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대전 이후부터 대략 1960년대까지 미국이 패권을 위해 벌인 문화 헤게모니 장악 공작의 한 부분을 다뤘다. CIA가 이른바 ‘자유‘를 전파하기 위해 수많은 지식인을 ‘포섭‘하고 ‘활용‘한 이야기들, 담론을 장악하기 위해 수많은 기구와 인력을 동원하고 위장한 이야기들이 빼곡히 담겨 있다. 지식의 세계를 온전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지식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그 지식을 생산하여 유통하는 기반을 반드시 바로 보아야 한다는 점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국가적 이성의 큐레이팅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 말과 글과 영상이 점차 ‘무기‘가 되는 요즘의 시대에 더욱 중요한 덕목이다.
조만간 언젠가는 뛰어넘어야 할,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매체 한겨레21과 한겨레 토요판의 편집장이 쓴 이런저런 기록들. 한국에서 정치사회를 포함하는 출판언론보도 부문 기획자라면 한 번 읽어볼 필요가 있다. 훌륭한 기획은 추상, 상상, 통찰이 직관적인 촉에 의해 작동하는 예술이지만, 결국은 근면 성실하게 하고 또 하며 성공과 실패를 땀나게 누적할 때 얻는 노동의 성취인 것 같다.
책 속 여자만 남은 세상은 문제 없이 잘 돌아간다. 온갖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로부터의 구속을 벗어나 자유롭게 상상하는 작품의 힘이 좋다. 그걸 모두가 배울 수 있다면 비로소 지구에서 모든 성별과 인종과 민족과 국가가 진정 평화롭게 함께할 수 있을 것 같다.
미래에 대한 좋은 이야기는 결국 오늘 우리가 바꿔야 할 세상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더욱 선명하게 그린다. 바꿔 말하면 SF 소설이라는 장르는 우리가 지켜야 할 인간적 가치를 미래를 통해 더욱 설득력 있게 마음에 던진다. 감동이 있는 소설집.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가 가장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