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울수록 풍요로워진다 - 삶을 회복하는 힘, 팬데믹 이후 우리에게 필요한 세상
목수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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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목수정 작가의 <시끄러울수록 풍요로워진다>는 프랑스에 살면서 저자가 느끼는 소비, 교육, 시민운동, 팬데믹 전체주의 등 스스로 표현한 불온한 생각에 관한 내용이다.

* 시민의식과 정치의 힘

스크린 독점 없이 티켓 값이 절반인 공공영화관 멜리에스에 관한 내용을 읽으면서, 상업주의에 매몰되어 갈수록 치솟는 우리나라 극장 관람료가 떠오른다. 도서정가제 확립으로 온라인 서점의 판매 비율 20퍼센트, 동네 서점의 비율 22퍼센트인 프랑스와 달이 우리나라는 온라인 서점의 판매 비율 53.1퍼센트, 동네 서점의 구입 비율은 10.6퍼센트이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가져오는 것일까? 성숙한 시민의식과 그러한 시민의식을 뒷받침하는 정치제도의 힘이 이러한 차이를 불러오는 것 같다. 못먹고 못살던 시대에 우리나라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잘 살아보겠다고 몸부림을 친 결과, 이제는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했다고 자화자찬을 하고 있지만 정치적 분열과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실 속에서 삶의 질의 갈수록 낮아지는 느낌이 든다.

* 짓는 대신 고쳐 쓰는 프랑스 주택, 단명하는 우리나라 아파트

2008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아파트 수명은 26.9년이라고 한다. 영국의 아파트 수명이 128년이라고 하니 비교 불가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주택보급율이 100퍼센트를 넘어선 지 20년쯤 되었고, 인구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개인과 정치집단의 경제적인 이유를 제외하면 계속해서 아파트를 허물고 또 짓는 이유가 타당해보이지 않는다.

'파리에서도 허구한 날 공사가 끊이질 않지만, 그 대부분은 개조공사다. 20세기말 이 늙은 대륙으로 건너온 후, 파리 시내에 서 있던 멀쩡하던 건물이 파괴되고, 그 위에 새 집을 짓는 광경을 목격한 경우는 흔치 않다. 시골마을 사유지에서조차 자유롭게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은 불만이지만, 작은 마을 지자체장의 의지로도 부동산 투기를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는 사실에서 왜 집값이 30년 동안 변함없는지를 알 수 있었다.'

사람이 사는 집이 투기의 대상이 되어버린지 오래인 우리의 현실과 비교하면 영 뒷맛이 씁쓸하기만 하다.

'뿌리 뽑힌 삶은 역사가 전하는 지혜를 흡수할 수도, 정주하여 내 후세의 삶까지를 설계하는 사치를 꿈꿀 수도 없다. 그것은 사회 성원 전체를 지속적인 트라우마 속에서 살게 한다.'

* 출산대국을 빚어낸 프랑스

'여성이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자신의 직업적 성공에 몰두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억압들이 서서히 수그러들자 비로소 출산을 강제된 의무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행복의 요소로 받아들였다.' 오랜 카톨릭 국가이지만 가장 먼저 '낙태 금지'라는 금기를 벗어던지고, '혼외 출생'에 대해서도 차별 없이 지원해주는 제도적 뒷받침이 가능한 나라. 정말 다른 세상 이야기 같다. 하지만 정치적 구호만 요란하고 여전히 출산율이 최저 수준인 우리나라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지점이 아닐까 싶다. 스스로 금기를 깨지 못하면 출산율 저하를 막을 길은 없어 보인다.

'한국의 저출산을 염려하는 10대 한국 소녀에게 나는 "결국 헬조선이란 단어가 사라지는 날, 저출산의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답했다. 세상의 어떤 엄마도 지옥 속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지는 않은 법이니, 우리 사회를 지옥으로 만드는 핵심은 무궁무진한 차별의 제도화다.'

저자의 실랄한 지적과 비판에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 진실을 가리는 의료는 환자를 살릴 수 없다.

'WHO는 2020년 마지막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의 현재 치명률은 다른 신종 질병들에 비해 상당히 낮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세상은 약속이나 한 듯, 백신으로 가는 마차를 정신없이 몰아가고 있다. 백신은 인류가 빠진 이 수렁으로부터 모두를 구할 수 있을까? <코로나 미스터리>의 저자 김상수는 아리라고 말한다. 세상에 생각보다 많은 의사, 과학자, 시민들이 그와 같은 판단을 하고 있다.'

코로나는 오래전부터 인류와 공생해온 바이러스, PCR 테스트는 전능한가? 같은 도발적이고 불순한 질문은 보이지 않는 단일사고의 강요에 맞서며 진실을 추구하고 있다.

"백신에 관하여 지금처럼 비상식적인 상황을 일찍이 접해본 적이 없다. 어떤 위험에도 노출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백신을 투여하는 법은 없다."(화이지 전 부사장 마이클 이든)

'우리를 지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백신은 우리 몸에 꽂히는 바늘과 그 안에 들어 있는 정체불명의 약물이 아니라, 우리가 밖으로 나가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동료들과 어울리며 자유를 만끽하는 것, 바로 그것이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백신이다.(코로나 미스터리 저자 김상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래가 생각난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해서 사고까지 통일되어서는 내실있는 사회의 발전과 질적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시끄럽지만 진실을 추구하고 의식이 성장한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정치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이 있는 프랑스 사회가 솔직히 부럽다. 그런데 그런 사회는 하루 아침에 주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발전해왔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나라도 다양한 생각들이 여기저기에서 시끄럽게 들려오기를 기대해본다.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는 함석헌 선생의 말씀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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