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안아준다는 것 - 말 못 하고 혼자 감당해야 할 때 힘이 되는 그림책 심리상담
김영아 지음, 달콩(서은숙) 그림 / 마음책방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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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45일 만에 갖게 된 안면기형과 열두 살 때 기차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해 열두 시간에 걸치 대수술을 받고 기적적으로 살아난 김영아 작가의 <마음을 안아준다는 것>은 마음으로 읽는 책이다. 차마 누구에게도 터놓지 못하는 말을 들었을 때, 독서치유상담가인 작가는 말로 위로하는 대신 그림책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 <날고 싶지 않은 독수리>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받은 멸시와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자살을 암시하는 여교사의 이야기를 들은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 정도로 죽는다면 세상에 살아남을 사람 하나도 없겠네?' 누군가는 이렇게 비아냥거릴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람은 바로 이런 것으로 죽는다. 남은 알 수 없는 것, 남은 이해해 주지 않는 것 때문에 죽는다. 유명 여배우가 자살하고 개그우먼이 유명을 달리하는 것과 똑같은 잣대이기도 하다. 허무는 별것이 아니다. 하고 싶은 일이 없으면 허무다.

작가는 서아프리카 가나 작가 제임스 애그레이의 <날고 싶지 않은 독수리> 그림책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험상궃게 생긴 남자가 숲속에서 독수리를 잡아서 닭과 오리와 함께 키우면서 독수리는 닭으로 길러졌다. 어느 날 그곳에 들른 동물학자는 독수리를 날게 하려고 하지만 독소리는 닭의 세계로 돌아가 버리는데, 동물학자는 높은 산으로 데리고 가서 태양을 응시하도록 하면서 독수리의 정체성을 찾아준다는 내용이다. 그 책을 통해 감명을 받은 여교사는 삶의 의미를 되찾기 시작한다.

'그녀가 그림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감동과 기쁨은 한 마디로 자기 안에서 꽃을 만나는 시간이었다.'

* <아름다운 실수>

남다른 스펙에 대기업에서 승승장구하다가 승진에서 탈락한 경험을 하면서 '삶 전체가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 직장인에게는 미국의 그림작가 코리나 루이켄의 <아름다운 실수> 그림책을 권한다.

'처음엔 실수라고 낙인찍고 바라봤던 '점'! 그것이 나중에는 어떠한 모습으로 전환되는지, 큰 그림으로 확대된 그곳에서 내가 무턱대고 '실수'라고 치부했던 점이 얼마나 아름다운 자기 역할을 하고 있는지 보라고 했다.

'다행이다. 혹여 처음 시작을 잘못이라고 단정 지어 포기하고는 도화지를 구겨서 버리는 일이 종국에는 이 아름다운 그림을 마주할 기회조차 빼앗는 것임을 그는 알았을 것이다.'

* <우리가 잠든 사이에>

어렸을 적 희망 없는 가족의 삶을 떠나 27년간 연락을 안하고 살다가, 우연히 서류를 발급하다가 부모님의 사망사실을 알게 된 후, 극심한 혼란에 빠진 동백님에게 권한 영국 작가 믹 잭슨의 <우리가 잠든 사이에> 그림책은, 반복되는 누군가의 움직임과 그럼 움직임이 연대하고 연결되어 우리를 살 수 있게 만든다는 내용이다.

'자신의 문제를 확대해서 전체를 부정해버리는 오류를 벗어나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동백님에게는 중요했다. '독하게' 마음먹고 살았던 스무 살부터의 삶이 잘못되었고 의미 없었다고 하기에는 동백 님 '때문에' 귀한 학창 시절을 보낸 제자들이 있고 또 동료들이 있다. 그들을 부정해서는 안된다. 이제라도 부모님께 인사하러 다녀오면 어떻겠냐고 말하는 내게 그녀는 담백하게 웃으며 말한다.

"독하게" 마음먹고 고향 땅에 한번 가보려고요."

---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가슴 깊이 묻어 놓고 살아가는 삶이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존재의 가족으로 인해 받는 상처는 평생의 짐이 되기도 한다. 그런 순간에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내 마음을 안아주는 그림책이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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