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조건 - 철학이 진실을 구별하는 방법
오사 빅포르스 지음, 박세연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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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ernative Facts : On Knowledge and Its Enemies, by Asa Wikforss

2019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스웨덴 한림원의 평생회원 18명 중 한 명으로 선출된 오사 빅포르스의 <진실의 조건>은, ABBA의 멤버이자 스웨덴의 국민 가수인 비에른 울바에우스가 설립한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사회 진출을 앞둔 11만 명의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에게 배포된 작품이다.

2017년 1월 20일, 트럼프 취임식에 모인 군중 규모를 놓고 백악관 대변인 숀 스파이시는 워싱턴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군중이 집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었다. 그 후에 백악관 선임 고문 켈리앤 콘웨이는 스파이시가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s)을 말했을 뿐이라고 언급했다. 사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그들의 태도에 화가 난 작가는 철학자가 나서야 할 때라고 느껴서 이 작품을 저술하였다.

* 거짓과 진실

- 믿음은 아무리 강력하다 해도 지식과 같지 않다.

- 그렇지 않은 것을 그렇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이고, 그러한 것을 그렇다고 말하는 것은 진실이다.(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 이론적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1. 믿음(머릿속 심리 상태) 2. 진실(세상의 실제 모습)

3. 좋은 근거(심리상태와 세상을 연결)

* 의도된 합리화

- 우리는 믿을 만한 근거를 갖춘 것이 아니라, 자신이 믿기 원하는 것을 믿는다.

- 양극화된 사회일수록, 그리고 문화적, 정치적으로 서로 다른 이념적 집단으로 뚜렷하게 분열된 사회일수록, 정치적으로 의도된 합리화의 위험은 더 크게 드러난다.

* 객관적 진실

- 한 진술이 객관적으로 진실이라는 것은 그 진술의 진실 여부가 우리 믿음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강하게 확신하더라도 나는 틀릴 수 있다. 이는 반독단주의의 핵심이며, 여기에는 객관적 진실이 필요하다.

* 전문가들의 예측 실패

- 뉴욕타임스 같은 매체는 선거를 몇 주 앞두고 클린턴이 승리할 가능성을 85퍼센트로 내다봤다. 트럼프는 퉁명스런 표정으로 여론조사원들이 자신의 지지자들을 만나지 않았으며, 이는 자신을 향한 음모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투표 이전에 이뤄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확실할 수 있는 그 어떤 근거도 찾아볼 수 없었다. 더불어 트럼프 승리에 대한 전문가들의 예측 실패가 지나치게 협소한 관점의 근거였다고 볼 수 있는 근거도 있다. 전문가들은 그와 같은 사람이 대통령으로 선출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것으로 여겼다.

* 사고의 왜곡

- 모든 사람은 자신의 방식대로 해석한다. 그렇다고 해서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데이터를 그 어떤 오래된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 우리가 믿음을 대부분 다른 이들에게서 얻는다는 사실은 우리가 애초에 이러한 믿음이 왜 정당화되는지에 대해 대체로 모호하게 이해할 뿐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 왜 우리는 타당한 반대 증거가 있음에도 뭔가를 계속해서 믿는 것일까? 그것은 자기 믿음에 대한 반론을 이해하고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한 지식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 양극화가 양극화를 부추긴다.

- 정치인들은 그들의 '기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결집하기 위해 자연스레 양극화를 부추긴다.

- 우리는 다른 사람과 똑같이 생각할 때 편안함을 느낄 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의존하고는 한다. 이러한 점에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멀어지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 자신의 집단에 속한 사람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내집단 편향에 따르면, 피해자가 어떤 집단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동정 여부가 결정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 멀어지는 진실

- 확증 편향(내 편 편향)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진실한 믿음을 가지려는 것보다 자신이 이미 믿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을 말해준다.

- 사람들이 진정 신경쓰는 것은 자신이 생각하는 무언가가 아니라 스스로를 방어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 현재 우리의 양극화는 재앙과도 같다. 상반된 입장에 선 사람들이 서로를 멀리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수록 우리가 진실에 도달할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진다.

- 우리는 자신이 많은 것을 알지 못하는 주제와 관련해 우리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 가짜 뉴스는 양극화를 강화하고 정치적 선전을 확산시키기 위해 사용된다.

*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비판적 사고 : 비판적 사고에는 지식이 필요하다. 비판적 시선을 활성화하기 위해 우리는 세상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그것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이해해야 한다.

- 출처 비평 : 비판적 사고의 핵심으로 발언의 유형을 확인하고, 출처가 얼마나 탄탄한지, 1차 출처인지와 출처의 진위를 확인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독립된 여러 출처를 검토해야 하는 것으로 각 출처들은 서로 독립적이어야 한다.

- 전문가 신뢰 : 전문성을 평가할 때 , 그 사람이 공식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언급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반드시 해당 분야의 전문 자격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 토론과 팩트 체크 : 정치 토론에서도 합리적 논의를 위해 최소한의 요구를 따라야 한다. 지식의 적, 다시 말해 진실이나 합리적 주장에 조금도 관심이 없는, 혹은 민주적이고 열린 사회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과는 결코 논쟁할 수 없다.

--- 2017년 미국의 상황에 대한 작가의 관점이 우리가 처한 상황과 너무 유사하다. '우리는 상반된 주장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쉽게 무력감을 느끼고, 이성에 대한 믿음과 진실을 찾을 기회를 포기하게 된다.'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미국의 캔디스 오웬스는 트럼프를 지지하면서 <블랙 아웃>을 저술하였고, 스웨덴의 철학자 오사 빅포르스는 <진실의 조건>을 저술하였다.

김민하 정치 평론가는<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를, 강준만 교수는 <좀비정치>를 저술하였다. 그렇지 않은 것을 그렇지 않다고, 그러한 것을 그러하다고 말하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세상이다.

#진실의조건 #오사빅포르스 #푸른숲 #철학 #포스트트루스 #리터러시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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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선택의 재검토 - 최상을 꿈꾸던 일은 어떻게 최악이 되었는가
말콤 글래드웰 지음, 이영래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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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시간의 법칙으로 유명한 <아웃라이어>의 저자 말콤그래드웰의 최신작 <어떤 선택의 재검토>의 원제는 <The Bomber Mafia>이고, 부제는 ‘최상을 꿈꾸던 일은 어떻게 최악이 되었는가.’ 이다.

<타인의 해석>, <티핑포인트>, <블링크> 등 사회심리학 부문의 책을 주로 저술한 작가는 영국 출신으로 워싱턴포스트의 경제부, 과학부 기자 출신이다. 그의 아버지가 겨우 5살에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고, 뒷마당이 폭격을 받은 경험담을 듣고 자라면서 ‘스파이’와 관련된 서적을 모조리 읽으며 성장했다. 작가는 역사 관련 픽션, 논픽션, 자서전, 학술서 등을 총망라한 책들을 모아 오고 있음을 깨달으면서, ‘집착’의 산물인 ‘폭격’과 관련된 자료들로 ‘가치 있는 스토리’를 엮어냈다. 집착 없이는 진보도 혁신도 즐거움도 아름다움도 얻을 수 없다는 작가의 주장이 흥미롭다. ‘월스트리트 저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사상가 10인에 선정된 작가가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내용을 저술하였다는 것은, 집착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으리라.

20세기 전쟁 이야기 속에서 공군사에 길이 새겨질 원대한 꿈과 유혹, 집착, 실패 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쟁과 관련된 폭탄제조 기술자, 엔지니어, 과학자, 육·해·공군, 조종사들이 등장하고, 세밀한 폭탄제조 기술, 복잡한 비행기의 조립과정, 폭격 위치에 관한 군사기밀 사항까지 곁들인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두 명의 사나이, 헤이우드 핸셀Haywood Hansell과 커티스 르메이Curtis Emerson LeMay 사령관의 대조적 인간성과 그에 얽힌 전쟁 승패의 갈림길까지 구석구석 밝혀주는 역작이었다. 1만 시간의 법칙으로, 1만 가지 이상의 사건을 조합하여 우리에게 양심과 의지로 대변되는 두 인물의 정반대 가치관이 보여준 전쟁의 엇나간 단면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The Bomber Mafia>, 폭격기 마피아는 제1차 세계대전의 충격을 딛고 이제는 전쟁의 방식을 바꾸자는, 폭격조준기 기술로 ‘정밀조준’ 폭격을 통하여 막무가내식 초토화 폭격이 아닌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거의 피를 흘리지 않는 ‘바람직한 전쟁’을 하자는 항공단 전술 학교의 리더 그룹을 일컫는다. 그들은 고고도로 주간(전에는 적의 방어를 피하여 야간에 함부로 폭격했지만)에 정밀폭격을 구상했다. 이런 생각은 그 시절 너무나 급진적이고 혁명적이기까지 하였다. 초크포인트라는 핵심목표 10여 개 지점의 공격만으로 전쟁을 끝내려 했던 그들은 강력한 기술에 대한 환상과 국가적 이상과 인간존중을 위한 도덕적 요소의 결합을 추구하는 끝없는 집착과 욕구 심리가 있었음을, 미 육군대학원 교수와 다양한 역사평론가들이 증언하고 있다.

나치 군수산업을 대변하는 볼베어링 공장을 타격하는 슈바인푸르트 도시 공습을 통해 마피아 폭격기 집단이 내거는 전쟁방식의 우수성을 대변하는 작전계획이 수립된다. 이 작전에는 양심의 대변자 헤이우드 핸셀이 지명되었다. 이 작전을 보좌하는 정교한 유인성 폭격에는 냉혹한 실천가이자 의미 없는 행동을 밀어붙일 수 있는 극단적 수호자 커티스 르메이가 맡아 레겐스부르크 매서슈미트 전투기 공장으로 출격한다. 핸셀이 주도하는 230대의 폭격기에 실은 2,000개가 넘는 폭탄으로도 정밀폭격은 힘을 쓸 수 없었지만, ‘꿈은 살아있다.’는 집요한 비전만 살아남은 현실이었다. 어이없는 1, 2차 공습 작전은 그레고리팩 주연의 ‘정오의 출격Twelve O'Clock High , 1949.’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하였다.


여기에 조종자 훈련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선발하는 프로젝트를 맡았던 미국의 가장 유명한 사회심리학자 리언 페스팅거의 회상과 저술, 핸셀의 편지 등을 통해 저자는 이러한 결론을 도출한다. “일련의 믿음에 많은 것을 투자할수록, 그러니까 그 신념을 위해 희생한 것이 많을수록 사람은 실수라고 말하는 증거에 강하게 저항한다. 포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몰두한다.”

결국, 모든 공장들이 전소되도록 계속 공격하는 것으로 결정되고, 어떤 신조나 원칙과는 무관한 실제적인 도전에만 끌리는 냉혹한 실천가 르메이가 자리하고 있었다.

일본 출격의 요충지, 사이판, 티니언, 괌을 탈환 후 일본 상공의 제트기류는 핸셀의 정밀폭격을 불가능하게 하고, 여기에 전쟁을 빨리 끝내게 할 그러나 더 저주스러운 불바다 네이팜탄 폭격이 대체된다. 핸셀은 물러나고 그 자리에 르메이가 오면서 날씨에 영향받지 않는 저공비행과 야간비행, 즉 정밀폭격과는 정반대되는 “나만의 방식으로 해보겠어.”로 통하는 대규모 공격을 감행한다. 이미 원자폭탄이 없어도 네이팜탄의 ‘즉흥적 파괴’를 통하여 일본은 패망의 끝을 향한다.

“군사적 목적을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는 폭격기 마피아의 천재적 꿈과 이상은, 양심과 의지를 적용해야 해결될 수 있는 도덕적 문제 앞에 더욱 옳은 비전이었다. 그러나 전쟁 후에 케네디 대통령에 의해 공군참모총장에 임명된 초토화 폭격의 무자비한 실천가 르메이는 기억되고 정밀조준 폭격을 시도했던 핸셀은 사라졌다.

일개 야전사령관인 르메이가 실행한 파괴의 규모와 공격의 대담성은, 육군성 장관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였으나, 르메이가 가능한 맹렬하고 잔인하게 싸운 대가로 전쟁은 단축되고 오히려 분단을 막은 공로로 일본인 역사가로부터 ”결국, 우리는 소이탄과 원자폭탄을 떨어뜨려 준 당신들 미국인에게 감사해야 합니다.“라는 찬사를 받는다.

대규모 학살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로부터 최고 훈장까지 받은 전쟁승리자이자 실행주의자 르메이는 기억에 남고, 모범생으로 모든 부조리함을 걸러낸 양심과 도덕의 수호자 헨셀은 뒤안길로 사라지는 씁쓸한 여운이 남는다.


우리는 매 순간 옳다고 생각하며 선택을 하지만, 그 전의 상황과 그 후에 나타나는 일련의 결과에서도 우리가 옳다고 생각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마치 사랑에 집착할수록 우리가 사랑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처럼. 이상과 집착을 구분할 수 없듯이, 양심과 무모한 실행도 동전의 양면처럼 구분하기 어려운 풀 수 없는 문제이다.

<어떤 선택의 재검토> 마지막 문장이다. ‘고고도 정밀폭격이란 그런 것이다. 커티스 르메이는 전투에서 이겼다. 핸셀은 전쟁에서 이겼다.

정밀폭격이고 초토화 폭격이고 그러한 무자비한 만행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핸셀의 후예들이 러시아의 푸틴을 향한 정밀폭격을 성공시켜, 우크라이나의 비극이 멈추기를 기대해본다.

인간은 살육을 멈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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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진 큐레이터입니다만
장서윤 지음 / 디이니셔티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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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디자이너에서 큐레이터로

의류회사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유명 브랜드 제품에 대한 소유욕이 디자이너의 자질과 직결되는 듯한 주변 사람들과 달리, 작가 자신은 옷을 사고 싶기는 하지만 만들고 싶은 사람은 아니라는 '알아차림'을 통해서 의류회사 니트 디자이너를 그만두고 상업 갤러리의 큐레이터가 된다.

- 큐레이터 : '보살피다.', '관리하다.' 라는 뜻의 라틴어 '큐라(cura, 영어의 care)'에서 유래한 용어로 감독인, 관리인을 뜻한다. 미술관 큐레이터는 미술관의 작품을 관리, 분류, 연구하며, 전시를 기획하는 일을 학예사를 뜻한다.

* 작품이 자기 주인을 고른다

갤러리(gallery : 미술품을 진열, 전시하고 판매하는 장소) 판매되는 작품들은 그 주인과 닮아있다. 모든 작품은 각자의 인연에 따라 주인을 만나게 된다.

* 화려한 갤러리와 박봉의 큐레이터

규모보다는 탄탄한 내실이 중요한 사업장에서는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능력치가 운영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희안하게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주고 싶어 하지 않고 실제로도 안 준다. '나는 면접에서 큐레이터는 원래 박봉이라고 말하는 곳은, "네 반가웠습니다." 하고 바로 헤어졌다. 엄청난 스펙의 직원을 원하면서도 최저임금에 겨우 미치는 급여를 책정하려고 어떻게든 꼼수를 쓰는 곳은 여전히 존재한다. 면접에서 집안에 작품 사는 사람 있냐, 몇 점 팔 수 있냐고 물어보는 현실.

*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

'모든 것을 회사가 원하는 갤러리의 방향에 맞게, 내가 일하는 공간에 잘 어울리는 것으로 잘 선택하면서, 그렇게 맞춰가면서 걸림 없이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많이 성장해 있지 않을까. 암만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맞춘다고 해도 내 개성이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을 리 만무하니 아쉬울 것도 없다.'

'남들이 나를 큐레이터라고 부르든 아니든 나는 내 인생을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로 살고 있는데, 굳이 큐레이터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 같지 않다. 너무 세속적이고 뻔한 말이지만, 자아실현 빼면 직급이랑 연봉 말고 중요한 거 없잖아?'

* 큐레이터가 뭐라고

- 이상한 사람을 만나면 피해야 한다. 좋은 경험만 쌓기에도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옥에서 친구 많고 평판 좋아 봤자 어차피 악마다.

- 누군가 본전을 뽑기 어려운 직업 리스트를 만든다면 큐레이터도 추가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

- 다시 태어나면 큐레이터는 안 하고 큐레이터한테 욕먹을 짓 안 하는 고객으로 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 그럼에도 행복한 큐레이터

나를 자주 비우는 일은 즐거웠다. 하루에도 몇 번씩 다른 내가 될 수 있어서 좋았다. 하루를 가족의 일원, 갤러리 사장, 설치업체 직원, 신입 OJT 담당 직원, 누군가의 친구, 체리 언니로 꽉 채워 살 수 있었다.

좋았던 일이든 슬펐던 일이든, 지나온 일 중 한 가지라도 다른 결과로 이어졌으면 현재의 우리는 없었지도 모른다는 것. 살아온 매 순간이 다 그런 기적들이었다는 것. 기적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흘려보낸 날들이 너무나 아쉽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기적들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을.

언젠가 아이를 양육하게 된다면 비교란 비교란 '비교 대상 양쪽에 모두 유익한 결과를 불러올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는 것만은 꼭 알려주고 싶다. 공부를 못하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의 공부를 도울 일이 생기기 전에는 너와 친구의 성적을 비교하지 말 것.

* 큐레이터가 바라본 작품세계

전업 작가가 작품을 만든다는 건 오랜 시간 인내하고, 또 인내하고, 자기 살을 파먹다시피 해 완성한 그야말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품을 만들어 보고 사보고 팔아보기를 다 해본 내 경험상, 작품을 산다는 것은 그 작가의 신체 일부를 가져오는 것과도 같다. 오늘 손가락을 잘라 팔았으면, 손가락이 다시 자랄 때까지 작가는 발가락도 자르고, 귀도 자른다. 그렇게 온몸을 여기저기 잘라 팔아야 살아갈 수 있는 자의 고통을 감히 상상할 수 있을까.

* 큐레이터 장서윤의 큐레이션

나는 체리와 19년을 함께 살고, 남의 집 귀한 딸 또또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고, 동네 고양이들과 공생하는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인간은 만물의 영장일 수 없음을 깨달았다. 나는 사람들이 '사람'이라고 이름 붙인 형태의 생명, 체리나 또또는 '개'라고 부르기로 약속한 모습의 생명, 샛별이는 '고양이'라고 말하는 생명에 해당하는 존재일 뿐이다.

#에세이 #큐레이터 #캘러리스트 #여자사람 #디이니셔티브 #일상소통 #행복하자 #갤러리 #예술 #반려묘 #아트테크 #art #전시회 #아직까진큐레이터입니다만 #장서윤 #스피넬왕자님 #서평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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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고전
김규범 지음 / 책과강연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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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46만 명이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 '사월이네 북리뷰'의 운영자 김규범 작가의 <고전(苦戰)의 고전(古典)> 은 30편의 고전을 통해 직장이라는 전쟁터에서 고전 중인 우리들에게 30편의 고전 작품을 통하여 위로와 희망을 건네준다.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 '아버지'에게 바칩니다.

 

20년 직장생활과 30년 독서 인생의 경륜이 그가 평소에 관심이 많은 복싱을 통하여 전달된다.

* 복싱에서 배우는 삶이 더 나아질 방법

- 겸손 : 고개 들지 마라

권투 선수는 항상 글러브 뒤에 얼굴을 감추고 고개를 숙인 채 상대 주시한다.

- 조심성 : 입 조심해라

선수는 경기 중에 안면 보호를 위해 마우스피스를 착용한다.

- 배려 : 배려하다

복싱 글러브는 착용하고 있는 선수의 손을 보호하고, 상대 선수도 보호한다.

 

* <달과 6펜스>, 윌리엄 서머싯 몸

- 지금까지 여러 직장을 다니면서 정직함과 성실함만으로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들이 겨우 높은 곳에 근접했을 때마다 잘나가는 인간이 나타나 그것을 가로채는 모습만 수없이 목격했을 뿐입니다. 결국 직장의 '높은 자리'나 '좋은 자리'에는 배려, 양보, 선함만 가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왕관을 얻기 위한 필수 조건에 '재수 없음'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바로 <달과 6펜스>라는 제목에서 달을 선택한 인간들입니다. 우리는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할 뿐이고, 거기에 정답은 없습니다.

 

* <웃는 남자>, 빅토르 위고

- 우리의 억지 미소에는 돈벌이, 관계 유지, 분위기 등 다양한 이유가 달라붙습니다. '이상'과 '현실' 모두를 손에 쥘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세상을 향해 날릴 수 있는 강력한 한 방은 바로 '진짜 웃음'뿐입니다.

 

*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 <1984>, 조지 오웰

- 당신이 직장이고, 직장이 당신입니다.

 

* <모비딕>, 허먼 멜빌

- 모비딕과 스타벅스 : 모비딕의 1등 항해사 스타벅(starbucks/약 1,000년 전 영국의 한 마을의 갈대(stor)가 풍성한 개울(bek)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갈대와 개울을 합쳐 대개울(storbek)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스타벅스라고 부름)

- 스스로 만족한다면 멀리 가도 여행이고, 옆 동네에 다녀와도 여행이고, 직장 주변을 돌아다녀도 여행입니다 오로지 우리에게 휴식을 허락하는 것, 이것이 여행의 전부입니다.

 

* <홍길동전>, 작자 미상

- 인간관계는 수평입니다. 인간은 직장 문을 나서면 모두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아들이고, 어머니이고 딸입니다. 주제넘게 인간 위에 군림하려 들지 마세요.

 

*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 노인처럼 버티세요. 아직 노인처럼 끝까지 버텨본 경험이 없다면, 이번에 시도해 보세요. 지금껏 붙들고 있던 것을 조금만 더 붙들고 버티면 됩니다.

 

* <레 미제라블>, 빅토르 위고

- 당신의 영혼은 내가 샀으니, 앞으로는 선을 위해 살아야 합니다.(미리엘 주교)

- 사랑 없는 삶을 살 바엔 이곳에서 죽겠다.(마리우스가 연인 코제트에게)

- 언제나 서로 깊이 사랑하여라. 이 세상에서 그밖의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단다.

(장발장)

- 장발장과 다른 인물의 차이점은 '실천'입니다.

- 지금 힘드신가요? 고통스러운가요? 지옥에 살고 있나요? 수치스러운가요? 그런데 어쩌죠? 그것들은 당신에게 희망이 남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 <고도를 기다리며>, 사무엘 베케트

- 당신의 고도는 무엇인가요?

- 기다림은 곧 과정입니다.

- 기다리면 반드시 옵니다.

 

--- 작가가 세계 최강 우주 최강이라고 극찬한 작품은 <레 미제라블>이다. 책을 읽으면서 진심으로 눈물을 쏟은 유일한 작품이면서, 인간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게 만든 작품으로, 성공해서 뮤지컬 '레 미제라블'을 가장 좋은 좌석에서 다시 관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의 고전은 무엇일까? 작가의 말처럼 학창시절에 읽었던 작품과 세상 풍파를 겪고 나서 읽는 작품은 의미가 다르리라 생각한다. 古典을 읽고, 苦戰에서 벗어나자.

 

#책과강연 #고전의고전 #김규범 #사월이네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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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 사냥 - 202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 선정도서 샘터어린이문고 67
김송순 지음, 한용욱 그림 / 샘터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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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에 중국 연변의 '정암촌'에서 벌어지는 실감나는 이야기 <백호사냥>을 읽었다. 지금은 동물원에 가야 겨우 호랑이를 볼 수 있는데, 게다가 백호라니 얼마나 귀한 영물일까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정암촌은 장소만 바뀌었지 순사의 서슬퍼런 칼날 아래 각종 수탈을 당하면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어렵게 농사 지은 것을 공출로 빼앗긴 마을 사람들은 용천에서 물을 끌어와서 벼농사를 지으려고 한다. 그래야 빚을 갚고 꿈에도 그리던 고향에 빨리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마을에 사는 성호는 정암산 날다람쥐라는 별명처럼 날렵한 소년으로, 호랑이 사냥꾼으로 유명한 강 포수를 따라다닌다.

마을 주민들은 정암산에 나타난다는 신령한 백호가 마을을 지켜준다고 굳게 믿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합심해서 물길을 만들고 있는 사이, 나무를 하러 산에 올라간 성호와 강 포수의 딸 미선은 일본 순사의 총에 맞고 쓰러진 아저씨를 구해 숨겨준다. 그 아저씨는 같은 동네에 살던 찬규 형으로 독립운동을 하다가 순사에게 쫓기고 있었다.

순사들은 눈에 불을 켜고 산에 올라가지 말라고 하지만, 성호네 가족은 찬규를 몰래 집으로 숨겨와 치료를 해준다. 그리고 강 포수는 일본 순사가 노리는 백호를 잡아주면서, 그 순간을 틈타서 성호에게 찬규 형을 탈출시키는 임무를 맡긴다.

마을을 지켜주는 백호가 결국 독립운동을 하는 찬규 형을 탈출시켜주고 희생된 것이다.


마을에 벼동사를 지을 수 있는 물길이 생기고 모심기를 시작했고 단옷날에 다가오면서 정암촌 사람들에게도 희망이 생겼다. 단옷날 찬규 형의 친구인 현태 형도 독립운동을 하려고 마을을 떠나고, 성호, 미선이와 범국이는 형의 떠나는 모습을 보려고 정암산에 올라갔다가 새끼 백호를 발견한다. 강 포수 말대로 새끼 백호는 산이 잘 키워줄 것이고, 새끼 백호는 자라서 마을을 지켜줄 것이라는 희망을 간직한다.

- 중국의 충청도 정암촌을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마을로, 1992년 충북대학교 임동철 교수가 비로소 발견한다. 1938년 일본의 거짓선전에 속아 충북 청주, 옥천, 보은, 충주, 괴산의 농가 180여 호가 청주역에서 기차를 타고 만주 왕청현에 정책해서 터를 잡았다. 그 중 80호가 정착했던 춘방촌 서백림툰을 충주에서 건너간 서홍범씨가 마을에 있는 정자바위의 이름을 따서 '정암촌'으로 바꾸자고 해서 정암촌으로 현재까지 남아있다.2000년에는 외교부와 충청북도의 노력으로 정암촌 이주민 1세대 32명이 60여 년 만에 고향인 충청북도를 방문하여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현재는 100호 정도 되는 마을에 조손 가정이 많다고 한다. 정암촌은 의미 있는 여행을 하려는 한국 관광객이 가끔 찾는 곳이라고 한다.

1920년대 어느 겨울, 적수공권(赤手空拳)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이들의 상황을 만주 야소교(耶蘇敎) 전문학교의 쿡(W. T. Cook) 목사는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만주에 오는 조선 사람들의 고통은 심지어 그들의 불행을 실제로 목격한 사람조차 완전히 묘사할 수가 없다. 겨울날 영하 40도의 혹한 속에서 백의를 입은 말 없는 군중은 혹 10여 명, 혹 20여 명, 혹 50여 명씩 떼를 지어서 산비탈을 넘어온다. …… 많은 사람이 식량 부족으로 죽었다. 부인이나 어린아이뿐만 아니고 청년들도 동사했다. 남루한 옷을 입은 여자들은 신체의 대부분을 노출한 채 어린아이를 등에 업고 간다. 그와 같이 업음으로써 조금이라도 체온을 나누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린아이의 다리는 옷 밖으로 나왔기 때문에 점점 얼어붙어서 나중에는 조그마한 발가락이 맞붙어 버린다. 늙은이들은 굽은 등과 주름살 많은 얼굴로 끝날 줄 모르는 길을 걷다가 나중에는 기진맥진해 한 발짝도 옮기지 못한다. 노소강약을 막론하고 그들이 고향을 떠나오는 것은 모두 다 이 모양이다.”

'역사가 우리를 망쳤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파친코의 첫 문장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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