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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겠다는데도
배윤음 지음 / 안식(Rest) / 2024년 6월
평점 :
함께 잔을 기울여야지만 가까워지는 인연들.슬프게도 가장 가까웠던 사람들. 술을 멀리하니 아주 머리 가는 마음즐. 나는 아주 많은 힘을 잃었어. 나를 두들겨 패는 사람은 너무 많은데 단 한 번도 모든 걸 혼자서 견뎌내 본 적이 없어. 나는 내 마음을 담보로 사람들에게 관심을 빌려.내가 너무 하찮고 조그메....(-19-)
남 탓하고 살면 편하다던데. 굳이 굳이 불편히 살겠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이 가끔은 멍청해 보여.
그네들은 수치도 모르고 염치도 모른 채 헤벌쭉 살아간다는데. 생각 많고 주저하는 내 탓이라는데.
근데 난 알어 . 내 세상에 먼지는 너네야. 너네 탓이야. (-32-)
지나가다 밟히는 풀데기도 무시하지 말 것. 아무도. 그 무엇도 함부로 무시하지 않을 것.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겸손. 그리고 내 생각이 틀린 것이 결코 '나'가 틀린 것이 아니란 점을 분리해 낼 것. 지적 겸손을 유념하고 ,이를 바탕으로 나 또한 무시받지 말 것. (-46-)
얕은 헤어짐을 반복하고, 끝은 있다며 너를 돌아 세웠다. 너를 바래다주는 마지막 45분은 너무 서글펐고,도착하기 전까지 신호는 파란불만 즐비하고 , 내 차는 단 한 번을 정차하지 못한 채 너를 보냈다. 보고 싶을가? 아마 그럴 것 같아. (-90-)
있잖아요.오늘 내 마음이 무사한지 궁금해해 줘요.
오늘 하루 잠자리가 날카로운 한숨에 불편하진 않을지 생각해 줘요.
당신의 세계에서 살아 숨 쉬고 싶어요. (-130-)
그 많던 사랑이 다 어디 갔는지.
내가 다 치워버렸던가. 기억 나지 않아.
날이 오래된 무성 영화 같다. 날 불러도 듣지 못할까 겁나.
나눴던 약속은 모두 가만있니?날아가 버린 지 오래라고 . 얼마나 갑갑했으면 그랬을까. 다해져버릴 줄 알았던 걸지도 몰라. 사랑이 너무 뜨거워 태워다라고. 태워다랄고 세차게 빌곤 했거든. 아, 오늘 밤 꾸는 꿈엔 꼭 지난 사랑을 손으로 잡아 뭉쳐야겠다. 자는 동안만이라도 슬프지 말라구. (-154-)
내어나서 나란 존재는 사랑을 느끼며 살아가는 소중한 존재였다. 태어난다는 것이 기적이라고 말하는 이유,존재의 깊이를 느끼게 해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핏덩어리 존재감으로서, 우리는 사랑 없이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존재 그 자체였다. 하지만, 우리는 사랑받고 있음에도 ,사랑에 목말라 있으며, 사람에 대한 위로를 느끼고 싶을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무시당하며, 길 잃은 양떼처럼 살아가며, 누군가의 목자가 내 곁에 있기를 꿈꾸며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항상 내 곁에서, 내 의지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었다. 내의도대로 되는 일보다 내 의도대로 되지 않은 일이 더 많은 세상이었다.
작가 배윤음, 사랑 에세이집 『사랑하겠다는데도』 에서, 누군가의 감정, 느낌, 생갇으로 채워지고 있는 일기장을 보는 것 같았다. 내 비밀 일기장이 어느 순간, 노출되어서, 하루 하루 채워져 가는 일상의 단상이 느껴졌다. 우유부단한 사랑이 느껴진다.무너지고 있는 나 자신, 죽고 싶어하는 작가의 마음이 서로 교차되느 느낌 속에서, 교감과 위로를 스스로 얻는다.
책 『사랑하겠다는데도』에서 나는 위로를 얻었고,나 스스로 두 손 털고, 일어서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가진 것이 배윤음 작가가 가진 것보다 더 많다는 걸 느끼면서,내면 속의 안도감을 얻을 수 있었다. 여유롭지 못했던 나 자신이 이제, 길 한모퉁이를 누군가게에 비켜줄 줄 아는 여유를 찾게 된다. 살아가면서,우리가 누군가의 등에 기대어 의지하면서, 연리지 처럼 기대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걸 각인시켜주고 있었다. 삭막하고,복잡하게 느꼈던, 나의 마음은,이제 구멍이 숭숭 뚫려 버린 상태에서, 내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무엇이며, 스스로 삶의 의마와 가치를 사랑으로 사랑으로, 따스함과 위로로 채워 나가야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