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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에 대하여 - 무엇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가
문형배 지음 / 김영사 / 2025년 8월
평점 :

1986년 2차 시험을 끝내고 그 무렵 유행하던 공장 체험을 해보기로 하였다. 민중의 고통을 체험하지 않은 주장이나 실천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거나, 기득권 때문에 민중의 고통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그 당시 널리 퍼져 있었으므로. (-13-)
법에는 두 가지 기능이 있다.하나는 보장적 기능이다.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고 거기에 저촉되지 않으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게 해주는 측면이다. 여기서 '법 없이 살 사람'이 빛을 발한다. 다른 하나는 보호적 기능이다. 그러나 법의 이러한 보호적 기능도 경매 절차에서 배당요구를 하는 임차인이나 노동자에게만 위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에 유의하여야 한다. 여기서 '법 없이 살 사람'은 초라하기만 하다. (-20-)
협상은 마감 시간 직전에 이루어지므로 상대방의 마감시간을 알아낸다.(시간)
상대 측의 진정한 한계를 알아낸다.('정보')
판례, 통계 자료. 전문 서적, 하다못해 과거에 썼던 판결문을 제시하는 것도 효과적이었다..(합법성의'힘')
고등법원에서 5차 기일에 걸친 설득 끝에 결국 조정을 성립시킨 적이 있다.(끈질김으로 인해 얻는'힘')
분쟁을 빨리 끝내려고 하는 사람에게 양보를 얻어낸다.('시간')
형사 기록이나 당사자 주장을 통하여 소송 제기 이전에 당사자가 제시했던 금액을 탐색하고 이를 조정안 작성의 기초로 삼는다. 피고 명의의 재산이 없을 경우 유효한 집행 방안을 강구하고 인용 금액을 낮추는 조정 안을 제시한다.('정보') (-34-)
판사가 죽은 사람을 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멀쩡한 사람을 죽일 수는 있다. 선고 전날 아파트 단지 내 공원을 산책한다. 내일의 판결을 머리로 그려보고, 결론에 자신 있는지를 검증한다. (-47-)
이번 주 재판 기록을 보면서 "아들 죽은 것도 서러운데 아들 채무까지 상속해야 하다니 억울하고 상속 포기라는 제도가 있는 줄 몰랐다"는 내용의 서류를 일고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66-)
판사란 타인의 인생에, 특히 극적인 순간에 관여하는 사람이다.분쟁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인생에 대한 풍부한 경험이 없다면 자칫 그들 인생에 커다란 짐을 지우는 오판을 할지도 모른다.
시간이 갈수록 판사란 직업이 두렵다. (-79-)
26년 전 그들에게 학생증을 제시하고 등교를 하여야 했듯이 나는 또 다른 그들에게 '우리법연구회를 해체함으로써 좌경 판사가 아님'을 확인하는 신분증을 제시하고 법원에 출근해야 하는 것인가? (-98-)
판사가 되고 보니 사건을 이해하기엔 내 경험이 너무 초보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도대체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고 거액의 거래를 하는 이유가 무엇이지, 잡히면 처벌받을 게 뻔한 일을 왜 되풀이하는지, 궁금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경험을 늘리려고 해보니 이 또한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당장 법관 윤리가 문제였다. (-109-)
"과거의 일이 역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사람들이 기억할 때 그것은 역사가 된다."
돌아가신지 5년이 지나도 40여 명을 한자리에 모으는 한기택 판사의 힘은 무엇일까?
여럿이 만나면 헤어지기 싫어하는 사람이 꼭 있는 법이다. (-129-)
고인은 정말 본받고 싶지만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판사였다. 고인은 업무에는 철저하셨지만 운전기사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한없이 관대한 분이었다. 특히 재판을 할 때 화를 내는 법이 없었고 부드러우면서도 엄정한 법정 분위기를 만드셨다. 사건의 결론을 내릴 때 배석 판사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였고 배석 판사가 쓴 판결문도 수정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169-)
하나의 인간이나 단체의 수중에 입법권과 집행권이 동시에 있다면 자유란 존재하지 않는다. 재판권이 입법권과 집행권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을 때에도 자유는 존재할 수 없다. 하나의 인간이나 단체가 세 가지 권력을 행사한다면 모든 것은 상실되고 말 것이다. (-241-)
저자는 공통선을 추구하는 새로운 정치는
하나, 시민의식, 희생, 봉사,
둘, 시장의 도덕적 하계,
셋 ,불평등 , 연대,시민의 미덕,
넷, 도덕에 개입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주장한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해묵은 , 그러나 여전히 주요한 논쟁의 완결판이라고 볼 수 있다. (-260-)
편저자의의 말에 따르면 《재판관의 고민》 은 유병진 판사가 9.28 이후 서울 재후퇴 시까지 서울지방법원에서 취급한 부역자 처단에 관하여 고뇌의 과정을 회고하기 위해 출간한 단행본이고, 여기에는 6.25 당시의 재판 상황을 알려주는 것을 넘어서 이후 조봉암 사건에서 무죄 판결의 근저를 이루는 그의 법철학적 사고 형성 과정을 소묘하고 있습니다. (-287-)
판사를 비롯한 소송 관계인의 타성, 심리 시간의 부족, 법정의 부족, 증인의 비협조, 위증 사범에 대한 엄정한 처벌 등이 우선 해결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공판 중심주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관하여 논쟁할 때가 아니라 공판 중심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지혜를 모을 때입니다. (-350-)
독립되어 있지 아니하면 사법이 아니다.
사법의 독립과 사법 행정권은 비교 형량을 거론할 수 있을 정도로 동등한 가치가 아니다. 만일 사법의 독립과 사법 행정권이 교차한다면 마땅히 사법 행정권이 사법의 독립에게 길을 양보해야 한다. (-365-)
저자인 문형배는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다. 그는 2019년 4월 19일 한법재판관 임기를 시작하였고, 2025년 4월 18일 퇴임했다. 스스로 독만권서 행만리로를 지행하는 도서광이자 산책광이라 일컫는다.그가 헌법재판관으로서, 윤석열 탄핵인용한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는 바다.
그의 직업이나,그의 명성과 무관하게 책 『호의에 대하여』을 읽어 보았다.이 책는 문형배 에세이다. 김장하 선생님의 도움으로 중고등학교를 나왔고,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였다. 여느 판사가 걸어온 길을 걸어왔으며, 틈틈히 독서하고,산책하면서, 글을 써왔음을 인식할 수 있다.그의 생각이나 사유는 갑자기 모여진 것은 아닌 셈이다. 그는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법에 대해서,다룰 때 신중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즉 이 책을 통해서,그가 생각하는 사람에 대한 이해를 느껴 볼 수 있었다. 인간에게 자유와 의무에 대해서, 경청의 힘을 살펴 보았다. 그가 판사로서, 헌법재판관으로서,존경했던 인물은 누가 있었는지 살펴볼 수 있다.내가 존경한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내 인생이 바뀌게 되고, 사람을 살릴수도 있고,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그가 존경했던 인물이 나에게도 존경 받아 마땅한 사람인지 생각해 본다.
이 책에는 문학적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물론 법과 재판에 관련한 이야기가 많았다. 법이 문학 속에서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 서양과 동양의 법에 대한 기준점을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우리가 자유로운 일상을 살고 있는 이유는 민주주의 사회 속에서, 불완전하지만, 삼권분립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즉 입법과 사법, 행정 중 두가지가 분리되지 않는다면,인간의 자유는 축소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대한민국이 아닌 조선과 고려시대에 살아가게 된다면, 우리 자유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것은 언감생심에 불과하다. 내 앞에 놓여진 자유로운 일상을 소중히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다.무엇보다도, 대한민국 사회는 법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나라다. 법에 대한 무지가 자신의 권리를 잃어버리는 것과 다름없으며, 스스로를 지킬 수 있으려면 법에 대한 무지에서 탈출 버튼을 누를 때이다. 착한 사람 ,선한 사람일수록 법을 알아야 한다. 그가 독서에 매진하는 이유다. 무지와 무경험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