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소설 - 시작과 끝이 가족이었던 날들
이능표 지음 / 휴먼필드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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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집 문을 열고 나오는데 눈물이 왈칵 쏭자였어요.아니, 눈물은 둘째치고 눈앞이 캄캄했어요.어찌나 ,이제 어쩌나 ...바닥이 드러난 쌀통과 몇 봉지 남지 않은 미루 약 봉투가 눈앞에서 자꾸만 어른거렸어요. 시장통을 벗어나 읍사무소 앞을 지나고 있을 때였죠. (-19-)



장사는 그만그만해요. 약값까지는 아니어도 그럭저럭 양식 걱정은 덜 수 있을 정도랍니다. 당장 큰돈을 벌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번 나리 새엄마가 보내준 돈으로 타온 미루 약봉지가 줄어들수록 내심 걱정이 돼요. 게다가 그동안은 정 박사님께서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셔서 진료비 일부만 내고 약을 구했는데 요즘은 구호 단체 지원이 많이 불어든 눈치예요. (-65-)



"귀국하신 지 1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백바으로 아드님을 찾으셨지여. 말이 아니었습니다. 연로하신 분이 침식도 잊으신 채...옆에서 보기 안타까울 정도였습니다. 보육원을 퇴원한 뒤로 어느 해부터인가 행방이 묘연하더군요. 얼마 전 ,이 지역 지방신문을 뒤지다가 우연히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혹시나 했는데, 틀림없군요. 불행 중 정말 다행한 일입니다. 아드님은 유명을 달리하셨지만, 이렇게 며느님과 손자 손녀를 만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에요.어르신께서 매우 기뻐하실 겁니다." (-97-)



교통사고를 당한 아빠의 죽음을 모르는 채 간절히 지다리다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 버린 가엾은 아키코와 멀리 바다를 건너와 기적을 가져다준 풍선에 관한 얘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고, 방송을 통해 전국으로 퍼져나가면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172-)



그렇게, 보이지않는 팽팽한 긴자이 학교 전체를 감싸고 있을 때, 그 긴장을 견디지 못한 시장통 패거리들이 먼저 전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결과만 두고 봤을 때, 시장통 아이들이 무모했던 반면 공군주택 아이들은 겁에 질려 있었고, 61번지 아이들은 좀더 신중했다고 할 수 있다. (-241-)



소설 『가족소설』은 세편의 중편소설 「미루별 이야기」, 「소원풍선 이야기」, 「옥수수빵 이야기」가 옴니버스 향식으로 묶여 있으며, 가난과 결핍을 살아왔던 후진국 대한민국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었다.이 소설은 MZ 세대가 모르는 가난했던 ,1960년대, 전쟁이 막 끝나던 그 시대를 소환하고 있었다. 전쟁에 대한 기억이 없는 그들, 운동권, 종로 깡패가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이들에게,가안한 삶,생존을 위한 살미 얌나으로 치부되었던 그 시절의 민낯을 오픈하고 있었으며, 1940~1950년대 에 태어난 이들에겐 익숙하지만, 1990년대새에겐 낯선 이야기로 채워지고 있다.



우리는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아았다. 구호물자에 의존하며 살았다. 그리하여, 보육원, 고아원에서,겨우 입에 풀칠하며 살아온 시절이 있다. 가난은 배고품이 문제가 아니었다. 아파도,치료하지 못한 채 죽어 나갔다.불치병에 걸려도, 가난한 이들에게 선택권이 없었다. 작가는 그 시절을 소설의 형식을 빌려서, 시대를 소환하고 있었으며,지금은 10원짜리 하나 굴러 떨어져도 거들떠 보지 않았지만, 1원 하나로, 먹고 ,자고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었던, 전쟁과 삶이 겹쳐졌던 그 당시를 읽을 수 있다.



소설『가족 소설』 은 21세기 현대적인 감각을 기준으로 쓰여진 소설이기 때문에,그 시대의 아픔을 완벽하게 재현하지 못하고 있었다. 거지가 넘쳐낟건 그 시절 우리의 삶, 껌통 하나 들고 장사를 했던 그 시절,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이들을 도와주고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아픔은 그 당시에 태어난 이들의 경험 속의 아픔과 다르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소설로, 가난햇지만, 가족의 의미와 소중함은 돈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걸 작가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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