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리퐁은 있는데 우유가 없다 - 가난은 일상이지만 인생은 로큰롤 하게!
강이랑 지음 / 좋은생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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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바이카 여자 대학에서 어린이 문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강이랑 작가의 <죠리퐁은 있는데 우유가 없다>을 읽으면서 들개이빨 작가의 <나의 먹이>가 떠올랐다.

* 잘 니내냐?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하기 위해서 결심하는 순간 피 터지는 가난이 찾아오는 것인지 도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강이랑 작가는 일본에서 9년을 공부해서 박사학위까지 받았지만 여전히 가난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작가의 책과 함께 죠리퐁 한 봉지가 함께 도착했을 때는 어리둥절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작가에게는 죠리퐁이 한 끼 식사였고 연구비가 늦게 들어와 정말 힘들었던 순간에는 죠리퐁과 함께 먹을 우유를 살 돈조차 없었다는 대목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런데 때가 되어도 연구비가 들어오지 않았다. 그나마 지인들이 보내 준 쌀과 김치가 있어서 냉장고에 있는 채소로 버티기에 들어갔다. 친구가 준 죠리퐁도 남아 있었다. 우유가 더해지면 중요한 한 끼가 된다. 한 끼는 밥, 한 끼는 죠리퐁과 우유. 이렇게 두 가지 메뉴로 버텨야 하는 것이다. 시간은 계속 흐르는데 연구비 입금 소식은 아직이었다. 나는 수시로 현금 인출기를 들락거리며 통장 잔고를 확인했다. 이제는 우유 살 돈도 없다. 죠리퐁은 있는데 우유가 없다. 그러자 우유가 더 먹고 싶어진다. 그냥 죠리퐁만 먹기는 싫다.'

대학 연구비도 부익부 빈익빈인 모양이다. 정부와 기업 관련 연구비와 비교해 기초학문 분야인 어린이 문학 관련 연구비는 너무 부족한 것 같다.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내겐 가난이 일상이다.'

'돈이 없어도 좋다. 피 터지게 가난해도 괜찮으니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 부모님이 실망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주위 사람들이 어떤 시선으로 보든, 나는 나만의 길을 가련다.'

* 뭐 먹을 건 있고?

'없는 것 투성이지만 살 곳이 있고, 계절마다 입을 옷이 있고, 냉장고엔 소박한 먹을거리도 있다. 지인들은 때때로 옷과 식료품을 보내준다.'

친구가 보내준 선풍기로 생활하는 작가는 폭염이 극성을 부리는 여름철 오후에는 도서관에서 버티고, 주말에는 에어컨이 있는 친구집을 방문한다. 친구 집을 나오면서 받은 복숭아 몇 개는 옥수수를 삶아서 건네주는 동네 지인에게 건네주고, 근처에 사는 친구의 후배에게 옥수수를 나눠주고 수건 꾸러미를 받아든다. 수건 한 꾸러미는 다음주 토요일에 방문할 친구에게 줄 선물이다.

가난한 일상을 살아가지만 마음은 넉넉한 작가는 나눠도 더 가난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 잘 먹어야 일한다잉

'한 사람을 온전한 어른으로 키워 내고도 여전히 보살피는 엄마의 노고가 택배 상자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갑자기 엄마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진다.'

"잘 지내냐? 뭐 먹을 건 있고? 잘 먹어야 일한다잉."

방정환을 연구하는 모임인 '작은물결' 소속인 작가는 동심(童心)을 내어주는 사람들과 도움을 나누고 있다.

'같이 공부하는 동료들이 가끔 내게 강의를 한 꼭지, 두 꼭지 내어 준다. 당장 먹고살 길이 막막하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나는 감사하게도 그들이 내주는 강의를 통해 돈을 번다.'

친구를 위해 죠리퐁 한 상자를 보내는 마음, 작가의 사정을 알고 몰래 에어컨을 보내준 방송 극작가 선생님의 마음, 허리 수술 전까지 끝임없이 택배를 보내주시던 엄마의 마음들을 받으면서 작가는 동화에 관련된 강의와 동화책 번역 활동을 한다. 그리고 뇌성 마비 친구와 장애 2급 남동생의 둘도 없는 멘토가 되어주기도 한다. 도움을 받은 친구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쳐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동심(童心) 이란 단순히 아이의 마음일 뿐 아니라 나와 다른 존재를 귀하게 대하고, 우열을 가리지 않는 마음이다. 함께할 수 있음을 기뻐하는 마음이기도 하다.'

작가가 산책로에서 만난 초등학생 둘의 대화가 의미심장하다.

"고생하고, 이따가 재미있게 놀자."

"그래, 나중에 만나서 더 신나게 놀자!"

작가는 나름의 방식으로 가난한 일상을 순수하게 즐기고 있는 것 같다.

강이랑 작가는 7년 동안 한 골도 못 넣다가 드디어 한 골을 넣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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