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사라져야 할 곤충은 없어 - 곤충학자 김태우의 곤충 이야기
김태우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밭 울타리에 붙어 있던 사마귀는 정말 무서웠다. 뾰족한 얼굴로 째려보는 인상이 얼마나 사나웠는지 등골이 서늘했다. 밭에서 일하던 아저씨는 이런 사마귀는 죽여야한다고 말했다. 논에는 개구리도 참 많았는데 ,갈색의 산 개구리를 보고 독개구리니까 잡지 말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또 흰나비도 잡지 마라 등등 어릴 때 어른들한테 주로 들었던 이야기 대부분은 건드리지 말라든가 벌레는 나쁘니까 죽여야 한다는 것이다. (-14-)



고치가 생긴 지 보름 후에 다시 안을 살펴보니 확연히 다른 모습의 번데기가 들어 있었다. 유충 시절의 큰 턱과 몸의 껍질은 한쪽 구속에 놓여 있고 온통 하얀 번데기인데, 양족 겹눈만 검었다. (-57-)



일제감정기에는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곤충학자가 석 선생과 나밖에 없었는데,이제 우리 후학들은 수백명 이상 된다고 합니다.우리 시대에는 그저 박물학 활동에 가까웠지만, 생물학이 도입되고 진화론의 원리가 수용되어 곤충에 관한 여러 분야가 많이 나눠지고 있답니다. (-137-)



선명한 곤충 소리를 들으며 그 때 그 장소가 저절로 기억난다. 잔날개여치의 간질간질한 울음소리는 지금은 사라져 버린 북한산 자락의 습지를 떠올리게 하고 우렁찬 여치 울음소리는 강원도 영월에서 나비를 모니터링하던 시절를 상기시킨다. 요란한 철써기 소리는 백양사 계곡의 장대비 쏟아지던 밤을 떠놀리게 하고 중베짱이의 활기찬 울음소리는 소백산 죽령 고개를 차로 넘던 한밤을 기억나게 하낟. (-182-)



분류학을 전공한 내게 표본실은 가장 익숙한 공간이다. 학창 시절 읽은 염상섭 시인의 《표본실의 청개구리》 는 인상적인 제목이라 아직 뇌리에 남아 있지만, 표본실이 내 작업장이 될 줄은 몰랐다. 어쩌면 이곳은 곤충들의 무덤이다. 죽은 곤충의 실체는 솔직히 버려진 새우 껍질과 별반 다르지 않다.인간이 정성과 가치를 부여했을 뿐이다. (-217-)



'얘는 왜 이렇게 생겨야 했을까? 이 이상한 구조는 뭘까?'

몸에 난 털과 상처, 먼지, 배설물의 흔적까지 고스란히 마주친다. 우주인이 달에 착륙해 첫걸음을 딛으며 표면을 살피듯 현비경으로 관찰한 곤충의 미세 구조는 모두 새롭게 시야에 와 닿는다.

수컷의 생식기는 종을 결정할 때 자주 쓰이는 형질이다. 겉모습이 비슷한데 구분하기 애매한 종류는 표본을 며칠간 데시케이터에 넣고 연화시킨다. (-246-)



일제강점기 조선에는 곤충학자로 조복성, 석주명(1908~1950) 박사 밖에 없었다. 함평 나비 대축제에 가면 한반도 최초의 나비박사 석주명 선생의 곤충 인생을 들을 수 있다. 곤충학자 김태우는 자연의 균형과 조화를 위해 곤충의 소중한 가치를 우리 사회에 적극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소개하고 있었다.인간이 곤충을 인간의 삶에 공존하기 보다,배제하거나 퇴치하려는 속성을 문제삼고 있는 이유는 인간의 진화에서, 곤충의 긍정적인 역할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곤충이 죽어가는 이유는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환경의 파괴에 있다. 벌목 뿐만 아니라,곤충이 살아갈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파괴되고 있다. 늪지대가 사라지고 있는 이유다. 인간의 먹거리를 위해서, 농약을 뿌리는 일을 반복함으로서, 식물의 생테계가 곤충의 삶에 악영향을 끼치며, 생테게에 교란이 진행되고 있다. 벌이 점점 더 사라지고 있는 것이 작금의 우리 앞에 놓여진 현실이다.



꿀벌과 누에, 털파리, 대벌레 ,포식자는 인간의 시선으로 볼 때, 형오스러운 곤충으로 손꼽히고 있다.대표적으로 사마귀가 있으며, 깔따구가 바로 그런 예이다. 바닷가에 서식하고 있는 깔따구는 해충으로 부르는 대표적인 여름 해충이며, 사인들의 생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러나 곤충들의 입장에서 볼 때, 억울하다. 4급수 이하의 오염된 물에 서식하며, 물을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여름철에 인간의 사는 곳에 주로 서식하기 때문에, 접촉하게 되면 알러지가 발생할 수 있다. 뉴스에 단골로 나오며, 깔따구 유충을 제거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곤충을 사랑하고, 연구하는 김태우 곤충학자의 입장으로 볼 때,이러한 상황에 대해서,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 어디에 있는지 돌아보게 해준다. 인간에 의해 천적이 사라진 곤충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올 수 있다. 곤충과 공존하기 위한 작은 발걸음이 필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