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한계에서 시작하다
우에노 지즈코.스즈키 스즈미 지음, 조승미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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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에 태어난 저는 고등학교에서, 대학/대학원에서 교육을 받을 때, 또 5년간 근무한 신문사에서도 여자라는 이유로 저의 선택이 제한을 받은 경험이 거의 없었습니다.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우수하고 이해가 빠르며 통찰력 있는 여성들의 존재감은 컸습니다. 제가 도쿄대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서울대학교에서 온 유학생들이 있었는데, 열심히 공부하는 뛰어난 여성들이 역시 눈에 띄게 많았습니다. (-9-)

하지만 저는 의문이 듭니다. 여서의 삶의 방식이 한정되어 있던 시대에 비해, 적어도 제도적인 면에서는 갖가지 선택지가 준비된 오늘날, 여성은 고민이나 불만이 없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요? 물론 새장 속에 갇힌 듯한 시대의 여성들이 얼마아 자유롭지 못했고 고뇌가 깊었을지는 제 상상을 초월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전 세대보다 훨씬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우리 세대는 우리 세대 나름대로 여태까지와 도 다른 고뇌를 안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고뇌가 우리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과거 여성의 자유와 선택권을 금지하거나 마치 강제로 여성의 손발을 묶던 때보다 삶에서 느끼는 괴로움을 알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10-)

그러니까 저는 섹스를 하며 상대와 배타적인 관계를 맺고 언제든 내 몸을 양도하기보다는 , 결혼으로 경제적인 보장을 얻고 싶어 하는 여성의 감각에 더 가깝습니다. 또 결혼으로 계층 상승을 하기 위해 자신이 섹스 값을 고급으로 만든 뒤 그 권리를 누군가한테 양도하는 여성들, 가령 잡지 《JJ》 를 보던 여성들이 갖고 있는 가치관도 저한테 퍽 가깝게 느껴집니다. 이런 여성들이 남편과 섹스하며 '오직 고통 분'이라 여기는 것도 저한테는 친근하고 익숙합니다. (-130-)

세상은 저를 비록한 AV 배우 출신 여성들한테, AV 출연을 강요당해서 괴로운 처지에 놓인 피해자가 과거의 오접이라고 여기는 걸 극복하거나 그런 과거를 자양분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강한 여성, 이 두가지 역할 중 하나를 부여하려 합니다. 그렇디만 저를 비롯한 수많은 여성들은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두 가지 답 사이에 놓여 있는 미세한 그라데이션 속을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래요. (-191-)

'자식이나 가족 얘기가 아니면 여자들끼리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해? 별로 할 말도 없잖아?' 라고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느 사람도 있는데, 만나서 하고 싶은 말은 잔뜩 있습니다. 제 친구들은 자식 있는 기혼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훨씬 더 많지만 저한테는 남편이나 자식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제가 혼자 지내니까 배려를 하거나 눈치를 보는 것도 있겠고, 남편이나 자식 이야기를 남한테 해봤자 별 수 없다는 심정으로 참는 것이기도 할 테고, 남편이나 자식에 관한 고민은 스스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자신하는 것이기도 하겠죠. (-259-)

이롷게 본다면, 남성 작가의 문학은 남자가 얼마나 약하고 어리석은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참으로 딱하고도 솔직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지요. 마시마 유키오의 《가면의 고백》 도 가면을 쓴 주인공 남자가 읽는 사람의 가슴이 철렁해질 정도로 자기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한 작품이고,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잠자는 미녀》 또한 늙음을 자각한 남자의 섹슈얼리티를 생생히 고백한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324-)

이렇게 태연하게 자기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딸들이 대거 등장한 것을 저는 환영합니다. 왜냐면 남자들은 처음부터 자기 이익을 최우선시하며 살아왔고,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인간이란 원래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한 에고이스트입니다."자식보다 내가 중요하다." 그런 건 다자이 오사무가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말은 남자한테는 허용이 돼도 여자한테는 허용되지 않았는데, 이제 여자들도 이 말을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354-)

1948년 생 ,여성학과 젠더 연구의 일인자 우에노 지즈코와 , 1983년 생 AV 배우 스즈키 스즈미 가 만나서 ,페미니즘에 대해서 한 권의 책을 쓰고 있었다. 책 『페미니즘, 한계에서 시작하다』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에 페미니즘 현상이 나타나면서, 젠더에 대해서, 페미니즘에 대한 개념 이해를 도모하고 있으며, 두 사람의 조합이 나에겐 매우 이질적이며, 낯설었다. 페미니즘에 대해서, 두 명 이상의 한국 작가가 쓴다면, 통산적으로 한국 독자는 소설가 조남주와 여성학 정희진 공저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조남주와 588 성매매 여성이 공저자로 나온다면, 독자는 책ㄹ이 불편해지며, 책은 팔리기 힘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책은 페미니즘에 대해, 여혐,젠더를 다룬다. 믈론 한국 사회에 숨어 있는 메갈, 일제에 대한 배경 지식을 알고 가면 다행이다.

페미니즘 책을 읽으면, 페미니즘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페미니즘은 선과 악, 옳고 그름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성매매, AV 배우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존재하는 사회에서, AV배우가 실제 언급하는 페미니즘의 필요성은 분명하고 명확하다. 여성의 몸과 마음에 대한 자유를 보장하며, 나의 성에 대한 권리 확보 뿐만 아니라, 힘의 논리에 따라서, 남녀의 선택권이 결정되는 사회의 구조에 대해 반기를 들고 있다. 특히 사회학, 여성학을 다루는 페미니즘에 대한 연구를 보면, 페미니즘을 이단으로 치부하는 현상도 보인다. 하지만 우에노지즈코는 분명하다. 페미니즘은 중심이 없고, 이단 종교에서 보여지는 종교적인 특성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신봉자가 없으며, 페미니즘에 대한 메시지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즉 페미니즘은 우리 삶의 변화를 위해서 ,필요하며, 남녀 모두에게 건강한 자아를 선물한다.

수동적인 선택에 불과한 여성의 성에 대한 권리,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해서, 한계를 스스로 정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엄마, 임신, 출산, 태교,모성애 라는 개념에서 자유롭지 못한 보수적인 사회 안에서, 성에 대한 자유,남성은 가능하고, 여성에겐 불가능한 현실, 젠더 불평등에 대한 기준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특히 여성 스스로 자신의 한계의 틀에서 벗어나야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 노련한 페미니스트 우에노 지즈코의 페미니즘의 통찰의 틈을 AV 배우 스즈키 스즈미의 생각을 통해서, 퍼즐을 맞춰 나간다. 삶,인생에 대해서, 불완전하고, 불안한 사회에서, 페미니즘, 페미니스트는 우리 삶을 건강한 사회, 건강한 자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초석이 될 수 있으며,사회의 변화의 첫걸음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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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 배딱지에 글자를 썼다고? - 고대 중국 엉뚱한 세계사
팀 쿡 지음, 이계순 옮김 / 풀빛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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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 상나라의 갑골문자, 황허문명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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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 배딱지에 글자를 썼다고? - 고대 중국 엉뚱한 세계사
팀 쿡 지음, 이계순 옮김 / 풀빛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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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역사는 항허 문명의 발상지에서 시작하고 있다. 고대 상왕조 이전에 중국 땅에는 서로 동떨어진 부족 형태의 원시 공동체가 있었고,작은 부락을 이루며 살아가게 된다.하지만 기원전 1600년전~기원전 1046년까지 500년 이상 중국을 다스렸던 , 중국 북쪽 평원지역에 존재했던 중국 고대 왕국 상왕조는 수도를 여러차례 옮기게 된다. 상왕조 마지막 수도는 은허(지금의 중국 안양)이다. 은허 지역에 상왕조의 존재의 증거가 될 수 있는 고대 유물들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후 중국은 북쪽 오랑캐의 침입이 반복되었으며, 춘추전국시대까지 지속적으로 만리장성을 쌓기 시작한다. 중국이 동양의 중심지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계기는,중국 땅의 가로를 지르는 거대한 만리장성을 터전으로 하여,지금까지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세계 4대 문명으로 황하,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이집트 를 언급하고 있다. 남미 마야 문명도 있지만, 콜롬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전에 존재했던 문명이기 때문에 이 책에는 다루지 않는다.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 중국 황하문명은 중국이 찬란한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던 이유이며, 중국 치수,수리, 측량기술이 발달했던 이유기도 하다. 책에는 상왕조가 진흙을 좋아하면서도 싫어한 이유가 자세하게 나와 있는데, 진흙은 중국인이 살아갈 수 있는 식문화가 발달하였고, 생존 도구이자,그들을 위협하는 죽음의 도구이기도 했다. 농사를 짓는데 있어서, 질좋은 진흙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상왕조의 갑골 문자가 있다. 거북의 배딱지에 새긴 질문들을 상 왕조 최고의 조상 상제에게 보내는 것, 그것은 상제가 자신을 보살펴준다는 절대적인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상왕조 이후 ,지금까지 중국이 동양의 중심으로서 현존할 수 있었던 이유를 상제에 있다고 보는 이유도 그러하다. 갑골문자에 대한 신화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신과 소통하는 남다른 비밀이 그때 당시 그들에게 가까이 하였던 권력의 실체이기도 하다.3000년 전 , 누구나 거북 배딱지에 글자를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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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숙이의 숙제 책 읽는 어린이 연두잎 10
유순희 지음, 오승민 그림 / 해와나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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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가 명숙이를 통해서, 하나하나 무엇인지 책에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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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숙이의 숙제 책 읽는 어린이 연두잎 10
유순희 지음, 오승민 그림 / 해와나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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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야, 니는 대체 언제 오나?"

명숙이는 자기도 모르게 혼잣말을 했다. 여섯 살 많은 언니는 청계천 평화시장 봉제 공장에서 일했다. 공장 기숙사에서 지냈는데 쉬는 날 몇 번 오고는 몇 달째 소식이 없었다. 언니는 봉제 공장이 닭장 같다고 했다. 여덟 평 작업실에 서른 명이 붙어 앉아 허리도 폐지 못하고, 천을 자르고, 나르고, 미싱을 밟는다고 했다. (-14-)

"십 원만 줘요."

진주를 업은 명숙이는 소금 그릇을 이고 골목을 내려가는 엄마를 따라갔다. 일요일인데도 엄마는 장사를 나갔다. 아버지는 댓바람부터 나가 버렸다. 이런 날은 친구들과 놀지도 못하고 진주를 봐야 한다. 하루도 길고 배고픔도 길다. 멀건 된장국에 밥 말아 먹는 것도 , 고추장에 비벼 먹는 것도 지겹다. 온종일 진주를 보는데 과자 하나 사 먹을 정도의 돈은 주고 갔으면 해서 엄마를 쫓아가며 말했다. 더구나 엄마는 돈이 많다. 장사하고 돌아오면 허리에 찬 전대를 풀어서 바닥에 돈을 쏟아 놓고 센다. 꼬깃꼬깃한 지폐도 있고, 구릿빛 동전들도 많다. 어느 때는 동전이 데굴데굴 코앞까지 굴러온 적도 있었다. 손바닥으로 덮어서 숨길수도 있었지만 엄마를 속이는게 싫어서 도로 굴렸다. 그렇게 했는데도 엄마는 명숙이 맘을 몰라줬다. (-32-)

"할아버지, 이게 숙제인데요.'柳 明 淑' 이게 한자로 제 이름인데....,이 듯이 뭔지 알아오래서요.,...."

할아버지는 주머니에서 돋보기를 꺼내 명숙이의 한자 이름을 자세히 봤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한 자, 한 자 짚어가며 설명해 주었다. (-64-)

"아버지, 나 하교 가야 한다니까요. 선생님이랑 약속했잖아요. 학교 보내 준다고!"

"학교가 뭣이 중요하다고 이리 난리 치냐. 그리고 저것은 누가 보냐?"

아버지는 진주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선생님과 한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너무나도 쉽게 깨 버렸다. 도저히 못 참겠다. 명숙이는 봉지가 터져서 쫘르륵 쏟아지는 쌀알처럼 지금껏 참았던 말들을 토해 냈다.

"아버지 자식이니까 아버지가 보라고. 난 학교 갈거라고!"

"이것이 미쳤나?" (-72-)

언니와 잠들기 전에 주고 받았던 말이었다. 언니가 어두운 밤을 같이 넘어가자고 했는데 약속을 어겼다. 맨날 기다렸는데 오지 않아서 조금 서운했다. 하지만 이제 알 것 같다. 어니가 일부러 약속을 어긴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었다는 걸. 지금 자신의 마음이 그랬다.

'진주야 ,지금은 갈 수 없어.' (-84-)

유순희 작가의 책 『명숙이의 숙제』은 자전적 동화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1960년대~1970년 대, 청계천 평화시장 봉제공장에 다녔던 실제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명숙이의 삶은 어두웠다. 술에 취해 살았던 아버지,장사를 해야 했던 엄마, 어린 진주를 돌봐야 했던 명숙, 언니는 봉제 공장에 다녔고, 명숙은 순수한 삶 그 자체였다.

자전동화는 1950~1970년 사이에 태아난 이들이라면 공감가는 이야기가 담겨진다. 국민학교를 졸업하면, 당연히 도시로 이동해야 했다. 봉제공장에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아이를 챙길 여유가 없었고, 내 아이가 얼른 독립하여, 피붙이로서, 벗어나길 원했다. 대책 없이 아이르 낳아야 했던 그 시절, 밥그릇 하나 줄이는 것이 급선무였다. 명숙은 매일매일 돈을 가지고 있는 엄마가 이해하지 못한다. 착하게 살고 싶었던 명숙은 세상이, 명숙을 착하게 살게 만들지 않았다.

명숙이의 숙제는 ,자신의 이름 명숙의 한자 뜻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부모들은 명숙이 공부를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탐탁치 않았다. 매일 매일 술에 취해 살았던 아버지, 글을 알아야 한다는 것은 사치였다. 학교에서 재촉하는 육성회비조차 낼 수 있는 가정환경이 명숙 앞에 없었기 때문이다. 명숙은 아바의 모습과 장사를 하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다.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있는 가정환경이 명숙 앞에 놓여지지 않는다. 이 자전적 동화를 지금 MZ 세대가 읽는다면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초중학교 의무교육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586 세대 부모들은 그런 삶을 얻지 못했다. 공부를 한다는 것이 항상 사치였고, 한자 숙제를 하려고 하는 명숙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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