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 사냥 - 202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 선정도서 샘터어린이문고 67
김송순 지음, 한용욱 그림 / 샘터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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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에 중국 연변의 '정암촌'에서 벌어지는 실감나는 이야기 <백호사냥>을 읽었다. 지금은 동물원에 가야 겨우 호랑이를 볼 수 있는데, 게다가 백호라니 얼마나 귀한 영물일까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정암촌은 장소만 바뀌었지 순사의 서슬퍼런 칼날 아래 각종 수탈을 당하면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어렵게 농사 지은 것을 공출로 빼앗긴 마을 사람들은 용천에서 물을 끌어와서 벼농사를 지으려고 한다. 그래야 빚을 갚고 꿈에도 그리던 고향에 빨리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마을에 사는 성호는 정암산 날다람쥐라는 별명처럼 날렵한 소년으로, 호랑이 사냥꾼으로 유명한 강 포수를 따라다닌다.

마을 주민들은 정암산에 나타난다는 신령한 백호가 마을을 지켜준다고 굳게 믿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합심해서 물길을 만들고 있는 사이, 나무를 하러 산에 올라간 성호와 강 포수의 딸 미선은 일본 순사의 총에 맞고 쓰러진 아저씨를 구해 숨겨준다. 그 아저씨는 같은 동네에 살던 찬규 형으로 독립운동을 하다가 순사에게 쫓기고 있었다.

순사들은 눈에 불을 켜고 산에 올라가지 말라고 하지만, 성호네 가족은 찬규를 몰래 집으로 숨겨와 치료를 해준다. 그리고 강 포수는 일본 순사가 노리는 백호를 잡아주면서, 그 순간을 틈타서 성호에게 찬규 형을 탈출시키는 임무를 맡긴다.

마을을 지켜주는 백호가 결국 독립운동을 하는 찬규 형을 탈출시켜주고 희생된 것이다.


마을에 벼동사를 지을 수 있는 물길이 생기고 모심기를 시작했고 단옷날에 다가오면서 정암촌 사람들에게도 희망이 생겼다. 단옷날 찬규 형의 친구인 현태 형도 독립운동을 하려고 마을을 떠나고, 성호, 미선이와 범국이는 형의 떠나는 모습을 보려고 정암산에 올라갔다가 새끼 백호를 발견한다. 강 포수 말대로 새끼 백호는 산이 잘 키워줄 것이고, 새끼 백호는 자라서 마을을 지켜줄 것이라는 희망을 간직한다.

- 중국의 충청도 정암촌을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마을로, 1992년 충북대학교 임동철 교수가 비로소 발견한다. 1938년 일본의 거짓선전에 속아 충북 청주, 옥천, 보은, 충주, 괴산의 농가 180여 호가 청주역에서 기차를 타고 만주 왕청현에 정책해서 터를 잡았다. 그 중 80호가 정착했던 춘방촌 서백림툰을 충주에서 건너간 서홍범씨가 마을에 있는 정자바위의 이름을 따서 '정암촌'으로 바꾸자고 해서 정암촌으로 현재까지 남아있다.2000년에는 외교부와 충청북도의 노력으로 정암촌 이주민 1세대 32명이 60여 년 만에 고향인 충청북도를 방문하여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현재는 100호 정도 되는 마을에 조손 가정이 많다고 한다. 정암촌은 의미 있는 여행을 하려는 한국 관광객이 가끔 찾는 곳이라고 한다.

1920년대 어느 겨울, 적수공권(赤手空拳)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이들의 상황을 만주 야소교(耶蘇敎) 전문학교의 쿡(W. T. Cook) 목사는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만주에 오는 조선 사람들의 고통은 심지어 그들의 불행을 실제로 목격한 사람조차 완전히 묘사할 수가 없다. 겨울날 영하 40도의 혹한 속에서 백의를 입은 말 없는 군중은 혹 10여 명, 혹 20여 명, 혹 50여 명씩 떼를 지어서 산비탈을 넘어온다. …… 많은 사람이 식량 부족으로 죽었다. 부인이나 어린아이뿐만 아니고 청년들도 동사했다. 남루한 옷을 입은 여자들은 신체의 대부분을 노출한 채 어린아이를 등에 업고 간다. 그와 같이 업음으로써 조금이라도 체온을 나누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린아이의 다리는 옷 밖으로 나왔기 때문에 점점 얼어붙어서 나중에는 조그마한 발가락이 맞붙어 버린다. 늙은이들은 굽은 등과 주름살 많은 얼굴로 끝날 줄 모르는 길을 걷다가 나중에는 기진맥진해 한 발짝도 옮기지 못한다. 노소강약을 막론하고 그들이 고향을 떠나오는 것은 모두 다 이 모양이다.”

'역사가 우리를 망쳤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파친코의 첫 문장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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