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의 거짓말
엘리자베스 케이 지음, 김산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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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케이의 데뷔작인 심리스릴러 <일곱 번의 거짓말>은 20년을 함께 지내온 마니가 남자 친구 찰스에 대해서 "우리 정말 천생연분인 것 같지 않니?"라고 제인에게 물었을 때 시작한다.

"응." 내가 대답했다. "그런 것 같아."

이것이 내가 마니에게 한 첫 번째 거짓말이었다.

우리 영화 올가미에서 시어머니는 연인처럼 지내던 아들을 며느리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하면서 집착과 광기를 드러낸다. 지금은 시집살이를 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예전에는 시집살이가 고추보다 맵다는 말도 있었다.

제인은 절친 마니에게 연인 이상의 감정을 품고 있다. 그런 마니에게 다른 사랑의 대상이 생긴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내가 솔직했더라면, 그들의 사랑을 위해 우리 사랑을 희생했더라면, 찰스는 분명 아직 살아 있을 것이다.'

올가미에서 집을 나가려던 아들을 말리려고 자해소동을 벌이다 끝내 아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처럼, 제인의 광기는 늘어나는 거짓말과 함께 점점 심해진다. 올가미에서 아들에게 집착했던 것처럼, 제인도 마니가 멀어지려 하면 할수록 더욱 집착하기 시작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제인의 행복했던 결혼생활은 남편 조너선의 갑작스러운 사고사로 종말을 고하게 된다. 올가미에서 시어머니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했더라면 그토록 집요하게 아들에게 집착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제인도 행복한 결혼생활을 계속했더라면 마니와의 관계도 훨씬 자연스러웠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마니는 나의 두 번째 위대한 사랑이다. 하지만 이제 난 그녀마저 잃은 느낌이다.'

남편을 잃고 더욱 마니에게 집착하게 된 제인은 자신을 향한 마음을 멀어지게 하는 마니 주변의 모든 것이 증오의 대상이 된다. 사랑하는 대상이 사랑하는 것을 증오하는 심리는 어떤 것일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대상을 미워하고 그런 자신의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거짓말을 하는 제인의 사랑은 사랑일까 집착일까? 정답은 뻔해 보이지만 우리 주변에는 이런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 상대방의 의사를 무시하고 스토킹을 저지르는 경우도 심각하지만 내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사랑하는 상대방과 그 주변 사람들을 해치려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분명 사랑이 아닌 것 같은데, 피해자는 좋아하고 사랑해서 그랬다고 말한다. 연인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것이 사랑은, 사랑이 아니고 집착이고 광기가 아닐까.

'어린 소녀일 때부터 알아온 한 여성이 어머니가 되기까지 지켜본다는 건, 아름답기도 하면서 무척 이상야릇했다. 그 성장의 단계마다 나는 그녀를 보호했다. 맨 처음에는 부모로부터, 그 다음에는 남자친구로부터, 그 다음에는 상사로부터. 마지막으로 경멸스러운 남편으로부터. 그리고 늘, 심지어 지금도, 진실로부터.'

제인의 입장에서는 올가미에 등장하는 시어머니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보호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을 자신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모든 것을 미워하는 마음이 결국 서로를 파멸에 이르는 것은 두 작품의 공통점이다. 마치 모래알을 손에 움켜쥐려고 하면 할수록 빠져나가는 것처럼, 사랑도 상대를 소유하려고 하면 할수록 멀어지기만 한다.

'아버지는 늘 내게, 언젠가 사랑에 빠지면 상대가 날 사랑하는 것보다 조금 덜 상대를 사랑하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말하곤 했다. 그게 나를 보호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이제 와서 그러기는 너무 늦었다.'

사랑하는 마니을 차지하기 위해서 마니가 사랑하는 자신 이외의 모든 것을 증오하는 제인과, 그런 제인으로부터 마지막 남은 자신의 사랑을 지켜내려는 마니의 보이지 않는 심리전. 이미 그들은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다.

"문제 생기면 바로 전화해." 마니가 복도 끝으로 멀어지며 소리쳤었다.

"알았어." 내가 외쳤다. 문이 탁 닫혔다.

그게 나의 일곱 번째 거짓말이었던 것 같다.

소유냐 존재냐라는 관점에서 제인은 소유에 속하는 유형이다.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존재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집착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나로부터 멀어지려 하면,

분노하지 않고 상대의 선택을 존중할 수 있을까?

마니의 사랑을 빼앗은 제인의 거짓말은 용서받을 수 있을까?

'그 때에 베드로가 나아와 이르되 주여 형제가 내게 죄를 범하면 몇 번이나 용서하여 주리이까 일곱 번까지 하오리이까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게 이르노니 일곱 번뿐 아니라 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라도 할지니라.'(마태복음 18장 21절-22절)

마니가 제인을 용서했다면, 그건 아마 여덟 번째 거짓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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