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일상은 무슨 맛인가요 - 소박한 한 끼가 행복이 되는 푸드 에세이
오연서 지음 / 온더페이지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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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한 끼가 행복이 되는 푸드 에세이를 읽는 내내 공감과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허영만의 <식객>처럼 진수성찬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 밥을 먹는 다는 것

"죽어버리고 싶은 만큼 슬픈 일이 생기면 일단 밥을 먹으렴. 한 끼를 먹었으면 그 한 끼만큼 살아. 그렇게 어떻게든 견디면서 삶을 이어가는 거야."(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스즈키 루리카)

작가는 어린시절 맛보았던 음식 이야기, 엄마가 되어서 남편과 두 자녀와 맛 본 음식 이야기, 그리고 남편과 함께 했던 음식이야기를 솔직하고 맛깔스럽게 펼쳐 보여준다. 작가의 글을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작가와 비슷한 시기에 경험했던 음식들이 떠오르면서 그립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하는 색다른 경험을 맛보았다.

* 멸치볶음과 미역국

작가인 엄마는 멸치볶음과 미역국을 싫어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먹으라고 말한다.

"채소도 먹어봐. 그래야 키도 크고 몸도 건강해지지."

곧바로 아이의 반격이 시작된다.

"그럼 엄마도 멸치볶음 먹어. 칼슘이 많아서 먹어야 해."

입맛이 변한 딸의 한 마디.

"짜고 고소해서 맛있어. 그런데 크면서 생선 머리라고 생각하니까 싫어졌어. 멸치랑 눈이 마주치고 나서부터는 멸치에 손이 안 가."

미역국을 싫어해서 생일날에나 먹던 미역국이었지만, 산후 조리를 하면서 평생 먹은 미역국 보다 더 많은 미역국을 먹게 되었다. 그런 작가도 가족들이 좋아하는 미역국을 자주 끊이게 된다.

'언제나 항상 함께할 것 같아도 , 함께하는 시간이 지금도 줄어들고 있다는 걸 우리는 안다. 아무리 아끼고 아껴 먹어도 어느 순간 텅 비어버리는 김치통의 김치처럼 말이다.' 김장을 하면서 작가는 음식을 함께 먹는 순간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는다.

* 샌드위치와 손만두

대학교 기숙사 시절의 어느 토요일, 지금은 남편이 된 그 당시 남자친구를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아침부터 부산하게 샌드위치를 준비해서 버스를 타고 회사 근처에서 기다렸다. 점심 시간 무렵에 둘은 만나서 공원에서 샌드위치를 먹었다.

"직접 만들었어?"

"응, 얼른 먹어봐! 맛있어서 놀라지나 말아."

그런데 샌드위치를 입에 넣으려던 남자친구가 잠시 멈칫거리더니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냄새가 이상하지 않아? 이거 상한 것 같은데? 우리 다른 거 먹으러 거자. 이런 거 힘들게 만들지 않아도 돼.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만으로도 고마워."

상한 것 같다는 말이 귀에 들리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크고 맛있는 만두를 만들어보자!'

남자친구와 연애하던 이십 대 시절의 어느 날 아침, 갑작스럽게 만두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드디어 남자친구가 집에 왔다. 기대하던 만두 시식 순간이다. 모양은 그럴싸했다. 그런데 한입 먹는 순간, '헉!'하는 저 표정. 나는 저 표정을 본 적이 있다. 샌드위치를 베어 물던 그 표정이었다.

남편의 한 마디.

"만두는 없어서 못 먹지! 제일 맛있었던 만두는 육즙 가득 고기만두라고 하자. 자기가 예전에 만들어준 만두 말이야. 그 만두를 먹으면서 '이 여자, 정말 아무것도 못 하는구나! 앞으로 내가 챙겨야지.'라고 생각했지."

* 연서야, 오늘도 파이팅!

작가의 가족도 다른 사람들처럼 남편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다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남편도 작가도 갖가지 병을 앓게 된다.

'특별한 삶이 아니어도 된다. 남들처럼 평범한 하루를 사는 것이 좋다. 수술 이후로는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들에 감사하게 되었다.'

오연서 작가에게 그런 것처럼 음식은 추억이고, 사랑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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