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22.7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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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이 아니다. 샘터 7월호 주제는 '방학'이다. 그런데 왜 나에게는 어른 방학으로 보이는지 모르겠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방학은 그저 딴 나라 이야기에 불과했다. 며칠 동안 휴가를 가려고 해도 눈치가 보이는 형편이니 언감생심 방학은 꿈도 꿀 수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얼마 전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한 적이 있었다. 조심스럽기는 했지만 일주일 동안 집에만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코로나로 자택격리가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심각한 상황이기는 했지만 뜻하지도 않은 긴 휴식을 맛보았다.

* 더 멋진 삶을 위한 쉼표 방학

쉬다 보면 뒤쳐질까

앞만 보고 달려온 당신에게도

방학이 필요합니다.

쉬어야 할 때 쉬고,

놀아야 할 때 놀아야

웃으며,

더 멀리 갈 수 있으니까요!

* 미니 방학

방학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인상적인 내용은 '30분으로 충분한 나만의 미니 방학'이다. 책을 좋아하는 예스24에서 '책읽아웃'을 만들고 있는 엄지혜님은 남들보다 20-30분 일찍 출근하여 책을 서너 장 읽으면서 미니 방학을 즐긴다. 그리고 외근 후 복귀하기 전 짧은 시간 카페에서 그녀만의 미니방학 시간을 갖는다. 아 이런 방학이 있었구나. 누군가 시간을 정해서 주어지는 방학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서 맞이하는 미니 방학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신선하다. 당장 일상에 지친 나에게도 미니 방학을 허락해야겠다. 그런데 20분, 30분은 너무나 짧아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살아오는 동안에 나는 사람들이 자기 스스로의 신이 되어야 하고 스스로 행운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유진목)'



방학을 까먹은 어른들에게 과중한 방학숙제가 없는 방학이 주어지기를, 그렇게 될 가능성은 높지 않으니까 짧은 미니 방학이라고 스스로 챙기는 지혜를 발휘해서 사회생활로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아들, 우리 오래오래 건강하자!

무릎 수술을 한 아들을 지켜보면서 집에서 아침저녁으로 실내자전거를 탄다는 장명숙님의 행복일기가 남의 일 같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뱃살이 늘어나는 뱃살에 대한 가족들의 눈총을 이기지 못해 실내 중고 실내 자전거를 구입했다. 중고 물품을 검색해보니 다들 처음의 시도와는 달리 옷걸이로 사용 중이라고 했다. 장명숙님은 아들의 재활을 응원하면서 아침, 저녁으로 20분씩 실내자전거를 탄다고 했다.

'몸은 힘들지만 아들과 내가 전보다 건강해질 것 같은 예감에 마음은 기뻤다.'

지금껏 하루 10분이 목표였는데, 그마저도 이런 저런 핑게로 쉽지 않았던 스스로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가족을 위해서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서 더 열심히 꾸준히 운동을 해야겠다.

* 그림 선물


솔직히 탐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작가 바바화실이 그려주는 멋진 일러스트 선물

딸에게 보내는 아빠의 글 솜씨도 너무 훌륭하다.

딸아, 오늘을 소중하게!

바람에 귀를 열고 있는 이파리는 하루하루가 새롭단다.

얼굴이 잘 보이는 정면 사진 2장과 멋진 사연을 적어서 보내봐야겠다.

#샘터 #월간샘터 #잡지 #매거진 #7월잡지 #월간지 #잡지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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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 아저씨
김은주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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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김은주 작가의 장편소설 <구구 아저씨>는 재미있다. 구구아저씨와 프린스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은 고민가득한 17세 소녀와 나이 지긋한 부모 세대에게 힘들이지 않고 삶의 지혜를 들려주고 있다.

* 화려한 비상과 날개 없는 추락

중학생 때 전국 대회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유망주 주다연은 한 해만 반짝하는 선수는 되지 않겠다는 당찬 포부를 품고 한 달에 한 켤레꼴로 운동화를 소모하면서 달리기에 몰두한다. 그런데 스카우터들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치러진 전국 체전 예선전에서 100미터 결승선을 눈앞에 두고 고꾸라지면서 발목 부상을 당한다.

부상을 당하고 우연히 화장실 변기에서 들었던 선배들의 이야기.

"재수 없어. 1학년이면 1학년답게 할 것이지. 맞아. 입만 열면 세계기록이 어쩌고 저쩌고. 그동안 좋았는데. 걔하고 같이 달리는 거 짜증 나."

"이번에는 오른쪽 발목이 부러지면 좋겠다."

다연이가 부상이 완벽하게 낫고도 다시 달릴 수 없게 된 건 그날부터였다.

힘겨운 재활을 마치고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려 했지만, 번번이 왼쪽 발목 통증으로 달리기를 할 수 없다. 병원에서는 정상이라고 하는데 왜 그럴까? 급기야 찾아간 정신과 의사는, "들어야 하는 건 나 같은 의사나 어른들의 말이 아니라 네 마음의 소리야. 분명 달리고 싶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을 테니까. 어떤 길을 택하더라도 네 마음에 비췄을 때 행복하면 돼."

교과서 어디에도 잘나가던 사람이 갑자기 바닥을 쳤을 때 삶을 극복하는 방법이나 예시 같은 건 적혀 있지 않았다. 다들 위기를 극복하고 위대한 사람이 되었다는데,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는 왜 안 가르쳐 주는 걸까.

* 괴짜 구구아저씨

다연이 한강에서 컵라면과 핫바를 먹고 있을 때, "핫바 한 입만"하는 소리가 들렸다. 근처에는 비둘기 한 마리뿐이다. 다연과 구구는 서로를 발견했다. "나 진짜 미쳤나 봐."

"인간들은 우릴 싫어하지만, 우린 인간들과 수준 높은 대화가 가능한 엄연한 서울 시민이야.(2009년 6월, 비둘기는 서울의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됨.) 물론 그걸 알아듣는 바로 너 같은 운 좋은 인간 한정이지만." 다연이가 부상당한 후 달릴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구구 아저씨의 조언.

"그러면 달리지 않는 지금, 마음은 좀 편하겠군. 어쨌거나 지지 않아도 되니까.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는 덕에 더 이상 상처받지 않아도 되는 것과 비슷해."

"메달을 따지 못하고 좋은 대학에 못 가면... 그래서 특별한 사람이 되지 못하면 불행할까요?"

"그럴지도 모르지. 근데 내가 인간들을 오랫동안 살펴보니까, 인간들은 어떻게든 싫은 이유를 만들어내는 족속들이더라고. 아무리 특별한 삶을 사는 인간도 특별히 더 행복할 거라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어. 그러니까 넌 네가 하고 싶은 걸 해."

* 달리기와 감자 칩

아직 달릴 수가 없지만 달리기 말고 다른 건 하고 싶지 않다는 다연에게 엄마가 말한다. "감자 칩이 그렇잖아. 한 번 봉지를 뜯으면 그만 먹을 수가 없잖아. 중간쯤 먹다가 아차, 다 먹으면 안 되겠네 싶어서 끈으로 묶어놔도 금새 다시 먹게 되잖아. 너한테 달리기는 그런 거 아냐? 너만 넘어지는 거 아냐. 다들 그래."

* 지하철에서 만난 맹인 천문학자

지하철에서 만난 맹인이 된 천문학자는 다연의 사연을 듣고 보이지 않는 눈으로 소녀를 응시했다. "힘든 일이 생기면 우주여행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우주여행을 하면 지독한 후유증이 있으니 그걸 극복하는 중이라고 생각하면 좀 나아질 겁니다."

* 밀항선에서 구원의 손길을 내민 안젤리카 아줌마

"상대방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어. 어디서든 그런 사람들을 만나게 될 거야. 넌 아직 어리니 앞으로 더 많이 만나겠지. 그들은 묻지. 왜 내가 상대방의 일을 내 일처럼 생각해야 하냐고. 그들은 몰라. 언젠가는 그게 자기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 홍콩에서 만난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 위영

"보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크든 작든 누구나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 그러니까 '보통'이라는 건 없지. 가족의 형태는 많아. 아버지가 없는 집, 어머니가 없는 집, 이이가 없는 집, 나처럼 혼자인 집."

* 마술사를 따라간 프린스

"달릴 때만 네가 존재하는 게 아니니까. 달리든 못 달리든, 너라는 사람의 가치는 변함없어. 나는 이런 사람이야., 이렇게 살아야 해, 하고 고정해두면 위기가 닥쳤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어. 스스로 가둬둔 셈이니까. 사실 이건 내 이야기이기도 해. 또 내 마술사 주인의이야기이기도 하고.

* 주다연의 달리기

좋아하는 감정에는 여러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멈출 수 없다. 감자 칩 같은 달리기를.

--- <구구 아저씨>라는 제목과 함께 내용을 읽으면서 황당한 설정이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런데 진도를 나갈수록 '이건 뭐지?' 아니 구구 아저씨가 사람보다 속이 깊네 하는 생각을 숨길 수가 없다. 인간에게 오랫동안 새우깡 부스러기 등을 주워먹다 보면 어느새 인간의 속마음까지도 들여다보이나 보다. 심지어 프린스는 이런 의미심장한 멘트를 날리기도 한다.

"난 서울이 싫어."

"하지만 제일 짜증 나는 건 서울을 떠날 수 없다는 거야."

이제 길거리에서 아무 것도 모르는 척 모이를 주워먹으면서 사람을 피하지도 않는 비둘기를 잘 살펴봐야겠다. 구구 아저씨를 만나면 또 다른 삶의 지혜를 물어보고 싶다.

​#북스타그램 #소설 #소설추천 #구구아저씨 #달리기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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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일상은 무슨 맛인가요 - 소박한 한 끼가 행복이 되는 푸드 에세이
오연서 지음 / 온더페이지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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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한 끼가 행복이 되는 푸드 에세이를 읽는 내내 공감과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허영만의 <식객>처럼 진수성찬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 밥을 먹는 다는 것

"죽어버리고 싶은 만큼 슬픈 일이 생기면 일단 밥을 먹으렴. 한 끼를 먹었으면 그 한 끼만큼 살아. 그렇게 어떻게든 견디면서 삶을 이어가는 거야."(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스즈키 루리카)

작가는 어린시절 맛보았던 음식 이야기, 엄마가 되어서 남편과 두 자녀와 맛 본 음식 이야기, 그리고 남편과 함께 했던 음식이야기를 솔직하고 맛깔스럽게 펼쳐 보여준다. 작가의 글을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작가와 비슷한 시기에 경험했던 음식들이 떠오르면서 그립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하는 색다른 경험을 맛보았다.

* 멸치볶음과 미역국

작가인 엄마는 멸치볶음과 미역국을 싫어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먹으라고 말한다.

"채소도 먹어봐. 그래야 키도 크고 몸도 건강해지지."

곧바로 아이의 반격이 시작된다.

"그럼 엄마도 멸치볶음 먹어. 칼슘이 많아서 먹어야 해."

입맛이 변한 딸의 한 마디.

"짜고 고소해서 맛있어. 그런데 크면서 생선 머리라고 생각하니까 싫어졌어. 멸치랑 눈이 마주치고 나서부터는 멸치에 손이 안 가."

미역국을 싫어해서 생일날에나 먹던 미역국이었지만, 산후 조리를 하면서 평생 먹은 미역국 보다 더 많은 미역국을 먹게 되었다. 그런 작가도 가족들이 좋아하는 미역국을 자주 끊이게 된다.

'언제나 항상 함께할 것 같아도 , 함께하는 시간이 지금도 줄어들고 있다는 걸 우리는 안다. 아무리 아끼고 아껴 먹어도 어느 순간 텅 비어버리는 김치통의 김치처럼 말이다.' 김장을 하면서 작가는 음식을 함께 먹는 순간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는다.

* 샌드위치와 손만두

대학교 기숙사 시절의 어느 토요일, 지금은 남편이 된 그 당시 남자친구를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아침부터 부산하게 샌드위치를 준비해서 버스를 타고 회사 근처에서 기다렸다. 점심 시간 무렵에 둘은 만나서 공원에서 샌드위치를 먹었다.

"직접 만들었어?"

"응, 얼른 먹어봐! 맛있어서 놀라지나 말아."

그런데 샌드위치를 입에 넣으려던 남자친구가 잠시 멈칫거리더니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냄새가 이상하지 않아? 이거 상한 것 같은데? 우리 다른 거 먹으러 거자. 이런 거 힘들게 만들지 않아도 돼.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만으로도 고마워."

상한 것 같다는 말이 귀에 들리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크고 맛있는 만두를 만들어보자!'

남자친구와 연애하던 이십 대 시절의 어느 날 아침, 갑작스럽게 만두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드디어 남자친구가 집에 왔다. 기대하던 만두 시식 순간이다. 모양은 그럴싸했다. 그런데 한입 먹는 순간, '헉!'하는 저 표정. 나는 저 표정을 본 적이 있다. 샌드위치를 베어 물던 그 표정이었다.

남편의 한 마디.

"만두는 없어서 못 먹지! 제일 맛있었던 만두는 육즙 가득 고기만두라고 하자. 자기가 예전에 만들어준 만두 말이야. 그 만두를 먹으면서 '이 여자, 정말 아무것도 못 하는구나! 앞으로 내가 챙겨야지.'라고 생각했지."

* 연서야, 오늘도 파이팅!

작가의 가족도 다른 사람들처럼 남편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다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남편도 작가도 갖가지 병을 앓게 된다.

'특별한 삶이 아니어도 된다. 남들처럼 평범한 하루를 사는 것이 좋다. 수술 이후로는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들에 감사하게 되었다.'

오연서 작가에게 그런 것처럼 음식은 추억이고, 사랑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당신의일상은무슨맛인가요? #푸드에세이 #힐링도서 #오연서 #온더페이지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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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삼촌 - 우리 집에 살고 있는 연쇄살인범
김남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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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1년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스토리 부문 청년작가상을 수상한 김남윤 작가의 <철수 삼촌>을 읽으면서, 미국에서 가장 학비가 비싼 대학인 LA의 하비 머디 칼리지는 1인당 연간 학비가 1억 100만원이라는 최근 뉴스가 떠올랐다.

*기러기 형사 두일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꿈을 간직한 중견 형사 두일은 아내와 자녀 둘을 캐나다로 보내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기러기 형사다. 하지만 형사 월급만으로 자녀들의 유학비용을 감당하는 것은 한계가 너무나 분명했다. 공무원 대출에 아파트 담보 대출까지 받았지만, 결국 사채업체에 발을 들여놓고 말았다. 그리고는 정해진 수순처럼 사채업 사장 춘식이 경찰서까지 찾아오는 위기일발의 상황에 처한다.

야밤의 공터에서 춘식과 만난 두일은 아파트를 압류한다는 춘식의 최후통첩에 실랑이를 벌이다가 춘식을 밀치고 만다.

'춘식이 밀쳐지며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퍽!'

* 자칭 연쇄살인범 철수

"어지간히 급하셨나 봐요? 제 흉내를 다 내시고? 경찰이라도 살인을 저질렀으면 처벌을 받아야겠죠?"

"진짜 사고였어!"

"그래서 원하는 게 뭐냐고!"

"그쪽 집에서 살고 싶어요. 실은 제가 다른 곳에서 사고를 쳐서 지금 경찰에 쫓기고 있거든요. 그래서 당분간 짱박혀서 눈 피할 곳이 필요한데, 경찰 집이면 딱 아니겠어요? 등잔 밑이 어둡다잖아요. 어느 쪽이 이득일지 잘 생각해보세요. 집의 방 한 칸만 내주고 말지, 통째로 사채업자에게 넘길지, 필요하면 콩밥 서비스도 드릴 수 있어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두일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자칭 연쇄살인범 철수와의 기막힌 동거가 시작되었다. 어리숙한 형사 두일에 비해 철수는 범죄학과 관련 전공서적을 탐독하는 프로였다. 철수가 집에 들어왔을 때 안방에 자물쇠를 설치하면서 경계하던 두일은 어느 새 사건해결에 철수의 도움을 받기까지 한다. 형사와 연쇄살인범이 적에서 동지로 변하는 건지 관계가 심히 의심스럽다.

* 의문의 노인 국환

철수가 밤마다 밖으로 나가는 것을 숨어서 뒤쫓던 두일은 철수가 다녀간 주택의 지하실에 감금되어 있던 노인을 풀어준다. 그 순간 두일은 연쇄살인범 관련 자료를 검토했던 범죄심리학과 교수의 조언이 떠오른다. '조심하세요, 형사님. 이 인물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 철수 삼촌

형사가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해 사채업자에게까지 손을 내밀었다가 불의의 사고까지 저지르게 되고, 외국 유학을 떠난 가족은 그 가족대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일시 귀국해서 철수를 만난 아이들은 철수를 삼촌이라고 따르면서 두일을 불안하게 한다.

연쇄살인범에게 인질로 잡힌 두일의 아들 민기는 상당히 침착했다.

"넌 내가 무섭지도 않아?"

"그러는 아저씨는요?"

"뭐?"

"아저씬 무섭지 않으세요?"

"뭐가?"

"아저씨 자신이요."

"이 악마 같은 새끼! 죽여버릴 거야!"

울분에 찬 철수가 소리를 질렀다.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15년에서, 2007년 25년으로 늘어났다가 2015년에 완전히 폐지되었다.

--- 수많은 미제 사건으로 인해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가는 피해자들의 고통과 범죄를 저지르고 법의 수사망을 피했지만 양심의 법정에서 괴로움을 겪고 있을 가해자들의 고통을 비교할 수 있을까?

#북스타그램 #소설 #소설추천 #스릴러소설 #철수삼촌 #김남윤 #팩토리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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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의 거짓말
엘리자베스 케이 지음, 김산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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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케이의 데뷔작인 심리스릴러 <일곱 번의 거짓말>은 20년을 함께 지내온 마니가 남자 친구 찰스에 대해서 "우리 정말 천생연분인 것 같지 않니?"라고 제인에게 물었을 때 시작한다.

"응." 내가 대답했다. "그런 것 같아."

이것이 내가 마니에게 한 첫 번째 거짓말이었다.

우리 영화 올가미에서 시어머니는 연인처럼 지내던 아들을 며느리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하면서 집착과 광기를 드러낸다. 지금은 시집살이를 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예전에는 시집살이가 고추보다 맵다는 말도 있었다.

제인은 절친 마니에게 연인 이상의 감정을 품고 있다. 그런 마니에게 다른 사랑의 대상이 생긴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내가 솔직했더라면, 그들의 사랑을 위해 우리 사랑을 희생했더라면, 찰스는 분명 아직 살아 있을 것이다.'

올가미에서 집을 나가려던 아들을 말리려고 자해소동을 벌이다 끝내 아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처럼, 제인의 광기는 늘어나는 거짓말과 함께 점점 심해진다. 올가미에서 아들에게 집착했던 것처럼, 제인도 마니가 멀어지려 하면 할수록 더욱 집착하기 시작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제인의 행복했던 결혼생활은 남편 조너선의 갑작스러운 사고사로 종말을 고하게 된다. 올가미에서 시어머니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했더라면 그토록 집요하게 아들에게 집착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제인도 행복한 결혼생활을 계속했더라면 마니와의 관계도 훨씬 자연스러웠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마니는 나의 두 번째 위대한 사랑이다. 하지만 이제 난 그녀마저 잃은 느낌이다.'

남편을 잃고 더욱 마니에게 집착하게 된 제인은 자신을 향한 마음을 멀어지게 하는 마니 주변의 모든 것이 증오의 대상이 된다. 사랑하는 대상이 사랑하는 것을 증오하는 심리는 어떤 것일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대상을 미워하고 그런 자신의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거짓말을 하는 제인의 사랑은 사랑일까 집착일까? 정답은 뻔해 보이지만 우리 주변에는 이런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 상대방의 의사를 무시하고 스토킹을 저지르는 경우도 심각하지만 내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사랑하는 상대방과 그 주변 사람들을 해치려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분명 사랑이 아닌 것 같은데, 피해자는 좋아하고 사랑해서 그랬다고 말한다. 연인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것이 사랑은, 사랑이 아니고 집착이고 광기가 아닐까.

'어린 소녀일 때부터 알아온 한 여성이 어머니가 되기까지 지켜본다는 건, 아름답기도 하면서 무척 이상야릇했다. 그 성장의 단계마다 나는 그녀를 보호했다. 맨 처음에는 부모로부터, 그 다음에는 남자친구로부터, 그 다음에는 상사로부터. 마지막으로 경멸스러운 남편으로부터. 그리고 늘, 심지어 지금도, 진실로부터.'

제인의 입장에서는 올가미에 등장하는 시어머니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보호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을 자신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모든 것을 미워하는 마음이 결국 서로를 파멸에 이르는 것은 두 작품의 공통점이다. 마치 모래알을 손에 움켜쥐려고 하면 할수록 빠져나가는 것처럼, 사랑도 상대를 소유하려고 하면 할수록 멀어지기만 한다.

'아버지는 늘 내게, 언젠가 사랑에 빠지면 상대가 날 사랑하는 것보다 조금 덜 상대를 사랑하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말하곤 했다. 그게 나를 보호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이제 와서 그러기는 너무 늦었다.'

사랑하는 마니을 차지하기 위해서 마니가 사랑하는 자신 이외의 모든 것을 증오하는 제인과, 그런 제인으로부터 마지막 남은 자신의 사랑을 지켜내려는 마니의 보이지 않는 심리전. 이미 그들은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다.

"문제 생기면 바로 전화해." 마니가 복도 끝으로 멀어지며 소리쳤었다.

"알았어." 내가 외쳤다. 문이 탁 닫혔다.

그게 나의 일곱 번째 거짓말이었던 것 같다.

소유냐 존재냐라는 관점에서 제인은 소유에 속하는 유형이다.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존재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집착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나로부터 멀어지려 하면,

분노하지 않고 상대의 선택을 존중할 수 있을까?

마니의 사랑을 빼앗은 제인의 거짓말은 용서받을 수 있을까?

'그 때에 베드로가 나아와 이르되 주여 형제가 내게 죄를 범하면 몇 번이나 용서하여 주리이까 일곱 번까지 하오리이까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게 이르노니 일곱 번뿐 아니라 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라도 할지니라.'(마태복음 18장 21절-22절)

마니가 제인을 용서했다면, 그건 아마 여덟 번째 거짓말일 것이다.

#문학동네 #일곱번의거짓말 #엘리자베스케이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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