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소중했던 것들 (볕뉘 에디션)
이기주 지음 / 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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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18년에 나왔던 이기주 작가의 산문집이 개정판으로 나왔다. 유명작가임에도 아직 그의 글을 읽어본 적이 없었다. 전작 [언어의 온도]에 대한 평을 두어개 읽었을 뿐이다. 불현듯 기회 닿아 푸른 셔츠 위에 빛이 지나가는 깔끔한 표지로 다시 만났다. 이 책은 일상 풍광에 감상을 곁들였다. 쉬운 글이다. 다만 간혹 피상적인 감상에 한자를 섞어 쓰는 태가 나오는데 조금 불협화음이 느껴져 아쉬웠다. 한자어는 황현산 선생님의 글 같은 구조에 잘 어울리는 편이다. 선생님의 연령대와 철학적인 사유에 착 붙기 때문이다. 책으로 돌아가서. 종종 지나가는 행인을 보고 느낀 감상이나 책을 쓸며 한다는 혼잣말이 젊은 사람치고 다소 현학적이라고 생각했다. 전체적으로 올드한 분위기를 내뿜는 문장력이었고 그래서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나는 산문집에서 솔직한 얘기를 시작하는 걸 좋아한다. 적당히 찌질하고도 딱히 부풀려지지 않는 게 좋다. 솔직 담백한 토크가 볼만한 책으로는 김민철 작가의 [모든 요일의 여행]이 있다. 이기주 작가의 글은 이런 산문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곁들인 생각이 너무 잘 포장된 까닭일까? 좋은 말들이 가득해서 내가 스스로 생각할 여지가 준다. 문득 우체국에서 대기번호를 뽑고도 한참을 기다려야 할 때, 멍하니 잡지칸에서 꺼내든 월간지 '좋은 생각'이 생각났다. 잡지의 칼럼들은 일상의 작고 소중한 것을 돌보기 좋다. 이기주 작가의 책은 소중한 것들을 되돌아보는 '좋은 생각' 같은 책이었다. 나보다는 엄마가 읽기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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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의 단어들
에피톤 프로젝트 (Epitone Project) 지음 / 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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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에피톤 프로젝트의 노래를 참 많이 들었었다. <선인장>은 주로 늦은 밤 귀가 버스에서, <봄날, 벚꽃 그리고 너>는 공강시간에 혼자 해가 길게 늘어지는 카페 창가에서. 장범준이 <벚꽃엔딩>으로 전국민 사운드를 일치시키기 전에는 에피톤 프로젝트를 포함한 인디씬의 음악이 감성을 담당했었다. 심장을 작게 두드리는 균일한 비트와 부드러운 선율, 서정적인 가사, 공기반소리반 보컬사운드는 2010년대 싸이월드 감성을 그대로 통과했다. 이렇게 그의 음악을 자주 들으며 남몰래 눈물고였던것 치고는 아는 게 거의 없었다. 당시 가수는 음악으로나 대면했기에 얼굴이나 정체를 특별히 찾아보는 일이 적었다. 2020년이 되어서야 책을 읽으며 그가 누군지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이 책은 에피톤 프로젝트의 에세이집이다. 에피톤 프로젝트는 차세정 작곡가의 1인 작곡가 그룹명이다. 글은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일상을 담백하게 일기처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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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에 있는 사람 - 이병률 여행산문집
이병률 지음 / 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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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시인의 여행산문집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리뉴얼을 거쳐 개정증보판으로 나왔다. 표지 그림이 뭔가 싶었는데 색종이 고리란다. 그러고보니 유치원에서 색종이를 이어붙여 목걸이나 팔찌를 만들었던게 생각났다. 우리반은 일종의 가내수공업장이 되어 시간당 수십개를 생산했다. 부지불식간에 찢어져도 물풀만 있다면 다시 뚝딱뚝딱. 까끌한 느낌이 좋지 않았어도 오지게 만들었던 기억. 표지그림은 맺고 끊음이 어렵지 않은 사이를 잘 표현한 이미지인듯 하다. 책은 시인의 사진과 글이 담겨있다. 사진산문집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감성 사진이 많다. 시인의 일상과 행방을 따라가는건 그가 그린 오선지 위 운율에 발도장 찍는 것과 같은데, 그 끝에는 저 색종이 고리를 만나게 된다. 박연준 시인도 그렇고 김혜순 시인도 그랬다. 시인의 글에는 공백이 많았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나면 쉽게 끊어지는 것 같지만- 언제든 우리사이 이어붙일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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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
사샤 스타니시치 지음, 권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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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소설 [출신]은 2019년 독일 최고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내'가 태어난 나라가 사라지고 '나'는 할머니로부터 옛이야기를 들으며 존재의 증거를 모은다. 어떻게보면 글의 전개는 질문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하는지 탐구하는 과정같다. 질문은 내가 태어난 곳에서부터 시작되는가? 아니면 내 윗대의 삶에서? 아니면 내가 과거에 손 내민 시점에서? 책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점에서 현실감을 더한다.
코로나 사태보다 훨씬 이전부터 서양문학과는 독서 거리감을 두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저번주부터 독일 소설을 연달아 읽고있다. 시작은 프란츠 카프카 단편선. 카프카는 호흡이 길고 투머치토커 타입이라서 다음에 읽은 스타니시치의 글이 비교적! 쉽게 다가왔다. 이 소설은 챕터당 분량이 짧은 편이라 장면전환이 빠른데, 그래도 어쩐지 여느 소설만큼 빨리 읽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출신지를 떠나 흩어지는 삶과 경계인이 개척하는 삶은 느슨한 맥락을 갖고 있다. 나도 고향을 떠남과 동시에 고향을 찾기 시작했다. 작가도 그러한 이음새에서 이 책을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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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에게 길을 묻다 - 알기 쉽게 풀어쓴 그리스로마신화의 인생 메시지
송정림 지음, 이병률 사진 / 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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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유명한 일화를 조곤조곤 들려준다. 유명한 것들은, 이를테면 프로메테우스의 불이나 이카로스의 날개같은 현재 고유명사화 된 사건들이다. 흐릿해진 기억을 아로새기며 머나먼 이국땅에 오래전에 살았던 신들을 상상해봤다. 여전히 천태만상 그 자체인 신화. 그때는 미쳤다 생각했지만 지금은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신. 몇몇 현자들이 신의 이름을 빌어 해주고 싶었던 말이 있을 터였다. 요즘같이 사이비의 행태가 수면위로 떠오른 요즘에는 더더욱! 신의 이야기는 교훈이자 경고임을 잊지 말아야..😔 덧, 책에 나오는 사진들은 이병률 작가가 직접 찍었다고. 구체화된 그림이 아니라 조각을 찍은 사진을 첨부해서 상상력을 발휘하기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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