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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인문학 여행
남민 지음 / 믹스커피 / 2020년 9월
평점 :
1984년 충주댐이 건설되면서 청풍일대의 강 주변이 수몰되는 바람에 마을 사람들 대다수가 제천 단양 충주 등지로 이주해 살고 있다. 과연 천공 스님의 예언이 적중한 격이다. (-24-)
"동서남북 30리 안의 사람은 모조리 죽여라." 1457년 가을, 영남의 큰 도시 하나가 피비린내 속에서 하룻밤 새 증발되고 말았다. 관군의 눈에 띈 사람은 양반이든 노비든 닥치는 대로 살육되었고 도시 전체는 불길에 휩싸였다.죽은 사람의 수가 얼마인지 셀 수조차 없었다. 시신을 갖다 버린 죽게천은 삼시간에 피바다로 변해 7km 를 지나 하류에 가서야 피가 멎었다. 하류의 마을은 그때부터 '피끝마을'로 물렸다. (-38-)
배론성지는 이곳의 계곡지형이 배 모양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천주교 성지는 국내 여러곳에 있지만, 배론성지는 황사영 백서 토굴과 최양업 신부의 묘가 있고 국내 최초의 신학교가 세워진 곳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74-)
태백산에서 내려온 물과 소백산에서 내려온 물이 합쳐진 내성천이 마을 앞을 휘감아 흐른다. 은빛 고운 모래와 넓은 개천을 가로질러 외나무다리 하나가 놓여 있다.무섬마을의 진정한 주인공은 350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가옥과 조상들의 자취와 숨결이다. 그런데 지금 여행객들에게는 오히려 이 외나무다리가 더 유명한 관광 아이콘이 되었다.(-83-)
이어 만운고택이 봉니다.바로 이 만운고택이 시인 조지훈의 처가다. 집 앞의 안내판에 '영주 수도리 김뢰진'이라 적혀 있는데 이를 못보고 무심코 지나치기 쉽다. 김뢰진 선생은 시인 조지훈의 사촌 처남이다. (-87-)
특이한 것은 주변의 모든 소나무는 일정한 나이가 되면 죽고 새 나무가 자라는데 유독 이 관음송마은 죽지 않고 '단종애사'를 전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 단종의 슬픔을 후세에 전해주기 위해 쉬이 죽을 수 없다는 기세다. (-132-)
'삼강'이란 이름은 400년 전 입향시조가 지었다.이 마을의 입향시조는 임진왜란 때 옥에 갇힌 이순신 장군을 선조에게 건의해 살린 인물로, 약포 정탁 대감의 셋째 아들 청품자공 정윤목 선생이다. 문인으로 이름을 날린 정탁대감의 셋째 아들 청풍자공 선생은 400년 전 광해군 때 입향해 이곳의 청주 정씨 집성촌이 되었다.디금도 이 마을에는 청주 정씨들만 산다. (-137-)
경주에서 출발한 마의태자는 울면서 이 강길을 건너 문경을 관읍리로 향했고, 우리나라 최초의 고갯길인 하늘재를 넘어 충주 미륵리로 갔다. (-154-)
천의 얼굴을 가진 도담삼봉은 한 번 봐서는 그 묘미를 만끽할 수 없다. 비오는 풍경이 다르고 눈 덮인 풍경 역시 다르다. 물안개에 휘감긴 모습도 봐야 하고 일출과 일몰도 봐야 한다. 하지만 10번은 찾아봐도 그 많은 광경을 다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보여줄 듯 말 듯한 이 도담삼봉은 일종의 '밀당'을 하는 연인처럼 매력적이다. (-176-)
만산고택, 선비의 고장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 의양리에 소재한 이 고택은 올해로 136년 된 집이다. 조선 말 고종 15년 (1878년)에 문신인 만산 강용(1846~1934년 ) 선생이 지었다. 강 선생님은 만산 선생의 4대손으로 이곳을 지키고 계셧다. (-236-)
이 책은 인문학과 역사기행이 서로 맞물려 있다.인류문화사를 연구하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 남민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31곳을 소개하고 있으며,그중에서 나에게 익숙한 곳이 내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영주,봉화,단양,예천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유서깊은 사액서원 영주 소수서원, 영주 부섬마을, 봉화 계서당, 예천 삼강주막,예천 회룡표, 단양 도담삼봉,봉화 만산고택이 눈에 들어왔으며, 나에게 익숙한 장소의 역사적 가치와 아픔, 선비가 추구하느 이상적인 세상을 다시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31곳은 조선시대의 주요 사건과 장소가 서로 맞물려 있었고,선비와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15세기 순흥은 지금과 다르게 경상도의 중심부였다.하지만 금성군 주도의 단종 복위사건으로 인해, 고을은 불타게 되었고, 시신은 산과 강을 휩쓸게 된다.여기서 순흥 소수서원 뿐만 아니라 피끝마을도 소개하고 있었으며,실제 영주시 안정면 동촌1리에는 피끌마을이 현존하고 있으며,동네 어르신들만의 고유 주민자치가 행해지고 있다.
영주 무섬마을은 외나무다리가 나오고 있다.은빛 강가와 사람들이 걸어다닐 수 있는 외나무다리,이 외나무 다리는 비가 많이 올때는 다시 해체하고, 재조립하게 된다. 외나무 다리는 영주 무섬마을을 상기시키는 상징물로서, 분주한 세상 속에서 조용하 살고 싶은 이들에게 지상낙원으로 손꼽히는 곳이다.한편 영주 무섬마을은 영주시내에서 자전거 길이 나 있으며,자동차를 잠시 내려 놓고, 자전거 여행을 즐기기에 최적화된 곳이며, 조지ㅎ누 시인의 처가가 있는 곳으로서 문학적인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예천 회룡포와 삼강마을, 이곳은 경치가 상당히 수려하며,예천 회룡포는 물이 마을을 한 바퀴 도는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그리고 예천 회룡포는 이제 자취가 사라진 조선시대의 주모와 주막집을 재현하고 있으며,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어서 가을철 나들이 하기 딱 좋은 곳이기도 하다. 자연과 벗하고,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그곳,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장소들은 어쩌면 자기 스스로 세속에서 벗어나,나만의 삶을 추구하기에 딱 좋은 곳이기도 하다.산 좋고 물좋은 곳을 소개하고 있어서 눈길이 가는 특별한 인문학 역사 기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