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일지도 몰라 - 배우 최희서의 진화하는 마음
최희서 지음 / 안온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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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책의 주인공은? 이라는 제목의 인스타그램 이벤트에 어느 배우의 사진이 실렸다. 여러 인물이 겹쳐진 그 사진만 보고는 누구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었는데,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왔다. 최근 배수아 작가의 <밀레나, 밀레나, 황홀한>과 장석주 작가의 <고요에 머물다>를 출판한 테오리아에서 결정적인 댓글을 달아주셨다.

'최희서 배우 같아요. 책선물은 다른 독자분 드리세요. 아 물론 당첨된다면요.^^'

이 글을 읽고나서 바로 댓글을 달았다. '테오리아 댓글 무조건 따라갑니다.'

* 배우 최희서!

연기 잘하는 배우라고 알고 있는 30대 여성 배우로, 영화 <킹콩을 들다>로 데뷔했고 <동주>, <박열>, <아워 바디> 등의 영화와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등 드라마에 출연하였다. 뿐만 아니라 독자를 울리는 필력을 가진 훌륭한 작가이기도 하다.

* 첫 번째 기적

오디션마다 낙방을 거듭하던 무명배우였던 최희서 배우는 비슷한 처지의 손석구 배우와 사비를 모아서 공연을 준비하면서 지하철 안에서 대사를 중얼거리게 되었고, 우연히 그 모습을 지켜본 신연식 감독의 소개로 이준익 감독을 만나 영화 <동주>에 캐스팅된다.

최희서 배우가 너무 '미친 사람'처럼 대본에 몰두한 모습이 '신기해서' 말을 걸었다.(신연식 감독)

그야말로, 영화와 같은 일이 나에게 벌어진 것이다.(최희서 배우)

* 두 번째 기적

"난 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해!"라는 이준익 감독이 20년 동안 영화로 만들고 싶었던 작품 <박열>의 여주인공 가네코 후미코역을 열망했지만, 인지도도 없고 주연을 해본 경험도 없어서 점점 위축되고 있던 찰라에 여주인공 가네코 후미코 역으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 직업 배우로 살아온 수년간 나는 "함께합시다"보다는 "다음 기회에"라는 통보를 훨씬 더 많이 받았고, 이제 서른에 접어든 나의 요령은 행운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모든 것을 내려놓은 순간, 이렇게 새로운 길이 열렸다.'

*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

1923년 관동대지진 조선인 대학살을 은폐한 일본 정부의 음모를 모조리 폭로하며, 1925년 도쿄 재판정에 선 박열을 마주한다. "너희 천황을 지키기 위해 6천명 넘는 조선인이 이유 없이 죽었다. 이의 있는가."(박열)

스물셋이라는 어린 나이로 자서전 한 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가네코 후미코는 조선인 아나키스트 박열에게 인생을 걸었다. 그녀의 자서전 마지막 문장은,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에 축복이 있기를!" 이었다.

최종 공판의 판결을 듣기 전, 재판장의 "피고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듣고, 그녀는 조용히 입을 연다.

"나는 박열의 본질을 알고 있다. 그런 그를 사랑하고 있다. 그가 갖고 있는 모든 과실과 결점을 넘어 나는 그를 사랑한다."

* 세 번째 기적

일본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 조선인 대역죄인과 그의 일본인 여성 동지, 그리고 조선인 대학살에 대해 일본인들이 믿기나 할까? 그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개봉을 반대할 것 같은데. 도대체 누가 수입해서 배급을 할까? 누가 보러 올까? 라는 의문을 품었던 최희서 배우는 홀로 일본 관객을 만나 무대 인사를 한다.

'얼마 전, 제가 정말 아끼던 동료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바로 여기, 나고야 시네마테크를 지난 20년 동안 책임져온 사람이죠. <가네코 후미코와 박열>이 오늘 이 작은 40석 극장에서, 여든두 장의 표를 판매했다는 기쁜 소식을 제 친구에게도 알려주고 싶네요. 아마도 오늘이 영화관 창립 이래 가장 많은 관객이 이 극장에 찾아온 날일 거예요.'(영화 배급사 대표 고바야시 상)

'사람을 이야기와 만나게 하고, 그 만남으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것, 그것이 영화다. 그곳이 영화관이다. 나는 오늘 처음 온 평범한 도시, 나고야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 반려견 이야기

'어떤 이들은 인간이 개를 좋아하는 이유를, 개가 인간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 반대를 생각한다. 인간이 개를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가 개에게 주고 싶은 만큼의 사랑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보살필 수 있는 생명이 있다는 것은 인간을 얼마나 인간답게 만드는가. 우리는 그렇게 가족이 되었다.

'어쩌면 기적은 비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매일 조금씩, 느리게 일어나고 있을 뿐.'

--- 매일 조금씩, 느리게 일어나는 기적을 실천하고 있는 대배우 최희서를 곧 만나게 될 것만 같다. 앞으로 최희서 배우의 연기를 지켜보는 관객들에게도 매일 조금씩, 느리게 감동과 행복이 기적처럼 일어나기를.

#안온북스 #기적일지도몰라 #최희서 #박열 #가네코후미코 #인스타그램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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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어서 - 외롭지 않은 혼자였거나 함께여도 외로웠던 순간들의 기록
장마음 지음, 원예진 사진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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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2살의 장마음 작가는 중학교 때부터 꾸준히 연기활동을 해온 배우겸 작가이다. 그 동안 <나의 마음에게>, <살아가려면 뭐라도 사랑해야겠습니다> 등의 에세이를 펴냈는데, <나의 마음에게> '어리다고 해서 안 힘든 것은 아니며 어른이라고 해서 안 아픈 것도 아니라고, 열아홉도 쉽아홉도 인생 참 힘들다 한다고' 토로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이값을 못하는 어른도 부지기수인 현실에서, 중학교 때부터 연기활동을 하고 22살 나이에 자신의 이름으로 청춘의 한 시기를 정리하는 책을 3권이나 출판한 성숙한 청춘 작가의 탄생이 이상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 나는 누구인가

수식어를 뗀 나라는 글에서 작가는 다음과 같은 심각한 질문을 던진다.

'무엇의 나, 누구의 나, 어떤 곳의 나, 무슨 일을 하는 내가 아니라 그저 나, 수식어를 다 떼어낸 이후의 나는 너무 초라해 보였지만, 실은 그 많은 수식어들이 진짜 나를 감추고 있던 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 수식어를 떼고 나면 남는 나는 어떤 모습일까? 온갖 다양한 수식어로 스스로를 포장하고 있는 우리들의 포장을 벗긴다면 무엇이 남을까? 과연 진짜 나라는 것이 남아 있기는 할까 의심스러워진다.

* 영원한 것은 없다는 위로

사실은 구질구질하게 붙잡아 둔 것들도, 언젠가는 놓기 그렇게 어렵지 않아진다. 영원한 것이 없다는 것은, 사랑하는 것들과의 이별을 생각하며 가슴 아프게 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금 가슴 아프게 하는 것들도 영원치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끝이 있다는 사실이 가끔은 위로가 되기도 했다.

--- 22살의 작가가 건네는 위로가 상당히 철학적이다. 끝이 있다는 사실에서 가끔 위로를 받는 다는 말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가진 것을 놓지 않으려고 추악한 모습을 보이는 많은 어른이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사랑

하나만 더 물어볼게. 원래 사랑이라는 게 더 이상 누굴 사랑할 엄두도 나지 않을 만큼 이렇게 오랫동안 머물러서 네가 떠난 이후에도 이만큼 힘든 게 맞는 거니. 내가 원래 이런 걸 잘 몰라. 다 네가 알려준 거잖아.

--- 황순원의 <소나기>가 생각난다.

* 행복을 찾아서

우리는 커다란 불행 앞에서도 아주 자그마한 행복으로 살기도 한다. 그러니까 고양이가 귀엽지 않아서 죽고 싶지는 않지만, 고양이가 귀여워서 살고 싶어지는 날은 있다. 커피 향이 좋다 . 오늘고 살고 싶은 이유 한 가지쯤은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삶에서 의미를 찾을 힘도 잃고 해오던 일도 다 그만두고 싶어졌다는 네가 그래도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때의 냄새가 좋다던 이야기를 듣고는, 그래도 일단 그거 하나 좋아하는 거 찾았으니까. 그건 올해도 내년에도 몇십 살을 더 먹었을 때도 여전히 존재하고 또 여전히 좋을 테니까. 지겹게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좋아할 부분 하나는 찾았으니까. 그냥 그렇게 우리 가을을 맡기 위해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 행복의 본질은 사소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로병사의 운명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사소한 행복을 놓치지 않는다면 우리는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고 또 그로써 행복한 것이 아닐까?

조금 요란하고 방황스러운 청춘을 살아내고 있는 장마음 작가가 건네주는 세잎클로버가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혼자이고싶지만외로운건싫어서 #장마음 #에세이 #감성에세이 #책추천 #베스트셀러 #스튜디오오드리 #에세이추천 #힐링 #감성 #북스타그램 #출판사 #서평단 #책서평 #책스타그램 #서포터즈 #오드림 #신간 #북스타 #도서협찬 #원예진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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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나면 작은 일이 된다
변효성 지음 / 강한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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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 슈사큐의 <침묵>에는, 순교를 결심하였으나 극적으로 살아남아서 그 이후 믿음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순교하는 것보다 더 힘들 수도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지나고 나면 작은 일이 된다>의 변효성(변율) 작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4차선 도로를 건너려다 차량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해 죽을 고비를 넘긴다. 병원에서는 곧 죽을 거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고 하니 두 번 사는 삶일지도 모르겠다.

* 행복은 습관이다

행복은 이기적이어서 자신을 돌보는 사람에게만 다가간다. 또한 행복은 심술 궃어서 남의 행복과 나의 행복을 비교하거나 부러워하는 순간 떠나간다. 아는 길이 편하고, 가던 길을 당연하게 또 가듯이 행복에 습관을 들여야 한다.

* 행복은 결심이다

행복에도 결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많은 사람은 의심할 것이다. 행복이 결심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냐고 말이다.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우리 모두 행복해지기로 마음먹고 발걸음을 떼자. 그러고 나면 우리가 결심한 대로 행복이 뒤따라올 것이다.

* 위로의 말 한마디

별거 아닌 말한마디에 큰 위로를 받을 때가 있다. 타인에게 위로의 말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괜찮다. 그럴 땐 스스로 위로의 말을 건네보자. 그 누구에게 듣는 것보다 스스로 하는 위로는 강력하다. 어쩌면 스스로에게 해줄 수 없어 타인의 말을 빌리려 하는지도 모른다.

* 불편한 오늘이 편안한 내일을 만든다

하루를 주어진 대로만 산다면 당장 오늘은 편안한 하루가 될지는 몰라도 편안한 내일은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지금 당신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잘 살고 있다는 증거이다.

* 멀리 가기 위해서는 쉬어가야 한다

인생은 긴 여행이다. 멀리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쉬어가야 한다.

죽을 고비를 넘겼으면 그 다음에는 탄탄대로를 걸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작가의 삶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을 한 회사가 입사를 하기도 전에 부도가 나서 문을 닫기도 하고, 모든 것을 걸고 시작한 음식점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결국 실패하고 만다. 그 후 작가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었고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글쓰기를 시작하였다. 스스로를 위로하는 글쓰기를 통해 작가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따뜻한 위로를 전해준다.

#에세이 #책추전 #좋은글 #위로 #변율 #변효성 #인플루언서 #강한별출판사 #푸른밤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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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 - 동물학적 인간론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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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 없는 원숭이>는 우리 인류에 대한 동물학적 보고서이다. 하나의 동물이라면 허약하고 나약한 존재임에도 모든 만물의 위대한 지배자가 된 인간의 입지전적 위치를 인문과학이나 사회과학이 아닌 순수한 동물학 관점에서 다루었다.


저자 데즈먼드 모리스(Desmond Morris)는 영국 버밍엄 대학에서 동물학을 전공한 뒤 옥스퍼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59년부터 이 책이 나온 해인 1967년까지 런던동물원의 포유류 관장을 지냈으며, 단 4주 만에 저술한 이 책은 20여개 언어로 번역되어 1,000만 부 이상 팔렸다고 한다.


50주년 기념판으로 나오면서 한국어판에는 우리나라 진화생물학자로 알려진 최재천 석좌교수와의 두 차례에 걸친 이메일 대담까지 실려 있다. 침팬지 연구로 유명한 제인 구달이나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까지 대부분의 인간 진화와 관련된 대중과학 저술서의 고전으로 털없는 원숭이가 이미 앞서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게다가 모리스는 화가로서의 활동도 왕성하여, 그의 학문적 연구 저술활동과 나란히 이어져 개인전만 60회나 열고 그의 작품이 이기적 유전자의 표지가 된 사실은 그의 넘치는 예술적 재능을 그의 저서에서도 고스란히 잘 드러내고 있다.


그는 다만 그가 그토록 관심을 갖고 평생에 걸쳐 연구해온 다른 동물종의 수준으로 인간이란 동물을 강의수준이 아니라 수다로서 이해하기 쉽게 표현했다고 소박하게 소감을 밝히고 있지만, 이 책에 대한 세상의 반응은 너무도 뜨거웠다. 학자들은 초판에서 색인목록과 참고문헌이 빠졌다고 지적했고, 종교계는 인간을 모독한다는 주장을 하며 공격을 했다. 다른 진영에서는 동물학자가 사회학, 인류학 등 관련 없는 전문분야에 끼어들었다고 했다.


금기와 통제속에 가려진 성행위에 대한 노골적인 단어와 직접적 표현이 걸림돌이 되어 판매금지에 몰수, 불태워짐도 있었다지만, 대다수의 사회에서 일부다처제가 사라진 이유나 동성연애와 변태, 자위에 대한 인류사적 설명과 합리적 이해심, 해결 가능 입장들까지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오늘날의 인류는 성적으로 가장 복잡한 털없는 원숭이다. 인류는 강한 성욕과 잦가지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으며, 한 쌍의 암수관계를 이루는 동물이다. 인간은 조상인 영장류에게서 물려받은 유산과 육식동물의 갖가지 특성들이 복잡하게 뒤썩인 동물이다.”


“ 현대 도시생활의 그럴듯한 이름만이 바뀌었을 뿐이다. ‘사냥하는’ 원숭이는 ‘일하는’ 원숭이로, ‘사냥터’는 ‘회사’로, ‘소굴’은 ‘가정’으로, ‘한 쌍의 암수관계’는 ‘결혼’으로, ‘짝’은 ‘아내’로 바뀌었지만, 본질은 똑같다.”


새와 털있는 동물들의 손질 습관을 우리 인간들의 몸손질과 대비하여 설명해낸 오늘날의 말의 발달과 애완견 사랑으로 이어지는 상황지배의 논리는 극적이기까지 하다.


“ 유인원에게는 입맛 다시기에서 서로의 털 손질로 우호적 관계가 강화되지만, 미소로는 무엇이 강화해줄까? 최초의 접촉이 시작된 이후에도 좀더 마음을 끌어당길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영장류의 털손질 같은 활동을 차용하여 다른 형태로 바꾸어야 한다. 잠깐만 관찰해보면, 톨손질의 대용품은 말의 형태를 가진 발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몸손질 말하기는 칵테일 파티나 사교적 만남에서 볼 수 있는 무의미하고 정중한 잡담을 말한다. 날씨가 좋군요 라든가 최근에 무슨 책을 읽으셨습니까 같은 형태의 말하기가 여기에 속한다. 이 말하기의 기능으로 사회적 연대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애완동물은 월씬 더 유혹적이어서 고양이털을 쓰다듬어 주거나 개의 이마를 긁어주고 싶은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털없는 원숭이는 거의 없다. 애완동물의 털가죽은 우리가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털손질 충동을 발산할 수 있는 배출구로서 더 중요하다.”


가벼운 사적대화가 동물들의 털손질을 본뜬 인간의 몸손질 말하기로 바뀌어 인간의 사회성을 드높이는 좋은 수단이 된다는 표현이 매우 그럴듯하다.

얼핏 생각하기에 인간의 동물성 속성을 드러냄으로 인간을 속물로 전락시킬 수 있으나 오히려 그 반대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통해 반전의 묘미를 느끼면서 성찰의 입장에 서게 된다.


#털없는원숭이 #데즈먼드모리스 #문예춘추사 #내꿈소생카페 #내꿈소생서평단


* 내꿈소생 카페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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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안아준다는 것 - 말 못 하고 혼자 감당해야 할 때 힘이 되는 그림책 심리상담
김영아 지음, 달콩(서은숙) 그림 / 마음책방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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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45일 만에 갖게 된 안면기형과 열두 살 때 기차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해 열두 시간에 걸치 대수술을 받고 기적적으로 살아난 김영아 작가의 <마음을 안아준다는 것>은 마음으로 읽는 책이다. 차마 누구에게도 터놓지 못하는 말을 들었을 때, 독서치유상담가인 작가는 말로 위로하는 대신 그림책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 <날고 싶지 않은 독수리>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받은 멸시와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자살을 암시하는 여교사의 이야기를 들은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 정도로 죽는다면 세상에 살아남을 사람 하나도 없겠네?' 누군가는 이렇게 비아냥거릴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람은 바로 이런 것으로 죽는다. 남은 알 수 없는 것, 남은 이해해 주지 않는 것 때문에 죽는다. 유명 여배우가 자살하고 개그우먼이 유명을 달리하는 것과 똑같은 잣대이기도 하다. 허무는 별것이 아니다. 하고 싶은 일이 없으면 허무다.

작가는 서아프리카 가나 작가 제임스 애그레이의 <날고 싶지 않은 독수리> 그림책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험상궃게 생긴 남자가 숲속에서 독수리를 잡아서 닭과 오리와 함께 키우면서 독수리는 닭으로 길러졌다. 어느 날 그곳에 들른 동물학자는 독수리를 날게 하려고 하지만 독소리는 닭의 세계로 돌아가 버리는데, 동물학자는 높은 산으로 데리고 가서 태양을 응시하도록 하면서 독수리의 정체성을 찾아준다는 내용이다. 그 책을 통해 감명을 받은 여교사는 삶의 의미를 되찾기 시작한다.

'그녀가 그림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감동과 기쁨은 한 마디로 자기 안에서 꽃을 만나는 시간이었다.'

* <아름다운 실수>

남다른 스펙에 대기업에서 승승장구하다가 승진에서 탈락한 경험을 하면서 '삶 전체가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 직장인에게는 미국의 그림작가 코리나 루이켄의 <아름다운 실수> 그림책을 권한다.

'처음엔 실수라고 낙인찍고 바라봤던 '점'! 그것이 나중에는 어떠한 모습으로 전환되는지, 큰 그림으로 확대된 그곳에서 내가 무턱대고 '실수'라고 치부했던 점이 얼마나 아름다운 자기 역할을 하고 있는지 보라고 했다.

'다행이다. 혹여 처음 시작을 잘못이라고 단정 지어 포기하고는 도화지를 구겨서 버리는 일이 종국에는 이 아름다운 그림을 마주할 기회조차 빼앗는 것임을 그는 알았을 것이다.'

* <우리가 잠든 사이에>

어렸을 적 희망 없는 가족의 삶을 떠나 27년간 연락을 안하고 살다가, 우연히 서류를 발급하다가 부모님의 사망사실을 알게 된 후, 극심한 혼란에 빠진 동백님에게 권한 영국 작가 믹 잭슨의 <우리가 잠든 사이에> 그림책은, 반복되는 누군가의 움직임과 그럼 움직임이 연대하고 연결되어 우리를 살 수 있게 만든다는 내용이다.

'자신의 문제를 확대해서 전체를 부정해버리는 오류를 벗어나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동백님에게는 중요했다. '독하게' 마음먹고 살았던 스무 살부터의 삶이 잘못되었고 의미 없었다고 하기에는 동백 님 '때문에' 귀한 학창 시절을 보낸 제자들이 있고 또 동료들이 있다. 그들을 부정해서는 안된다. 이제라도 부모님께 인사하러 다녀오면 어떻겠냐고 말하는 내게 그녀는 담백하게 웃으며 말한다.

"독하게" 마음먹고 고향 땅에 한번 가보려고요."

---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가슴 깊이 묻어 놓고 살아가는 삶이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존재의 가족으로 인해 받는 상처는 평생의 짐이 되기도 한다. 그런 순간에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내 마음을 안아주는 그림책이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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