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그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일본 작가 무라세 다케시는 세상에서 이별한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이라는 내용의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이라는 작품으로 눈물샘을 자극한다. 불의의 열차 사고로 127명의 승객 중 68명이 사망한다. 그 중에는 약혼자도 아버지도 그리고 애타게 그리워하던 짝사랑의 대상도 있고 사랑하는 남편도 있다. 만약 그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죽은 사람을 다시 만날 수는 있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데다가, 사고가 난 역을 통과하기 전에 내리지 않으면 그 사람도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과연 일본 사람다운 기발한 발상이다.

* 다음 주 생일날, 카레 만들어줄게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던 도모코에게 다가와 든든한 방어막이 되어주었던 남자친구 네모토는 아버지를 잃은 도모코에게 말한다. "네 아버지는 떠나셨지만, 아버지의 분신인 넌 살아 있잖아. 그러니까 네가 기뻐하면 아버지도 분명 기뻐하실 거야. 너의 행복이 고스란히 아버지의 행복이 될 테니까."

그렇지만 세상의 마지막 기차에서 약혼자 네모토를 다시 만난 도모코는 결국 이렇게 말한다. "나중에, 네가 죽으면, 나로 따라 죽겠다고 하면 어쩔거야? 그냥 하는 소리니까 장난이라 생각하고 대답해봐. 만약 네가 죽고..."

"용서 안 해."

"절대 용서 안 해."

"너를, 절대로 용서 못 해."

문이 열렸다.

손가락으로 눈물을 쓱 닦았다.

나는 그를 향해 돌아서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웃음을 지어 보이면 입술을 움직였다. "네모토, 다음 주 생일날, 카레 만들어줄게."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서 죽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그 사람을 잊을 수도 없고...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세상을 떠난 그 누구도 남아 있는 사람이 불행해지거나 자신을 생각해서 삶을 포기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 이 애를 먼저 구해주세요!

얼굴에 새카만 반점이 있는 초등학생 가즈유키는 세상에 자신을 다정하게 대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고 빗속에서 세상과 작별하려고 마음먹은 순간, 자신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집까지 바래다준 생명의 은인 다카코 누나를 잊지 못하면서 주변을 맴돌지만 한 번도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 못한다. 돌고 돌아서 고등학교 졸업반이 된 다카코 누나에게 고백하려는 순간,

"저, 저기."

내가 옆에 서자 다카코 누나가 책을 탁 덮었다. 그녀의 시선이 천천히 내 얼굴에 닿았다. 그녀와 눈을 맞추기 직전, 열차가 탈선했다. 가즈유키는 살아남았고, 다카코 누나는 세상을 떠났다.

세상의 마지막 기차에 올라탄 가즈유키는 드디어 고백한다.

"나는 , 당신을 좋아합니다. 나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 고마워. 고마워."

"이건 거짓 없는 내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들어줘. 나는 방금 네가 좋아졌어. 다시 말할게. 나는, 가즈유키를 좋아합니다."

열차에서 내린 다음 사고가 난 지역을 찾아가 누나의 뒤를 따라가려던 순간, 또다른 생존자로부터 자신이 탈선열차에서 생존하게 된 진실을 듣게 된다.

"나는 선로를 벗어난 차량이 낭떠러지로 떨어지기 일보 직전에 운좋게 차량 밖으로 나올 수 있었지. 밖에서 세 번째 칸에 혼자 남은 여학생에게 손을 뻗었더니 그 여학생이 나한테 부탁하는 거야. '이 애를 먼저 구해주세요!'라고." 내가 남자애를 받아 들자마자 차량은 낭떠러지 아래로 굴러떨어졌고."

*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난다면

올해 초 한 달여를 심하게 아픈 경험이 있다. 코로나로 아닌데 코로나보다 더 심하게 앓았다. 그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난다면 남은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내가 아파서 이 세상을 떠난다는 것보다 남아 있는 가족들이 더 걱정이 되었다. 열차에서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기관사 남편을 홀로 보낼 수는 없다. 나는 같이 죽을 마음으로 유령 열차에 올랐다.

찰카닥 소리와 함께 기관실 문이 열렸다. 안에서 남편이 나왔다.

당황한 나를 보며 남편이 부드럽게 말했다.

"내려."

무슨 뜻인지 어리둥절했다.

"내려, 부탁할게."

"미안해. 미사코. 정말 미안하지만... 살아 있어줘."

언젠가 누구도 예외없이 세상의 마지막 기차에 탑승할 것이다.

그 순간 남아 있는 사람과 세상을 떠나는 사람은 어떻게 작별해야 할까?

"네가 기뻐하면 아버지도 분명 기뻐하실 거야.

너의 행복이 고스란히 아버지의 행복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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