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진 큐레이터입니다만
장서윤 지음 / 디이니셔티브 / 2022년 4월
평점 :
절판


* 디자이너에서 큐레이터로

의류회사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유명 브랜드 제품에 대한 소유욕이 디자이너의 자질과 직결되는 듯한 주변 사람들과 달리, 작가 자신은 옷을 사고 싶기는 하지만 만들고 싶은 사람은 아니라는 '알아차림'을 통해서 의류회사 니트 디자이너를 그만두고 상업 갤러리의 큐레이터가 된다.

- 큐레이터 : '보살피다.', '관리하다.' 라는 뜻의 라틴어 '큐라(cura, 영어의 care)'에서 유래한 용어로 감독인, 관리인을 뜻한다. 미술관 큐레이터는 미술관의 작품을 관리, 분류, 연구하며, 전시를 기획하는 일을 학예사를 뜻한다.

* 작품이 자기 주인을 고른다

갤러리(gallery : 미술품을 진열, 전시하고 판매하는 장소) 판매되는 작품들은 그 주인과 닮아있다. 모든 작품은 각자의 인연에 따라 주인을 만나게 된다.

* 화려한 갤러리와 박봉의 큐레이터

규모보다는 탄탄한 내실이 중요한 사업장에서는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능력치가 운영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희안하게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주고 싶어 하지 않고 실제로도 안 준다. '나는 면접에서 큐레이터는 원래 박봉이라고 말하는 곳은, "네 반가웠습니다." 하고 바로 헤어졌다. 엄청난 스펙의 직원을 원하면서도 최저임금에 겨우 미치는 급여를 책정하려고 어떻게든 꼼수를 쓰는 곳은 여전히 존재한다. 면접에서 집안에 작품 사는 사람 있냐, 몇 점 팔 수 있냐고 물어보는 현실.

*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

'모든 것을 회사가 원하는 갤러리의 방향에 맞게, 내가 일하는 공간에 잘 어울리는 것으로 잘 선택하면서, 그렇게 맞춰가면서 걸림 없이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많이 성장해 있지 않을까. 암만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맞춘다고 해도 내 개성이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을 리 만무하니 아쉬울 것도 없다.'

'남들이 나를 큐레이터라고 부르든 아니든 나는 내 인생을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로 살고 있는데, 굳이 큐레이터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 같지 않다. 너무 세속적이고 뻔한 말이지만, 자아실현 빼면 직급이랑 연봉 말고 중요한 거 없잖아?'

* 큐레이터가 뭐라고

- 이상한 사람을 만나면 피해야 한다. 좋은 경험만 쌓기에도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옥에서 친구 많고 평판 좋아 봤자 어차피 악마다.

- 누군가 본전을 뽑기 어려운 직업 리스트를 만든다면 큐레이터도 추가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

- 다시 태어나면 큐레이터는 안 하고 큐레이터한테 욕먹을 짓 안 하는 고객으로 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 그럼에도 행복한 큐레이터

나를 자주 비우는 일은 즐거웠다. 하루에도 몇 번씩 다른 내가 될 수 있어서 좋았다. 하루를 가족의 일원, 갤러리 사장, 설치업체 직원, 신입 OJT 담당 직원, 누군가의 친구, 체리 언니로 꽉 채워 살 수 있었다.

좋았던 일이든 슬펐던 일이든, 지나온 일 중 한 가지라도 다른 결과로 이어졌으면 현재의 우리는 없었지도 모른다는 것. 살아온 매 순간이 다 그런 기적들이었다는 것. 기적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흘려보낸 날들이 너무나 아쉽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기적들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을.

언젠가 아이를 양육하게 된다면 비교란 비교란 '비교 대상 양쪽에 모두 유익한 결과를 불러올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는 것만은 꼭 알려주고 싶다. 공부를 못하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의 공부를 도울 일이 생기기 전에는 너와 친구의 성적을 비교하지 말 것.

* 큐레이터가 바라본 작품세계

전업 작가가 작품을 만든다는 건 오랜 시간 인내하고, 또 인내하고, 자기 살을 파먹다시피 해 완성한 그야말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품을 만들어 보고 사보고 팔아보기를 다 해본 내 경험상, 작품을 산다는 것은 그 작가의 신체 일부를 가져오는 것과도 같다. 오늘 손가락을 잘라 팔았으면, 손가락이 다시 자랄 때까지 작가는 발가락도 자르고, 귀도 자른다. 그렇게 온몸을 여기저기 잘라 팔아야 살아갈 수 있는 자의 고통을 감히 상상할 수 있을까.

* 큐레이터 장서윤의 큐레이션

나는 체리와 19년을 함께 살고, 남의 집 귀한 딸 또또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고, 동네 고양이들과 공생하는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인간은 만물의 영장일 수 없음을 깨달았다. 나는 사람들이 '사람'이라고 이름 붙인 형태의 생명, 체리나 또또는 '개'라고 부르기로 약속한 모습의 생명, 샛별이는 '고양이'라고 말하는 생명에 해당하는 존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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