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학본체론 - 사람에 대한 유학의 최종 인식
천라이 지음, 이원석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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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무엇을 바랄 수 있는가?

사람은 무엇인가?

앞의 세 문제는 각각 칸트의 3대 비판서,즉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에 대응한다. 하지만 칸트는 마지막 문제인 '사람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따로 책을 써서 밝히지 않았다.

'사람은 무엇인가?' 라는 문제를 대체 어떻게 철학적으로 이해하고 대답해야할까? (-10-)

소크라테스 철학이 지혜에 대한 사랑, 곧 Love of wisdom 이라면 유가철학은 '사랑에 대한 지혜, 곧 wisdom of love'다. 유가의 철학은 인애라는 생명적 가치를 체험하고 추구하며, 더 나아가 그 가치의 체험과 추구를 완성하는 것인데, 이는 인애의 방향과 목표를 신중히 선택하고 깊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21-)

인은 서로 헤아려 동정하는 것이다. 남을 헤아려 동정하는 것은 타자가 우선으로 삼아 타자의 요구를 몸소 살피는 것이다. 서로 헤아려 동정하는 것은 평등을 중시하므로 자아를 중심에 놓으면 안 되나. 남을 헤아려 동정하는 것은 자아를 넘어서므로 자아 속으로 움츠러들지 않는다. 남을 헤아려 동정하는 것은 유아독존의 반대로서 연관과 화해의 세계를 세우는 기초다. 남을 헤아려 동정하는 것은 자아의 지향성을 강조하자 않고 자아를 보편성의 한 사례로 간주한다 그리고 남을 헤아려 동정하는 길은 주체성을 강조하지 않고 타자의 주체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118-)

맹자가 말했다. "감정은 선하게 될 수 있으니 곧 이른바 '선'이다. 저 선하지 않게 되는 것은 타고난 재일의 죄가 아니다. 측은히 여기는 마음은 사람들 모두가 갖고 있다. 수치스럽게 여기는 마음을 모두가 갖고 있다.공경하는 마음은 사람들 모두가 갖고 있다.시비를 가릴 줄 아는 마음은 사람들 모두가 갖고 있다. 측은히 여기는 아음은 인仁이다.수치스럽게 여기는 마음은 의 義다. 공경하는 마음은 예 禮 다. 시비를 가릴 줄 아는 마음은 지 知 다. 인,의, 예,지는 밖에서 내게 삽입된 것이 아니라, 내가 본래 갖고 있는 것으로서 다만 그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그러므로 '구하면 얻고 버리면 잃는다' 고 한다. (-149-)

"선한 성품의 모습은 어떤지 묻고자 합니다." 대답한다.

부모가 사랑하여 자식을 이롭게 하는 것을 자애 라 하고, 자식이 사랑하여 부모를 이롭게 하는 것을 효孝 라고 한다, 사랑과 이롭게 함이 마음속으로부터 나오는 것을 충 忠 이라 하고,마음으로 성찰하여 타인을 궁휼히 여기는 것을 혜 惠 라 한다. 형이 경건히 동생을 사랑하는 것을 우 友 라 하고, 동생이 경건히 형을 사랑하는 것을 제 悌 라고 한다. 접대할 때 용모를 조심스럽게 하는 것을 공 恭 이라 하고, 접대할 때 용모를 단정하게 하는 것을 경 敬이라고 한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것을 곧음(貞) 이라 하고, 약속을 지키고 말한대로 하는 것을 신 信 이라고 한다. 마음이 다스려져 치우치지 않는 것을 端 이라 하고, 마땅한 기준에 의거해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것을 공평(平) 이라고 한다. 행동의 선함을 마음으로 결정한 것을 맑다(淸)고 하고, 말을 이롭게 하고 검소, 겸손한 것을 염치 있다고 한다. (-209-)

사람은 하늘의 마음이다. 인은 사람 마음이다. 사람으로서 어질지 않다면 천지의 마음이 서지 않을 것이다. 천지를 위해 마음을 세운 것이 인이다. 사람은 천지의 마음이다. 하늘에는 사계절이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며 서리가 내리고 이슬이 내린다. 땅은 신묘한 기를 싣고 있어 바람이 불고 우레가 치며 만물이 형체를 이루는데 ,하나라도 어질지 않는 것이 없다. 어질다면 맑고 밝으며 비어 있고 고요하게 되어 첮이와 더불어 동류가 된다 (-367-)

전덕홍은 이렇게 지적한 바 있다."평생 천하의 비난과 모험을 무릅쓰고 생명의 위험을 감내하면서 황망한 가운데서도 강학을 잊지 않은 까닭은 ,오로지 우리가 도를 깨닫지 못하여 공리와 기지機智 에 빠져 들어 날마다 오랑캐와 금수의 지경이 되면서도 외물과 더불어 한 몸을 이루는 마음을 깨닫지 못하다가 마침내 죽어서야 끝이 날까봐 걱정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공자와 맹자 이래 성현들이 고심했던 것으로서 비록 문안이나 자제라 할지라도 그의 마음을 위로할 수 없었다. 이 마음은 섭문위聶文霨에게 보낸 첫 번째 답장에 가장 상세하게 나타나 있다. (-432-)

'원형이정元亨利貞 '을 볼 수 있는 곡식에 비유해보면, 곡식이 생겨나는 과정에서 그 맹아가 원元 이고,싹은 형 亨이며, 이삭은 이 利 이고, 다 익은 열매는 정貞이다. 곡식의 씨앗은 또다시 살 수 있으므로 순환은 끝이 없다.(-518-)

생물계의 천변만화는 헤아리기 어렵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근원이 낳은 것이다. 보건대, 이 생명이나 저 생명은 그 사이를 나눌 수 있지만 또 나눌 수 없다. 우주대생명이란 생명이 우주의 모든 존재를 관통하여 한 몸이 된 것이다. (-566-)

'인'에는 여러가지 표현 형식이 있다.윤리상으로는 박애,은혜,베풂, 친절, 용서로 표현될 수 있다. 감정상으로는 측은, 남의 불행을 참지 못함, 동정으로 표현될 수 있다.가치상으로는 관심, 관용, 화해, 화평, 만물일체로 표현될 수 있다. 행위상으로는 상부상조, 공생, 약자를 도움, 생명의 애호 등으로 표현될 수 있다. 동시에 고대 유학의 가치체계는 인의에지 또는 인의예지신을 병칭하여 유학이 긍정하는 여타 가치의 인 사이에는 특정의 구조적 관계가 설정되어 있었고 , 또 그렇게 이해되었다. (-619-)

따라서 고대 유가의 평등관은 기껏해야 기성의 등급 체계 안에 있으면서 그 체계를 조정했을 뿐이다. 하지만 실제로 유가문화는 양성평등과 인격평등만 주장한 것은 아니아. 예를 들어 과거제도의 출현이 명백히 보여주다시피, 유가문화는 기회평등에 대한 요구를 중요시했다. 유가에서는 개인의 노력 이외의 요소로 성공을 쟁취하는 제도를 반대했고, 기회에 대한 농단과 억압을 반대했다. 이는 유가가 인성평등과 인격평등에 대한 요구를 이미 넘어섰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의 근대사상가 캉유에이와 량수밍은 중국 고대사회에서 계급이 발달하지 않았는데 이는 유가문화가 일으킨 작용 때문이었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647-)

『인학본체론』 을 쓴 천라이 교수는 중국 칭화대 철학과 교수이자 칭화대 국학연구원장으로서 당대의 대표적 중국철학 연구자 중 한 명이다. 그는 리쩌허우의 두 권의 책, 『중국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2013)와 『중국철학은 어떻게 등장할 것인가?』(2015)에 자극을 받아서, 『인학본체론』 를 저슬하였다. 천라이 교수 의 저서 중에 국내에 번역된 책으로 『 송명 성리학』 ,『주희의 철학』 , 『양명철학』 ,『고대 종교와 윤리』 ,『진래 교수의 유학과 현대사회』 ,『중국고대사상문화의 세계』,『전통과 현대 ,어둠 속 중국』 가 있다.

『인학본체론』 은 독특하다. 천라이 교수는 주자학의 대가이며, 주희의 성리학, 주자 사상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극대화하고 있었다. 공자 사상의 근본인 인(仁) 에 대해서, 재해석하고 있으며, 재평가하고 있었다. 양명철학의 대가다. 하늘이 갖추고 있는 4가지 덕 또는 사물의 근본 원리인 「원형이정元亨利貞」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었다. 천라이 교수는 만물의 이치 원형이정元亨利貞 를 국가를 다스리는 인의 예지(仁義禮智) ,에 일치하였으며, 세상을 다스리기 위한 근본원칙, 방편을 서양의 철학에서, 동양의 철학 , 중국 철학의 본체인 유가 사상에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말한다. 인간의 어짊이, 나라를 바로 세우고, 이상적인 국가를 만들 수 잇다고 말이다. 전쟁이 없고, 백성이 풍요로운 삶을 말한다. 그의 견해는 어느 정도 허용되고 있었다.그가 말하는 인(仁)이란 사랑하는 것이다. 자애 (慈愛) 를 뜻한다. 여기에, 의(義)를 추가하고 있다.의(義) 란 정의(正義)였으며,옳음을 의미하고 있다. 군주는 유가사상에 따라서, 백성을 사랑하고, 스스로 바로 세워야 한다. 사랑과 엄격함으로서, 나라를 다스린다. 서양 사상이 21세기의 주류 철학이 되면서, 세상은 어지러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서양사상은 서서히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으며,중국의 인(仁)에 기초한 유가 사상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을거라고 예측하고 있으며,그것이 반드시 이루어질 거라고 보고 있었다. 사랑과 공경, 충과 효로, 군주의 어짊을 완성하고자 한다.


책 『인학본체론』은 나라를 다스리고,백성의 마음을 헤아리는 군주의 역할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군주가 아니더라도,개인에게도 유가사상의 효용가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어짊과 배려, 용서와 , 충, 효, 정의로움을 완성하여, 사단칠정『 사단[四端 측은지심(惻隱之心) · 수오지심(羞惡之心) · 사양지심(辭讓之心) · 시비지심(是非之心)],칠정[七情,희(喜) · 노(怒) · 애(哀) · 구(懼) · 애(愛) · 오(惡) · 욕(欲)] 에 따라서 살아가며, 자신의 삶을 천지의 이치와 사물의 원리에 조화를 꾀할 수 있다. 평화로운 일상과 평온한 살을 유지하면, 스스로 경계하며, 세사의 이치에 벗어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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