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내 아이가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 먼 훗날 장애 아이가 혼자 살아갈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지길 꿈꾸며
박현경 지음 / 설렘(SEOLREM)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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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조치 후 구급차를 타고 불과 내가 일주일 전까지 근무했던 대학병원으로 향했고, 중환자실에 아이를 눕혔다. 가녀린 혈관에 주삿바늘이 수없이 꽂히는 걸 보자 , 내 심장을 시퍼런 칼이 난도질하는 것 같았다. 각종 기계에 휘감김, 발가벚겨짐, 내 아이가 낯설었다. 중환자실 간호사였기에 24시간 환한 형광등 불빛과 기계음,알람소리는 익숙한데, 그곳에 아이가 환자로 있고 내가 보호자로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19-)



장애인이나 보호자가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이나 전용레인이 있으면 좋겠다. 수영은 신체 경직이 심한 아이에게 효과적인 운동인데 ,성별이 다른 엄마는 수영장 탈의실 이용이 불가능하니 수영가르치기가 험난하기 때문이다. (-71-)



내 예감은 늘 100퍼센트 적중한다. 확인하고 싶지 않지만 확인해야만 하는 역할에서 도망가고 싶다. 아이는 내가 없는 동안 벌어진 사건을 재현했다.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얘기하지 못하지만, 유추해보니 거실 tv 서니 엉켜 있었는지 선을 잡아당기자 tv가 무릎 쪽으로 고꾸라지며 떨어져서 액정이 또 깨졌다는 거다. (-145-)



작가 박현경은 대학병원 중환자실 간호사다. 죽음과 사투하는 직업이다. 간호직을 평생직으로 생각했던 박현경 간호사는 자신의 아이에게 건강을 위해 예방접종을 맞았건만, 뇌성마비, 뇌병변장애를 겪는 첫째아이, 삶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으며,자신이 근무하였던 대학병원에서, 주삿바늘에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내 아이의 민낯을 직접 목도하고 말았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 어린 아이는 뇌성마비였고, 또래 아이들처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30년 간 견뎌온 시간들이 에세이집 『어느 날 갑자기 내 아이가 장애인이 되었습니다』에  담겨 있었다. 세 아이 아들 중 아픈 손가락, 첫째 아들과 함께 살면서, 서서히 재활훈련을 하면서, 사회에서,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다. 장애 아이를 둔 부모들은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 자신을 위한 시간은 사치였다. 아이를 맡길 수 없었다. 놀러가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영화 한 편 볼 수 없었고,죄책감을 느끼며 살아왔다. 죄인 아닌 죄인으로 살았고, 내 아이를 위해서,수영장에서, 마음 편하게 수영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AI스피커, 스마트TV,스마트폰 액정이 수시로 깨졌고,TV를 갈아야 한다. 부모 없니 혼자 둔다는 건, 어떤 큰 사고를 예고했다.한순간에 TV 두 대의 액정이 깨졌고,수리하는 비용이 사는 비용보다 더 많이 청구되었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아서, 말을 듣지 않아서,액정이 깨졌고,고스란히 돈으로 때워야 햇다. 이런 상황들은 장애인 부모가 아니라면 알수 없다. 정부가 운영하는 긴급돌봄 서비스도 조건이 붙는다.내 아이를 제도적으로 해결할 수 없었고, 복지 서비스를 쓰기 위해서, 조건과 상황에 맞아야 했다. 사비 아닌 사비를 써야 했다. 몸은 성인이지만, 행동은 물가에 내 놓은 어린이나 다름 없었다. 이런 현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나와 있다. 편견없이 평범하게, 하루라도 행복하게 살고 싶은 작가 박현경의 마음과 인생이 오롯이 『어느 날 갑자기 내 아이가 장애인이 되었습니다』에 아픔과 고통,고민과 걱정이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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