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합
다지마 도시유키 지음, 김영주 옮김 / 모모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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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지마 도시유키의 <흑백합>을 읽으면서, 황순원의 단편 소설 <소나기>와 일본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의>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일본과 독일을 넘나들면서 마치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1935년에 독일 베를린에서 의문의 여인 아이다 마치코를 만난 아사기 겐타로와 데라모토의 이야기는 30대 성년들이 이국에서 느끼는 묘한 사랑의 감정에 관한 이야기라면, 1952년 롯코산에서 14살 가오루를 만난 아사기 겐타로의 아들 가즈히코와 데라모토의 아들 스스무는 설레이는 첫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낯선 외국에서 고국의 젊은 여인을 만난다면 무쇠 심장이라고 할지라도 마음이 가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제2차 세계대전 직전의 일본인이 나치 정권 하의 독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마냥 낭만적으로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게다가 1952년 롯코산 별장에서 벌어지는 14살 동갑네기인 소녀 가오루를 사이에 두고 가즈히코와 스스무가 벌이는 묘한 신경전도 순수하고 애틋한 심정으로 지켜보았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1952년이면 우리나라는 6.25전쟁으로 죽고 죽이는 난리를 겪고 있는데, 바로 이웃나라인 일본에서 벌어지는 풋풋한 첫사랑의 이야기가 마냥 낭만적으로만 읽히지는 않았다. 


그런 한국 독자의 마음을 읽었을리는 없겠지만, 양쪽 눈이 실명될 처지에 이르자 2009년 12월에 스스로 실종을 예고하고 자취를 감춘 작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결말로 자신의 마지막 작품 <흑백합>을 완성했다. 순수문학이라고 생각했는데 추리문학이었고, 추리문학이지만 순수문학에 속한 묘한 작품이다. 작가의 필력과 묘한 분위기에 빠졌다가 갑작스런 결말에 혼돈이 생겼다. 내가 무엇을 잘못 이해한 것일까 하는 생각에 '속을 확률 100%의 어떤 이야기'라는 옮긴이의 말을 두 번 읽고서 조금이나마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순결, 변함 없는 사랑이 꽃말인 백합은 일본에서는 여성 간 동성애를 상징한다는 것이 중요한 힌트인데, 그런 상징을 알 길 없는 한국의 독자들은 그야말로 100% 속을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일본 문화에 정통한 사람이었다면 제목을 보고 무언가 단서를 찾았을 수도 있겠지만 소설을 읽다보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마지막 소설을 남겨놓고, 실명과 함께 스스로 실종을 선택한 작가의 삶 또한 기묘하다. 우리들 또한 마지막까지 결말을 알 수 없는 인생이니까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부디 우리 모두의 결말이 해피엔딩이기를...


#흑백합 #소설흑백합 #반전미스터리 #추리소설 #책추천 #베스트셀러 #모모 #소설추천 #신간 #북스타그램 #서평단 #서평후기 #책서평 #책스타그램 #서포터즈 #오드림 #오드림서포터즈3기 #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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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을 그림으로 나타내라면 어떤 것일까.


작자 레슬리 마샹은 평소에는 건강, 긍정 심리학, 자기계발, 기업가 정신에 관한 최신연구, 기사 등을 읽으며 보내고, 온라인 강좌나 블로그를 통해 다른사람에게 영감을 주거나 자신을 새롭게 하는 방법 등을 가르치며 살고 있다.


다이어리북, 솔직하게 담담하게 그대로 나 자신을 드러내는 책, 나 자신을 알고, 신뢰하고 사랑할 수 있는 과정을 담을 수 있도록 잘 배려된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12월부터 시작되어 11월로 마치는 매우 서정적이고 단순하면서 아름다운 그림을 배경에 두고 있다. 봄은 꽃이다. 작고 앙징맞은 꽃이 피어난다. 여름도 꽃이다. 그보다는 크고 굵은 꽃, 가을은 나뭇잎 두잎, 겨울은 어떤 그림? 꽃에 눈이 사선으로 점점이 떨어지며 지나간다. 그것이 레슬리 마샹의 겨울이다. 


영원히 지속됐으면 하는 

아주 아주 행복한 꿈을 상상해 보세요.

무엇이 보이나요?


10년 후, 나는 누구와 

어디에 있을까요?


배낭을 챙겨 여행을 떠납니다.

늘 넣었던 것 말고

뭔가 색다른 걸 넣어 볼까요?


책에 나온 질문을 곰곰이 생각하며 쓰다보면 나에게 도움을 주는 메시지가 되고, 영감을 주는 인용문을 보면서, 나의 내면에 집중하고 나에 대한 감각과 존재감을 감지하게 순간을 맞게 되는 것 같다. 같은 질문을 3 ~ 4일 쓰면서 보게되는 잔잔한 그림은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고 휩쓸려 지나온 삶에 대한 위로를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들을 떠올리며, 때로는 전혀 다르게! 나를 상징하는 단어나 사물, 동물을, 나를 위한 신비의 마법 주문을 만들기도 하고, 먼곳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간들을 오롯이 가져볼 수 있는 마음의 말들을 대할 수 있다. 나만의 의미를 담아 용기와 힘을 얻을 수 있고, 하루 일과 중, 시간이 흘러도 잊지 못할 기억들을 채워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쉽게 차근차근하는 원하는 생(生)으로 시간을 바꾸어주는 마법서!! 레슬리 마샹의 <반짝이는 하루, 그게 오늘이야>

#미디어숲 #반짝이는하루그게오늘이야 #레슬리마샹 #김지혜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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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22.10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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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가을하면 생각나는 노래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해마다 노벨상 시즌이 되면 방송사 카메라가 생중계를 하고 했었던, 그러나 지금은 성추행 의혹으로 모습을 감춘 고은 시인이 작사하고 김민기가 작곡한 명곡이다. 그리고 또 한 곡은 '하이얀 종이위에 곱게 써내려간 너의 진실 알아내곤 난 그만 울어 버렸네~'라는 가사로 유명한 어니언스의 '편지'다. 가을이라는 계절에 맞추어서 <샘터> 10월호의 특집은 '편지'다. 특집 기사를 읽으면서 잊도 있었던 다양한 추억이 떠올랐다. 그래 예전에는 펜팔을 했었지. 국내 뿐만 아니라 영어를 배운다는 명목으로 해외 펜팔이 유행한 시절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문자와 카톡으로 소식을 전하다 보니 불과 몇 십년 전에 손으로 쓴 편지를 주고 받으며서 우체부 아저씨를 기다렸다는 추억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특히, '천국에서 온 편지'라는 제목의 사연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와 동명이인인 나평강님이 보낸 편지를 엄마가 마치 아버지가 보낸 편지인 양 자주 꺼내어 읽으신다는 대목에서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저려왔다. 홍화정님의 해외에서 자신에게 편지를 보낸다는 사연을 그린 '다시 보고 싶은 편지'도 마음에 남는다. 그래 편지는 꼭 남에게만 보내는 것이 아니구나. 내가 나에게 전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었다.

천국에서 온 편지의 연장선으로 국립 현충원과 호국원에 있다는 하늘에 편지를 띄우는 하늘나라 우체통이 있다는 기사도 눈에 띄었다. 그 사연들이 정말로 하늘나라에 도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그리고 살면서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속 이야기를 실명을 적지 않고 주소만 적어서 보낼 수 있는 '온기우편함'도 마음 따뜻한 기사였다. 서울에서 매주 120통 정도가 회수된다고 하고 170명의 자원봉사자가 답장을 보내준다고 하니 나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런 '온기우편함'이 서울 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확대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풍성한 계절 10월 답게 <샘터> 10월호에는 알차고 가슴을 울리는 따뜻한 내용이 가득하다. 그 중에서도 '여사님의 은밀한 소원'은 감동적이다. 방문 판매 화장품 매장에서 가장 실적이 좋은 여사님께서 인적사항 등을 본인이 작성하지 않고 경리사원인 필자에게 시켜서 못마땅했는데, 실은 그 여사님께서 한글을 깨치지 못해서 필자에게 한글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을 해서 한글을 깨우쳤고 결혼 60주년에 남편에게 편지를 쓰게 되었다는 내용이 아름다웠다. 사무실이 문을 닫았지만 그 여사님은 딸 같은 경리 선생님을 잊지 못해서 편지를 남겨 놓았다는 사연이 영화의 한 장면같은 느낌이 든다.

'아이가 가르쳐준 평범함의 기적'을 읽으며서는 차마 말하지 못하는 사연을 갖고 살아가는 이 땅의 수많은 부모들이 생각났다.

'이 세상에는 감사한 일들이 너무나 많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우리 부부는 몰랐다. 아기가 태어나서 혼자 서고, 밥을 먹고, 말하고, 뛰어다니며 다치고 하는 지극히 평범한 일들이 기적 같은 순간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장애를 가진 딸이 처음으로 "아빠! 엄마!"라고 말을 했을 때 눈물을 흘리면 감격했고, 혼자 5초간 서 있었을 때도 우리 부부는 서로를 부퉁켜안고 대성통곡을 하며 감사해했다.'

<샘터> 9월호의 감동을 뒤로 하면서 10월호 '커피'도 기대가 된다.

#샘터 #월간샘터 #잡지 #매거진 #10월잡지 #월간지 #잡지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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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 돔 아래에서 - 송가을 정치부 가다
송경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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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한겨레에 입사한 이후 줄곧 취재 기자로 현장을 뛰고 있는 송경화 작가의 <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에 이은 야심작<민트 돔 아래에서>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다룬 장편소설이다. 현장 취재기자답게 멀게만 느껴졌던 국회라는 공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사회부에서 정치부로

사회부 기자로 특종을 날렸던 송가을은 정치부 말진으로 투입된다. 국회의 100평 남짓한 공간에 30여 개 언론사의 업무 공간이 있는데 국회에 출입이 등록된 기자만 870여 명이라고 하니 국회의원 300명에 비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언론사별로 여, 야를 구분해서 반장, 잡진, 말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송가을은 여당 말진. 야당 말진은 입사 동기 기민호였다.

* 주요 취재대상은 정치인들 머릿속

송가을 기자는 핸드폰에 조카가 붙여준 스티커를 붙이고 다닐 정도로 순수하지만, 반장 고석동은 '야마부터'라면서 핵심만 이야기하라고 다그친다. 그래서 형성된 독특한 국회 기자단 모임이 꾸미다. 기자들 네다섯 명의 모임이라는 말로 일본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에이스 꾸미에 속해야 의원과 자주 식사도 하면서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육체노동을 하는 곳에서만 일본어 잔재가 남아 있는 줄 알았는데, 국민의 대표기관이라는 국회의원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일본어의 잔재가 여전하다는 것이 서글퍼진다. '업계엔 한글로 순화해야 할 은어가 아직 많았다.'

* 정치는 생물이라고

정치 현장에서 언행일치는 천연기념물에 가깝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방송에서 하는 말과 실제 모습이 다른 것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이다. 특히,정치인들은 그런 모습이 자연스러울 정도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그런 정치인들의 텅 빈 공약을 믿고 또 속아 넘어가고는 한다. 여당 대표는 노동자를 위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대변인은 의미 없는 법안이라고 하고, 노동계 출신 야당 의원은 법안에 적극 찬성한다고 기자들 앞에서는 공언하지만 모두 진실이 아니다. 정치인에겐 부고 기사 빼고 다 득이라는 말을 실천하는 수단일 뿐이다. 그러다가 입장이 바뀌면 태연하게 '정치는 생물'이라는 헛소리를 지껄인다.

* 늦었지만, 늦지 않았습니다

국회에서 가장 고단한 것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와 보좌관 그리고 정당 관계자들이다. 그야말로 극한직업이랄까. 특히, 잘 나가는 정치인을 보좌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검찰 출신 4선 의원 양의철의 보좌진으로 일하면서 개 산책과 아들 과외 등으로 고민하던 박새롬은 그런 행태를 송가을을 통해 폭로했지만, 양의철의 역공으로 궁지에 몰려 투신자살하고 만다. 게다가 양의철은 여당의 대표에 출마해서 유력주자로 부상하게 된다.

모든 조직이 그런 것처럼, 양의철도 내부 입단속을 시키고 그런 내막을 알고 있던 수석 보좌관은 당대표 선거 이틀 전 송가을을 찾는다. "안 되죠. 그런 인간이 당 대표가 되고 대통령까지 노리는 건 말도 안 돼요. 양의철 지지율이 올라갈수록 죄책감은 더 커졌습니다. 그래서 기자님을 찾아간 거예요. 너무 늦었죠?"

"늦었지만, 늦지 않았습니다."

어째서 현실 정치에서는 이렇게 늦게라도 양심의 고백을 하는 경우가 드문지, 아니 그런 양심의 소리를 전달하는 언론의 역할을 찾아보기 힘든지 답답하기만 하다.

* 좋은 기자란

"사람들이 외면하는 이들, 약자들에게 먼저 손 내밀고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기자. 난 그게 좋은 기자라고 생각해." 그런 기자를 만나봤으면 좋겠다. 목소리만 크고 자기 주장만 난무하는 언론인들의 모습 속에서 그런 기자의 모습은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 사회부, 정치부 그 다음은

현실 정치를 생각하니 답답했지만, 그래도 국회의원, 출입기자, 그리고 보좌진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고도일보 송가을 기자의 다음 행선지에 대한 내용이 기대된다.

"부스 가서 짐 싸고, 내일부터 다른 곳으로 출입해."

"어디로요?"

고석동은 한 박자 숨을 고드더니 또박또박 말했다.

"청와대."

#민트돔아래에서, #송경화,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4기_민트돔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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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속의 소녀들 - 신경학자가 쓴 불가사의한 질병들에 관한 이야기
수잰 오설리번 지음, 서진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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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아닌 잠이 소녀들에게 학생들에게 전염이 되어 나타난다? 지역적으로 한 지역에서, 혹은 같은 문화권의 아이들에게만 생긴다? 정부의 공식 입국허가가 나면 병이 낫는다? 그래도 그게 병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불가사의한 일들이 전세계 곳곳에서 일어난다. 질병이 한 사람의 인생 속에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말할 수 없는 비극을 대신 드러내 보여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질병이 하나의 색깔처럼, 말하는 언어가 되어 말로 할 수 없는 비극을 표현하면서 소수자, 약자의 고통이 들려주는 현실을 사회적으로 용인하고 풀어가는 과정이 결국 치료의 과정이 된다는, 병과 치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었다.


“한때 히스테리라 불렸던 병이 지금은 전환장애로, 또 더 최근에는 기능성 신경장애라는 더 적합한 표현으로 불리고 있다. 대부분의 의학 전문 분야에서 ‘심인성(心因性) 이라는 용어는 여전히 심리적인 원인에 기인해 신체증상이 나타난다고 여기는 의료문제를 가리키는데 사용된다. 신경학에서는 ’기능성‘이라는 단어가 점차 ’심인성‘을 대체하고 있다.”


“2018년 나는 스웨덴으로 가서 소피와 같은 아이들의 집을 방문했다. 그리고 작은 공동체들에서 일어나는 집단발병을 보며 사회적 문화적 요소가 어떻게 심인성 장애와 기능성 장애의 발병에 생물적 심리적 영향을 미치는지 이야기할 거리가 정말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러한 집단 발병들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요소에 확대경을 갖다댄다.”


“집단심인성질환은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한해에도 몇 번씩 일어나며, 서로 그렇게 아무 관련 없는 공동체에도 영향을 준다.”


소녀 놀라를 포함한 스웨덴의 난민 가정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체념 증후군은, 몇 달씩 잠에 빠져들었다가도 망명신청의 긴 과정이 해피하게 정리되면 차차로 낫는다. 니카라과 미스키토인의 그리지시크니스라는 정신이상은 민족 질병같은 것으로 병에 대한 서구적 해석과 달리 자기들만의 영적 믿음과 특수한 치료법이 있다. 


“하지만 왜 니카라과에서는 그리지시크니스이고. 스웨덴에서는 체념증후군이며, 영국에서는 다른 병인 것일까? 질병은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패턴화는 행동이다. 어떤 사람이 몸의 변화를 어떻게 해석하고 그에 어떤 반응을 하는지는 사회적 분위기, 자신의 지식, 교육, 질병에 대한 정보접근성, 과거 경험에 따라서 달라진다.”


영국의 국립신경외과 병원에서 신경학과 임상신경생리학 분야 전문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질병의 문화모형 신체화‘를 인정하면서, 영국의 누군가는 신체 내면의 느낌에 독감이 걸렸다는 생각에 비타민과 해열진통제를 먹고 눕는반면, 거리상 동떨어진 곳에 사는 다른 누군가는 완전히 다른 원인과 해결책을 따를 것임을 말하고 있다. 또한 모든 행위는 문화적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편두통일 증상이 누군가에게는 뇌종양을 의미하며, 증상에 반응하는 방식은 그 사람의 지식과 경험에서 비롯되어 서구사회에서 배척받는 정신 질병이, 미스키토인에게는 사회적으로 영적 해석을 받아 공동체적인 해결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질병을 대하는 이에게 자신을 미국 사람인지, 니카라과 사람인지, 미스키토인인지를, 누구라고 생각하는지부터 물어보며 그런 식으로 질병 탐사를 전 세계적으로 하고 있다. 심인성 증상에 시간과 함께 달라지는 사회적인 삶의 반영까지 추적하고 있다. 소련의 패망과 관련 있는 카자흐스탄의 그라스노고르스크에서는 여성 타마라의 증상과 같은 수면병이 만연하였는데, 잃어버린 낙원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은 현실의 삶의 어려움만이 발병의 원인이 아니고, 사회 국가적인 신뢰의 깨어짐이 방사능의 독으로 표면화되기도 함을 보여주었다. ’문화의존증후군‘은 어떤 공동체 내에서 더 분명하게 표현할 길 없는 무언가에 대한 비유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적인 원인이 의심될 때도 많은 의사들은 ‘스트레스’만으로 질병을 설명하며, 환자를 몰아가기도 하고, 생활고 때문만도 아닌 병을 가지고 주변의 사람들은 그렇게 보기도 한다. 이제는 병의 발달과 진행을 최대한 잘 이해하려면 우선 그 병을 둘러싼 서사부터 둘러보고 살펴보게 될 것 같다. 삶의 어떤 특별한 사건만이 증상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며, 확실한 트마우마만을 쳐다볼 것이 아니라 비유와 언어로 감추어진, 고통과 갈등에 대한 신호로서의 질병으로, 좀더 유려하게 살펴보는 안목을 얻게 된 것 같다. 질병뿐 아니라 모든 사회적 증상과 현상을 문자 그대로 직접적으로 부딪치기보다 다른 의미의 중첩적 해석을 줄 수 있는 너른 마음과 인식을 가지고 대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잠자는숲속의소녀들#수잰오설리번#한겨레출판#하니포터#하니포터4기_잠자는숲속의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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