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고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인환 옮김 / 페이퍼로드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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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늘 강박을 이야기하는 것이 작가라고 표현했던 프랑수아즈 사강의 스물아홉 번째 작품, <황금의 고삐>는 알 수 없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 사랑하니까 소유한다

음악대학 피아노과를 졸업한 가난한 무명의 음악가 뱅상은 우연히 만난 미모의 부유한 상속녀 로랑스와 사랑에 빠져서 결혼한다. 그리고 7년 동안의 결혼 기간에 뱅상은 로랑스에게 경제적으로 전적으로 의지하면서 로랑스의 사랑의 소유물처럼 존재한다.

'여보, 난 당신을 속이지 않아. 그럼, 그럼, 당신도 알잖아! 그건 내 선택이야, 내 개인적인 선택일 걸. 당신이 내게 의식주를 제공하고, 또 거기에다 용돈, 담뱃값, 자동차, 보험료까지 대주고 있다는 현실은...'

로랑스에게는 항상 뱅상의 부재가 그녀를 불안하게 만드는, 뱅상이 알 수 없는 신경질 내지는 성격장애 같은 것이 있었다. 그것은 결혼 생활이 7년이나 지났음에도, 하나의 주목할 만한 반응으로 계속 나타나고 있었다.

* 성공이 불안한 사랑

우연히 영화 음악을 한 곡 작곡한 뱅상은 영화의 대 성공과 함께 그가 작곡한 주제가가 대 히트곡이 되었고 돈도 벌게 되었다. 그야말로 쥐구멍에 볕이 들었지만, 참 이상하게도 뱅상이 무위도식하며 실패를 거듭하던 시절에는 잘 보살펴주던 로랑스는, 뱅상의 성공에 대해서는 불안해하고 몹시 달갑지 않게 여겼다.

'나는 문득 내가 돈을 내는 아파트에 들어가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그 아파트에는 한 여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나와 삶을 공유하는 여자이지, 나의 존재를 완전히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때로는 나를 자신의 일부나 신체의 일부인 양 내팽개치는 여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자기 자신이 절대적이고, 비물질적이고, 저속함을 초월하고, 지적이고, 순진하고, 꿈 많은 여자이기를 바랐고, 또 그렇다고 믿고 있었다. 간단히 말해서 그녀는 자신과는 정반대의 여성상이 자신이라고 믿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줄 알고 있었다.'

* 당신이 나의 소유가 아닌 것처럼

로랑스는 뱅상을 사랑한 적이 없었고 오로지 소유하고만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오로지 자기를 위해서만 나를 사랑했으니까, 그녀는 나라는 사람을 잘 알지도 못했고 또 나에게 관심도 없었다. 사랑이란......, 로랑스에게 고삐를 잡힌 나의 괴로운 코미디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것이었다.'

"당신 어디로 갈 거죠? 당신이 뭘 할 줄 알아요? 아무것도, 당신은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당신은 아무데도 갈 곳이 없어요. 아무도 당신을 도와주지 않을걸요. 난 당신이 떠나는 걸 원치 않아요. 당신이 떠나는 건 있을 수 없어요. 있을 수 없다고요. 난 죽고 말 테니까. 내게 족쇄가 있었다면 당신 주위에 창살을 쳤을 것이고, 내게 족쇄가 있었다면 당신 발에 족쇄를 채웠을 거예요."

"그래서 내가 당신을 떠나는 거야. 당신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아. 당신은 내가 당신 옆에 있을 적에 내가 행복한지에 대해선 깡그리 무시하지."

'내가 보기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거부, 정성껏 감추어도 항상 되살아나는 자기와는 정반대되는 모습에 대한 동경, 바로 이것이 인간이라는 종족 사이에 번져있는 가장 큰 불행 중 하나였다.'

--- 사랑하는 상대가 나의 소유가 아닌 것처럼 나도 사랑하는 상대의 소유가 아닌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이치 같지만, 사랑의 콩깍지에 눈이 멀게 되는 순간 상대를 소유하는 것이 곧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것이 사랑의 종말로 향하는 비극의 출발이기도 하다. 우리는 자유를 추구하면서도 막상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하는 순간, 상대에게 집착하고 소유하려고 하는 것일까? 어쩌면 불가능을 꿈꾸는 것이 사랑의 속성일지도 모르겠다.

#황금의고삐 #프랑수아즈사강 #김인환옮김 #페이퍼로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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