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일록의 아이들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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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63년 생으로 대형 은행에서 일했던 <한자와 나오키>의 작가 이케이도 준이 '방향을 잃을 때마다 꺼내 보는 작품' <샤일록의 아이들>을 통해서 돈을 갚지 못하면 살이라도 베어내려는 샤일록 후예들의 고뇌를 읽을 수 있었다.

"여기서 실천한 소설쓰기가 이후의 모든 작품으로 이어졌습니다.

나의 또 다른 원점입니다." - 이케이도 준

* 고졸 은행원과 대졸 은행원

고졸 출신 도쿄제일은행 나가하라 지점의 부지점장 후루카와는 지점장 승진을 목표로 최선을 다해온 인물이다. 이제까지 한 번도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라든가, 이념 같은 걸 생각해본 적이 없이 투신 판매 실적을 올리는 것이 지상과제이다. 반면에 대졸 출신의 융자과 담당 고야마는 주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투신 판매는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은 톱니바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결국, 둘의 갈등이 극에 달한 순간 고졸 부지점장 후루카와는 고야마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후루카와는 궁지에 몰린다.

* 아빠 힘내세요!

'융자 프리미엄 연수'에 선발된 도모노는 관리직 승진은 따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그런데, 연수가 있던 날 고모노는 그동안의 과로로 인해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그후 그의 위치는 급전직하 한다. 이제 자신의 미래는 오키도공업에 10억 엔의 대출을 성사시키는 여부에 달려있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지만, 금리를 낮춘 다른 은행에서 내건 조건 등으로 인해 대출에 대한 확신은 점차 불확실로 변해간다.

'아무리 몸을 낮추고 부탁해도 그는 고개를 끄덕여주지 않는다. 기분이 최악이었다. 머리가 흔들렸고 몸은 무거웠다.' 초조한 마음에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던 오키도 사장이 찾아온다. 도모노는 순간적으로 감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애써 말을 이으면서 마음속에 깔린 암운을 내리눌렀다. ...

다시 한 번 인사하는 도모노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가슴속에서 에코가 말했다. 아빠, 힘내세요! 힘내요!

* 사라진 100만 엔

"대리님 돈이 부족한데요."

"얼마나?"

"100만 엔이요."

은행은 셔터가 내려지면 외부로부터 차단된 밀실이 된다. 정적이 찾아오면 서로의 숨소리까지도 생생하게 들린다. "어떻게 될까요?"

"대리님, 현금 사고와 관련된 일인데요."

"아, 그건 해결됐어."

"네? 해결이라니, 무슨 소리인가요?"

그렇게까지 해서 표창을 받고 싶을까?

"윗분들은 상당히 필사적이야."

* 엔도의 신규 고객 유치

다키노가 화려한 실적을 올리며 점점 기세를 올리는 데 반해, 엔도는 점점 열세가 됐다. 어떤 위로의 말도, 격려도, 지금의 엔도에게는 효과가 없었다.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오직 실적만이 필요했다.

"드디어 해냈군."

힘내라, 엔도! 가시마는 진심으로 응원했다.

꽃이 피지 않는 인생이라는 것도 있을까?

"과장님! 해냈습니다. 잘됐어요! 지금 당장 사장님과 만나주시겠어요?"

"어, 그래. 알았네."

"사장님, 오늘은 저희 과장님을 모셔왔습니다."

엔도는 활짝 핀 얼굴로 가시마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오래된 고마이누(한 쌍의 사자 모양의 석상)가 놓여 있었다.

* 다키노의 과유불급

다키노는 특별한 존재다. 마쓰오카만이 아니라 지점장 구조도, 업무과장 가시마도, 다키노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부지점장 후루카와는 거의 숭배에 가까울 지경이다.

"하지만 과장님, 이거, 모두 위조된 겁니다."

은행이란 곳은 출세를 못 하면 끝이다. 다키노는 그 계단을 누구보다 빨리 오르고 있었다.

다키노는 천천히 숟가락을 놓았다. 아직 카레도 밥도 조금씩 남아 있었지만, 식욕이 완전히 사라졌다.

도대체 은행원의 인생이란 무엇인가. 은행원으로서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라는 작가의 표현에서 은행원을 사람으로 바꾸어보면 어떨까?

도대체 사람의 인생이란 무엇인가. 사람으로서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샤일록 후예들의 고뇌는 아담 후예들의 고뇌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샤일록의 아이들>은 은행원들의 내밀하고 생생한 고뇌를 다루고 있어, 한편으로 조마조마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마음 한 켠이 저려오기도 한다. 또한 10가지 이야기가 미스터리 형식으로 연결되어 끝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2022년에 영화와 드라마로 동시에 제작된다고 하니, 어떻게 영상화될지도 기대가 된다.


#인플루엔셜 #샤일록의아이들 #이케이도준 #민경욱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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