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하다 - 이어령 선생과의 마지막 대화
김아타 지음 / 맥스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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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지막 모습을 찍으세요,."

선생의 말은 초봄 아지랑이 같았다. 실바람 같았다. 나의 상상 밖에 있었던 일이다. 말하는 선생께서도, 듣는 나도, 아프지 않았다. 침묵했다. 침묵으로 답했다.

오직 믿음만 있었다.

겁劫의 시간이 지났다. 겁은 모르는 시간이다. 겁은 의식하지 않는 시간이다. 겁했다. (-25-)

"충격과

어쩌면 `질투에 가까운 부러움을 지니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뜻밖에 우리 가까운 곳에

지적 모험과 영혼의 탐험자들이 있기에

우리는 절망하다가도

한국을 잊지 못합니다." (-34-)

안타까운 마음이 하늘을 덮었다. 몸이 허락하지 않아 나들이할 수 없는 선생을 힘들게 하는 것은 나의 자연이 아니었다. 대신, 선생의 초상을 역사에 남기기로 했다.

10년 만에 카메라를 다시 세웠다.

당장에 미국에 필름을 주문했다. (-111-)

얼음으로 마오쩌둥 毛澤東을 조각했다.

얼음으로 만든 마오가 녹아가는 일주일간의 과정을 기록했다.

마오는 인류사에 지워지지 않을 절대 권력의 상징이다.

절대 권력도 결국 사라진다.

절대 권력은 절대하며 사라진다. (-194-)

죽음은 침묵하는 일이다.

침묵은 메시지다

죽음이 위대한 것은 영원한 침묵이다.

선생의 죽음은 선생의 마지막 메시지다.

선생의 죽음, 그 위대한 죽음이 그렇다.

<찬란한 슬픔>

한 인간의 완성이다. (-209-)

이어령, 1934년 1월 15일에 왔다가, 2022년 2월 26일에 가다. 그는 영인문학관 관장 강인숙여사와 2012년 세상을 떠난 소중한 고명달 이민아가 있다. 삶에 대해서, 삶이라 말하지 아니하였고, 죽음을 죽음이라 하지 않았던 그의 삶은 오로지 지성인으로 남길 바랐으며, 자연하다 에서 벗어나지 않는 원칙과 자족적인 삶을 살아오게 된다.

간결하면서도, 결코 부러지지 않는 그의 철학과 세상을 보는 명철함은 지구가 인류가 살아야 하는 이유, 사람이 지구에서 후대를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한 메시지를 남겨 놓고 떠나게 된다. 그를 상징하는 지성, 혁신,디지로그가 아닌 그는 누군가의 오마주 (hommage) 가 되기로 하였다.그리고 한국 최고의 사진작가, 김아타에게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요구를 하게 된다.

죽음, 그리고 삶 이다.

자신의 삶 조차도 예술이 될 수 있고, 창조가 될 수 있으며, 세상을 향한 울림이라고 보여진다. 날것 그대로의 자신을 초상화로 남기겠다는 강한 의지, 그가 추구하는 진실된 삶이 사진작가 김아타를 속삭이곤 하였다. 살아가고, 견디며, 함께 가야 하는 세상 속에서, 일본에 대한 깊은 이해력, 일본문화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문화적 특색을 간파하였으며, 한국과 정서적으로 비슷하지만, 서로 혐오하는 일본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를 꿰뚫어 보고 있었다. 미수(88) 를 지나, 백수(百壽)를 향해가는 그의 삶은 코로나 19 팬데믹을 넘지 못하고, 다른 세상으로 떠나곤 하였다. 삶 대한 깊은 성찰, 딸에게 느껴지는 깊은 사랑과 죄책감,지성인으로, 학자로서,마지막 남겨야 하는 마지막 역할까지 잊지 않았던 그는 권력이 아닌, 문화를 남겼으며,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 후대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명징하게 쓰여지고 있었다. 가짜가 아닌 진짜, 거짓이 아닌 진실됨, 말과 언어의 불분명함에서 벗어나 실천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그가 생각한 삶의 원칙, 죽음에 대한 정직함, 김아타는 그의 뜻을 헤아렸고, 김아타의 작품 전시회에 꼬옥 이어령 선생을 모시고 싶었지만, 이루지 못하였다.

삶을 응시하며, 삶에 대한 나 자신의 원칙, 최선을 다하되 최고가 되어야 하는 이유, 최고가 될 때, 자신의 죽음조차도 현재하는 지구인들에게 깊은 울림이 될 수 있다는 것을,이어령하다, 에 내포하였다. 그는 마지막 순간에도 지성인으로 기억되길 원하였고, 죽음에 대한 진실과 정직, 창조와 혁신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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