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일록의 아이들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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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63년 생으로 대형 은행에서 일했던 <한자와 나오키>의 작가 이케이도 준이 '방향을 잃을 때마다 꺼내 보는 작품' <샤일록의 아이들>을 통해서 돈을 갚지 못하면 살이라도 베어내려는 샤일록 후예들의 고뇌를 읽을 수 있었다.

"여기서 실천한 소설쓰기가 이후의 모든 작품으로 이어졌습니다.

나의 또 다른 원점입니다." - 이케이도 준

* 고졸 은행원과 대졸 은행원

고졸 출신 도쿄제일은행 나가하라 지점의 부지점장 후루카와는 지점장 승진을 목표로 최선을 다해온 인물이다. 이제까지 한 번도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라든가, 이념 같은 걸 생각해본 적이 없이 투신 판매 실적을 올리는 것이 지상과제이다. 반면에 대졸 출신의 융자과 담당 고야마는 주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투신 판매는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은 톱니바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결국, 둘의 갈등이 극에 달한 순간 고졸 부지점장 후루카와는 고야마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후루카와는 궁지에 몰린다.

* 아빠 힘내세요!

'융자 프리미엄 연수'에 선발된 도모노는 관리직 승진은 따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그런데, 연수가 있던 날 고모노는 그동안의 과로로 인해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그후 그의 위치는 급전직하 한다. 이제 자신의 미래는 오키도공업에 10억 엔의 대출을 성사시키는 여부에 달려있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지만, 금리를 낮춘 다른 은행에서 내건 조건 등으로 인해 대출에 대한 확신은 점차 불확실로 변해간다.

'아무리 몸을 낮추고 부탁해도 그는 고개를 끄덕여주지 않는다. 기분이 최악이었다. 머리가 흔들렸고 몸은 무거웠다.' 초조한 마음에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던 오키도 사장이 찾아온다. 도모노는 순간적으로 감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애써 말을 이으면서 마음속에 깔린 암운을 내리눌렀다. ...

다시 한 번 인사하는 도모노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가슴속에서 에코가 말했다. 아빠, 힘내세요! 힘내요!

* 사라진 100만 엔

"대리님 돈이 부족한데요."

"얼마나?"

"100만 엔이요."

은행은 셔터가 내려지면 외부로부터 차단된 밀실이 된다. 정적이 찾아오면 서로의 숨소리까지도 생생하게 들린다. "어떻게 될까요?"

"대리님, 현금 사고와 관련된 일인데요."

"아, 그건 해결됐어."

"네? 해결이라니, 무슨 소리인가요?"

그렇게까지 해서 표창을 받고 싶을까?

"윗분들은 상당히 필사적이야."

* 엔도의 신규 고객 유치

다키노가 화려한 실적을 올리며 점점 기세를 올리는 데 반해, 엔도는 점점 열세가 됐다. 어떤 위로의 말도, 격려도, 지금의 엔도에게는 효과가 없었다.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오직 실적만이 필요했다.

"드디어 해냈군."

힘내라, 엔도! 가시마는 진심으로 응원했다.

꽃이 피지 않는 인생이라는 것도 있을까?

"과장님! 해냈습니다. 잘됐어요! 지금 당장 사장님과 만나주시겠어요?"

"어, 그래. 알았네."

"사장님, 오늘은 저희 과장님을 모셔왔습니다."

엔도는 활짝 핀 얼굴로 가시마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오래된 고마이누(한 쌍의 사자 모양의 석상)가 놓여 있었다.

* 다키노의 과유불급

다키노는 특별한 존재다. 마쓰오카만이 아니라 지점장 구조도, 업무과장 가시마도, 다키노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부지점장 후루카와는 거의 숭배에 가까울 지경이다.

"하지만 과장님, 이거, 모두 위조된 겁니다."

은행이란 곳은 출세를 못 하면 끝이다. 다키노는 그 계단을 누구보다 빨리 오르고 있었다.

다키노는 천천히 숟가락을 놓았다. 아직 카레도 밥도 조금씩 남아 있었지만, 식욕이 완전히 사라졌다.

도대체 은행원의 인생이란 무엇인가. 은행원으로서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라는 작가의 표현에서 은행원을 사람으로 바꾸어보면 어떨까?

도대체 사람의 인생이란 무엇인가. 사람으로서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샤일록 후예들의 고뇌는 아담 후예들의 고뇌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샤일록의 아이들>은 은행원들의 내밀하고 생생한 고뇌를 다루고 있어, 한편으로 조마조마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마음 한 켠이 저려오기도 한다. 또한 10가지 이야기가 미스터리 형식으로 연결되어 끝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2022년에 영화와 드라마로 동시에 제작된다고 하니, 어떻게 영상화될지도 기대가 된다.


#인플루엔셜 #샤일록의아이들 #이케이도준 #민경욱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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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
헤르만 헤세 지음, 김지선 옮김 / 뜨인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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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든 책들이

그대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아

하지만 가만히 알려주지

그대 자신 속으로 돌아가는 길'

<수레바퀴 아래서>, <크눌프>, <데미안>, <싯다르타>, <지와 사랑> 등으로 유명한 독일 출신 작가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1962)는 1946년 <유리알 유희>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의 에세이를 모아 엮은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는 작가가 바라보는 책의 세계, 또한 애서가이자 장서가로서 책을 대하는 진지한 고민과 해박한 세계문화사적 작품설명까지 포함되어 있다.

o 독서의 질

작가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책의 수준이 아니라 독서의 질이다. 삶의 한걸음 한 호흡마다 그러하듯, 우리는 독서에서 무언가 기대하는 바가 있어야 마땅하다. 그리고 더 풍성한 힘을 얻고자 온 힘을 기울이고 의식적으로 자신을 재발견하기 위해 스스로를 버리고 몰두할 줄 알아야 한다.

o 책의 마력

글과 책에는 불멸의 기능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인식할 것이기 때문이다. 말을 통한 표현과 글로써 전승하는 일은 인간이 역사와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유일무이한 수단임을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모든 미와 매력이란 바로 이러한 개별성과 일회성에 바탕을 둔다는 점도 알게 된다. 이와 동시에 더욱 뚜렷하게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온 세상 수 천 수 백의 목소리들이 결국 모두 동일한 목표를 추구하며, 이름만 다를 뿐 같은 신들을 부르며, 동일한 소망을 꿈꾸며, 동일한 고통을 토로한다는 점이다.

o 애독서

이제까지 살면서 세계문학 중에서 작가가 제일 많이 들여다봤고 그래서 아마도 제일 잘 안다고 할만한 영역이라면, 오늘날에는 너무나 아득히 밀려나다 못해 아예 전설처럼 되어버린 독일의 한 시절, 즉 1750년부터 1850년까지의 백 년, 그러니까 괴테가 중심이자 정점을 이룬 바로 그 시대의 독일문학이다.

o 글쓰기와 글

글은 인간만 쓰는 게 아니다. 손 없이도 펜이나 붓, 종이나 양피지 없이도 글은 써진다. 바람과 바다, 강과 시내가 글을 쓰고, 동물들도 쓰며, 어디선가 대지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강물의 길을 막고 산이나 도시하나를 흔적 없이 날려버릴 때면 땅도 글을 쓴다. 그러나 모든 것을 글로 다시 말해 객관화된 정신으로 바라보려 하고 또 그럴 줄 아는 것은 오로지 인간정신 뿐이다.

o 시의 악순환

‘아름다운’ 시를 쓴 시인이 사랑을 받으니까, 자꾸 그런류의 시들이 양산되는 것이다. 즉 시의 근원적, 원초적, 치유적 기능과는 동떨어진 채 오로지 아름다우려고만 한다. 이런 시들은 애초부터 타인, 즉 청자와 독자를 겨냥해 쓰인다. 이들은 더 이상 한 영혼의 꿈, 춤사위, 절규가 아니며, 체험에 대한 반응도 더듬더듬 읊조리는 소망이나 마법의 주문도 아니며, 현자의 몸짓도 광인의 기행도 아니다. 다만 뚜렷한 목적하에 만들어낸 생산품, 공장에서 찍어낸 물건, 대중의 입맛에 맞춘 사탕과자에 불과하다.

o 글 쓰는 밤

작가의 경우를 보면 작가의 경험과 생각과 고민들의 매개자이자 상징이 되어줄 수 있는 하나의 인물상이 또렷해지는 순간이 바로 작품이 배태되는 때다. 이와 같은 가공의 인물이 모습을 드러내는 창조적인 순간, 모든 것이 단박에 결정된다. 작가가 썼던 산문 작품들은 거의 모두가 영혼의 전기들이다. 사건과 갈등, 스토리 중심이라기보다는 근본적으로 독백이다.

o 세계문학 도서관

작가가 인도의 세계에서 구하였으되 거기서 찾을 수 없었던 것이 있었으니, 분명히 존재하리라 믿었던 어떤 종류의 지혜가 아무리 뒤져도 구체화 된 언명으로 찾아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 다시 몇 년이 지난 뒤 새로운 독서체험이 작가에게 성취를 안겨 주었다. 오래전에 아버지에게서 들었던 <도덕경>을 그릴(Grill)의 번역으로 만났던 것이다. 중국의 정신이 갖는 의미를 몸소 체험한 독일인에 의한 번역이었다. 작가는 이 책을 손에 넣었을 때 꿈인가 생시인가 싶을 정도로 어찌나 감격했는지 모른다. 얼마나 생소하고, 그렇지만 얼마나 옳으며, 예감하고 기대하던 대로 모든 것이 구구절절 어찌나 기막히게 다가왔던지 그 벅차 오르던 심정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인도가 고행과 금욕으로 세상을 버림으로써 고귀하고 감동적인 경지에 이르렀다면, 중국은 본성과 정신, 종교와 일상이 대립이 아닌 상호보완의 관계로 양자 모두 긍정되는 그러한 정신세계를 일구어냄으로써 인도 못지않게 비범한 경지에 도달했다.

o 문학에서의 표현주의

많은 시간을 독서에 바치면서 작가가 터득한 것은, 우리는 고트프리트 켈러를 좋아하는 동시에 베르펠도 좋아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작가는 정원에서 횔덜린을 읽으며 온종일 행복에 젖기도 하고 쉬켈레의 장편 <벤칼>의 어떤 부분에서 넘치는 기쁨을 맛보기도 한다. 작가 역시 예술이 크고 깊은 소리로 자신을 일깨우는 그 모든 곳에서 표현주의를 찾아본다.

‘책은 진지하고 고요히 음미하고 아껴야 할 존재다.

그럴 때에야 비로소 책은 그 내면의 아름다움과 힘을 활짝 열어 보여준다.’


‘그대가 오랫동안 책 속에 파묻혀 구하던 지혜,

펼치는 곳마다 환히 빛나니 이제는 그대의 것이리.’

#뜨인돌 #헤르만헤세의책이라는세계 #김지선 #서평단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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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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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일본 작가 무라세 다케시는 세상에서 이별한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이라는 내용의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이라는 작품으로 눈물샘을 자극한다. 불의의 열차 사고로 127명의 승객 중 68명이 사망한다. 그 중에는 약혼자도 아버지도 그리고 애타게 그리워하던 짝사랑의 대상도 있고 사랑하는 남편도 있다. 만약 그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죽은 사람을 다시 만날 수는 있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데다가, 사고가 난 역을 통과하기 전에 내리지 않으면 그 사람도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과연 일본 사람다운 기발한 발상이다.

* 다음 주 생일날, 카레 만들어줄게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던 도모코에게 다가와 든든한 방어막이 되어주었던 남자친구 네모토는 아버지를 잃은 도모코에게 말한다. "네 아버지는 떠나셨지만, 아버지의 분신인 넌 살아 있잖아. 그러니까 네가 기뻐하면 아버지도 분명 기뻐하실 거야. 너의 행복이 고스란히 아버지의 행복이 될 테니까."

그렇지만 세상의 마지막 기차에서 약혼자 네모토를 다시 만난 도모코는 결국 이렇게 말한다. "나중에, 네가 죽으면, 나로 따라 죽겠다고 하면 어쩔거야? 그냥 하는 소리니까 장난이라 생각하고 대답해봐. 만약 네가 죽고..."

"용서 안 해."

"절대 용서 안 해."

"너를, 절대로 용서 못 해."

문이 열렸다.

손가락으로 눈물을 쓱 닦았다.

나는 그를 향해 돌아서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웃음을 지어 보이면 입술을 움직였다. "네모토, 다음 주 생일날, 카레 만들어줄게."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서 죽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그 사람을 잊을 수도 없고...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세상을 떠난 그 누구도 남아 있는 사람이 불행해지거나 자신을 생각해서 삶을 포기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 이 애를 먼저 구해주세요!

얼굴에 새카만 반점이 있는 초등학생 가즈유키는 세상에 자신을 다정하게 대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고 빗속에서 세상과 작별하려고 마음먹은 순간, 자신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집까지 바래다준 생명의 은인 다카코 누나를 잊지 못하면서 주변을 맴돌지만 한 번도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 못한다. 돌고 돌아서 고등학교 졸업반이 된 다카코 누나에게 고백하려는 순간,

"저, 저기."

내가 옆에 서자 다카코 누나가 책을 탁 덮었다. 그녀의 시선이 천천히 내 얼굴에 닿았다. 그녀와 눈을 맞추기 직전, 열차가 탈선했다. 가즈유키는 살아남았고, 다카코 누나는 세상을 떠났다.

세상의 마지막 기차에 올라탄 가즈유키는 드디어 고백한다.

"나는 , 당신을 좋아합니다. 나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 고마워. 고마워."

"이건 거짓 없는 내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들어줘. 나는 방금 네가 좋아졌어. 다시 말할게. 나는, 가즈유키를 좋아합니다."

열차에서 내린 다음 사고가 난 지역을 찾아가 누나의 뒤를 따라가려던 순간, 또다른 생존자로부터 자신이 탈선열차에서 생존하게 된 진실을 듣게 된다.

"나는 선로를 벗어난 차량이 낭떠러지로 떨어지기 일보 직전에 운좋게 차량 밖으로 나올 수 있었지. 밖에서 세 번째 칸에 혼자 남은 여학생에게 손을 뻗었더니 그 여학생이 나한테 부탁하는 거야. '이 애를 먼저 구해주세요!'라고." 내가 남자애를 받아 들자마자 차량은 낭떠러지 아래로 굴러떨어졌고."

*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난다면

올해 초 한 달여를 심하게 아픈 경험이 있다. 코로나로 아닌데 코로나보다 더 심하게 앓았다. 그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난다면 남은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내가 아파서 이 세상을 떠난다는 것보다 남아 있는 가족들이 더 걱정이 되었다. 열차에서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기관사 남편을 홀로 보낼 수는 없다. 나는 같이 죽을 마음으로 유령 열차에 올랐다.

찰카닥 소리와 함께 기관실 문이 열렸다. 안에서 남편이 나왔다.

당황한 나를 보며 남편이 부드럽게 말했다.

"내려."

무슨 뜻인지 어리둥절했다.

"내려, 부탁할게."

"미안해. 미사코. 정말 미안하지만... 살아 있어줘."

언젠가 누구도 예외없이 세상의 마지막 기차에 탑승할 것이다.

그 순간 남아 있는 사람과 세상을 떠나는 사람은 어떻게 작별해야 할까?

"네가 기뻐하면 아버지도 분명 기뻐하실 거야.

너의 행복이 고스란히 아버지의 행복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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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리퐁은 있는데 우유가 없다 - 가난은 일상이지만 인생은 로큰롤 하게!
강이랑 지음 / 좋은생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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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바이카 여자 대학에서 어린이 문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강이랑 작가의 <죠리퐁은 있는데 우유가 없다>을 읽으면서 들개이빨 작가의 <나의 먹이>가 떠올랐다.

* 잘 니내냐?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하기 위해서 결심하는 순간 피 터지는 가난이 찾아오는 것인지 도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강이랑 작가는 일본에서 9년을 공부해서 박사학위까지 받았지만 여전히 가난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작가의 책과 함께 죠리퐁 한 봉지가 함께 도착했을 때는 어리둥절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작가에게는 죠리퐁이 한 끼 식사였고 연구비가 늦게 들어와 정말 힘들었던 순간에는 죠리퐁과 함께 먹을 우유를 살 돈조차 없었다는 대목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런데 때가 되어도 연구비가 들어오지 않았다. 그나마 지인들이 보내 준 쌀과 김치가 있어서 냉장고에 있는 채소로 버티기에 들어갔다. 친구가 준 죠리퐁도 남아 있었다. 우유가 더해지면 중요한 한 끼가 된다. 한 끼는 밥, 한 끼는 죠리퐁과 우유. 이렇게 두 가지 메뉴로 버텨야 하는 것이다. 시간은 계속 흐르는데 연구비 입금 소식은 아직이었다. 나는 수시로 현금 인출기를 들락거리며 통장 잔고를 확인했다. 이제는 우유 살 돈도 없다. 죠리퐁은 있는데 우유가 없다. 그러자 우유가 더 먹고 싶어진다. 그냥 죠리퐁만 먹기는 싫다.'

대학 연구비도 부익부 빈익빈인 모양이다. 정부와 기업 관련 연구비와 비교해 기초학문 분야인 어린이 문학 관련 연구비는 너무 부족한 것 같다.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내겐 가난이 일상이다.'

'돈이 없어도 좋다. 피 터지게 가난해도 괜찮으니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 부모님이 실망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주위 사람들이 어떤 시선으로 보든, 나는 나만의 길을 가련다.'

* 뭐 먹을 건 있고?

'없는 것 투성이지만 살 곳이 있고, 계절마다 입을 옷이 있고, 냉장고엔 소박한 먹을거리도 있다. 지인들은 때때로 옷과 식료품을 보내준다.'

친구가 보내준 선풍기로 생활하는 작가는 폭염이 극성을 부리는 여름철 오후에는 도서관에서 버티고, 주말에는 에어컨이 있는 친구집을 방문한다. 친구 집을 나오면서 받은 복숭아 몇 개는 옥수수를 삶아서 건네주는 동네 지인에게 건네주고, 근처에 사는 친구의 후배에게 옥수수를 나눠주고 수건 꾸러미를 받아든다. 수건 한 꾸러미는 다음주 토요일에 방문할 친구에게 줄 선물이다.

가난한 일상을 살아가지만 마음은 넉넉한 작가는 나눠도 더 가난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 잘 먹어야 일한다잉

'한 사람을 온전한 어른으로 키워 내고도 여전히 보살피는 엄마의 노고가 택배 상자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갑자기 엄마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진다.'

"잘 지내냐? 뭐 먹을 건 있고? 잘 먹어야 일한다잉."

방정환을 연구하는 모임인 '작은물결' 소속인 작가는 동심(童心)을 내어주는 사람들과 도움을 나누고 있다.

'같이 공부하는 동료들이 가끔 내게 강의를 한 꼭지, 두 꼭지 내어 준다. 당장 먹고살 길이 막막하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나는 감사하게도 그들이 내주는 강의를 통해 돈을 번다.'

친구를 위해 죠리퐁 한 상자를 보내는 마음, 작가의 사정을 알고 몰래 에어컨을 보내준 방송 극작가 선생님의 마음, 허리 수술 전까지 끝임없이 택배를 보내주시던 엄마의 마음들을 받으면서 작가는 동화에 관련된 강의와 동화책 번역 활동을 한다. 그리고 뇌성 마비 친구와 장애 2급 남동생의 둘도 없는 멘토가 되어주기도 한다. 도움을 받은 친구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쳐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동심(童心) 이란 단순히 아이의 마음일 뿐 아니라 나와 다른 존재를 귀하게 대하고, 우열을 가리지 않는 마음이다. 함께할 수 있음을 기뻐하는 마음이기도 하다.'

작가가 산책로에서 만난 초등학생 둘의 대화가 의미심장하다.

"고생하고, 이따가 재미있게 놀자."

"그래, 나중에 만나서 더 신나게 놀자!"

작가는 나름의 방식으로 가난한 일상을 순수하게 즐기고 있는 것 같다.

강이랑 작가는 7년 동안 한 골도 못 넣다가 드디어 한 골을 넣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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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생리학 인간 생리학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류재화 옮김 / 페이퍼로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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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자신의 주인인 동시에 나 자신의 하인이기도 했다"는 고백으로 유명한 오노레 '드' 발자크 Honore de Balzac 의 <공무원 생리학>은 1841년에 프랑스에서 쓰여진 작품임에도 2022년 현재 한국사회에도 유효한 통렬한 걸작이다.

* 공무원이란 무엇인가?

1830년 정치 개념에 따르면, 공무원 계급은 관공서 수위는 포함하지만, 장관에서 끝나지 않는다. 코르므냉(<세비에 관한 문건> 저자, 10년 동안 25쇄 찍음) 씨는 프랑스 국왕이 1천 200만 프랑의 급료를 받는 공무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듯 보인다. 오, 세비의 은총 있으라! 다만 국왕은 거리 한복판에서 인민에 의해, 그리고 의회의 투표에 의해 당장 직위 해제될 수 있는 자다.

- 발자크의 주장은130년 후인 1960년 4. 19 혁명과 186년이 지난 2016년 광화문 촛불집회를 통해서 여전히 유효함이 입증되었다.

'따라서 공무원을 최상으로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살기 위해 봉급이 필요한 자, 자신의 자리를 떠날 자유가 없는 자, 쓸데 없이 서류를 뒤적이는 것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자.'

-- 이럴 수가, 여전히 유효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다만, 자신의 자리를 떠날 자유가 없는 자라기 보다는 자신의 자리를 떠날 자유가 없고 싶은 자가 아닐까?

* 공무원의 유용성

우리 정치 요리책에는 6천만 프랑이 든다. 경찰 인력에는 그 이상이 든다. 우리 걸 누가 훔쳐 가지 말란 법은 없다. 법원, 교도소, 치안 다 그만큼 비용이 들지만, 그들이 우리에게 돌려줘야 하는 건 없다. 따라서 관공서 만세! 그들의 타당한 보고서도 만만세!

--- 그들이 돌려주는 것보다는 훨씬 많은 것이 공무원에게 돌아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 다수에게 복종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는

부모는 자식이 푸른 양복에 안경 쓴 공무원 신사한테 매혹되면 내심 좋아한다. 근사한 붉은 리본에 반짝이는 단추, 어떤 부서든 관청에서 몇 가지 감시만 하고 퇴근하면 한 달에 1천 프랑은 받을 수 있다.

관료가 된다는 것은 세비에 손댄다는 것이고, 다시 말해 아무것도 안 하거나 해도 조금만 한다는 것을 뜻한다. 오늘날 국가는 모든 다수에 의해 움직인다. 그런데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 다수에게 복종한다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땅에 구멍을 뚫는 자에게는 4천 프랑의 연금을 제공하면서, 뼈에 구멍을 내는 의료 기구를 만드는 학자에게는 2리야드도 제공 안 한다.

* 공무원의 구분

지방 공무원은 행복하다. 그가 뭘 먹고 사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자기 봉급은 먹지 않는다'고들 말한다.

한직이란 다시 말해 '별 근심 없는' 자들로, 자리만 지키면 완전한 안전성을 보장받으므로 각자 자기 부서에서 일만 하면 될 뿐 달리 할 일이 없다.

두 종류의 임시직밖에 없다. 가난한 임시직과 부유한 임시직.

가난한 공무원은 가장 안쓰러운 인물형이다. 행복하지도 않고 능란한 사교술도 없고 겸직할 능력도 안 된다. 자기 자리 하나 겨우 지키고 있지만, 그래도 결혼은 사랑하는 여자와 했다. 은퇴하기 전에 죽으면 부인이나 자식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 모든 공무원은 사무실에 9시에는 출근하지만

모든 공무원은 사무실에 9시에는 출근하지만, 대화하고 설명하고 토론하고 깃털 펜 다듬과 밀통하다 보면 벌써 오후 4시 반이다. 노동 시간 가운데 50퍼센트는 이렇게 날아간다. 20만을 지불하면 되는 일에 1천만을 지불하는 꼴이다.

* 보고서는 미루기다. 때론 얼른 가져오기다.

사안에 대해 깊이 알고, 결정을 내리고, 그것을 실행하는 자가 장관인 것처럼 보이지만, 천만의 말씀! 프랑스를 지배하는 보고서가 이 일을 다 하는 것이다. 대령부터 원수까지, 경철서장부터 국왕까지, 지사부터 장관까지, 의회부터 법안 가결까지 보고서에 보고서에 또 보고서다. 프랑스는 보고하고 또 보고한다. 행동하는 대신 글로, 말로 개진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연간 문서로 작성된 보고서가 1백만 개다. 관료주의가 지배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것이다.

* 퇴직 공무원

"언제 이 시간이 끝나리오! 언제 그만둘 수 있으리오! 언제 퇴직을 하냔 말이오! 아직도 몇 년이나 남았소. 내 30년이 이렇게 마감되는 거요! 시골에 가서 살고 싶소!"

그러나 어쨌든 퇴직해야 한다. 이 지겨웠던 마분지 상자와 이 공기를, 이 끔찍이도 싫어했고 끔찍이도 좋아했던 서류 뭉치와 작별해야 한다.

"이 양반하고 내 집에서 종일 같이 있으면 내가 어떻게 될지 몰라!" 그의 부인은 이렇게 말한다.

이 퇴직 공무원은 이제 지치지도 않는, 신문 열독자가 된다. 공고나 부고는 물론이고, 기사 제목부터 제호 옆 신문 경영인 이름까지 빠짐없이 읽는다. 그 때문에 신문을 읽는 데 세 시간이 족히 걸린다. 그러고 나면 좀 빈둥거리다가 저녁 식사 시간이 오기를 고통스럽게 기다린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들이 우후죽순처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공무원에 재탕 삼탕으로 도전하는 것을 보면서 그 이유가 내심 궁금했다. 1800년대 프랑스 사회의 공무원은 '세비에 손을 대면서 아무것도 안 하거나 해도 조금만 하면서, 다수에게 복종한다고 외치지만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는' 직업이었다.

설마?

@paperroad_book #공무원생리학 #오노레드발자크 #류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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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5-28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동네에도 시의원-국회의원
그리고 이번에는 시장에까지 그
야말로 선거병에 걸리신 분이 한
분 계시더군요.

더 놀라운 건, 전과를 보니 폭력
과 위증까지! 도대체 이런 사람
을 공천한 공당에서는 무슨 생각
을 가지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
다.

발작의 <공무원 생리학> 읽다 말
았는데 마저 읽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