또한 '내가 해봤기 때문에 다 안다' 는 가정 하애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일 게다. (-157-)

나이 먹은 국장과 팀장들이 흘리던 시시껄렁한 음담 패설과 돈 받으며 일 배우는 게 너희에겐 멀마나 좋은 기회인 줄 아느냐 묻던 이상한 충고, 원고료가 적다고 건의하면 편의점 알바 하면 더 많이 번다더라 하고 응수하던 같잖은 협박성 발언까지. 그들은 무엇이 그리 당당했던 것일까. (-207-)

저자 권지형는 현재 TBN 한국교통방송 대구본부엣거 라디오 프로그램 방송원고를 쓰고 있었다. 이 책에서는 지역 방송작가가 약자로서 처한 현실과 노동과 연대의 의미가 우리 사회를 바꾸는 데 큰 영향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즉 노동은 우리에게 매우 소중한 조건이며,꿈과 희망을 위해 필수적인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약자로서, 꿈을 위해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노동은 착취로 이어질 수 있다. 방송작가로서, 불합리함과 열악함, 무명으로 살아야 하는 삶, 고용주가 흔히 하는 말, 열정페이를 주면서, 배우면서, 돈을 주는 곳이 어디있냐고 하는 자신만의 독백이 노종의 가치를 훼손시키며,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즉 노동에 연대가 연결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노동만 있지 연대가 없기 때문이다. 연대라는 것은 서로 의지하고,나의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무형의 가치이다. 공교롭게도 연대는 돈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즉 자본가에게 연대는 매우 강력한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수의 카르텔이 형성되는 것은 바로 그 연대에 있었다. 노동자의 연대는 반대로 나약하고, 연약하다. 노동자 간의 연대가 한순간에 무너지고, 제약이 있는 이유,연대 뒤에 숨어 있는 현실을 위한 적당한 타협, 돈으로, 힘으로 적당한 합의를 도출하는 원인이 되고 잇었다. 서로 연재하지 못하고, 협심하지 못하고, 사람에 대한 배신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노동자가 가지고 있는 끈끈하지 않은 연애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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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하다 - 이어령 선생과의 마지막 대화
김아타 지음 / 맥스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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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지막 모습을 찍으세요,."

선생의 말은 초봄 아지랑이 같았다. 실바람 같았다. 나의 상상 밖에 있었던 일이다. 말하는 선생께서도, 듣는 나도, 아프지 않았다. 침묵했다. 침묵으로 답했다.

오직 믿음만 있었다.

겁劫의 시간이 지났다. 겁은 모르는 시간이다. 겁은 의식하지 않는 시간이다. 겁했다. (-25-)

"충격과

어쩌면 `질투에 가까운 부러움을 지니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뜻밖에 우리 가까운 곳에

지적 모험과 영혼의 탐험자들이 있기에

우리는 절망하다가도

한국을 잊지 못합니다." (-34-)

안타까운 마음이 하늘을 덮었다. 몸이 허락하지 않아 나들이할 수 없는 선생을 힘들게 하는 것은 나의 자연이 아니었다. 대신, 선생의 초상을 역사에 남기기로 했다.

10년 만에 카메라를 다시 세웠다.

당장에 미국에 필름을 주문했다. (-111-)

얼음으로 마오쩌둥 毛澤東을 조각했다.

얼음으로 만든 마오가 녹아가는 일주일간의 과정을 기록했다.

마오는 인류사에 지워지지 않을 절대 권력의 상징이다.

절대 권력도 결국 사라진다.

절대 권력은 절대하며 사라진다. (-194-)

죽음은 침묵하는 일이다.

침묵은 메시지다

죽음이 위대한 것은 영원한 침묵이다.

선생의 죽음은 선생의 마지막 메시지다.

선생의 죽음, 그 위대한 죽음이 그렇다.

<찬란한 슬픔>

한 인간의 완성이다. (-209-)

이어령, 1934년 1월 15일에 왔다가, 2022년 2월 26일에 가다. 그는 영인문학관 관장 강인숙여사와 2012년 세상을 떠난 소중한 고명달 이민아가 있다. 삶에 대해서, 삶이라 말하지 아니하였고, 죽음을 죽음이라 하지 않았던 그의 삶은 오로지 지성인으로 남길 바랐으며, 자연하다 에서 벗어나지 않는 원칙과 자족적인 삶을 살아오게 된다.

간결하면서도, 결코 부러지지 않는 그의 철학과 세상을 보는 명철함은 지구가 인류가 살아야 하는 이유, 사람이 지구에서 후대를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한 메시지를 남겨 놓고 떠나게 된다. 그를 상징하는 지성, 혁신,디지로그가 아닌 그는 누군가의 오마주 (hommage) 가 되기로 하였다.그리고 한국 최고의 사진작가, 김아타에게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요구를 하게 된다.

죽음, 그리고 삶 이다.

자신의 삶 조차도 예술이 될 수 있고, 창조가 될 수 있으며, 세상을 향한 울림이라고 보여진다. 날것 그대로의 자신을 초상화로 남기겠다는 강한 의지, 그가 추구하는 진실된 삶이 사진작가 김아타를 속삭이곤 하였다. 살아가고, 견디며, 함께 가야 하는 세상 속에서, 일본에 대한 깊은 이해력, 일본문화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문화적 특색을 간파하였으며, 한국과 정서적으로 비슷하지만, 서로 혐오하는 일본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를 꿰뚫어 보고 있었다. 미수(88) 를 지나, 백수(百壽)를 향해가는 그의 삶은 코로나 19 팬데믹을 넘지 못하고, 다른 세상으로 떠나곤 하였다. 삶 대한 깊은 성찰, 딸에게 느껴지는 깊은 사랑과 죄책감,지성인으로, 학자로서,마지막 남겨야 하는 마지막 역할까지 잊지 않았던 그는 권력이 아닌, 문화를 남겼으며,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 후대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명징하게 쓰여지고 있었다. 가짜가 아닌 진짜, 거짓이 아닌 진실됨, 말과 언어의 불분명함에서 벗어나 실천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그가 생각한 삶의 원칙, 죽음에 대한 정직함, 김아타는 그의 뜻을 헤아렸고, 김아타의 작품 전시회에 꼬옥 이어령 선생을 모시고 싶었지만, 이루지 못하였다.

삶을 응시하며, 삶에 대한 나 자신의 원칙, 최선을 다하되 최고가 되어야 하는 이유, 최고가 될 때, 자신의 죽음조차도 현재하는 지구인들에게 깊은 울림이 될 수 있다는 것을,이어령하다, 에 내포하였다. 그는 마지막 순간에도 지성인으로 기억되길 원하였고, 죽음에 대한 진실과 정직, 창조와 혁신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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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인터뷰 글쓰기 잘하는 법
은정아 지음 / 산지니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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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온기 가득한 시간만을 담지 않는다. 아니 담을 수가 없다. 우리 삶이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소녀의 카메라는, 아흔이 넘었지만 아니 아흔이 넘었기에 아프고 슬프고 힘든 일로 가득한 할머니 삶을 묵묵히 따라간다. 영화는 최대한 담담하게 할머이의 모습을 그리려 애쓴다. 할머니에게 너무 밀착했다 싶으면, 카메라는 멀어진다. 솔직하게 기록하되, 과장하지 않으려 적정거리를 유지한다.할머니의 '성가신 삶' 을 아프지만 따뜻하고 정직하게 기록한다. (-24-)

형식을 잘 갖춘 좋은 질문지를 미리 준비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질문할는 사람이다. 사려 깊은 질문지를 완성하는 것은 나의 태도다. 우리는 취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해하기 위해 묻는다.

질문이라는 형식 너머 할머니의 삶을 응시하자. 말하지 않은 것들을 듣기 위해 노력해보자. 할머니의 입장에서 생가하고 사려 깊게 바라보자. (-59-)

인터뷰하다 보면 역사적 가치가 있는 사료를 만날 때가 있다. 수여선 기관사 할아버지는 수집과 정리를 매우 잘하는 분이셨다. 매일 착용했던 1등 기관사 배지, 40여 년 전 사라진 수여선 열차의 지도, 티켓 등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물건들이 서랍 속에 가득했다. 이런 자료들은 카메라로 찍고, 그림으로 그리고, 글 속에도 묘사하며 다양하게 활용된다. 모든 작업이 끝난 뒤에는 인터뷰이의 뜻에 따라 박물관에 기증할 때도 있다. 어떤 경로든 인터뷰이의 의사를 존중해 안전하고 바르게 제자리를 돌려보내자. 그것이 우리에게 기꺼이 실물 자료를 보여주고 빌려주신 인터뷰이에 대한 예의다. (-121-)

할머니 삶은 짧게 정리해도 요동친다. 소녀에서 아내, 빨갱이 가족, 피난민,구박받는 며느리, 집안을 실린 대들보가 되기까지 할머니의 삶은 수없이 무너졌다가 다시 서며 단단해졌다. '돌보리 직접 차본 사람이랑 알기만 하는 사람은 달라' 는 오르락 내리락하는 할머니의 삶 위에서 피어난 생생한 잠언이다. (-128-)

얼마 뒤 ,학교에서 백일장이 열렸다. 나는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그날의 일이 떠올랐다. 글을 쓰며 감정을 복기했다. 당황하고 무섭고 억울했던 나의 마음이 차례로 원고지 위에 쏟아져 내렸다. 순식간에 원고지 열 자이 채워졌다. 개운했다. 후련했다. 밀린 빨래를 다 해서 햇볕에 말린 것처럼 마음이 뽀송해졌다.

그 글이 글짓기 최우수상을 받았다. (-192-)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읽어야 할 이유가 생겨서다.인터뷰, 그동안 한 번도 해보지 않앗던 그 일, 그 숙제가 내 앞에 떨어졌다. 골목길 기획 아카이빙, 그리고 지역 버스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이다. 그 인터뷰 대상이 친한 사람이든, 친하지 않은 사람이든 간에, 문화 아카이빙, 역사 아카이빙을 해야 하기 대문에, 굳이 안읽어도 되는 책을 찾아서 읽게 되었다. 그리고 저자의 인터뷰 요령과 합목적성 그리고, 인터뷰 가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게 되었다. 누군가를 인터뷰시 우선 녹음기가 필요하다.그리고 경청과 배려가 우선되어야 한다.머저 가까운 사람을 대상으로 인터뷰하는 것이 중요하다. 들을려는 자세, 진문지에 맞게 인터뷰가 진행될 수 있으며, 상대방의 기억을 따라가면서 하나 하나 기록해 나갈 수 있다. 휴대폰 녹음기 뿐만 아니라 소형 녹음기가 필요하며, 한 사람의 인생을 기록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국사 시간에 흔히 써왔던 연표를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즉 구술에 의존하여 한사람의 인생 연표를 직접 만들거나, 그 사람의 기억 속에서, 또다른 기억을 이어나가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물건이나 때묻은 사진드 하나하나를 담아간다면면,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며, 조심스럽게 물건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은 인터뷰의 기본이며, 질문지에 의해서, 말투와 언어 습관, 그리고 명확한 목적, 한 사람의 인생 속에 켜켜히 묻어나 있는 시대와 상황, 장소에 대한 이해, 묘사와 대화를 통해 농익은 경험의 지혜를 기록할 때면, 서로에 대한 이해는 깊어질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정직한 구술 기록이 흰 종이 곳곳에 켜켜히 채워질 수 있다. 간결한 문장 사용과 담백한 글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퇴고를 통해서 기록의 군더더기를 정리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즉 인터뷰를 통해 시간을 종이로 옮길 수 있으며, 기록을 통해 그 사람의 삶을 붙잡게 된다. 시간 속에 채워지는 감정과 호홉, 감상, 더 나아가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인생까지 관계의 연결성, 사람과 장소,시간의 연결성까지 끊임없이 기록하며, 삶을 기록하는 과정 속에서, 인터부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인터부 과정 속에서 삶의 맥락을 이해하고, 맥락과 맥락 사이에 숨겨진 사람의 진솔한 경험을 담아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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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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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는 장난감 말 한 개와 황실 문장이 새겨진 탁상 시계를 선물로 주었다.메이지는 말했다.

시간을 아껴라. 시간으로 세상을 잴 수 있다. 부디 시간과 더불어 새로워져라. 새롭게 태어나라.

시종장이 시계를 받들어 이은 앞에 내려놓았다.

메이지는 또 말했다.

공부할 대, 시계를 책상 앞에 놓아라. 짐이 내리는 시간이다. (-13-)

한동안 안중근의 조준선은 흔들렸다. 먼 짐승을 겨누면 표적 너머로 무언가 흔들려서 맞힐 수 없는 것들이 어른거렸다. 표적은 조준선 너머의 안개 속으로 녹아들어간 듯 싶었다. 오른 손 검지가 방아쇠를 당길 때 총구가 오른쪽으로 쏠리면 총알은 빗나갔다. 가늠쇠가 움직일 때 안중근은 실패를 예감했다.짐승이 달아난 자리가 휑했고, 총구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골짜기를 울린 총소리가 잦아들고 나면, 표적을 맞히지 못한 초의 무게가 허허로웠다. (-62-)

하얼빈역 구내에서 철도는 여러 갈래로 겹쳐 있었다.발이칼 호수에서 오는 철도가 하얼빈역에 닿았다. 평양에서 오는 철도와 대련에서 오는 철도가 하얼빈역에 닿았다. 북태평양과 바이칼이 하널빈에서 연결되었고 철도는 하얼빈으로 모여서 하얼빈에서 흩어졌다. 하널빈역에서는 옴과 감이 같았고 만남과 흩어짐이 같았다. (-137-)

러시아 헌병들이 안중근의 허리를 묶어서 헌병대로 끌고 갔다. 하얼빈역은 러시아의 관할구역이었으나 러시아 지방법원 판사는 안중근이 한국 신민이므로 이 사건의 재판 관할권은 러시아에 속하지 않는다도 결정했다. 결정은 신속했다. 러시아는 서둘러서 사건에서 손을 뗐다. 러시아 헌병대는 안중근을 하얼빈 주재 일본 총사령관으로 인계했고, 안중근은 지하 구치소에 갇혔다. 구치소에서 취조실로 끌려갈 때 안중근은 복도 저편으로 허리가 묶여서 끌려가는 우덕순을 보았다. (-186-)

관동도독부는 이토 살해 사건의 피의자들을 호송하기 위해 마차를 새로 제작했다. 대련에는 마땅한 공장이 없어서 본국에 주문해서 들여왔다. 피의자들을 여순감옥에서 관동도독부 지방법원까지 호송하려면 백옥산 아래 시가지를 지나야 하는데,거리는 멀지 않았지만 세계 각국의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으므로 마차의 외양을 재판의 품격에 맞게 갖추었다. 차 안에 칸을 나누어서 피고인들을 실었고, 뒤에는 간수 두 명이 섰다. 차안에서 밖을 내다볼 수 없도록 휘장을 드리웠다. 지마헌병대가 마차의 앞뒤에 붙었고 마차가 지나가는 시가지에 사복경찰들이 배치되었다. 여순감옥의 구리하라 전옥이 뒤를 따랐다. (-224-)

저는 이토를 쏘아서 쓰러뜨린 후에 총알이 정확히 즐어간 것을 확신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 저것이 이토가 아닐 수도 있겠다 싶어서 그 옆에 있는 세 명을 쏘았습니다. 세 명 모두 총에 맞았으나 죽지는 않았습니다. 그후에 다들 회복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감사할 일입니다.

빌렙이 안중근의 말을 끊었다.

-도마야, 너는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이야?

이 모든 것이 저의 모자람이고 저의 복입니다.이 복을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신부님. (-268-)

김훈의 김훈의 『남한산성』 에 이어서, 『하얼빈』을 읽게 된다. 1919년 3.1 운동이 일어나던 해, 10월 26일 이토 히로부미가 안중근의 총의 서슬에 사살되었다. 일곱의 총알을 가지고 있었던 코레아 우라, 안중근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운명을 예감하게 된다. 아직 그의 시신과 그가 쏘았던 총은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으며,그의 역사적 증언들을 안중근 재판 당시 살았더 인물들의 역사적 증언과 사진으로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역사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도마 안중근,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그가 행했던 국가적 대업은 종교적 관점에서 하나님께 죄를 짓는 일이었다.하지만 그에게는 국가와 민족이 우선이었다. 하얼빈에서,이토를 사살하고, 여순감옥에 잡히면서, 전세계에 주목받게 되었던 그 당시, 관동도독부는 발칵 뒤집히게 된다. 러시아의 입장, 일본의 입장, 미국의 임장이 충돌되는 역사적 순간이다. 말을 타고 다녔던 일본 헌병대, 그들은 안중근과 안중근의 처자식까지 취조를 통해 , 죄를 쌍끌이 어선처럼 끌어당기게 된다. 그리고 함께 이토를 처단하였던 동조자 우덕순, 김성백, 정대호, 김아려, 역사속 실존인물들을 등장시켜, 안중근의 마지막 순간을 소설 『하얼빈 』 에 재현하고 있었다. 한반도에서 태어난 안중근,그의 손에 의해 죽었던 이토 히로부미, 그 주변 사람들이 지나온 일상들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기록되고 있는지 이해한다면, 청년 안중근의 시간, 코레아 우라를 외쳤던 그에 대해서, 아직 미궁으로 빠져 있는 안중근의사의 1919년 10월 26일 그날을 복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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