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울수록 풍요로워진다 - 삶을 회복하는 힘, 팬데믹 이후 우리에게 필요한 세상
목수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목수정 작가의 <시끄러울수록 풍요로워진다>는 프랑스에 살면서 저자가 느끼는 소비, 교육, 시민운동, 팬데믹 전체주의 등 스스로 표현한 불온한 생각에 관한 내용이다.

* 시민의식과 정치의 힘

스크린 독점 없이 티켓 값이 절반인 공공영화관 멜리에스에 관한 내용을 읽으면서, 상업주의에 매몰되어 갈수록 치솟는 우리나라 극장 관람료가 떠오른다. 도서정가제 확립으로 온라인 서점의 판매 비율 20퍼센트, 동네 서점의 비율 22퍼센트인 프랑스와 달이 우리나라는 온라인 서점의 판매 비율 53.1퍼센트, 동네 서점의 구입 비율은 10.6퍼센트이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가져오는 것일까? 성숙한 시민의식과 그러한 시민의식을 뒷받침하는 정치제도의 힘이 이러한 차이를 불러오는 것 같다. 못먹고 못살던 시대에 우리나라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잘 살아보겠다고 몸부림을 친 결과, 이제는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했다고 자화자찬을 하고 있지만 정치적 분열과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실 속에서 삶의 질의 갈수록 낮아지는 느낌이 든다.

* 짓는 대신 고쳐 쓰는 프랑스 주택, 단명하는 우리나라 아파트

2008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아파트 수명은 26.9년이라고 한다. 영국의 아파트 수명이 128년이라고 하니 비교 불가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주택보급율이 100퍼센트를 넘어선 지 20년쯤 되었고, 인구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개인과 정치집단의 경제적인 이유를 제외하면 계속해서 아파트를 허물고 또 짓는 이유가 타당해보이지 않는다.

'파리에서도 허구한 날 공사가 끊이질 않지만, 그 대부분은 개조공사다. 20세기말 이 늙은 대륙으로 건너온 후, 파리 시내에 서 있던 멀쩡하던 건물이 파괴되고, 그 위에 새 집을 짓는 광경을 목격한 경우는 흔치 않다. 시골마을 사유지에서조차 자유롭게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은 불만이지만, 작은 마을 지자체장의 의지로도 부동산 투기를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는 사실에서 왜 집값이 30년 동안 변함없는지를 알 수 있었다.'

사람이 사는 집이 투기의 대상이 되어버린지 오래인 우리의 현실과 비교하면 영 뒷맛이 씁쓸하기만 하다.

'뿌리 뽑힌 삶은 역사가 전하는 지혜를 흡수할 수도, 정주하여 내 후세의 삶까지를 설계하는 사치를 꿈꿀 수도 없다. 그것은 사회 성원 전체를 지속적인 트라우마 속에서 살게 한다.'

* 출산대국을 빚어낸 프랑스

'여성이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자신의 직업적 성공에 몰두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억압들이 서서히 수그러들자 비로소 출산을 강제된 의무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행복의 요소로 받아들였다.' 오랜 카톨릭 국가이지만 가장 먼저 '낙태 금지'라는 금기를 벗어던지고, '혼외 출생'에 대해서도 차별 없이 지원해주는 제도적 뒷받침이 가능한 나라. 정말 다른 세상 이야기 같다. 하지만 정치적 구호만 요란하고 여전히 출산율이 최저 수준인 우리나라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지점이 아닐까 싶다. 스스로 금기를 깨지 못하면 출산율 저하를 막을 길은 없어 보인다.

'한국의 저출산을 염려하는 10대 한국 소녀에게 나는 "결국 헬조선이란 단어가 사라지는 날, 저출산의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답했다. 세상의 어떤 엄마도 지옥 속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지는 않은 법이니, 우리 사회를 지옥으로 만드는 핵심은 무궁무진한 차별의 제도화다.'

저자의 실랄한 지적과 비판에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 진실을 가리는 의료는 환자를 살릴 수 없다.

'WHO는 2020년 마지막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의 현재 치명률은 다른 신종 질병들에 비해 상당히 낮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세상은 약속이나 한 듯, 백신으로 가는 마차를 정신없이 몰아가고 있다. 백신은 인류가 빠진 이 수렁으로부터 모두를 구할 수 있을까? <코로나 미스터리>의 저자 김상수는 아리라고 말한다. 세상에 생각보다 많은 의사, 과학자, 시민들이 그와 같은 판단을 하고 있다.'

코로나는 오래전부터 인류와 공생해온 바이러스, PCR 테스트는 전능한가? 같은 도발적이고 불순한 질문은 보이지 않는 단일사고의 강요에 맞서며 진실을 추구하고 있다.

"백신에 관하여 지금처럼 비상식적인 상황을 일찍이 접해본 적이 없다. 어떤 위험에도 노출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백신을 투여하는 법은 없다."(화이지 전 부사장 마이클 이든)

'우리를 지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백신은 우리 몸에 꽂히는 바늘과 그 안에 들어 있는 정체불명의 약물이 아니라, 우리가 밖으로 나가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동료들과 어울리며 자유를 만끽하는 것, 바로 그것이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백신이다.(코로나 미스터리 저자 김상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래가 생각난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해서 사고까지 통일되어서는 내실있는 사회의 발전과 질적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시끄럽지만 진실을 추구하고 의식이 성장한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정치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이 있는 프랑스 사회가 솔직히 부럽다. 그런데 그런 사회는 하루 아침에 주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발전해왔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나라도 다양한 생각들이 여기저기에서 시끄럽게 들려오기를 기대해본다.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는 함석헌 선생의 말씀은 여전히 유효하다.

#시끄러울수록풍요로워진다, #목수정,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4기_시끄러울수록풍요로워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구인의 우주 살기 - 달 기지부터 화성 테라포밍까지, 과학자들의 지구 이전 프로젝트! 인싸이드 과학 1
실뱅 채티 지음, 릴리 데 벨롱 그림, 신용림 옮김 / 풀빛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랑스 원자력위원회의 천체물리학자 실뱅 체티(sylvain Chaty)의 <지구인의 우주 살기>는 198쪽 분량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우주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 우주에 대한 환상

토끼가 살고 있다는 보름달을 바라보면서 소원을 빌었던 것처럼, 프랑스의 천문학자 카밀 플라마리옹은 과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미래에는 다른 세계 사이에 다리를 건설하여 행성 간의 여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천문학자의 예상이라 기대감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달나라에 토끼가 살고 있다는 환상보다 더 비현실적이다.

* 태양계에서 유일하게 생명체가 번성한 지구

거대한 먼지구름 속에서 태양이 탄생한 지 45억 7천만 년이 흘렀다. 태양이 탄생하고 얼마 안 되어 지구가 생기고, 지구의 위성인 달이 생겨났다. 원시 지구에는 물이 전혀 없었지만, 소행성과 혜성의 파편들과 끊임없이 충돌하면서 물이 만들어지고 생명도 탄생시켰다. 태양의 수명을 약 100억 년으로 추정하면, 태양은 수명의 절반을 산 것이다. 아, 가까운 미래의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영원한 나의 태양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분명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바로 우리가 별들의 집합체, 먼지, 항성에서 떨어져 나온 '잔재'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태양이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거대한 항성에 의해 만들어진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의 원자 나이는 45억 년을 훌쩍 넘었다.'

--- 길어도 100년을 넘기 힘든 인간의 수명을 생각해 보았을 때, 태양이 탄생한 지 45억 7천만 년이 흘렀고, 인간은 항성의 충돌로 만들어진 원자로 구성되어 원자 나이가 45억 년을 훌쩍 넘었다고 하니 상상이 가지 않는다. 도대체 이런 사실을 어떻게 알아냈으며, 얼마나 정확한지 의문이 들지만 그럼에도 인간의 수준에서는 지구도, 태양도 인간의 원자 나이도 영원에 가깝게 느껴진다. 영원이란 무엇일까.

* 우리는 지구를 떠나야만 할까?

지난 5억 년 동안 지구에서 총 다섯 번의 대멸종이 발생했으며, 그 기간에 동식물을 포함해 살아 있는 종의 75퍼센트 이상이 매번 사라졌다. 거대한 운석과의 충돌로 인한 지금까지의 대멸종과 달리 여섯 번째 대멸종은 지구 온난화을 초래한 인간이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현재 지구 표면을 지배할 만큼의 지능을 가진 '슈퍼 포식자' 종인 인간은 태양이 적색 거성이 되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멸종시키기 훨씬 전에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자업자득이라고 하겠지만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미래다. 인간이 지구를 떠나야 한다면 생존이 가능할까?

'지구는 거대한 우주의 암흑 속에 있는 외로운 하나의 점이다. 그 광대한 우주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보잘것 없는 존재인지 안다면, 우리가 스스로를 파멸시켰을 때 우리를 구원해 줄 외부의 도움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지구가 생명이 살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다.'

* 달, 수성, 금성, 화성까지

달은 극한 온도(밤에는 -170도에서 낮에는 130도까지 14일간 지속)를 보이고 있고, 태양과 가장 가까운 암석 행성인 수성의 표면온도는 -150도에서 450도 사이다. 태양과 두 번째로 가까운 암석 행성인 금성의 표면 평균 온도는 470도이다. 태양에서 4번째 위치에 있는 화성은 -63도인데, 적도 부근은 -100도에서 0도로 낮과 밤의 온도 차가 극심하다. 게다가 대기는 우리가 전혀 숨을 쉴 수 없는 상태이다.

* 테라포밍(Terraforming)

지구화라고 칭하는 이 용어는 행성이나 위성에 적용할 수 있는데, 그곳의 대기, 온도, 표면, 생태를 인위적으로 변화시켜 지구 환경과 유사하게 만들고 지구와 같은 생명체, 이상적으로는 인간이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인류 차원에서는 아주 오랜 시간이 더 필요하다. 적어도 몇 만 년의 시간, 시간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

* 트랜스 휴머니즘

유전 공학, 생명 공학 또는 사이버네틱스를 통해 인간을 변형시켜 적대적인 환경에 완전히 인공적인 방식으로 적응시키는 방법이다. 식민지로 삼을 행성에 해당하는 중력, 온도, 압력, 대기 구성에서 생존할 수 있는 유전자 변형 인간 유기체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인간 변형이 어디까지 가능할까, 그리고 이런 인간 변형이 바람직한 것일까?

80억 인류가 더 이상 지구를 훼손하지 않고 공존하면서 푸른별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보름달을 바라보며 빌어본다. 그러나 유한한 인간이 죽으면서 다른 형태로 변화하는 것처럼, 언젠가는 인류도 그 동안 지구상에서 사라진 수많은 생명체처럼 종말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우주 차원에서 인간의 생존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것은 우리의 소리, 우리의 과학, 우리의 이미지, 우리의 음악, 우리의 생각 및 감정의 표시로, 작고 먼 세상에서 온 선물입니다. 우리는 당신의 집에서 살기 위해 우리의 시간에서 살아남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보이저 1호, 2호 탐사선에 담긴 외계인에게 보내는 메시지)

#지구인의 우주 살기 #인사이드과학 #실뱅채티 #지구인의우주살기서평단 #신용림옮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키워드 동남아 - 30개의 주제로 읽는 동남아시아의 역사, 문화, 정치
강희정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한겨레신문에 ‘랜선 동남아’라는 제목으로 2020년 10월부터 2022년 2월까지 '한겨레'에 연재된 글을 바탕으로 저술되었고, 저자는 서강대 동아연구소의 강희정 교수 등 6명에 이른다. 

특성상, 하나의 주제를 둔 긴 호흡의 글이 아니라 모두 30개의 키워드를 갖고 있어 키워드에 따라서 자유롭게 골라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30개의 키워드는 크게 역사-문화-정치라는 세 개의 작은 보따리에 묶여 있다. 먼저 동남아시아 역사상의 중요한 사건들을 살피고 나라와 종족마다 무엇이 닮았고, 어디가 다른지 각자의 문화적 특성을 드러낸다. 종교와 음식 등에서 문화를 끄집어내고. 다채로운 음악과 영화를 통해 저마다의 사회상도 엿본다. 이어 민주주의를 향한 태국의 사회운동과 정치지형도 훑어보고, 동남아 외교의 특수성을 탐색하기 위한 약도도 제시한다.”


동남아시아는 모두 11개국인데, 동티모르를 제외한 10개국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을 결성해 서로 협력하고 있으나, 하나의 공동체로, 혹은 일반적인 특징을 공유한 단일한 세계로 여기기에는 정치, 경제, 종교적으로 너무나 다양하다. 이에 대해 30개 키워드는 동남아로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한 것으로 정치, 역사, 인류학, 미술사를 전공한 개별 연구자의 자세하고 쉬운 길잡이가 되는 것 같다.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그 1~2위가 인도네시아 음식이라는 것은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른당’과 ‘나시고렝’이 CNN에서 진행한 인기투표에서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선정되었다 한다. 베트남과 타이의 음식이 한국인에게 깊숙이 자리한 것에 비하면 이름조차 낯설기만하다. 그이유가 무엇보다 재료로 돼지고기를 쓰지 않고 있고, 할랄 등의 이유로 현지 요리사가 채용되어야 되는 점도 들고 있다. 


희극과 비극이 교차하는 신의 선물 : 향신료

소 7마리 값어치에 해당하는 향신료 무역의 가파른 상승세로, 네덜란드,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등에 의해 정향과 육두구의 주요생산지인 인도네시아 말루쿠 군도의 반다제도는 각축장이 되었다.

“1603년 12월 18일 로테르담에서 출항한 18척의 배는 인도네시아 식민역사의 시작이었다.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에서 ‘네덜란령 동인도’로 이어진 350년 식민통치는 신의 선물인 향신료가 가져온 비극이었다.”

“‘른당’은 마늘, 생강, 샬롯, 홍고추, 코리앤더 씨, 정향, 백색통후추, 갈랑갈, 육두구 등 다양한 종류의 향신료가 사용되는 대표적인 요리다”


호커센터 

“여성들을 주방으로부터 해방시켜준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싱가포르 전역세서 값싸고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는 호커센터와 푸드코트다. 아침에는 동네의 호커센터에서, 점심에는 직장근처의 푸트코트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 싱가포르인들의 일상이다.” 


베트남 커피

“현재 하일랜즈가 300개, 더커피하우스가 16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쭝응우옌은 100개 정도 매장을 운영한다. 다른 커피전문점들에 밀려 쭝응우옌의 명성은 사라지고 있다. 

스타벅스는 좀 늦게 2013년에 베트남에 들어와 2020년말에 67개 매장을 가지고 3위로 선전하고 있는 편이다”

이밖에 공산주의를 뜻하는 ‘꽁’카페가 복고풍으로 전국에 56개이며, 한국에도 7곳이나 매장이 꾸려지고 있다고 한다. 


신들이 모이는 땅

동남아시아는 종교의 천국이다. 타이,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에서는 불교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에서는 이슬람교가 주류다. 필리핀과 동티모르는 카톨릭을 오랬동안 믿어왔다. 특정종교가 주류로 잡지 않은 국가는 싱가포르와 베트남이다. 

“동남아시아는 종교의 용광로, 신들의 대지이다”


현지 태생 혼혈 페라나칸, 선의의 접대 베텔씹기, 문화의상으로 승무원복으로 각광받는 사롱 크바야와 긴웃옷 바주판장, 남성 셔츠 바롱 등 흥미진진 다양한 동남아를 소개받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다. 


#키워드동남아 #강희정,김종호등6명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4기_키워드동남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황금의 고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인환 옮김 / 페이퍼로드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늘 강박을 이야기하는 것이 작가라고 표현했던 프랑수아즈 사강의 스물아홉 번째 작품, <황금의 고삐>는 알 수 없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 사랑하니까 소유한다

음악대학 피아노과를 졸업한 가난한 무명의 음악가 뱅상은 우연히 만난 미모의 부유한 상속녀 로랑스와 사랑에 빠져서 결혼한다. 그리고 7년 동안의 결혼 기간에 뱅상은 로랑스에게 경제적으로 전적으로 의지하면서 로랑스의 사랑의 소유물처럼 존재한다.

'여보, 난 당신을 속이지 않아. 그럼, 그럼, 당신도 알잖아! 그건 내 선택이야, 내 개인적인 선택일 걸. 당신이 내게 의식주를 제공하고, 또 거기에다 용돈, 담뱃값, 자동차, 보험료까지 대주고 있다는 현실은...'

로랑스에게는 항상 뱅상의 부재가 그녀를 불안하게 만드는, 뱅상이 알 수 없는 신경질 내지는 성격장애 같은 것이 있었다. 그것은 결혼 생활이 7년이나 지났음에도, 하나의 주목할 만한 반응으로 계속 나타나고 있었다.

* 성공이 불안한 사랑

우연히 영화 음악을 한 곡 작곡한 뱅상은 영화의 대 성공과 함께 그가 작곡한 주제가가 대 히트곡이 되었고 돈도 벌게 되었다. 그야말로 쥐구멍에 볕이 들었지만, 참 이상하게도 뱅상이 무위도식하며 실패를 거듭하던 시절에는 잘 보살펴주던 로랑스는, 뱅상의 성공에 대해서는 불안해하고 몹시 달갑지 않게 여겼다.

'나는 문득 내가 돈을 내는 아파트에 들어가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그 아파트에는 한 여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나와 삶을 공유하는 여자이지, 나의 존재를 완전히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때로는 나를 자신의 일부나 신체의 일부인 양 내팽개치는 여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자기 자신이 절대적이고, 비물질적이고, 저속함을 초월하고, 지적이고, 순진하고, 꿈 많은 여자이기를 바랐고, 또 그렇다고 믿고 있었다. 간단히 말해서 그녀는 자신과는 정반대의 여성상이 자신이라고 믿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줄 알고 있었다.'

* 당신이 나의 소유가 아닌 것처럼

로랑스는 뱅상을 사랑한 적이 없었고 오로지 소유하고만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오로지 자기를 위해서만 나를 사랑했으니까, 그녀는 나라는 사람을 잘 알지도 못했고 또 나에게 관심도 없었다. 사랑이란......, 로랑스에게 고삐를 잡힌 나의 괴로운 코미디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것이었다.'

"당신 어디로 갈 거죠? 당신이 뭘 할 줄 알아요? 아무것도, 당신은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당신은 아무데도 갈 곳이 없어요. 아무도 당신을 도와주지 않을걸요. 난 당신이 떠나는 걸 원치 않아요. 당신이 떠나는 건 있을 수 없어요. 있을 수 없다고요. 난 죽고 말 테니까. 내게 족쇄가 있었다면 당신 주위에 창살을 쳤을 것이고, 내게 족쇄가 있었다면 당신 발에 족쇄를 채웠을 거예요."

"그래서 내가 당신을 떠나는 거야. 당신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아. 당신은 내가 당신 옆에 있을 적에 내가 행복한지에 대해선 깡그리 무시하지."

'내가 보기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거부, 정성껏 감추어도 항상 되살아나는 자기와는 정반대되는 모습에 대한 동경, 바로 이것이 인간이라는 종족 사이에 번져있는 가장 큰 불행 중 하나였다.'

--- 사랑하는 상대가 나의 소유가 아닌 것처럼 나도 사랑하는 상대의 소유가 아닌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이치 같지만, 사랑의 콩깍지에 눈이 멀게 되는 순간 상대를 소유하는 것이 곧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것이 사랑의 종말로 향하는 비극의 출발이기도 하다. 우리는 자유를 추구하면서도 막상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하는 순간, 상대에게 집착하고 소유하려고 하는 것일까? 어쩌면 불가능을 꿈꾸는 것이 사랑의 속성일지도 모르겠다.

#황금의고삐 #프랑수아즈사강 #김인환옮김 #페이퍼로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어를 디자인하라
유영만.박용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 유영만 교수는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초·중학교를 다니다 국비로 운영되는 한국전력이 운영하는 특성화 공고에 갔다. 거기서 전기용접을 전공으로 선택해 몸으로 용접기술을 배우고, 그분야 용어를 배우며, 그만의 특이한 언어세계의 변이를 배워간다.



“계절에 따라 정반대의 스펙트럼에서, 용접은 나의 청춘을 불태웠던 뜨거운 원망이자 분노의 상징이다.”


그러다 우연히 고시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다시 성적에 맞춰 대학에 가서 사법이 아니라 교육공학과를 전공하게 되면서 교육언어를 물들어 간다. 


“교육을 통해 사람과 세상을 바꾸는 일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지를 몸으로 깨닫게 되었다.”


나만의 주체적인 언어가 있는가?

“언어는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이다. 그가 누구인지를 아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 가장 쉽고 정확한 방법이 언어로 판별하는 것이다. 

자기언어를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듣거나 책을 읽고 나서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생각하고 재해석한다.” 


내가 아는 언어만큼 내 세계가 열린다

나는 내가 사용하는 언어다. “언어는 존재의 집‘ 이라고 표현한 하이데거의 말처럼, 언어는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이자 태도이고, 그러므로 시선의 높이와 관점을 결정한다. 그뿐 아니라 사유하는 방식까지 결정한다. 언어를 잘 디자인하고 언어력을 갈고 다듬어야하는 이유다. 


<죽기 전에 만들어야할 7가지 개념사전>

1. 신념사전 

- 하루에 3개씩 나만의 개념을 써보자

” 용기 : 내가 살아가는 삶을 어제와 다르게 바꿔 나가는 작은 발걸음 “

한계 : 한계는 한 게 없는 사람들의 핑계

독서 : 메시지로 어루만져주는 애무나 책과 사랑에 빠지는 연애

2. 관점사전

” 세상을 다르게 보는 방법 중 하나는 본질에 더 가깝게 다가서는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 질문은 핵심을 파고들어 남이 만든 수많은 개념을 나의 관점으로 재정의하도록 돕는다. 세상은 내가 정의하지 않으면 남이 내린 정의에 갇혀 살 수밖에 없다. 내가 내린 나의 정의는 내 사고의 핵심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 고깃집 간판의 글귀 ’사는 건 어차피 고기서 고가다.‘ 생맥주집 간판의 ’그 자식 씹고 싶을 때 노가리‘는 인생사 희로애락과 어렵고 힘든 일을 같이 풀어보자는 위로가 담겨있다.’망각을 줄이고 추억을 늘리는 방법‘을 카피로한 수첩광고, ’미흔은 두 번째 스무살‘이라는 백화점 광고에도 독특한 관점이 엿보인다.”


3. 연상사전

“모든 생각은 연상이다. ’아파트‘라고 하면 어떤 사람은 가수 윤수일의 노래가 떠오를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평수, 위치, 시세 등이 연상될 것이다.”


“ 시인의 상상력은 책상에서 나오지 않는다. 춥고 배고팠던 기억, 힘들고 아팠던 추억, 견디기 어려운 슬픔이 서린 지난 체험에서 시적 영감이 나온다. 용접하면서 철판에 구멍을 뚫어본 경험이 철판과 보름달을 연결하게 했듯이, 체험적 상상력은 창조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4. 감성사전

“감성사전을 잘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시인들을 따라해보는 것이다. 똑같은 현상이나 사물도 시인의 눈으로 본다. 그러면 다르게 보이고 다른 것이 보인다.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삼행시 쓰기를 추천한다.” 


5. 은유사전

“나는 ’사랑은 양초‘라고 하고, 너는 ’사랑은 빗물‘이라고 한다. 그러면 나와 너는 사랑에 대한 생각과 행동이 다르다. 이처럼 어떤 은유를 하느냐에 따라 생각과 행동이 결정된다. 그러므로 무언가에 대한 사유를 바꾸려면 그것에 대한 은유를 바꾸면 된다.”


“은유는 다리다.”


6. 어원사전

“단어를 쪼개야 숨은 의미가 보인다. 나이를 먹을수록 너그러워진다고 한다. ’너그러워진다‘도 내가 만났던 수많은 ’네가 그리워진다‘ 는 의미다. 그리움은 기다림속에서 잉태되고 자란다. 저마다의 삶에서 마주쳤던 소중한 추억들이 시간과 함께 한 장의 추억으로 기록되며 추억은 다시 그리움으로 환생한다.


7. 가치사전

”미국의 철학자 리처드 로티는 ’마지막 어휘‘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마지막 어휘‘는 우리가 자신의 행동과 신념, 그리고 삶을 정당화시키는데 필요한 단어다. 로티교수에 따르면, 부처님은 자비, 공자는 인, 플라톤은 이데아, 샤르트르는 실존, 스피노자는 코나투스, 니체는 아모르파티, 라캉은 욕망, 비트겐슈타인은 언어가 ’마지막 어휘‘라고 한다. 


저마다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는 한 단어, 죽음과도 맞바꿀 수 있을 만큼 자신의 삶에 중요한 단어다. 마지막 어휘는 지금 여기의 삶에 머무르지 않고 더 숭고한 삶, 자아를 넘어 타자와 공동체로 연결되는 삶을 꿈꾸게 만든다. “


그랜드피아노를 집안으로 들여놓고 싶다면

”새로운 앎은 언제나 깊은 상처 위에 생긴다. 건물의 구조 변혁없이 그랜드 피아노가 집으로 들어갈 수 없듯이, 기존 사유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전복시켜야 우리는 색다른 개념을 수용하거나 창조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