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방문자들 - 테마소설 페미니즘 다산책방 테마소설
장류진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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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산다하면 친구들은 으레 무섭지않냐고 물었다. 헤어질 때 밤길조심하라는 얘기를 인사로 나누었고, 카톡으로 잘 들어갔는지 확인받는 밤들이 있었다. 아랫 집에 사는 젊은 남성이 들락날락 거릴때마다 신경쓰였고, 새벽에 큰 소리가 날적엔 남친한테 연락하려고 카톡을 켰다. 내가 안전하다는 확신을 받기 위해서. 행여 무슨일이 생겨도 무언가라도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 혼자 사는 여자에게는 대도시의 밤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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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성이 갖는 두려움, 내밀한 감정을 풀어냈다. 수록된 단편소설들은 다양한 소재를 다루지만 여성에 대한 이야기라는 같은 궤적을 갖는다. 뉴스나 인터넷에서 한 번 쯤 접해봤을 이야기. 새벽에 여자 혼자 사는 집의 벨을 누르는 어떤 남자들. 현실과 비현실의 교묘한 경계선에 있다고 생각했지만, 책은 직접적으로 말한다. "응, 이거 네 얘기야. 이 글을 읽고 있는 너, 바로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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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안 두렵다면, 당신은 비교적 안전하고 쾌적하게 살고 있겠지만, 그것이 당신을 완전히 자유롭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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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연인들 - 엄마 아빠, 그땐 어땠어?
달 출판사 편집부 엮음 / 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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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수십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부모님 혹은 배우자에게 말하는 글을 담았다. 달출판사에서 주최한 '엄마 아빠 그땐 어땠어?' 공모전 작품들이다. 첫 데이트 이야기 등 가장 좋았던 그 때를 회상한다. 옛날사진과 시절감성들이 어울려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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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아빠랑 왜 결혼했냐고 물으면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속이신다. 아무리 중매라도 좋았던 포인트가 있을텐데 속시원히 말하는게 어찌나 어려운지. 아마도 이 사람을 사랑만 하기에는 미운 구석이 많았기 때문일거다. 사랑은 너무 쑥쓰러우니 정으로 산다고도 하는데, 정도 사랑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로맨틱하진 않아도 분위기가 사랑의 전부는 아니니까. 엄마 아빠의 사랑 이야기, 미운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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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혼자에게
이병률 지음 / 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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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산문집의 주요 흐름은 '개인'에 대한 집중이다. 성숙하고 내밀한 개인을 위한 101가지 사회적응기가 나오고 있다. 10년전에는 사회에 묵인된 개인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오늘날은 톡톡 튀어나오기 시작한 개인에게 너는 괜찮은거냐고 위로의 말을 건네는 식이다.
최근 박연준 시인의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를 보고 연달아 시인의 산문집을 읽게 되었다. 이병률 시인은 이번 책에서 '개인'을 더 파고 들었다. 박연준 시인의 개인이 섬세하다면 이병률 시인의 개인은 거대한 것 같다. 그는 종종 거침없고 사회의 틀에 속박되지 않지만 사랑같은 감정에서는 시인 특유의 세밀한 감정선을 보여준다.
마음이 다쳤을 때는 정통 철학이나 심리학 책보다 산문집의 한 문장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흥미로운 건, 글의 주체에 따라 조망하는 개인의 모습도 바뀐다는 것이다. 프리랜서나 직장인의 산문에서는 시니컬한 개인이 등장하고 여러 종류의 방어막을 볼 수 있는 반면, 시인의 산문은 경계 없는 섬세한 개인이 등장한다. 어떤 '개인'이 나에게 맞는 처방법인지 참고해보면 좋겠다. 이 책은 나도 혼자지만 괜찮으니 너도 혼자여도 괜찮다고 말한다. 시인의 개인적인 세계가 궁금하다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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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 예찬 - 숨 가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품격 있는 휴식법
로버트 디세이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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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여가는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휴식과 나태함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어서 현대인들의 휴식에 아니꼬운 시선도 있다. 이 책은 휴식이 게으름으로만 비쳐지는것을 경계하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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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이 일을 안하면 게으름뱅이가 되지만 귀족이 휴식을 취하면 여가를 즐기는 삶으로 추앙받는다. 책은, 휴식을 가지는 것 자체가 내 삶을 주도하고 있다는 반증이며, 어느정도 게으름 피우는 것이 어떤 삶을 사는지 설명해줄 수 있다고 한다. 별생각없이 보내던 쉬는시간이 이렇게까지 의미를 지니고 게다가 중요하기까지했다니. 책의 밀도는 에세이보다는 철학에 가깝다. 낮잠,놀이 등 다양한 여가활동의 의미를 파고든다. 한뜸 한뜸 곱씹어 볼 철학적 문장도 있고, 잘 모르는 서양 역사 파트도 있어 아는 이야기 위주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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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제는 The pleasures of leisure. 레저를 게으름으로 번역한 것은 단순 의역을 뛰어넘은 것으로 보이는데, 독자들에게 어느정도 흥미를 모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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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에 살고 싶은 섬 하나
김도헌 지음, 이병률 사진 / 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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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삶이 잘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정해진 길 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는 길을 가는건 행복할까? 고속도로처럼 나 있는 길만 가다보면 반드시 줄지어 지고, 앞차와 뒷차, 1등과 꼴등을 비교하게 된다. 여기, 경부고속도로를 거부하고 바닷길로 들어간 노마드가 있으니, 그가 보내 온 환상적인 편지를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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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가 몇 연유로(사실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고) 미크로네시아 추크 섬으로 떠났다. 생소한 이 섬은 태평양 괌 근처의 연방국가 소속이다. 그는 여기서 정착해서 가족을 만들었다. 여행을 간게 아니라 살게 되었다. 책은 그의 삶을 기록한 에세이다. 이야기는 '살고 싶은 섬에서 살고 싶은 인생을 사는 사람'에서 그치지 않는다. 마냥 즐겁지만도 않고, 희로애락과 고민이 계속되며, 생이 그대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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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가운데 스타벅스에서 그의 바다살이를 담은 글을 읽으니, 왠지 이 글은 그가 보내온 편지같다는 생각을 했다. 읽으면서 자꾸 심연같이 깊은 바다속으로 끌려들어갈 것 같았다. 큰 미사여구없어도 충분히 몽환적인 배경이었다. 책에 간간히 삽입된 이병률님의 섬 사진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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