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귀신요괴전 1 - 중국 괴력난신의 보고, 자불어 완역 청나라 귀신요괴전 1
원매 지음, 조성환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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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불어』에는 온갖 잡귀신이 등장한다. 귀신과 요괴,강시들이 직접 등장하기도 하고 , 산 사람을 대역으로 써서 억울함을 하소연하거나 복수하기도 한다.귀신들은 또 산 사람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 동물, 식물, 사물에 붙어 정의를 실현하고자 몸부림친다. 어떤 작품은 저승을 여행하고 심지어는 저승에서 관직 생활을 하기도 하는 등 저승의 천태만상을 반영했다. 저승과 이승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여기에 등장하는 내용을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로 치부하 수도 있겠으나, 작품마다 나름의 교훈이 들어있다. '권선징악''사필귀정' 이나 '사불압정 (邪不压正)'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11-)

"이 동그라미 안에 들어가면 불계이니 부처를 볼 수 있어요."

이 씨는 그의 말을 진실로 믿었다. 쳐다보니 동그라미 안에 관음과 위태가 있고 향 연기가 자욱하여 즉각 머리를 그 안으로 넣고 싶었다. 그러나 조 씨가 그 안을 봤더니 시퍼런 얼굴에다가 흉악한 이를 드러내고 한 길이나 긴 혀를 내민 귀신이었다. 이에 큰 소리로 외치자,조 씨 가족이 모두 방 안으로 들어왔다. 이대 이 씨는 꿈에서 깨어난 듯 급히 비단 띠를 벗어났지만 목덜미에는 이미 부상을 입었다. (-146-)

거인 채위공은 늘 이렇게 말했다.

"귀신은 세 가지 계략을 가지고 있다.하나는 사람을 미혹시키는 것이고, 둘째는 사람을 막는 것이며,셋째는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물었다.

"이 세가지 계략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납니까?" (-269-)

"그 괴물은 돼지가 안라 파아상 波兒象 이라 부른다. 저승에서 이 괴수를 기르는 목적은 사건을 심사할 때, 특히 죄질이 무거운 사람을 심판할 때 그 괴수에세 던져주어 먹게 하기 위함이지.이는 너희 이승에서 나쁜 사람을 승냥이와 호랑이에게 던져주어 먹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353-)

'우리 둘이 잠자리에 누워 촛불을 끄기도 전에 괴물을 보았어요. 크기는 한 자 정도이고 재앙을 막아주는 석감당 石敢當 의 모양과 비슷했는데, 침상 앞에 와서 휘장을 헤치고 침상에 오르려 하더군요. 우리는 너무나 무서워서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외치며 미친 듯 내려갔어요. 이것은 모두 우리 두 눈으로 본 것입니다.'

이로부터 이 누각에서 살려고 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446-)

이 관음보살은 바로 전에 여관에서 만났던 그 부인이었다.

주생은 대로에서 소상을 가리키며 욕을 퍼부었다.

"이전에 너는 내게 사정하려 인간의 제사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런데 너는 나의 은혜에 감사할 줄 모르고 감히 내 가마를 파손시키다니,너무나 양심이 없구나.게다가 장 천사는 네게 3년 동안만 제사를 누리게 했는데, 지금은 이미 기한이 지났다. 넌 이곳에 죽치고 앉아 떠나려 하지 않으니 결국 이전의 약속을 잊었던 게냐?" (-525-)

지장왕이 말했다.

"부위부강 夫爲婦綱 이라 하였으니 인간 세상 모든 여성의 죄를 저승에서 판결할 때 우선 남편의 책임을 추궁하고 나서 그 여성을 징벌하게 되어 있느니라. 너는 선비라면서 어찌 책임을 아내에게 떠넘기는가? 네가 세 번째 보결 합격자가 된 것은 네 조부의 음덕이 도왔기 때문이지, 네 실력으로 인한 것은 아니다."(-666-)

'성황신의 말은 공명정대하다. 네가 스스로 반성해야 옳다.그러나 심 씨의 전생이 큰형수였으니 응당 관용을 베풀어야 하거늘.하물며 여동생이 하찮은 잘뭇을 한 것뿐이므로 암암리에 타이르면 된다. 어째서 온 마당의 사람들 앞에서 짓궃은 장난을 했는가? 그를 잡아와 대질하면 그의 생명을 상하게 할 것이고 죄도 더 커질 것이다. 내가 잠시 네게 스스로 보폭을 허용하여 그를 번뇌하게 하면 그만이다. 심 아무개의 원업을 밝혀보니 이와 같음을 지금 문서로 통보하노라."(-762-)

그해 팽조린이 병이 위중할 때 가족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죽거든 염하지 마라.나는 부활할 것이다."

죽은 뒤 가족들은 그의 유언을 따르지 않았다. 염하지 않으면 예의에 어긋난다고 여기고는 그를 염하여 안장했다. 3일 뒤 가족들은 그의 무덤에 구멍이 난 것을 발견했는데 무언가 안에서 나온 것 같았다. (-835-)

명말 조능시 曺能始 선생이 진사과에 급제한 뒤 선하령 仙霞領 을 지나다가 눈앞의 산수가 눈에 익은 것을 보고 마치 예전에 한번 유람한 듯 했다. 저녁에 여관에 투숙했는데 이웃집의 한 여성이 상심하여 우는 소리가 들렸다. 조능시가 그녀에게 이유를 물어보앗다.

"죽은 남편의 30주년 기일입니다."

그냐에게 남편이 죽은 날짜를 물으니 바로 조능시가 태어난 날이었다. 조능시가 그녀의 집으로 들어와 각 방과 복도를 하나하나 말하니 조금도 틀림이 없었다. (-918-)

원매가 『자불어』를 쓴 시기는 1794년이며, 그가 사망하기 3년 전에 완성되었다. 그가 수집한 요괴,귀신 이야기는 친척이나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 중국 각지를 유람하며 채집한 이야기, 당시 관방의 전보나 공문에서 봤던 이야기를 근거로 하고 있으며, 보고 듣고 상상해왔던 '괴력난신'이야기를 집대성하였다.

원매의 『청나라 귀신요괴전 1』는 『자불어』 를 지칭하고 있으며,대중들에게 익숙하지 않는 「자불어」 대신 「『청나라 귀신요괴전」 을 차용하고 있으며, 청나라 기효람(1724~1805) 의 『열미초당필기 閱微草堂筆記』와 쌍벽을 이루는 청나라 때 괴기 소설이다.

원매는 1798년 사망하였고, 과거에 합격하지 못한 상태에서,관리가 되지 못해서 생긴 사회적 불만을 소설로 표현하고자 하였다.이 소설에서 권선징악과 사필귀정,인과응보를 주제로 하고 있는 이유도 요괴,귀신 이야기의 흔한 소재 중 하나이며, 어릴 적 읽었던 교훈을 듬뿍 주었던 전래동화의 메시지는 『자불어』에서 나왔다 해도 지나치지가 않다.

요괴와 귀신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공동묘지, 무덤, 성화당 이다. 원한을 산 귀신이 구천에서 떠돌다가,인간의 몸을 빌려서 복수를 하는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여기에 있으며, 인간의 공포와 나약한 본성을 먹이로 삼고 있었다. 귀신이나 요괴가 다른 사람의 몸을 비리지 못화면, 강시의 모습으로 나타나 인간들을 놀라게 하는 효과가 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할 정도로 인간의 원환이 깊어지면 자신을 파괴하고,자연의 이치 마저 무너띌 정도로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이승에서 자신이 지은 죄르 갚지 못하면, 저승에서, 갚아야 한다고 믿었다.

어릴 적 컴컴한 밤에 되면,화장실에 가는 것이 공포에 가까웠다. 어두 컴컴한 푸세식 화장실에서, 밑에서,귀신이나 요괴의 손이 나와서 나를 빠트려서 죽음으로 내밀 것 같은 오싹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두 컴컴할 때, 한사람믈 밖에서 지키도록 문지기를 앞세웠다.

현대인들의 일상이 푸세식에서,수세식으로 바뀌면서,그 시절을 잊지 못하고 있는 성인들은 시골살이를 자처하거나, 캠핑을 즐기는 것으로 대신하고 잇다. 『청나라 귀신요괴전 1』에서 귀신,요괴 다음으로 강시, 무덤, 꿈, 시체가 등장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귀신 이야기를 철썩같이 알고 ,믿었던 어린 시절, 몸과 마음을 단정하게 하고, 격식을 강조했던 것 도 귀신이 내 몸에 침투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으며,그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인간이 인간과 동물을 해하기도 한다. 권선징악,사필귀정,인과응보로 법과 제도가 할 수 없는 것을 저승에서 귀신이나,요괴가 대신해 주기를 바라는 인간의 내면이 숨겨져 있다. 작가 원매의 개인적인 일상 속에서,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서, 문학적 상상력에 따라서, 소설을 씀으로서, 인간으로서 대리만족을 꿈꾸고 있으며,공병정대한 심판이자 중재, 평가해주기를 바라고 있다.이승과 저승 사이를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귀신과 요괴가 있었기 때문에,인간의 삶 대부분 권성징악적인 요소과 사회적 교훈이 많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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