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 - 동물학적 인간론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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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 없는 원숭이>는 우리 인류에 대한 동물학적 보고서이다. 하나의 동물이라면 허약하고 나약한 존재임에도 모든 만물의 위대한 지배자가 된 인간의 입지전적 위치를 인문과학이나 사회과학이 아닌 순수한 동물학 관점에서 다루었다.


저자 데즈먼드 모리스(Desmond Morris)는 영국 버밍엄 대학에서 동물학을 전공한 뒤 옥스퍼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59년부터 이 책이 나온 해인 1967년까지 런던동물원의 포유류 관장을 지냈으며, 단 4주 만에 저술한 이 책은 20여개 언어로 번역되어 1,000만 부 이상 팔렸다고 한다.


50주년 기념판으로 나오면서 한국어판에는 우리나라 진화생물학자로 알려진 최재천 석좌교수와의 두 차례에 걸친 이메일 대담까지 실려 있다. 침팬지 연구로 유명한 제인 구달이나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까지 대부분의 인간 진화와 관련된 대중과학 저술서의 고전으로 털없는 원숭이가 이미 앞서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게다가 모리스는 화가로서의 활동도 왕성하여, 그의 학문적 연구 저술활동과 나란히 이어져 개인전만 60회나 열고 그의 작품이 이기적 유전자의 표지가 된 사실은 그의 넘치는 예술적 재능을 그의 저서에서도 고스란히 잘 드러내고 있다.


그는 다만 그가 그토록 관심을 갖고 평생에 걸쳐 연구해온 다른 동물종의 수준으로 인간이란 동물을 강의수준이 아니라 수다로서 이해하기 쉽게 표현했다고 소박하게 소감을 밝히고 있지만, 이 책에 대한 세상의 반응은 너무도 뜨거웠다. 학자들은 초판에서 색인목록과 참고문헌이 빠졌다고 지적했고, 종교계는 인간을 모독한다는 주장을 하며 공격을 했다. 다른 진영에서는 동물학자가 사회학, 인류학 등 관련 없는 전문분야에 끼어들었다고 했다.


금기와 통제속에 가려진 성행위에 대한 노골적인 단어와 직접적 표현이 걸림돌이 되어 판매금지에 몰수, 불태워짐도 있었다지만, 대다수의 사회에서 일부다처제가 사라진 이유나 동성연애와 변태, 자위에 대한 인류사적 설명과 합리적 이해심, 해결 가능 입장들까지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오늘날의 인류는 성적으로 가장 복잡한 털없는 원숭이다. 인류는 강한 성욕과 잦가지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으며, 한 쌍의 암수관계를 이루는 동물이다. 인간은 조상인 영장류에게서 물려받은 유산과 육식동물의 갖가지 특성들이 복잡하게 뒤썩인 동물이다.”


“ 현대 도시생활의 그럴듯한 이름만이 바뀌었을 뿐이다. ‘사냥하는’ 원숭이는 ‘일하는’ 원숭이로, ‘사냥터’는 ‘회사’로, ‘소굴’은 ‘가정’으로, ‘한 쌍의 암수관계’는 ‘결혼’으로, ‘짝’은 ‘아내’로 바뀌었지만, 본질은 똑같다.”


새와 털있는 동물들의 손질 습관을 우리 인간들의 몸손질과 대비하여 설명해낸 오늘날의 말의 발달과 애완견 사랑으로 이어지는 상황지배의 논리는 극적이기까지 하다.


“ 유인원에게는 입맛 다시기에서 서로의 털 손질로 우호적 관계가 강화되지만, 미소로는 무엇이 강화해줄까? 최초의 접촉이 시작된 이후에도 좀더 마음을 끌어당길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영장류의 털손질 같은 활동을 차용하여 다른 형태로 바꾸어야 한다. 잠깐만 관찰해보면, 톨손질의 대용품은 말의 형태를 가진 발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몸손질 말하기는 칵테일 파티나 사교적 만남에서 볼 수 있는 무의미하고 정중한 잡담을 말한다. 날씨가 좋군요 라든가 최근에 무슨 책을 읽으셨습니까 같은 형태의 말하기가 여기에 속한다. 이 말하기의 기능으로 사회적 연대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애완동물은 월씬 더 유혹적이어서 고양이털을 쓰다듬어 주거나 개의 이마를 긁어주고 싶은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털없는 원숭이는 거의 없다. 애완동물의 털가죽은 우리가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털손질 충동을 발산할 수 있는 배출구로서 더 중요하다.”


가벼운 사적대화가 동물들의 털손질을 본뜬 인간의 몸손질 말하기로 바뀌어 인간의 사회성을 드높이는 좋은 수단이 된다는 표현이 매우 그럴듯하다.

얼핏 생각하기에 인간의 동물성 속성을 드러냄으로 인간을 속물로 전락시킬 수 있으나 오히려 그 반대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통해 반전의 묘미를 느끼면서 성찰의 입장에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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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꿈소생 카페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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