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특급열차 - 김정일과 함께한 24일간의 러시아 여행
콘스탄틴 보리소비치 풀리코프스키 지음, 성종환 옮김 / 중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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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00년 평양에서의 정상회담 및 공동선언 발표로부터 이어진 2001년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기 러시아 방문,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을 핵심 사건으로 하여 쓰인 책이다. 러시아 극동지구 전권대리인이자 일종의 ‘특사’로서 북한 대표단을 수행한 저자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풀어냈다. 북한 지도자에 대한 경험 및 소회를 밝힌 것이기도 하지만(그의 인물 평가는 한 마디로, 매우 긍정적이다. 물론 그는 “정치인”이고 “외교관”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당시 시점에서 어떻게 전개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명백하게 담고 있기도 하다.
하나 재밌는 사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순방을 마치며 ‘러시아에서 공산주의자들이 이룩하지 못한 것들을 푸틴 대통령이 꼭 성취하길 기원’했다는 것. 북한의 푸틴에 대한 신뢰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다.
최근의 북러 정상회담 및 북러 관계와 함께 생각해볼 수밖에 없는데, 지난 시기 어쩌면 느릿느릿 진행되었던 ‘상황 전개’는 2020년대 이후의 국제 관계 역학 변화 속에서 훨씬 더 가속도를 내고 있다. 책에도 수록된 2001년의 공동선언(2000년 공동선언에 의거하고 있다)은 북한과 러시아 관계의 기본 방향을 밝히고 있고, 이는 지금까지도 큰 틀에서 이어진다고 보여진다(2000년 공동선언의 1항에는 ‘다극체제’를 지향한다는 표현이 있을뿐더러, 각자의 주요 정책을 지지하면서, 정치-외교-경제-사회-군사 등 모든 분야에 걸친 협력 구상을 꽤 상세히 밝히고 있다). 2001년의 이야기들이 직접적으로 2023년과 이어지는 모습들(특급열차를 이용한 것에서부터!)을 꽤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북러 관계 역시 나름의 역사와 전통에 기반을 둔다), 오래된 책이지만 읽어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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