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산문집의 주요 흐름은 '개인'에 대한 집중이다. 성숙하고 내밀한 개인을 위한 101가지 사회적응기가 나오고 있다. 10년전에는 사회에 묵인된 개인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오늘날은 톡톡 튀어나오기 시작한 개인에게 너는 괜찮은거냐고 위로의 말을 건네는 식이다.최근 박연준 시인의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를 보고 연달아 시인의 산문집을 읽게 되었다. 이병률 시인은 이번 책에서 '개인'을 더 파고 들었다. 박연준 시인의 개인이 섬세하다면 이병률 시인의 개인은 거대한 것 같다. 그는 종종 거침없고 사회의 틀에 속박되지 않지만 사랑같은 감정에서는 시인 특유의 세밀한 감정선을 보여준다.마음이 다쳤을 때는 정통 철학이나 심리학 책보다 산문집의 한 문장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흥미로운 건, 글의 주체에 따라 조망하는 개인의 모습도 바뀐다는 것이다. 프리랜서나 직장인의 산문에서는 시니컬한 개인이 등장하고 여러 종류의 방어막을 볼 수 있는 반면, 시인의 산문은 경계 없는 섬세한 개인이 등장한다. 어떤 '개인'이 나에게 맞는 처방법인지 참고해보면 좋겠다. 이 책은 나도 혼자지만 괜찮으니 너도 혼자여도 괜찮다고 말한다. 시인의 개인적인 세계가 궁금하다면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