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내버려둬
전민식 지음 / 파람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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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집 앞 가로등 앞에 사람들이 모여 술렁거렸다. 누군가는 비명을 질렀고 어디론가 뛰어가는 사람들도 보였다. 장대가 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갔다. 나는 그의 뒤르 졸졸 따라붙었다.사람들이 모인 중심에 한 여성이 쓰러져 있었다. 눈이 뒤집혔고 몸을 떨었다. (-26-)

"그처럼 신속하게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페달러는 없어!"

공장장의 말투는 딱딱하고 강했다. 창박으로 유리 지붕을 내다보던 공장장이 뒤돌아섰다. 나는 흠칫 놀랐다. 그의 얼굴이 낯설지 않은 때문이었다. 어디에선가 보았던 얼굴? (-61-)

볼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1212궤도의 위용은 위압덕이었다. 도시의 핵심은 1200급 궤도였다. 1200궤도가 돌지 못하면 도시는 암흑과 다를 바 없었다. 다른 단위의 궤도들은 관공서 정도에 전기와 물을 공급하는 데 지나지 않았다. 1200급 궤도가 돌아야 비로소 지하에서 흐르는 물을 끌어올리고 거리의 등을 밝히고 집안의 전기를 공급했다. 1200 급 궤도가 돌아야 병원도 학교도 정상적으로 운영이 되었다. (-113-)

나는 부러진 핀들을 모아 절삭하고 갈아 부엌칼이나 젓가락 등을 만드는 가게 앞에 섰다.골목 입구를 쳐다보니 아리는 천천히 골목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건물의 그늘 속으로 들어간 그녀의 얼굴은 그늘보다 더 초췌해 보였다. 몸피도 불어든 듯 했다. (-176-)

빛은 근육의 몸은 물론 기억 그리고 생각하는 힘까지 모두 희석시켜 버렸다. 도시의 끝은 가늠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세상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내가 익히고 배워왔던 지식이 죄다 무의미했다. 말할 수 없이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믿음과 지식과 관계가 세상의 전부라고 판단했던 시간들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18-)

소설가 전민식 작가는 1965년생이며, 부산에서 태어나 , 평택의 캠프 험프리,미군 기지촌에서 성장했다. 그리고 서른을 앞두고 , 추계예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하였다. 전 작가는『9일의 묘(2015)』, 『강치(2019)』, 『우리는 오피스텔에 산다(2022)』 외 다수의 저서를 출간하였으며, ,『우리는 오피스텔에 산다(2022)』 이 최근작이다.출간된 소설들 면면을 보면,장르의 다양성과 독창성이 돋보이며, 남다른 상상력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낸, 선이 굵은 소설을 다수 완성하였다.

그의 신작 『그냥 내버려둬』은 그동안 저자의 책들과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SF 소설이며, 인간의 미래상, 디스토피아적인 요소들로 가득한 미래의 암담한 사회을 그려내고 있다. 불가능한 미래가 아닌,인간의 무분별한 행위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작가는 이 책의 뒤에서 이 책을 쓴 배경을 적어 놓고 있었다. 산업화 사회 대한민국에서, 자신의 차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 비틀즈의 『Let It Be』 끊어지지 않고 흘러 나왔으며, 우연히 보게 된 온갖 굴뚝과 건물 외벽에 붙은 할로겐 등이 어두 컴컴한 밤을 밝게 비추고 있는 상황을 발견하게 된다. 이 소설의 모티브는 어떤 상황에서, 우연과 필연적인 상황에서 이야기는 시작하고 있다.

24시간 쉽없이 돌아가는 페달 공장은 인류가 살찌우고,인간을 살찌우고 있다. 그것은 누군가의 노력과 희새에서 비롯된다. 소설은 페달을 밟아서 전기를 생산하는 공장을 주배경으로 하고 있으며,24시간 어두컴컴한 하늘,낮과 밤이 구분되지 않은 미래를 그리고 있다.전기가 있는 세상과 전기가 없는 세상은 차이가 있다. 주인공이 사는 곳은 전기가 없으면 어두 컴컴하고,우울증과 같은 정신병적인 요소가 나타날 수 있다. 도시를 밝혀주는 중요한 기계 1212 궤도를 돌라는 인간 페달러들로 인해 도시의 밝은 빛이 지속적으로 생성될 수 있다. 전기가 빛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남자 페달러가 갑자기 사망하였으며, 여성 페달라가 그 일에 투입되었다. 페달러는 남성의 전유물이었기에 여성이투입되는 것만으로도 이슈가 되고 있었다. 하루 3시간 페달을 돌렀던 상황이 어느 순간, 4시간으로 늘어난다.그로 인해 상황이 바뀌고, 인간 페달러는 달라진 상황에 적응하고 있었다. 누구도 그 바뀐 상황에 대해서 말할 수 없었으며, 1212궤도가 도시의 전기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인간들은 알고 있다. 값싸고 , 저렴한 전기는 당연하다고 볼 수 있지만, 누군가 페달을 돌리고, 전기를 생산하였기에 가능하다. 이 세상에 공짜는 결코 없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조차도 당연하지 않다는 걸 잘 드러내고 있다.

ㅂㅕ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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