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언젠가 말을 한다 인권운동가 박래군의 한국현대사 인권기행 2
박래군 지음 / 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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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 1894년 갑오년 혁명의 유적지들을 찾아나섰던 것도 그런 연유에서였다. 무심히 지나쳤던 전북 지역의 여러 곳이 사실은 농민들의 항쟁 유적지였다. 수많은 농민들이 죽창 하나 들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숨을 걸었던 그 거대한 혁명의 과정을 따라가보면 한 시대를 넘는 단서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생각에 따라 여러 번 발길을 하게 되었지만, 글로 정리하기란 역사의 문외한에게는 힘에 겨운 일이었다. (-15-)

그런데 이곳에서 전봉준이 차렸다는 대도소도 없고, 삼례봉기역사광장에도 그런 설명이 너무도 빈약하다. 완주군립 삼례도서관 앞 둥근 광장을 둘러선 조형물들은 강렬한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다. 돌무더기 위에 솟아오른 근육질 남성의 우람한 손이 쇠갈퀴를 단단히 쥐고 하늘을 향해 들고 있다. (-42-)

그때 이미 조선에 들어와 은밀하게 전파되고 있던 천주교가 양반층만이 아니라 서민들 사이에서도 퍼져가면서 박해 속에서도 곳곳에 신앙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조선의 지도층으로서는 천주교를 방치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우선은 천주교가 전파되면서 신분질서가 무너지는 것, 결국은 자신들의 지위가 흔들리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컸을 것이다. (-56-)

소정골에 끌려와 죽은 사람들은 누구일까? 1951년 2월 말 또는 3월 초라고 주민들은 기억한다. 어느 날 이른 아침에 장갑차를 따라간 11대의 버스에서 내려 산으로 끌려갔던 사람들. 끄려갈 때는 손이 묶이지는 않았다고 하는데, 주민들도 공포에 질렸을 것이니 제대로 가까이서 본 사람은 없었다. 그들이 산으로 끌려 올라간 시간이 좀 지나자 요란한 총소리가 몇 시간째 계속되었고, 한 무리의 군인들이 산에서 내려와 차를 타고 떠났다고 한다. 그 뒤에 그곳에 올라갔던 주민들은 너무 얕게 묻은 구덩이에서 바져나온 사람의 팔다리를 보았고, 짐승들이 시신을 이곳저곳 물고 나니며, 흩어놓기까지 했다고 한다. (-124-)

당시의 서울시장은 김현옥이었다.해병대 대령 출신인 그는 도시개발에 애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문외한이었으나 1966년부터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사고로 물러나기까지 4년 동안 서울시장에 재직하면서 서울을 가장 크게 변모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불도저 시장' 으로 불릴 정도로 저돌적으로 재개발 사업을 밀어붙였다. 곳곳에 있는 파자촌들을 철거하고 거기에 아파트를 대대적으로 건설했다. 그런 그에게 청계천의 판자촌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하루아침에 청계천의 판잣집들을 부수고 그곳에 살던 사람들을 허허벌판인 경기도 광주군으로 쫒아냈다. (-207-)

이 책은 영화 속에서, 우리의 모습, 인권과 상처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갑오개혁 이후, 동학혁명이 있었던 조선후기,우리 나라에는 인권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이러한 모습들이 곳곳에 묻어나 있었으며, 삶의 근본적인 이해관계 속에 붇어나게 된다. 즉 생존을 목적으로 생각하는 가치와 의미,그 안에서 우리가 추구하였던 그 변화에 대해서 느껴볼 수 있으며,그 안에서,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하는지 좀 더 파악할 수 있으며, 인권 뒤에 갑질과 권력이 숨어 있다.

책 『상ㅊ어는 언젠가 마를 한다』 에서 우리는 생각하게 된다. 내가 안고 있는 깊은 상처가 말을 하게 되면, 사회가 바뀌고, 역사의 큰 물줄기가 격변할 수 있다. 인생의 길에 대해서,느껴 볼 수 있으며, 조선시대 머슴으로 살았던 그들이 추구했던 것들이 , 동학혁명 이후, 천주교 교회가 조선에 들어오게 되었으며, 조선 사회가, 재한제국으로, 1950년 이후 근대로 넘어오면서,우리 삶은 경제개발에 대한 논리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정치와 경제, 그 안에서 숨어 있었던 것들에 대해서, 내 삶에 대한 이해와 엮이고 있다. 즉 머슴으로 살지 않지만, 경제적인 머슴으로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상처로 남고 있다.아픔 속에서, 슬픔 속에서, 고통을 논하고 있었으며, 도시를 정비한다는 목적하에 철거와 개잘을 통해서, 풍요로운 삶 뒤에 비천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하류인생이 있었다. 섬에 갇혀서, 세상을 보지 못했던 선감도 학원에서 자행되었던 죽음이, 자살과 사회적 타살로 이어지고 있으며,사회적 문제와 불평 속에,우리가 추구하였던 길을 바로 잡아가는 걸 원한다. 이 책은,1960년 대 이후, 우리 사회의 여러가지 논리에 대해 따져보면, 공돌이,공순이로 살았던 그들이 추구하였던 것들은 우리가 워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노력,제도와 법의 변화가 필요하며, 우리의 역사와 사회 속에 갖춰진 상처는 언젠가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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